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뉴스타파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을 만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중앙지검장 시절 언론사 사주들을 만나고 다녔다는 소문이 있어 이를 확인한 결과 사실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의 추가 취재 결과 윤석열 총장이 만난 사람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었다. 

그런데 뉴스타파는 윤석열 총장이 서울 중앙지검장 시절 중앙일보와 JTBC의 사주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도 만나 술자리를 가진 사실을 새롭게 확인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날은 공교롭게도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 분식 회계 사건이 검찰에 고발된 당일이었다. 특히 복수의 목격자들은 홍석현 회장이 윤석열 총장을 만나면서 역술가를 대동했다고 진술했다.


밤 11시 윤석열 지인 운영 술집에서 만나

지난 2018년 11월 하순의 어느 밤 11시쯤, 서울 인사동의 한 술집에 윤석열 검찰총장,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나타났다. 해당 술집의 사장은 윤석열 총장과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였는데 윤 총장이 해당 술집을 찾아온 것은 10여년 만이었다고 한다.

“걔 (윤석열) 대학교 2학년 때 이대 앞에서 우리 누나가 카페를 운영했는데 석열이가 거길 드나들면서 알게 됐지. 내가 졸업하고 화실을 차렸는데 석열이가 그때 심심하면 화실에 놀러왔어. 걔 졸업하고 고시 떨어지고 하던 시절에.. 윤석열이 변호사 하다가 광주 고검 가고 나서는 연락을 안 했는데 십 몇년 만에 갑자기 찾아왔어.”
- 서울 인사동 000 술집 사장

윤석열 총장은 양복 상의를 입지 않은 와이셔츠 차림이었고, 비가 와서 우산을 씌워주던 운전 기사를 제외하면 혼자였다. 윤 총장은 이미 술을 많이 마신 상태로 보였다고 한다.

“도착해가지고 여기를 못 찾으니까 저 앞에서부터 형, 형 하고 부르는 거야. 비오는데 부르는 거야. 기사는 막 와서 우산 씌워주려고 하고 얘는 와이셔츠 입고 이러면서 그 덩치에 형 형 이러면서…”
- 서울 인사동 000 술집 사장

그리고 잠시 뒤 홍석현 회장이 나타났다고 한다. 윤석열 총장과 달리 홍석현 회장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보였고, 양복이 아닌 갈색 가죽 점퍼 차림이었다.


“홍석현, 역술가 대동했다”

그런데 홍석현 회장은 혼자서 오지 않았다. 홍 회장이 대동한 사람은 점을 치거나 사주팔자를 봐주는 역술가였다고 한다.

“석열이는 혼자 오고... 기사하고 자기 차 타고 왔대. 기사는 차에서 기다리고. 홍석현은 점 보는 애 있어. 사주팔자하는 애. 걔하고 같이 왔더라고. 그러니까 세 사람이지, 그 점술가까지 해서.”
(그 점술가는 이름이 뭐예요?)
“알았는데 까먹었어. 턱수염이 이렇게 나고.”
(그 점술가는 홍석현이 데리고 왔고?)
“어 같이 다니는 것 같은데.”
- 서울 인사동 000 술집 사장

해당 술집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대중적인 술집이긴 하지만, 밤 11시로 늦은 시각이어서 술집 사장 부부와 함께 술을 마시던 이들을 제외하면 손님이 없었다. 뉴스타파는 당시 동석했던 다른 목격자로부터도 홍석현 회장이 데리고 온 역술가를 봤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목격자에 따르면 술자리가 끝난 뒤 역술가의 이름을 검색해보니 언론 매체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유명 역술가였다고 한다.

밤 11시쯤 시작된 술자리는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맥주 7병과 소주 1병 반으로 폭탄주를 만들어 마셨다. 이 자리에서 홍석현은 “대한민국 최고의 칼잡이”라고 윤석열을 치켜 세웠다고 한다. 윤석열은 술집 사장의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이야기할 시간도 없었어. 계속 노래부르고. 나 노래 안 부르면 지가 일어나서 아베마리아를 막 부르고. 옛날에 나하고 기타치면서 많이 노래부르고 그랬거든. 걔가 팝송을 되게 좋아해.”
- 서울 인사동 000 술집 사장

윤석열 총장이 계속 노래를 부른 탓에 윤석열과 홍석현 두 사람이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정작 만남의 두 당사자는 대화를 많이 나누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홍석현 회장이 데리고 온 역술가가 윤석열 총장을 지켜보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술자리를 마치고 홍석현 회장이 술값을 계산했다. 안주로 먹은 파전과 맥주, 소주 값으로 7만 원 정도가 나왔는데 홍 회장은 직접 지갑을 꺼내 “기분이 좋아서 그런다”며 현금 20만 원을 줬다고 한다.

“비 왔다” 증언.. 회동 날짜는 ‘삼바’ 고발된 11월 20일

목격자는 윤석열과 홍석현의 회동이 2018년 11월 하순이었고 그날 “비가 왔다”고 증언했다. 뉴스타파가 기상청 홈페이지의 지역별 상세 관측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8년 11월 중순 이후 밤 11시에 비가 온 날은 2018년 11월 20일 단 하루 뿐이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관측소에는 밤 11시 10분부터 이튿날 새벽 1시 10분까지 비가 왔다. 목격자의 증언과 정확히 일치하는 기록이다.


그런데 하필 이날, 2018년 11월 20일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 바이오로직스 관련자들을 고의 분식회계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날이었다. 다음 날인 11월 21일 이 사건은 윤석열 지검장 산하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에 배당됐다.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범 삼성가의 원로격인 홍석현 회장과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만나 폭탄주를 마셨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윤석열 “공식 일정 외 확인해줄 수 없어”.. 홍석현은 묵묵부답

뉴스타파는 윤석열 총장에게 홍석현 회장을 왜 만났는지, 특히 삼성바이로직스 고의 분식 회계 사건의 검찰 고발이 이루어진 날 홍 회장을 만나 술을 마신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이날 만남에 홍석현 회장이 역술인을 대동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 물었다. 윤 총장은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공개된 일정 이외의 사항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답변했다. 

뉴스타파는 홍석현 회장에게도 중앙 홀딩스 비서실을 통해 심야회동과 관련한 내용을 질의했다. 그러나 홍 회장 측은 보도 시점까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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