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것 / 안도현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