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프로게이머는 승리에 목말라 있다. 잘 나가는 선수든 방송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든 승리에 대한 갈망은 비슷하다.

선수들은 한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많은 연습 경기를 치른다. 수많은 연습 과정을 통해 최고의 빌드를 연구하고 최적화를 위해 반복 숙달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뒤 승리하기 위해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다. 기본기 위주의 경기가 아닌 깜짝 전략을 준비했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지난 20일 열린 SK텔레콤 스타크래프트2 프로리그 2014 통합 포스트시즌 4강 SK텔레콤 T1과 CJ 엔투스 1차전에서 정우용(CJ)은 맵을 활용한 기막힌 메카닉 전략을 선보이며 김도우를 압도했다. 프로토스전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 메카닉이었기에 정우용의 연습량이 눈에 보일 정도로 신선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정우용은 21일과 22일 2, 3차전 같은 맵에서 같은 전략을 사용하다 무기력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자신의 전략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사용했겠지만 최강급 프로토스로 꼽히는 원이삭과 정윤종에게는 같은 전략이 통하지 않았다.

특히 3차전에서 정윤종은 정우용의 메카닉을 상대로 올인이 아닌 깔끔한 운영으로 승리를 거뒀다. 프로토스의 테란 메카닉에 대한 해법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 3연속 메카닉을 사용한 정우용


정우용의 뚝심은 대단했다. 정우용은 1차전에서 김도우를 상대로 짜임새 있는 메카닉 전략을 구사하며 2014 GSL 시즌1 우승자 김도우를 꼼짝 못하게 했다. 이어진 2차전에서도 아웃복서에 출전해 원이삭을 상대로 같은 전략을 구사했지만 불멸자와 점멸 추적자 뚫기에 패배했다. 하지만 그는 마지막 3차전에서도 메카닉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관측선을 통해 조기에 메카닉 체제 확인


3연속 아웃복서에 출전한 정우용이었기에 메카닉에 대한 의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정윤종이었다. 그러므로 관측선을 통해 정우용이 또 메카닉 빌드를 시전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했다. 3일 연속으로 진행되는 프로리그 통합 포스트 시즌이기 때문에 연습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우용은 또 메카닉을 꺼내 들었다. 이 때 관심사는 정윤종의 대처 방법에 집중됐다.

▲ 양 섬 확장 전략은 신선했다.


정우용도 기존 사용했던 메카닉 빌드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를 보여줬다. 아웃복서 메카닉의 핵심은 '섬 확장'을 바탕으로 한 장기전이었는데, 이미 사용했던 섬 확장 전략에 '타이밍'의 변화를 줬다. 의료선이 나오자마자 섬 확장을 시도하지 않고, 자신의 제 2확장을 안정화 시킨 뒤 양 섬을 동시에 가져가는 것이었다. 둘 중 하나만 돌아가도 성공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 얼마만에 만나보는 우주모함이란 말인가


정우용의 메카닉에 맞선 프로토스의 선택은 다름 아닌 '우주모함'이었다. 사실 스타2에서 우주모함은 '우주뭐함?'이라 불릴 정도로 쓸모가 없는 유닛이지만 테란의 메카닉을 상대로는 최강의 유닛이다. 정윤종은 지상 병력을 최소화하면서 빠르게 우주모함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 때 정우용은 스캐너 탐색을 통해 우주모함이 생산 중인 것을 조기에 발견했으나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스타1에서도 그러하듯 스타2에서도 우주모함이 쌓이기 직전에 메카닉의 공격 타이밍이 존재한다. 그러나 정우용은 공격할 의도가 없었다.

아쉬운 판단이었다. 연습 과정에서 우주모함을 많이 겪어봤고 그 결과, 후반으로 가도 자신이 있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의아한 판단이었다. 우주모함을 준비하던 프로토스의 병력은 기껏해야 점멸 추적자 소수와 거신 1~2기였다. 이미 1차전 김도우와 경기에서 메카닉이라는 필살 전략을 보여준 정우용의 머릿속엔 '후반으로만 가면 무조건 이긴다'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 스타1 만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강력하다


결국 시간을 내준 테란은 우주모함에 의해 섬 확장을 내주고 만다. 행성요새에 다수 미사일 터렛까지 건설했지만 지켜내지 못하면서 자원적인 손해만 입게 됐다.

▲ 메카닉의 천적, 우주모함과 폭풍함!


정우용은 쌓여가는 프로토스의 우주모함과 폭풍함을 상대로 이도 저도 아닌 체제를 선보였다. 바이킹, 토르, 땅거미 지뢰, 어느 하나 주력이 아니었다. 게다가 땅거미 지뢰의 판단도 의아했다. 물론 땅거미 지뢰 다수가 우주모함과 폭풍함의 밑으로 이동하여 매설되기만 하면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프로토스에겐 '사이오닉 폭풍'이 있다. 결국 정우용은 정면 싸움에서 프로토스 주력병력에 흠집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

정윤종은 원이삭과 다르게 자신의 장기인 단단함을 무기 기반으로 한 운영을 통해 정우용의 메카닉을 격파했다. 물론, 세 번의 메카닉 플레이를 통해 정우용이 아웃복서에서 이 빌드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는지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연습을 통한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심과 자신감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짜여진 대로가 아니라 상대 체제에 맞춰 과감한 공격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