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고법 판사는 미 법조계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로 평가된다. 배럿 지명자가 상원 인준 표결을 통과한다면 연방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이 6명을 차지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를 연방대법관에 앉힌 데 이어 3번째 '보수 대법관'을 지명했다. 2017년 현 직위인 연방고법 판사에 오른 배럿은 이듬해 캐버노 지명 당시에도 최종 대법관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배럿을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예약해뒀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즈버그 타계 직후에도 배럿이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지난 21일 그를 직접 면담하는 등 일찌감치 지명 1순위로 거론됐다. 낙태 반대론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해 그가 인준될 경우 미 대법원의 보수화는 한층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지명 사실을 알리며 "헌법에 대한 충성심을 지닌 여성"이라고 했고, 배럿은 "나는 미국과 미국의 헌법을 사랑한다"고 화답했다.

















1972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태생인 배럿은 로드스 컬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노터데임 로스쿨을 수석졸업했다. 노터데임 법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2006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올해의 교내 법학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우파였던 고 안토닌 스캘리아 대법관의 법률 서기를 지낸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보수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고법판사 인준청문회에서 신앙과 법률에 관해 썼던 자신의 글을 놓고 민주당 상원 법사위 간사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의원과 논쟁하기도 했다. 당시 파인스타인은 배럿에게 이른바 교조주의에 빠져 있는지 물었고, 배럿 지지자들은 배럿이 종교 때문에 폄하됐다며 반발했다. 배럿의 종교적 관점이 판결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배럿은 당시 청문회에서 종교가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배럿은 그간 수정헌법 2조의 총기 소지 권리와 이민, 낙태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CNN은 전했다. 배럿은 작년 총기를 금지하는 것은 수정헌법 2조를 2차적 권리로 다루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신규 영주권 신청자들에 대한 불이익이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판결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낸 전력도 있다. 당시 배럿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 해석이 부당하지 않다고 했다. 이에 그가 새 규칙에 정면으로 맞부닥칠 이민자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