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참으로 재미있는 단어입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게 되면, 소중하고 특별한 일로 변하게 됩니다. 첫 사랑, 첫 데이트, 첫 등교처럼 말이죠.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우리를 설레게 하는 것이 바로 ‘처음’의 의미이자 가치입니다. 그리고 만약 처음의 대상이 오랫동안 꿈꿔왔던 것이었다면, 그 두근거림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여기 두 남자가 있습니다. ‘처음’이라는 단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오랜 경력의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의 가슴은 두근거리며, 첫 롤드컵에 설렙니다. 롤드컵은 그들에게 간절했던 꿈이었지만, 롤드컵의 문턱에서 매번 좌절했습니다. 꿈을 버릴 수 없었기에, 그들은 한국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결국 꿈을 이뤘고,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첫 롤드컵 출전’이라는 타이틀을 달아 주기에는 너무나 익숙한 두 이름. 바로 ‘인섹’ 최인석과 ‘러스트보이’ 함장식입니다.


▲ 처음같지 않은 익숙함으로 그들이 롤드컵에 등장한다!
(좌 : '인섹' 최인석, 우 : '러스트보이' 함장식)



■ 반전의 첫 출전?! ‘인섹’ 최인석, 드디어 롤드컵 무대를 밟다!

지난 9월 7일,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시즌 4 중국대표선발전 승자전. 영원한 고통(?) 속에서 절망하던 한 남자에게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인섹’ 최인석이 소속된 로얄클럽이 OMG와의 대결에서 2대 0 완승을 거둔 것. 이로써 ‘인섹’ 최인석은 2012년 8월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래, 첫 롤드컵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습니다.


▲ 시즌 4 롤드컵에서 그의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인섹’ 최인석은 한 때, 누구나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정글러인 동시에, ‘인섹킥’이라는 단어를 창조한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캐리하는 정글러는 이런 것이다!’를 외치는 듯한 화려한 플레이는 수많은 팬들의 마음을 열기 충분했죠. 하지만 이 남자에게 허락되지 않은 무대가 있었습니다. 바로 롤드컵입니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있었지만, 세계 최고의 무대에 오르지 못하는 고통의 시간들. 그렇게 그는 한국 무대를 떠났고, 롤드컵은 이루지 못할 꿈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인섹’ 최인석 스스로는 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롤드컵 때 다시 한국에 돌아오겠다”라는 말을 남기고 로얄 클럽으로 이적합니다.

중국에서의 도전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로얄 클럽은 시즌 3 롤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명문 팀이었지만, LPL 스프링 2014에서는 6위에 머무는 등 부진을 거듭하고 있었죠. 하지만 ‘인섹’ 최인석은 KT 롤스터에서 함께 활약한 ‘제로’ 윤경섭과 함께 로얄 클럽을 다시 한 번 롤드컵 무대에 올려놓습니다.


▲ 함께 로얄 클럽에 이적한 '인섹' 최인석과 '제로' 윤경섭
그들은 16강 관문을 넘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인섹’ 최인석이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지키기 위해서는 치열한 16강 조별리그를 통과해야 합니다. 그나마 한국 팀은 피했지만,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갖춘 해외 팀과의 일전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팬들은 그의 ‘인섹킥’이 다시 한 번 한국 무대에서, 그것도 롤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부활하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 팬들의 소망대로 그는 한국으로 멋지게 돌아올 수 있을까요?


▲ '인섹' 최인석은 중국리그 LPL에 그토록 바라던 펜타킬을 기록한다



■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러스트보이' 함장식, 반전의 롤드컵 첫 출전!

‘러스트보이’ 함장식! 그는 분명 한국리그를 대표하는 서포터 중 한 명이었습니다. 2012년 봄, 롤 챔피언스의 첫 번째 시즌이 개막되었습니다. 그리고 ‘러스트보이’ 함장식이 활약하던 MIG 블레이즈(현 CJ 블레이즈)가 초대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죠. 그는 이어진 시즌들에서도 꾸준한 활약을 선보이며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유지합니다. 2013 롤 챔피언스 스프링에서는 13연승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우는 데 기여하죠.


▲ 2012 롤 챔피언스 스프링 우승 당시 MIG 블레이즈의 맴버들
결국, '러스트보이' 함장식만이 롤드컵에 진출하게 되었다


하지만 최고라 평가받는 팀의 최고의 선수였지만, 롤드컵만은 그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러스트보이’ 함장식은 시즌3 롤드컵 한국대표선발전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고, 결국 생애 첫 롤드컵 진출에 실패합니다. 곧바로 펼쳐진 WCG 2013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활약을 펼쳤기에, 롤드컵에 대한 미련은 더욱 컸죠.

2014년이 왔고, ‘러스트보이’ 함장식은 이제 프로 2년차가 넘어가는 고참 선수가 되었습니다. 선수 수명이 상당히 짧은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에서 흔치 않은 일이죠. 결국, 2014 롤챔스 스프링을 마지막으로 그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CJ 블레이즈를 떠납니다.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고, 더 이상을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러스트보이’ 함장식 스스로는 포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꿈꿨습니다. CJ 블레이즈 탈퇴 한 달 후, 그는 북미 Team SoloMid(이하 TSM)로의 입단을 선언합니다.


▲ '러스트보이' 함장식은 'Gleeb'를 대신해 TSM의 서포터가 된다!


시작은 좋았습니다. ‘러스트보이’ 함장식은 EG와의 북미 리그 데뷔전에서 안정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며 팀에게 승리를 안겨줍니다. 연이어 전통의 강호 CLG까지 잡아내는 데 성공. 두 번째 선수 인생을 산뜻하게 출발했죠. 하지만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했지만,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TSM의 원거리 딜러인 ‘와일드터틀’ Jason Tran과의 플레이 스타일이 다소 맞지 않았으며, 이를 극복하기에는 언어와 경험의 차이가 여전히 심했던 것이죠.

그러나 ‘러스트보이’ 함장식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정규시즌이 끝나고 진행된 LCS 섬머 플레이오프. TSM의 부진한 경기력 속에서도 그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과거에 비해 서포터로서 호흡과 기량이 더욱 발전했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습니다.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에 있어 서포터는 팀을 지탱하는 뿌리와 같은 것. ‘러스트보이’ 함장식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기반으로 TSM의 경기력은 향상됩니다. 결국, TSM은 롤드컵 진출은 물론, LCS NA 우승과 롤드컵 1번 시드 획득에 성공하죠.

이렇게 ‘러스트보이’ 함장식은 블레이즈 소속으로도 이루지 못했던 꿈을 한국이 아닌 북미에서 이뤄냅니다. 모두가 실패를 떠올릴 때, 또 다른 도전을 꿈꿨던 그였기에 이것이 가능했습니다.


▲ 북미 리그오브레전드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러스트보이' 함장식의 나미 플레이


'인섹' 최인석과 '러스트보이' 함장식!

어쩌면 두 남자에게 이번 롤드컵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이라는 설레임보다는 마지막이라는 절실함이 더욱 클 수도 있겠습니다. 한국의 국가 대표가 아닌 중국과 미국의 국가 대표라는 점이 가슴을 아프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전히 한국 팬들은 그들의 도전을 응원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치열한 16강 리그에서 살아남아 한국 무대에서 자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증명하기를 모두가 바라고 있습니다. 롤드컵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떤 선수들보다 ‘처음’이라는 단어에 설레고 긴장될 두 남자의 아름다운 롤드컵을 기대해봅니다.


▲ 다소 어색한 유니폼을 입은 두 남자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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