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수가 변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항상 진보커뮤니티를 돌아다녀보면 대전제가 있습니다. '그찍자?, 그찍국?' 소위 그래서 국민의 힘 찍을거야?에서 알 수 있는 보수는 변하지 않는다는 그들끼리의 무언의 합의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보수는 변했습니다. 소위 꼴통이라고 불리던 세력을 주축에서 밀리거나 심한 경우 탈당까지 하고 그들의 목소리는 몇년동안 계속 힘을 잃어 왔습니다.(물론 장제원 등 아직도 남아있으면서 몰염치한 목소리를 여전히 내고 있는 사람이 있지만 근 4년 동안 그들의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작아지거나 없어졌다는 점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반면 아직 공식적인 선출 권력을 얻은적은 없는 이준석, 보수내에서는 좌빨소리 듣던 하태경 등의 목소리가 엄청나게 커지고 비교적 젊은 의원들의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면서 기존 진보 정치권의 외면을 받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이들이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굵직한 사건들만 따져봐도 인벤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던 '카나비-그리핀 불공정 계약서 문제', '알페스 관련 성비위 강력 규탄', '게임사 확률 공개 불신에 대한 항의', '민주당에서 쫒겨난 홍준연 구의원 포용'(이후 벌어진 홍준연 개인의 실언은 차치하고라도) 등 목소리를 내면 실질적으로 소통하며 원하는 것이 뭔지 파악하고 심지어 성공적으로 해결해주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런데 젊은 남성 입장에서 민주당의 대처를 보면 시작은 소위 '혜화역 시위'를 응원하고 혐오발언에 대해 제재하기는 커녕 정치적인 파트너로 대하고 젊은 남성들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게 취급했습니다. 직후 이어지는 지방선거에서는 대선만으로는 완전한 개혁이 불가능하다, 다음 지방선거 도와달라는 메세지에 젊은 남성은 실망감에도 불구하고 여당에 많은 표를 던졌습니다.

이어지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코로나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경제를 회복하려면 여러분들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해서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국회를 장악할만한 의석을 확보하는데 기여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결과가 돌아왔나요? 젊은 남성의 목소리는 여전히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군인월급인상, 내무반 휴대전화 허용 등이 물론 젊은 남성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을 수 있지만, 까놓고 말해 이들의 생각은 그깟 10만원 덜 받아도 그만이고, 휴대폰도 안쓰면 그만인겁니다. 정말로 원하는것은 목소리를 들어주는것이지 그깟 돈 몇푼, 폰사용이 아니라는겁니다.

그런데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은 너무 쉽게 생각했습니다. 여성복무에 관한 국민청원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너무 치졸하게 대응한 모습에 많은 남성들이 실망했습니다. 우선 10만명이었던 답변 기준이 20만명으로 변경되었고, 심지어 이러한 기준이 변경이 있기전에 청원대상이 되었음에도 무시하고 넘어갔죠? 재청원에서서도 굉장히 장난스럽게 넘어간것을 보고 그들이 과연 내 목소리를 들어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문제는 이러한 기조가 변하지 않고 쭉 이어져왔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대선>지선>총선 과정에서 필요할때만큼은 젊은 남성들의 지지를 원했죠.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도 어떤식으로 그들을 대해왔는지 변하지 않았음을 여기 계신분들도 잘 알고 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젊은 남성들은 생각합니다. (실제로 그렇다는것이 아니라)'민주당은 자기 필요할때만 불러놓고 정치를 굉장히 계산적으로 하는구나, 우리들은 대충 절반만 먹어도 여성표에서 몰표에 가깝게 받으면 정권유지에는 지장이 없으니 우리를 이렇게 홀대하는구나, 투표율과 지지율이 낮으니 취급도 안해주는구나' 라고 말입니다.

동시에 4년간 우리는 소외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옆을 돌아보니 뭔가 바뀌고 있는 보수가 자기들의 목소리를 들어줍니다. 그리고 심지어 적극적으로 해결의지를 보이면서 우리를 위해 일해줍니다.

반대로 묻겠습니다. 일련의 흐름에서 20대가 보수를 안찍는게 오히려 멍청한거 아닐까요? 민주당은 변했습니다. 특히나 20대 남성들에게는 안좋은 쪽으로 처음 정권이 바뀌었을때는 소통하는 정부라고 했지만 20대 남성에 한해서는 공허한 울림에 불과했습니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는 했지만 그것은 20대 남성들에게는 큰 상관 없는 문제였습니다. 그들이 정말 원하는건 군인 월급 조금 올려주고, 휴대폰 쓰게 해주고, 최저임금을 대폭 올려주는게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민주당의 강성지지자들은 자기의 가치를 강요한것이죠. 우리가 이정도 해줬는데 니들이 만족 못하는게 오히려 잘못아니냐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강성 지지자들은 20대 자신의 말을 들어준 보수를 지지하면 뭘 모르는 바보취급하기에 급급했습니다. 일베취급했습니다. 반사회적 사람처럼 몰아갔습니다. 그들의 가치는 외면하고 자신의 가치만 강요했습니다. 이 결과가 이겁니다.

민주당도 변했고 보수도 변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많은 청년에게 진보의 가치를 알리고 싶다면 인정해야 합니다. 보수도 예전같은 불통과 오만의 보수가 아니고 진보 또한 예전처럼 섬기고 존중하던 그런 진보가 아닙니다.



2. 어떠한 가치는 옳고 어떠한 가치는 그르다는 이분법적 생각을 버리세요.

진보커뮤니티를 하다보면 정치에 경도된 유저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들의 특징중 하나를 꼽아보면 상당히 세상을 흑백으로 구분해서 살고있다는 것인데요.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가령 이번에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 상당히 많이 등장했던 오세훈 무상급식 반대 관련 이야기를 해볼까요?

박영선 후보가 오세훈 당시 후보를 공격하면서 했던 무상급식건에서 직을 너무 경솔하게 걸고 무책임한 행동을 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번에 오세훈을 뽑은 대부분의 사람들조차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그건을 떼고 무상급식에 관한 내용만을 집중적으로 보면 박영선 후보가 '애들 밥을 먹이지 않으려는 오세훈을 뽑으시겠습니까?'라는 식의 공세를 펼치셨죠? 그때 제 주변인들의 반응은 '아니 오세훈이 밥먹지 말라고 한것도 아니고 부자는 돈내고 먹으라는건데 왜 저렇게까지 목청을 높이는 지 모르겠다', '결국 무상급식예산 확보를 위해 방과후 학습 예산이 줄어들고 다른 복지혜택이 줄어든것 아니냐', '결국 부자 자식들까지 밥먹이려다 어려운 가정의 복지가 없어진것 아닌가', '전체적인 급식의 질이 떨어졌지 않느냐' 라는 식의 말을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물론 선별복지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유무상 급식 아동들의 상대적 박탈감문제도 분명 있습니다만 분명 위의 무상급식 반대론에 대해서도 얘기해볼만한 가치는 있습니다. 그런데 요 몇년간 무상급식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만 해도 일베고 쓰레기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분위기가 만연했습니다. 입이 틀어막혔죠. 논의조차 될 수 없는 분위기가 생겼습니다. 그러한 분위기가 형성된 커뮤니티(클리앙, 보배드림, 루리웹, 웃긴대학 등)에 활동하던 반대의견 유저들이 어디로 갔을까요?

자기가 활동한 사이트와 비슷한 분야를 다루는 커뮤니티가 있으면 거기로 갔을거고 대안이 없다면 그냥 쥐죽은듯이 눈팅만 하고 있었을겁니다. 전자의 경우는 스포츠 관련 사이트에 많은 인원들이 들어갔고 강성진보 지지자들의 바램과는 달리 거기서는 이제 그들끼리 더더더욱 보수화가 되는 원치않는 결과가 생겼죠. 눈팅만 하는 유저들도 이견을 허용하지 않는 횡포를 보면서 반감을 쌓아갔습니다.

그 결과 어제 재보선 참패가 발표되면서 반작용으로 우후죽순 터져나왔습니다. 일베ㅅㄲ들이 어디서 왔냐가 아니라 조용이 숨죽이고 있던 유저들의 폭발적인 반응이고, 벌레취급하면서 쫒아냈던 유저들이 더더욱 보수화 아니 반진보화가 되어 다시 찾아온거지. 없던 사람들이 생겨난게 아닙니다.

진작 이분법적 생각을 버리고 상대의 가치도 인정하는 일이 있었다면 이런일이 일어났을까요?


3. 어떤 의견이나, 원인과 결과를 왜곡해서 판단하지 마세요



참 안타깝습니다. 말도 안되는 우스갯소리를 하는 트위터를 올린 이유도 이 점을 설명하고 싶어서입니다. 여기서도 종종 어떤 의견을 내면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너는 ~~해서 --하게 말하는거일거라고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한마디만 해도 심기에 거슬리면 검열당하고 왜곡당해서 본질이 흐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본질이 흐려지는 순간 다른방식으로 공격받게 됩니다. 내가 아프다고 외쳐도 '너 굳이 지금 아프다고 말하는 의도가 뭐야?', 너 일부러 정권을 욕먹이려고 하는거야? 이런식의 태도 솔직히 여기서 좀 많이 봤습니다.

대표적으로 출산율, LH문제 등 언급한것 만으로 굉장히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처럼 몰아갔습니다. 그나마 LH문제는 일이 걷잡을수 없이 커지면서 여론이 바뀌었지만 3월 초만 하더라도 LH사태에 대해 글을 쓴것만으로 굉장히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메세지가 아니라 메신저를 공격하고 메신저의 해명과는 관계없이 그를 규정지었습니다.

아파서 소리를 지르면 저 사람이 아파서 소리를 지르는게 아니라 소리를 지르는 저의를 찾고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너는 왜 굳이 출산율을 언급하는거야?, 너는 위안부 할머니가 속았다는걸 믿는거야?, 일부러 선동하려고 일부 위안부 할머니 사례를 가지고 호도 하는거 아니야?, 최저임금 문제는 네가 자영업자라서 그런거 아니야?, 집이 비싸다니 니가 집을 못사는게 이번 정부의 책임이야? 등등

전혀 선동과 작전이 없다는게 아닙니다, 다만 합리적인 의문에도 있지도 않은 속내를 찾아내고 메신저를 공격하고 진짜 뜻을 왜곡하는 덕분에 결국 입을 닫거나 떠나게 되죠. 그래서 결국 게시판은 내가 보고 싶은것만 볼 수 있고 간혹 거슬리는 일이 생겨도 수월하게 정리하게 되니 참 좋았'었'죠?

그 결과 내가 보는 세상과 실제 투표 민심의 괴리가 어떻게 되었습니까?


4. 그래서?

뭐라고 해도 어차피 변하지 않을 사람 안변하겠죠. 저 또한 이번에 선거를 통해 그나마 의견을 표해도 받아들일 준비가 된것 같아 긴 글을 쓰긴 했지만 제 의견에 절대적으로 동의하지 못할 사람이 있다는걸 잘 압니다. 다만 조금이라도 진보에 한 표를 더하고 싶은 분이라면 제 의견도 들어주십사 하고 긴 글 적어봤습니다.

타인의 의견을 듣지 않고 비아냥거리거나 배척한다면 결코 이길 수 없는 상황이란걸 다시금 확인 할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설득과 존중의 자세를 가지고 가끔은 정반대의 다른 의견이라도 수용하는 자세가 없다면 또 어제와 같은 결과가 이어지겠죠. 꼭 강성 지지자분들은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죽하면 보수커뮤니티에서 그들을 보고 국민의힘 선거캠프라고 놀리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