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공정해야 한다. 같은 룰, 같은 방법으로 대결해야 한다. 하지만 스포츠는 보는 시각에 따라 공평하지 않은 부분도 있다.

사람은 다 똑같지 않다. 그래서 공평하지 않다. 예를들면, 복싱 선수는 팔이 조금 더 긴 쪽이 유리하다. 육상 선수인 우사인 볼트는 척추가 변형되는 장애인 척추측만증이 달리기에 도움이 됐다. 심한 골반의 흔들림으로 인해 보통 사람보다 보폭이 20cm 더 길다. 그래서 우사인 볼트만이 가지는 유리함이 있다.

게임을 가지고 하는 e스포츠도 마찬가지로 공평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게임은 변화한다. 특히, LoL이나 도타2같은 AOS는 규칙이 자주 바뀐다. 주로 챔피언이나 아이템 등 게임내의 규칙. 즉 밸런스다.




■ 완벽한 밸런스는 없다!

LoL은 10가지 다른 챔피언이 등장한다. 공평한 게임을 위해서라면 한 가지 챔피언을 모두 선택하면 되지만,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 열 명의 레넥톤이 소환사의 협곡에 등장하는 것을 상상하고 싶지 않다.

선수들은 백 가지가 넘는 챔피언 중 각기 다른 열 명의 챔피언을 선택한다. 하지만 매경기마다 등장하는 챔피언은 비슷하다. 탑의 쉬바나, 레넥톤, 문도박사. 정글의 리 신, 엘리스, 카직스, 판테온. 롤챔스를 즐겨 보는 팬이라면, 눈을 감더라도 그 챔피언이 나와서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상상할 수 있다.

왜 이런 챔피언들만 나오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 생각해 봐도 '최근 메타에 맞고, 강해서' 또는 비슷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OP'(Over Power)라서 그렇다.

그렇다면, 최근에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챔피언을 모두 하향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100가지의 챔피언을 밸런스 있게 맞추는 게 쉬울까?

몇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바둑도 선수를 잡는 흑이 유리하기 때문에 6집 반의 덤을 준다. 1940년대에는 4집, 70년대에는 5집 반, 그래도 흑이 유리하다고 판단해 8집까지 준 적이 있다. 바둑도 몇십 년에 거쳐 밸런스를 잡아가는 단계이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밸런스 있는 게임은 '가위바위보' 밖에 없다. 애초에 100가지의 다른 챔피언의 밸런스를 완벽하게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밸런스를 잡지 않기엔 게임이 너무 재미없어진다. 기자가 플레이해 본 AOS류 최악의 OP 챔피언은, 카오스의 '무뇌왕'이었다. 캐릭터 선택에서 무작위 영웅 뽑기를 하면 낮은 확률로 등장하는 '히든 영웅'이었던 무뇌왕은 너무 강력했기 때문에 게임을 박살 냈다. 상대방은 무뇌왕의 강력함에 지쳐 게임에서 나가버렸고, 기자는 무뇌왕의 강력함을 즐기지도 못한 채 건조한 승리를 맛볼 수밖에 없었다. 이기고도 찝찝한 기분을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챔피언 간 밸런스를 꼭 잡아야 한다.



■ LoL은 하향 평준화, 도타2는 상향 평준화?





"LoL은 하향 평준화 패치를 한다. 도타2는 상향 평준화 패치를 한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LoL은 평균이라는 기준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내는 챔피언의 성능을 '하향'해서 평균에 맞추는 패치를 한다는 얘기고, 도타2는 OP라는 기준에 모자라는 챔피언의 성능을 '상향'해서 기준에 맞추는 패치를 한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맞는 얘기긴 하지만, 실제로 그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반응은 어떨까.

도타2에 '대지령'이라는 챔피언이 있다. 도타2의 전작인 도타 올스타즈때부터 있던 챔피언인데 굉장히 강력한 능력을 갖췄다. 공개방에서 승률은 말할 것도 없었다. 서포터와 미드 라인, 오프 레인을 넘나들며 활약한 '대지령'은 최근에서야 하향패치가 되었다. 60%에 육박하던 승률은 이제 최하위인 31.94%다. 지금 유저들이 가장 선택하지 않는 챔피언 또한 대지령이다.

상향 평준화를 컨셉으로 잡고 패치를 한다면 왜 대지령이 이렇게까지 하향되었어야 했나. 너무 강했기 때문일까? 도타2 대회에서 자주 보이던 연금술사도 하향, 공개방에서 미칠듯한 승률을 보여주던 늑대인간도 하향됐다. 밸브(도타 2 개발사)가 생각하는 챔피언 평균 파워 기준이 라이엇(LoL 개발사)보다 높을지 몰라도, 결국 상향과 하향을 반복한다. 무조건 상향 평준화 패치만은 하지 않는단 얘기다.

LoL도 마찬가지다. 하향 평준화 패치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LoL이 이런 패치만 반복한다면, 10년 뒤엔 공격력 1, 주문력1, 체력 100짜리 챔피언들만 가득할 듯"이라고 성낸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실제로 패치 결과를 보면 그런 목소리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우주쓰레기'였던 카르마도 재설계 패치 후에 대회에서 등장하고 있고, 상향 패치를 받은 시비르도 롤챔스의 단골이다. LoL도 상향과 하향을 반복하며 '밸런스 시소'를 타고 있다.

※ 패치의 단골 손님, 카직스의 변화

2013-1-30 : 보이지 않는 위협 피해량, 둔화 효과 하향, 공포 감지, 고립 피해 감소 ☞ 전체적 하향
2013-6-25 : 공포 감지 상향, 공허의 가시 하향, 공허의 습격 상향 ☞ 전체적 하향
2013-10-13 : 공허의 가시 상향 ☞ 전체적 상향
2014-3-5 : 거대 갈고리 진화, 도약 하향, 공허의 습격 상향, 활성 보호색 진화 상향 ☞ 전체적 상향
현재 : 다이아 승률 55%, 챌린저 승률 60.44% ☞ 하향 예상


■ 하지만 최근 LoL 패치는 문제가 있다?

최적의 밸런스를 찾기 위해 노력은 보인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밸런스에 대한 불만은 있다. 특히 지나친 변경으로 유저들이 플레이할 의욕까지 죽이는 패치가 그 논쟁의 중심이다.

4월 8일에 4.5 패치 노트가 공개됐다. 주요 내용은 그라가스, 렝가의 재설계다. 지금까지 그라가스는 미드 라이너 챔피언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다. 롤챔스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나진 실드의 '꿍' 유병준은 그라가스로 일약 스타가 됐다. 그런 그라가스가 이번 패치로 큰 변화를 맞았다. 멀리서 술통을 굴리며 대미지를 입히고, 배치기로 도망치는 모습이 라이엇이 바라는 '술 취한 싸움꾼' 컨셉과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그라가스를 미드 라이너로 사용하기 힘들어졌고, 승률은 곤두박질쳤다. 50%를 훨씬 상회하던 그라가스가 이젠 46%의 승률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그라가스의 선택도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밴 당하지 않는다면 거의 모든 게임에 등장했던 그가, 이제는 118가지 챔피언 중 55위권이다. 챔피언의 성능을 변경 하면서, '챔피언을 플레이하고픈 의욕'까지 변경시킨 셈이다.

픽률 최하위는 우르곳이다. 우르곳은 시즌 2의 원거리 딜러&서포터 듀오의 메타를 완벽히 깨버린 독특한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너프 후 우르곳의 픽률은 0.3%다. 왜 라이엇은 우르곳에 신경을 쓰지 않는지 궁금하다. 가장 재설계가 필요한 챔피언은 우르곳, 갈리오, 빅토르 같은 픽률과 승률, 모두 낮은 챔피언 아닐까?



밸런스 패치는 필요하다. LoL처럼 자주 해도 좋고, 도타2처럼 한꺼번에 몰아서 해도 좋다. 하지만 밸런스 패치를 할 때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한다. 잘나가는 챔피언을 과감한 하향 패치로, 예전에 했던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트위스티드 페이트, 신지드, 우르곳은 하향 패치로 그 챔피언을 플레이 할 의욕까지 하향했다. 라이엇이 긴 시간동안 재설계를 한 스카너, 제라스는 솔로 랭크 픽률이 바닥이다. 우린 다시 그 챔피언들이 롤챔스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싶다. 롤챔스에 등장하는 노잼톤, 또바나, '매일 보는 챔피언'이 아니라, 100가지 챔피언 중에 어느 챔피언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밸런스를 바란다.

"힘의 균형은 유지되어야 한다!" -카사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