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이 꿈꿔오던 대회가 곧 시작될 예정이다. 한국 시각으로 오는 8일 새벽 5시부터 시작되는 Mid-Season Invitational(이하 MSI)이 그렇다. 이 대회에 각 지역 대회 1위 팀이 모두 출전해 자존심을 건 한 판 대결이 열린다.

작년부터 한국 선수들이 해외 지역 게임단으로 대거 이적하면서 국내 팬들의 시야 역시 넓어졌지만, 대부분의 팬에게 다른 지역 대표팀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이에 인벤은 MSI에 출전하는 세계 다양한 지역의 게임단을 소개하기로 했다. 과연 어느 팀이 한국 대표인 SKT T1과 대결을 펼칠 것인가.


■ '북미 지역의 왕' TSM, 2회 연속 세계 대회 제패를 노린다!

◎ 왕의 위엄을 제대로 알린 TSM

북미 지역 대표로 MSI에 출전하는 팀은 '북미 지역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TSM이다. 지난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2회 연속 세계 대회 우승을 꿈꾸고 있다. 이번 시즌 TSM은 큰 굴곡 없이 LCS NA 우승을 차지하며 MSI 출전 자격을 얻었다.

▲ LCS NA의 진정한 왕, TSM

항상 LCS NA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던 TSM의 이번 시즌 출발은 조금 늦었다. 하지만 리그가 3주 차에 접어들면서 TSM의 참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팀의 에이스인 '비역슨'과 '러스트보이' 함장식이 활약한 가운데, 팀에 새롭게 합류한 '산토린'이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을 만족하게 했다. 이로써 TSM은 오랜 라이벌인 CLG와 공동 선두에 오르게 됐다.

두 팀은 4주 차에 만났다. TSM의 '레지날드'와 CLG의 '핫샷'은 이 대결에서 지면 핑크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기로 했다. 누가 이기든 팬들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즐길 거리가 생긴 상황. 여기서 TSM이 승리를 차지하면서 '핫샷'이 핑크색 머리를 얻게 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그렇게 정규 시즌이 마무리됐다. TSM은 13승 5패로 정규 시즌 1위에 올라 준결승에 이름을 올렸다. 그들이 만나게 된 상대는 '임팩트' 정언영이 소속된 Team Impulse였다. 첫 세트를 허무하게 내주긴 했지만, TSM의 위용은 흔들리지 않았다. '패승승승'으로 결승 무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

결승에 진출한 TSM은 Cloud 9과 우승컵을 놓고 대결을 펼치게 됐다. Cloud 9은 준결승에서 '피글렛' 채광진의 Team Liquid를 3:2로 꺾고 올라온 상황. 북미 지역을 대표하는 두 팀 간의 자존심이 걸린 결승에서 TSM이 세트 스코어 3:1로 LCS NA 2015 스프링 시즌의 주인공이 됐다.

▲ LCS NA 2015 스프링 시즌 우승 당시 TSM (출처 : LoLesports)

TSM의 역전 시나리오가 시작된 2세트에서는 '산토린'의 세주아니와 '비역슨'의 코그모가 중요한 상황마다 활약했다. 특히, 경기 시작 후 약 28분이 지난 시점에서 터진 세주아니의 완벽한 궁극기 활용이 눈부셨다. 여기에 코그모의 정확한 포킹이 힘을 더했다. 3세트와 4세트에 TSM은 '하이'가 버티고 있는 미드 라인을 집중적으로 후벼팠다. 결국, TSM이 Cloud 9의 추격을 뿌리치고 시즌 최강자가 됐다.

거침없는 기세로 MSI에 참가하는 TSM의 각오가 남다르다. 그동안 TSM은 세계 무대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IEM 월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기세를 탔다. 만약, 이번 MSI에서 2회 연속 세계 대회 우승을 거머쥔다면, TSM의 시대가 열릴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 과감한 이니시에이팅이 매력적인 '산토린'과 팀의 숨은 일꾼 '러스트보이' 함장식

팀을 나간 '어메이징'을 대신해 새롭게 TSM의 정글러가 된 '산토린'은 팬들의 의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 사실 '어메이징'이 팀에 있을 동안, TSM의 가장 약한 라인은 정글러가 아니냐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산토린'은 시작부터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 '산토린'

하지만 '산토린'은 팬들의 의심을 곧 확신으로 바꿨다. 정규 시즌동안 꾸준한 경기력으로 팀원들을 도왔다. 직접 경기를 캐리한 적도 있었다. 특유의 날카로운 움직임과 과감한 이니시에이팅은 팀의 승리를 불러오는 보증 수표와도 같았다. 최근 유행하는 정글러인 세주아니와 그라가스 등을 곧잘 다루기에, 이번 MSI에서의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사실 TSM에는 주목해야 할 선수들이 많다. TSM과 역사를 함께 한 베테랑 '다이러스'와 북미의 페이커로 불리는 '비역슨', 과감한 움직임으로 경기를 캐리하는 '와일드터틀' 등 모든 선수가 에이스다. 하지만 TSM의 경기력이 한층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한 선수는 단연 '러스트보이' 함장식이다.

▲ '러스트보이' 함장식

TSM의 경기력은 함장식 합류 전과 후로 나뉜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함장식은 북미 지역 특유의 스타일에 한국식 운영을 잘 버무려준 선수로 평가받는다. 거기에 특유의 딜러 지키기 능력으로 '비역슨'과 '와일드터틀'를 보좌한다. 최근에는 케넨 서포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미 북미 지역 최고의 서포터로 평가받고 있는 함장식의 다음 목표는 세계 최고의 서포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 유럽 제패한 '뉴' 프나틱, 과거의 영광 재현에 나선다

◎ 리빌딩에도 꺾이지 않은 강팀의 면모

이번 시즌 프나틱은 '옐로우스타'를 제외한 네 명의 선수가 새롭게 합류했다. 탑 라인과 정글에는 '후니' 허승훈과 '레인오버' 김의진을 배치했고, 미드 라인과 원거리 딜러로는 '파비밴'과 '스틸백'을 투입했다. '뉴' 프나틱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었다. 팬들은 대격변이 일어난 프나틱의 팀워크를 걱정했다.

▲ '기승전프나틱'의 주인공, 프나틱

하지만 프나틱은 팬들의 걱정을 1주 차 만에 종식했다. 허승훈과 김의진은 첫 경기부터 현지 적응을 마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거기에 '파비밴'의 슈퍼 캐리가 더해지면서 프나틱은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비록, 3주 차 들어 Unicorns of Love(이하 UoL)에게 첫 패배를 당했지만, 프나틱의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번 시즌 프나틱이 보여준 경기력의 화룡점정은 5주 차 들어 SK 게이밍에 거둔 승리였다. 프나틱은 부동의 1위인 SK 게이밍을 상대로 불의의 일격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경기 초반 김의진의 렉사이가 봇 라인과 미드 라인에 힘을 실어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중반 이후에는 허승훈의 럼블과 '스틸백'의 코르키가 경기를 지배했다.

13승 5패로 정규 시즌을 2위로 마무리한 프나틱은 준결승에서 '류' 류상욱이 소속된 H2k와 대결을 펼쳤다. 프나틱은 H2k의 패기에 눌려 세트 스코어 1:2까지 밀렸다. 하지만 단숨에 4세트 승리를 차지한 프나틱이 마지막 5세트에서도 승리하며 결승 진출을 확정했다.

프나틱이 결승에서 만나게 된 상대는 정규 시즌 1위 SK 게이밍을 잡고 올라온 UoL이었다. 이미 정규 시즌에 UoL에게 패배한 경험이 있는 프나틱이었기에, 긴장감은 배가 됐다. 하지만 '기승전프나틱'이라는 말은 괜히 생긴 것이 아니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프나틱이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 LCS EU 2015 스프링 시즌의 주인공 프나틱 (출처 : LoLesports)

1세트는 UoL의 승리였다. 프나틱은 '키키스'의 그라가스에 바론을 빼앗기며 기선제압에 실패했다. 이어 양 팀은 4세트까지 2:2 동점을 기록하며 5세트를 맞이했다. 양 팀의 운명이 걸린 5세트에서 프나틱이 승기를 잡았다. 경기 시작 약 22분 만에 일어난 드래곤 지역 한타. '옐로우스타'의 노틸러스가 궁극기로 싸움을 유도했고, 그 위에 럼블의 궁극기가 제대로 떨어졌다. 결국, 명승부 끝에 프나틱이 LCS EU 2015 스프링 시즌의 왕좌에 앉았다.

엄청난 리빌딩으로 팬들의 걱정을 산 프나틱. 하지만 프나틱의 명성은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빈틈없는 운영과 한타 집중력으로 확실하게 승리를 거두는 팀으로 진화했다. 지난 롤드컵에서 충격의 조기퇴근(?)을 겪었던 프나틱이 이번 MSI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그들은 '뉴' 프나틱이 아니던가.


◎ 완벽하게 달라진 '레인오버' 김의진과 변화무쌍한 슈퍼 캐리 '파비밴'

국내 롤챔스에서 활동할 때만 해도 '레인오버' 김의진의 별명은 '게임오버'였다. 김의진이 보여주는 지나친 공격성이 팀의 패배를 이끈다는 비판이었다. 그렇게 김의진은 국내 팬들의 날 선 비판과 진심 어린 응원을 동시에 받으며 유럽의 명문 게임단, 프나틱에 입단했다.

▲ '레인오버' 김의진

보통 팀을 옮기자마자 활약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비단 e스포츠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김의진은 원래 프나틱에서 활동했던 선수라고 해도 믿을 만큼 빠른 적응력을 선보였다. 특유의 무리한 움직임도 잘 가다듬은 모습이었다. 이제는 프나틱 소속으로 국내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낼 김의진. 유럽을 제패한 그의 경기력을 제대로 뽐낼 기회를 잡았다.

프나틱 역시 전통의 강호답게 주목할 선수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띈 선수는 '파비밴'이다. H2k 소속으로 2부 리그에서 활동하다 이번 시즌 들어 프나틱으로 둥지를 옮긴 '파비밴'은 팬들의 의구심 어린 눈빛을 한몸에 받았다. 어쩔 수 없는 절차였다. 프나틱의 미드 라인에는 항상 '엑스페케'라는 대형 스타가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 '파비밴'

하지만 팬들의 걱정은 기우였다. '파비밴은' 이번 시즌 내내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파비밴'은 르블랑과 제드, 카사딘으로 경기를 지배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 선수의 진정한 장점은 변화무쌍한 플레이 스타일이다. 이번 시즌 제라스로 전승을 거뒀다.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팀을 캐리하는 '파비밴'은 분명히 경계 대상 1호다.


■ 그들을 주목하라! 반전의 주인공 베식타스

◎ 턱걸이 진출팀에서 1위 팀이 된 그들

베식타스는 다른 스포츠 종목에도 프로팀을 가지고 있는 명문 스포츠 구단이다. 베식타스 프로 축구팀은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그럼에도 e스포츠에서 베식타스라는 이름은 생소하다. 새롭게 e스포츠 게임단이 구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베식타스 e스포츠 클럽 공식 로고

올해 초에 게임단을 시작한 베식타스의 첫 출발은 상당히 좋았다. 창단 첫 시즌 만에 터키 챔피언스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것. 베식타스는 곧바로 MSI의 남은 한 자리를 뽑는 International Wild Card Invitational(이하 IWCI)로 직행했다.

IWCI는 세계 각지의 1위 팀들이 모인, 또 하나의 MSI였다.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에 관심 있는 팬이라면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법한 게임단이 대거 출전했다. 아무리 터키 챔피언스에서 잘 나갔던 베식타스였지만, MSI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서는 험난한 길을 걸어야만 했다.

첫 경기부터 쉽지 않았다. 비자 문제로 출전하지 못한 사이공 판타스틱을 대신해 출전한 방콕 타이탄즈에게 승리를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계속된 교전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었다. 곧 경기력을 회복해 1일 차를 2승 1패로 마무리했지만, 2일 차에 2연패를 기록하며 4강 진출이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행운이 따랐다. 3일 차에 최종 순위를 놓고 순위 경쟁을 하던 오세아니아 지역 대표 치프스 e스포츠 클럽이 방콕 타이탄즈에게 패배한 것. 베식타스는 마지막 경기인 일본 대표 데토네이션 FM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 승자 승 규칙에 따라 4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다. 그리고 베식타스는 홈 팬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총 전적 3승 3패 4위의 성적으로 4강에 턱걸이했다.

▲ IWCI 1위 베식타스 (출처 : IWCI 방송 화면)

4강에서 베식타스가 만나게 된 상대는 파죽의 1위를 달리던 방콕 타이탄즈였다. 많은 이들이 방콕 타이탄즈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세트 스코어도 압도적이었다. 단 1패도 내주지 않았다. 기세를 탄 베식타스의 행보는 계속 이어졌다. 결승에서 브라질 대표 INTZ e스포츠 클럽에게 승리하며 MSI 진출권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 번의 바론 스틸이 승부를 갈랐다. 터키 현지 팬들은 베식타스의 선전에 엄청난 환호로 화답했다.

어떤 이들은 굳이 기타 지역에서 MSI나 롤드컵 등에 참가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다. 어차피 출전해봤자 '승점 자판기'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지난 롤드컵 시즌4에서 브라질 대표로 출전한 카붐 e스포츠가 어떤 역사를 써내려 갔는지 말이다.


◎ 변수 덩어리 베식타스, 모든 선수가 경계 대상

베식타스에서 주목할 만한, 혹은 의외의 활약을 선보일 선수를 꼽기는 쉽지 않다.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베식타스가 못하는 팀이었다면, 어떻게 터키 챔피언스와 IWCI에서 우승을 차지했겠는가. 특히, 각 지역 1위 팀들이 모였던 IWCI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베식타스는 충분히 강팀이다.

▲ 모든 선수가 변수 덩어리 (출처 : IWCI 방송 화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베식타스에서 특정 선수를 꼽을 수 없는 이유는 모두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다섯 명의 선수 모두 기대를 받을 자격이 있다. 이들이 IWCI에서 보여줬던 플레이 스타일과 경기력을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베식타스는 '상남자'다운 팀이다. 경기에서 패배했을 경우, 모든 선수의 KDA가 극도로 낮았다. 말 그대로 압도당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승리를 차지했을 때는 완전히 반대 상황을 연출했다. 초반부터 상대를 압살하거나, 극적인 역전승을 차지했다. KDA 또한 상당히 높았다. 마치 '내가 더 캐리를 잘한다'고 광고하는 듯했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다. 언제든지 약팀이 강팀을 압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e스포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축구공이 둥근 것처럼, 마우스는 어디로든 튈 수 있다. 유럽의 대표 미드 라이너인 '프로겐'을 경기 내내 괴롭혔던 카붐 e스포츠의 'TinOwns'를 기억할 것이다. 베식타스의 모든 선수가 이번 MSI에서 그 선수처럼 되길 진심으로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