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서 RPG라는 말을 들으면 무심코 '자동 전투', '강화', '뽑기' 등의 단어가 연상된다. 그만큼 유저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시스템이라는 뜻이고, 반대로 말하자면 그 외에는 딱히 내세울 만한 콘텐츠가 부족했다는 이야기도 된다. 물론 모든 모바일 RPG가 그랬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 유저들이 보기에는 말이다.

우연히 출시 소식을 접한 '꿈꾸는 소녀 레브' 또한 자동 전투, 강화, 뽑기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 마냥 똑같았다면 실망했겠지만, 다른 점도 있다. 제오닉스에서 개발한 유명 TCG, '소드걸스'와도 관련이 있는 '꿈꾸는 소녀 레브'만의 세계관과 캐릭터가 제대로 녹아들었다. 특히 8090 시절의 고전 게임을 연상케하는 귀여운 SD 캐릭터와 나름의 장점을 갖춘 턴제 전투는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는 대부분 비슷하지만, 특출난 재료가 들어가지 않았어도 왠지 모르게 맛있는 식당이 분명히 있다. "꿈꾸는 소녀 레브"는 맛깔나는 비빔밥같은 게임이다. 익숙한 콘텐츠들로 채워져 있지만 제오닉스 특유의 유머와 재미가 군데군데 녹아들어 있다.

▲ 익숙한 캐릭터로 꾸며진 턴제 모바일 RPG '꿈꾸는 소녀 레브'



■ 스토리와 캐릭터가 녹아 있는 RPG


게임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익숙한 캐릭터들이 눈에 들어온다. 제오닉스에서 개발한 TCG 소드걸스의 캐릭터들이 게이머를 반겨준다. 소드걸스는 온라인 게임은 물론 보드게임으로도 발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게임, 그중에서도 시타가 주인공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물론 천리교, GS단, 크룩스 기사단 등 익숙한 캐릭터들도 다수 만나볼 수 있다.

제목에서부터 유추할 수 있듯이, 꿈꾸는 소녀 레브는 주인공들이 꿈속의 세계 '레브'를 여행한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꿈속의 세계 '레브'는 위치 퀸이 만든 곳으로 주인공 일행인 시타, 유피텔, 파르푼테는 위치 퀸의 수하인 '나이트메어'에게 속아 레브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 파르푼테가 가져온 한 권의 책, '위치 퀸의 비망록'


▲ 위치 퀸의 수하인 나이트메어에게 속아 레브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튜토리얼 격인 초반 진행은 간단한 스토리 텔링 방식으로 주인공 일행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일행이 레브의 세계로 들어와서 처음 접하는 곳은 위치 퀸이 만든 마녀 후보생 마을로 마녀 후보생들이 머무를 수 있도록 꾸며둔 곳이다.

마을에 도착하면 물약 제조사인 못사가 "레브의 세계에 있는 나이트메어를 처치해야지만, 본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앞으로의 여정을 알려준다. 이후에도 틈틈히 게임이 진행될때마다 다양한 NPC나 캐릭터들이 일행들과 이야기를 이어나가게 된다.

예를 들어 시타는 던전에 등장하는 나이트메어들을 보고 '닭처럼 생겼다.'거나, '여러 부위가 섞여 있다.'는 등의 대사를 이야기하면서 게이머들에게 몰입감과 재미를 더 해 준다.

▲ 주인공 일행이 처음 접하게 되는 곳인 마녀 후보생 마을


▲ 물약 제조사 못사가 레브의 세계를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 우리 시타는 항상 배고파요 ㅠ.ㅜ



■ 자동 전투? No! 턴제 전투의 재미를 살렸다


전투 방식은 간단하지만, 의외로 고민해볼 요소도 많다. 캐릭터나 스킬의 속도에 따라 번갈아가면서 공격하는 턴제 전투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캐릭터와 적들이 어떤 스킬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의 과정이 변화하게 된다.

특히 상태이상을 가져오거나, 상태 이상에 걸린 적들에게 추가 피해를 주는 등 연계의 요소를 갖춘 스킬들이 많기 때문에 단순한 치고 받는 식의 전투가 아니라 스킬의 순서를 조절해가면서 싸우는 전략적인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고전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라면 반가운 전투 방식이다.

또한 태그 시스템이 있어 던전 입장 시 함께 데려간 친구 캐릭터와 자신의 캐릭터를 교체하거나 현재 전투 중인 캐릭터간의 자리 교체도 가능하다. 적들이 어떤 캐릭터를 공격하는지 지시선이 보이기 때문에 체력이 적어 쓰러질 것 같은 캐릭터를 태그로 교체하는 등의 전략적인 회피도 가능하다.


▲ 캐릭터와 스킬의 속도에 따라 턴이 달리지는 턴제 전투방식이다


▲ 태그 버튼을 이용해 진형 위치 변경 또는 친구 캐릭터로 바꿀 수 있다


주인공들의 직업은 기사, 전사, 법사, 궁수, 사제, 도적 등 익숙한 분류로 나뉘어져 있으며, 파티에 속한 직업에 따라 파티 버프가 달라져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파티를 꾸며볼 수 있다. 더불어 캐릭터가 지닌 스킬마다 룬이 존재하는데, 이 역시 자신의 전투 스타일에 맞춰 자유로운 설정이 가능하다.

현재 캐릭터는 주인공 일행인 시타(전사), 유피텔(궁수), 파르푼테(법사)가 기본으로 지급되며, 캐시 아이템인 잼을 소모해 주점에서 다른 캐릭터들을 구입할 수 있다. 한번 구매하면 계속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캐시를 얻을 수 있어 큰 부담은 아니며, 또 캐릭터 별로 다양한 코스튬이 준비되어 있지만 능력치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아 과금 유저들과의 밸런스 역시 적절한 편이다.


▲ 스킬마다 다양한 룬이 있어 전투 스타일에 맞춰 세팅이 가능하다


▲ 주인공 일행 외에 주점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코스튬을 구입할 수도 있다



■ 스토리와 전투가 끝이 아니다! 그 외에 즐길 것들


다수의 모바일 게임들에서 채택하고 있는 이벤트 던전, 현상금 퀘스트, 펫 육성, 요일 던전 등의 콘텐츠들도 게이머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요소. 이벤트 던전에서는 많은 골드를 얻을 수 있고 현상금 퀘스트에서는 보물 상자를, 요일 던전에서는 요일별로 정해진 3성 레어 이상의 무기를 획득할 수 있다.

전투에도 영향을 주는 펫 육성도 재미있는 콘텐츠. 펫마다 캐릭터의 능력치를 높이는 옵션이 있어 펫이 성장할수록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다. 펫은 캐릭터와 함께 던전을 클리어해서 성장하지만, 마을에서 던전 탐사를 통해 경험치와 아이템을 동시에 얻는 방법도 있다. 단, 자신이 모두 클리어한 던전에만 펫을 탐험시킬 수 있다.

보너스 하나, 제오닉스의 센스를 느낄 수 있는 이스터 에그도 존재한다. 개발자들의 코멘트를 감상할 수 있는 옵션의 크래딧을 끝까지 보면 개발자가 준비한 소정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큰 보상은 아니지만, 모르고 받으면 의외로 반갑고 재미있는 요소.


▲ 요일 던전에서는 무기를, 현상금 퀘스트에서는 보물 상자를 얻을 수 있다


▲ 마을의 던전 탐험을 통해 펫을 육성 시킬 수도 있다


▲ 옵션의 크래딧을 모두 보면 소정의 선물이 지급된다!



■ 스토리, 캐릭터, 전투의 삼박자를 고루 갖췄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제오닉스는 판타지마스터즈나 소드걸스 등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 출시한 저력있는 게임사이다. 덕분에 몰입감 있는 스토리, 개성 있는 캐릭터, 전략의 재미를 살린 전투까지 부족할 것 없는 삼박자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은 있다. 소드걸스의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주연급은 시타뿐이고, 나머지는 조연급에 불과하다. 최근 할로윈 업데이트를 통해 시니아와 루티카가 추가되었지만, 팬이라면 당연히 좀 더 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레브를 통해 만날 수 있기를 바라기 마련이다.


▲ 주연급은 시타뿐이였지만 최근 업데이트로 시니아와 루티카가 추가되었다


턴 방식의 전투는 독특하고 재미있지만 반대로 자동 전투의 인공 지능도 아쉬운 부분. 전투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바쁜 일상 속에서 매번 수동 전투를 유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근 모바일 게임의 추세 역시 자동 전투에 큰 거부감이 없다.

모든 것이 완벽한 자동 전투는 전투의 재미를 반감시키지만, 반대로 너무 부족한 인공지능 역시 게임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지하철 등 수동 전투에 온전히 신경을 쏟기 힘든 모바일게임의 환경을 고려하면 자동 전투에 대한 배려 역시 필요하다.


▲ 자동 전투가 좋긴 하지만, 부족한 인공 지능으로 전멸할 때가 종종 있다



■ 할만한 턴제 모바일 RPG를 찾는다면 추천!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게임들이 꾸준히 등장하지만, 들어가보면 결국 그 밥에 그 나물인 경우가 많다. 새로운 콘텐츠가 꼭 재미있는 콘텐츠는 아니니까. 결국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독특한 스타일을 확립한 게임들이 의외의 성적을 보여주는 경우도 많다.

고전 게임을 연상케하는 그래픽과 턴제 방식의 전투, 소드걸스로부터 연결된 캐릭터와 세계관 등 "꿈꾸는 소녀 레브"는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콘텐츠를 잘 버무려 만든 게임이다. 제오닉스의 멋진 세계관과 캐릭터를 느껴볼 수 있는 "꿈꾸는 소녀 레브"와 함께 잊혀진 손안의 즐거움을 되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