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에서 한 번 쯤은 볼 수 있는 태풍의 단면도 입니다. 
여기서 태풍의 눈을 감싸고 있는 가장 안쪽의 구름벽을 눈벽(eye wall)이라고 부릅니다.

 

태풍의 구름 사이의 빈 공간에는 하강기류가 존재합니다. 
태풍의 눈에만 하강기류가 존재하는 게 아닌거죠.
아무튼 태풍의 눈 바로 바깥 부분의 하강기류는 서서히 눈벽을 좁혀들어가게 됩니다. 당연히 눈도 작아지게 되죠.
그 때의 모습을 위성으로 보면 태풍의 눈이 2개 있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이중눈 구조의 태풍입니다. 
이 과정에서 안쪽의 눈은 사라지게 되고 바깥쪽의 눈이 대체하게 되는거죠.
이 과정을 눈벽 대체 현상(Eyewall Replacement Cycle)이라고 부릅니다. 대부분의 태풍이 겪게 되는 숙명이죠.
그리고 눈벽 대체 현상이 시작되어서 이중눈 구조가 나타났을 때의 태풍은 약해집니다.

언론들은 이 부분에 주목해서 쓴 것 같은데, 문제는 이중눈 구조가 나타난다고 반드시 약해지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태풍이 이중눈 구조로 약해지는 건, 주변의 환경이 더 이상 태풍을 지속시켜 줄 수 없을 때거든요.
역사상 최강의 태풍(허리케인을 포함해서)인 하이옌만 봐도


이중눈 구조를 겪은 일상적인 태풍이였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슈퍼태풍들 역시 이중눈 구조구요.
그 중에는 삼중눈 구조의 태풍도 있었죠.

아무튼 긴 설명이 지루하시다면, 
한줄 요약 : 뱀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듯이, 태풍 또한 주기적으로 태풍의 눈과 눈벽을 갈아치우며, 그 동안은 약해진다.
그런데 갈아치운 뒤엔 아니다.

이제 도넛 태풍, 정식 한글 명칭은 원통형 태풍이며 영어로는 Annular Tropical Cyclone이라고 부르는 이 녀석은 특징은 다른 거 없고 눈벽을 갈아치우지 않습니다. 그게 특징입니다.

저희 쪽 용어로는 '하강기류가 태풍에 관여하지 못한다.' 입니다.
원래는 하강기류가 자연스럽게 소용돌이 형태로 파고들어야 하는데 원통형 태풍에서는 그렇지 못한다는거죠.

어제 밤에 천리안이 찍은 솔빅의 위성 사진입니다. 사용한 채널은 수증기영상입니다.


태풍의 빨간선으로 구분지어놓은 부분이 하강기류가 있는 영역입니다. 전혀 안쪽으로 파고 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태풍이 분수라면 상승기류를 통해서 물을 뿜어냈는데 하강기류를 통해서 물이 온전히 회수가 되고 있는 겁니다. 에너지의 효율이 극히 좋은 거죠. 하지만 그 뿐입니다. 

오히려 눈벽을 1개로 때우기 때문에 편서풍을 부딪치게되면 급격하게 약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