[‘슬기로운’ 그들의 세계에서 살고 싶다 ]



  ‘응답하라’ 시리즈를 통해서는 낡은 추억을 현실을 살아갈 새로운 힘으로, ‘슬기로운’ 시리즈를 통해서는 인간에게 내재된 작은 희망을 끌어내어 복원시켰다. 날이 갈수록 험악해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만큼 큰 위로와 격려가 또 있을까. 그래서 우리는 신원호 사단이 만들어낸 세계를 볼 때마다 허구인 줄 알면서도 그 속에 들어가 살고 싶었다.


실제 병원에선 닥터 김사부 같은 의사는 없다 하면서도, 환자를 대하는 면면은 드라마의 어떤 의사들보다도 이상적인 ‘슬의생’의 의사들은 이야기의 8,90%를 환자들 옆에서 보낸다. 그 나머지를 밴드활동으로, 개개인의 연애사로 채우며, 혹 환자들 옆에 있어야 할 시간이 길어져야 하면 가차없이 나머지 비율을 깎아낸다. 의사 본연의 역할을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하고 있는, 혹은 준비하고 있거나 원하고 있는 일을 어떤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 이것이 우리의 삶을 유지하고 지탱해주는 귀한 생업임을 인식하고 있는지, 여러 점검의 질문을 던지며 저들처럼 소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삶을 맞닥뜨리고 싶다는, 그러다 보면 아름다운 일생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실재하는 세계는 드라마 속 세계보다 더 엄혹한 구조 위에 세워져 있어, 열심과 노력이 꼭 정당한 결과를 가져오리라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장담할 수 없다 해서 그렇지 못하다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 그리고 우리가 ‘정당한’을 두고 떠올리는 개념이란 대부분 물질적인 것인데 제대로 ‘정당한’을 들여다보면 물질적인 것뿐 아니라 삶의 보람, 흡족함, 기쁨, 소망 등 정신적 가치들도 포함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테다.

허구라지만, 이러한 허구의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삶에 대한 열심과 노력이 정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세계가 존재할 가능성을 인식한 우리는, 주어진 삶과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자연스레 ‘슬의생’의 세계가 우리의 세계가 되길 바라며 현실에 놓인 삶과 세계를 제대로 꾸려보리라 다짐해보기 마련이고. 드라마의 순기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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