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9일. 혁명전쟁이라는 슬로건 아래 등장한 붉은 기사단의 첫 공성전 결과는 많은 이야깃거리를 불러왔다. 성 혈맹에 대한 사냥터 통제와 보스 몬스터, 성 세금 독식 등 기득권 세력의 존립 위기설까지 들려왔다.

각 서버의 성 혈맹은 매주 성의 주인으로서 붉은 기사단의 시험을 통과해야 했다. 몇몇 성 혈맹은 붉은 기사단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하여 수성의 이점을 살리기도 했지만, 다수의 혈맹은 그러지 못했다. 병력이 부족하여 인해전술을 시도할 여유가 안됐던 것이다.

시험에 떨어진 성주는 어김없이 성을 내줘야 했고, 빈 성(붉은 기사단이 점령한 성)을 점령하여 뺏고 빼앗기는 상황이 이어졌다. 병력을 충원하지 못한 경우, 나날로 세력이 약화하여 라인을 이탈하거나 흡수되는 혈맹도 생겨났다. 이에 붉은 기사단이 3성을 통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공성전. 우려가 현실이 돼버렸다. 붉은 기사단이 로엔그린 서버의 기란 성, 켄트 성, 오크 요새를 점령하면서 NPC가 3성을 통일한 것. 혁명전쟁 12주 만의 일이다.


▲ 달갑지만 않은 붉은 기사단의 3성 통일. 우려가 현실이 되었다.



로엔그린은 Non-PvP 서버다. 하이네 서버가 오픈되기 전, 아인하사드와 함께 평화 서버로 불리며, PvP를 싫어하는 유저들, 흔히 말해 초식 유저들이 모여들며 성장한 서버다. 또한, 라인의 횡포, 척살 등을 피하고자 이주한 유저들도 많았다. 그만큼 PvP와 거리가 먼 유저들이 모이는 곳이라 봐도 무방하다.

PvP에 대한 영향력은 오로지 공성전에서밖에 발휘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반 유저, 중립 유저에게 미치는 라인의 영향력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몬스터에게 힐과 헤이스트 마법 등을 사용하여 성장을 방해는 할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억압과 통제 수단, 목적이 없는 셈이다.


▲ 몬스터 몰이 후, 리스타트 하여 상대방의 귀환을 유도. Non-PvP 서버의 방해 방법.



이렇듯, Non-PvP 서버에서는 라인의 영향력이 다른 이들에게 크게 와 닿지 않은 게 현실이다. 또한, 통제와 독식을 무너뜨리기 위해 싸우는 반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 성 혈맹 간 라인이 유지되어 기득권을 형성하거나, 이들끼리의 다툼으로 성 라인과 성 라인의 구도만 유지되어 왔다.

간혹, 중립 혈맹이 공성을 선포하는 일도 발생하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라인의 흐름을 타게 되는 게 정석 코스. 결국, 성 혈맹과 성 혈맹의 구도가 강산이 바뀔 때까지 유지되어 온 것이다. Non-PvP 상황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봐도 무방하다.

Non-PvP 서버의 기득권 세력 존립 위기는 붉은 기사단이 등장하고부터 조명되었다. 약 3달 정도 지난 지금에서 붉은 기사단을 평가해보면, 제3세력이 되어 힘의 균형을 배분하는 역할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비나 레벨의 큰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 '성 라인'이 주는 무게감과 의미는 Non-PvP서버에서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로엔그린 서버에서는 성 라인의 세력이 급격히 약화하였고, 붉은 기사단이 모든 성을 점령하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 성 혈맹인 천하 연합의 입성을 방해한 BloodofLineage, New늘푸른, 까칠 혈맹의 교란 전술도 큰 영향이 끼쳤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라인의 세력 약화라 봐야 할 것이다.

이에 성 라인은 전투 병력을 보충해야 하지만, Non-PvP 특성상 새로운 인원을 찾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PvP를 꺼리는 유저들이 대부분이고, 일반 유저들에게 공성전은 세금 분배를 통한 용돈 벌이가 주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전투 인원이 1~2명 이탈하게 될 시, 성 라인은 매우 큰 전력 손실의 타격을 받게 된다. 무엇보다 PvP와 거리가 먼 일반 유저들이 '성' 이라는 매개체에 대한 무관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에 라인 유지를 위한 인원 보충에 큰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일반 유저들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혈맹이든 간에 최소 1개 정도의 성은 가지고 있어야 붉은 기사단 공성전이 진행되기 때문. 붉은 기사단이 3개의 성을 모두 점령하고 있는 동안은 공성전이 진행되지 않고, 수성만 진행된다. 이에 따른 세금 분배 기회의 증발은 아쉬울 만한 소식이다.


▲ 통제는 라인의 존재 이유로 자리잡아 왔다. 잘못되었기에 싸워야 할 의미를 부여했고, 반왕이 나오기도 했다.



리니지의 꽃은 공성전이란 말이 있다. 먹자를 위해 광전사의 도끼와 함께 공성 현장으로 향했던 시절부터 7개의 성이 존재하던 시절, 그리고 붉은 기사단이 등장한 현재까지.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리니지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붉은 기사단에 의해 로엔그린 서버에서는 전투 공성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라인의 지휘나 전투 능력을 떠나 전투 인원 부족 현상이 크기 때문이다. 이는 필드 구도가 뒤집어지지 않는 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3세력에 의해 인원 부족 현상을 겪는 로엔그린 서버. 공성전의 꽃을 피우기 위해 라인으로의 이적이나 혈맹 단위로 공성전에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 일반 서버 처럼 별다른 패널티도 없으니 말이다.

로엔그린 서버의 공성 활성화와 라인 간 멋진 공성 전투를 기대해본다. 과거 서버 대항 공성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