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목) 4.14 패치가 적용되었다. 시즌4 월드 챔피언십에 적용될 버전이기에 패치 내용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특히, 신규 챔피언 나르의 등장이 만들어 낼 결과에 대해 많은 유저들의 이목이 쏠렸다. 최근 1티어로 떠오르고 있는 마오카이의 너프가 탑 생태계에 몰고 올 파장 또한 중요한 쟁점이었다. 4.14 패치 적용 후 일주일이 지난 현재, 리그오브레전드의 전장은 어떤 모습일까?


■ 승률 40.36% 기록! 나르, 우르곳을 넘어 승률 최하위를 기록하다

리그오브레전드 유저들 사이에 떠는 루머가 하나 있다. 바로 ‘신규 챔피언은 OP(Over powered)다!’라는 이야기. 물론 예외였던 챔피언들도 더러 있었지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챔피언들이 많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나르의 경우는 어땠을까? 나르는 원거리 딜러와 근거리 탱커를 오가는 독특한 변신 메커니즘과 강력한 스킬 콤보를 보유했기에, 실제 전장에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많은 유저들은 ‘어깨들의 지루한 라인전’이 펼쳐지는 탑 라인에 나르가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 믿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결과는 충격 그 자체였다. 승률 40.36%. 브라움이 56.19%라는 압도적인 승률로 출시 일주일 만에 랭크 게임 승률 1위의 자리에 오른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였다. 심지어 오랫동안 최하위권 승률을 기록한 우르곳의 자리를 꿰차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 우르곳, 드디어 승률 최하위에서 탈출하다! (출처 : FOW.KR)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리그오브레전드뿐만 아니라 대부분 게임은 새롭게 출시되는 챔피언 혹은 직업은 약간의 상향을 동반한 밸런싱을 보여준다. 해당 챔피언의 안정적인 정착을 꾀하는 동시에 유저들에게 사용 동기를 주기 위한 것. 특히, 리그오브레전드와 같이 다양한 챔피언 폭을 가진 게임의 경우는 ‘주류와 비주류의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와 같은 조치를 하는 것이 사실. 하지만 나르의 일주일은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에서 일어나고 있는 뜨거운 논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나르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뉜다. 티모와 우르곳만큼 같은 팀원을 좌절하게 하는 트롤 챔피언 VS 폭발적인 딜링과 강력한 CC기를 가진 OP 챔피언. 나르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석 수준의 공략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논쟁은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다.


▲ 리그오브레전드 인벤의 탑 게시판. 나르에 대한 이야기로 뜨겁다


나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은 부메랑 던지기(Q)와 슝슝(W)을 이용한 미니 나르의 라인전 능력에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갱 회피와 카이팅을 쉽게 해주는 폴짝(E) 스킬 또한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르를 최강의 라인전 능력을 보여주는 챔피언, 니달리와 비교하는 의견도 있다.

물론, 미니 나르에게는 단점이 존재한다. 허약한 맷집과 티모와 비견되는 낮은 수준의 한타 기여도가 바로 이것.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메가 나르로 변신하는 순간 모두 사라진다. 메가 나르는 강력한 체력을 보유함은 물론 모든 스킬에 군중 제어 효과가 장착되어 있다. 특히, 메가 나르의 강력한 스킬 콤보는 압도적인 대미지를 자랑하는 동시에, 상대 진형을 붕괴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나르는 변신 메커니즘을 통해 자신의 모든 약점을 상쇄시키는 OP 챔피언이’라는 것이 나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측의 핵심 주장이다.


▲ 나르의 변신 메커니즘은 상당한 변수로 작용한다 by 태금령님

▲ 올바른 나르 사용법 by 텅수컴님


하지만 나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측에서는 위의 주장이 그저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것이라고 말한다. 우선 미니 나르의 탈출기인 폴짝(E)에서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매우 훌륭한 스킬이기는 하지만, 미니 나르의 기본 공격 사거리를 고려했을 때 제대로 된 효과를 발휘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미니 나르의 기본 공격 사거리는 400으로 매우 짧은 편. 따라서 스킬과 평타를 넣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접근해야 하며, 이는 폴짝 스킬을 쓰더라도 상대 근접 챔피언 혹은 정글 챔피언의 위협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다.

미니 나르와 메가 나르의 변신 메커니즘 또한 문제의 요소를 안고 있다. 다른 챔피언들과는 다르게 메가 나르의 변신은 유저들이 원하는 타이밍에 사용할 수 없다. 분노가 최고치에 도달하면 다음 스킬을 사용하거나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메가 나르가 되기 때문. 단 한 번의 스킬 선택이 승부를 결정짓는 오늘날의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이는 큰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 북미 프로들의 나르 영상. 부메랑 회수도 상당히 난이도가 높다 by 뽕따스틱님


결국, 나르에 대한 상반된 평가는 높은 수준의 운영 난이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원하는 타이밍에 변신하거나 모든 스킬을 톱니바퀴처럼 제대로 순환시키기 위해서는 스킬 이해도는 물론, 상대의 전체적 움직임을 예측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사용하는 유저의 이해도와 숙련도에 따라 트롤 챔피언이 될 수도 있고, OP 챔피언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나르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이러한 나르의 모습은 야스오와 닮았다. 출시 직후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야스오는 높은 난이도로 인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유저들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 끝에 프로 경기에서도 활약하는 챔피언으로 거듭났고, 재평가되었다.

결국, 상당히 어려운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나르에게는 야스오와 같은 잠재력이 있는가? 아니면 애초에 우르곳보다 약한 능력치를 가진 챔피언인가? 유저들이 이 난해한 문제로 고민하는 상황에서 라이엇 게임즈는 후자를 선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PBE 서버에서의 나르는 모든 스킬이 상향되는 변경을 겪고 있다.


▲ 8/19 PBE 업데이트: 나르 버프 by Hanson님 번역


라이엇 게임즈는 4.14 패치가 월드 챔피언십에 사용될 버전임을 공식 선언했다. 아직 한 달가량의 시간이 남은 상황이기에, 신규 챔피언에 대한 사용 금지 조항이 나르에게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과연 나르는 치열한 논쟁 끝에 월드 챔피언십 깜짝 등장이라는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나르의 내일에 유저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고 있다.



■ 단지, 세계수의 이파리 몇 장이 떨어졌을 뿐. 마오카이, 여전히 고공행진!

4.14 패치에서 라이엇 게임즈는 상당히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줬다. 리그오브레전드 역사상 가장 많은 챔피언이 변경되었던 4.13 패치와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시즌을 정리하는 최대의 행사, 월드 챔피언십을 앞두고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결과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프로 경기에 자주 등장하는 몇몇 챔피언들이 패치 노트에 이름을 올린 상황. 패치가 끼칠 영향에 많은 유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이번 패치에서 하향을 겪은 주요 챔피언 중에는 렝가, 모르가나, 오리아나, 마오카이가 있다. 이들 중에서 렝가의 하락세가 가장 컸다. 렝가는 궁극인인 사냥의 전율(R)의 경고 범위가 1000에서 1250으로 넓어지고 재사용 대기 시간도 120/95/70초에서 150/110/70초로 길어지는 변경이 있었다. 은신을 통한 기습적인 이니시에이팅이 핵심인 렝가에게 이는 큰 타격이었고, 결국 승률 하락을 면치 못했다.


▲ 4.14 패치 이후 렝가 승률 추이. 상위 티어에서의 하락 폭이 눈에 띈다
(출처 : FOW.KR)


모르가나의 경우에는 렝가만큼 타격이 크지는 않았다. 칠흑의 방패(E)의 마법 피해 흡수량과 영혼의 족쇄(R)의 대미지가 하향되었던 모르가나는 패치 직후 급격한 승률 하락을 경험했지만, 이내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오리아나는 플래티넘 티어와 다이아몬드 티어에서 급격한 승률 하락을 경험했다. 물론 패치 이틀째를 기점으로 승률을 회복하는 양상을 띠었지만, 승률 50%를 넘기는 데는 실패했다. 패시브 스킬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기본 공격을 지속적으로 섞어주는 오리아나에게 기본 공격력 하락은 라인전 단계에서 작지 않은 타격이었다.


▲ 모르가나의 승률은 패치 직후 하락. 하지만 곧 회복세로 돌입한다
(출처 : FOW.KR)

▲ 상위 티어에서 급격한 승률 하락을 경험한 오리아나
(출처 : FOW.KR)


한편, 알리스타와 함께 ‘소나무 메타’를 이끄는 마오카이는 너프 속에서도 건재함을 유지했다. 이번 패치를 통해 이동 스킬인 뒤틀린 전진(W)과 궁극기인 복수의 소용돌이(R)가 하향되었다. 특히, 복수의 소용돌이는 활성화/비활성화 형태의 기존 메커니즘에 ‘최대 지속 시간 10초로 제한’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붙었다.

마오카이에게 복수의 소용돌이가 지니는 의미를 고려했을 때, 상당히 큰 너프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마오카이의 밴율은 여전히 80% 수준을 유지했고, 챌린저 티어에서는 71%라는 기록적인 승률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패치에 있어 메타의 영향력이 상당히 커졌음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결과였다.


▲ 이파리 몇 개만 떨어졌을 뿐. '소나무 메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마오카이의 밴율은 여전히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출처 : FOW.KR)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4.14 패치는 시즌4의 대미를 장식할 월드 챔피언십의 버전이 되었다. 현재 추이를 보았을 때, 알리스타와 마오카이가 만들어 내는 ‘소나무 메타’는 월드 챔피언십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모르가나와 오리아나 또한 자신의 포지션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월드 챔피언십! 과연 어떤 챔피언들이 어떤 이야기를 만들 지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된다.


▲ 결코 뽑히지 않는 마오카이의 위용은 월드 챔피언십까지 이어질 것인가?
(출처 : http://www.gifbin.com/9875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