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틸 던' 시연 영상]

캄캄한 밤. 창문 틈으로 새어 나오는 달빛 사이로 한 여성이 목욕을 하고 있다. 목욕을 마친 그녀는 긴 타월 한 장을 몸에 두르고 어둠 속을 걷는다. 그런데 걸어가는 여성 뒤에는 괴한이 지켜보고 있다. 살고자 하는 자와 죽이려고 하는 자. 누군가 자신을 뒤쫓는다는 것을 깨달은 여성은 부리나케 도망친다. 마치 먹잇감을 정한 호랑이처럼 괴한은 여성은 쫓는다. 잠시 몸을 숨길 때 파르르 떨리는 눈썹. 야밤에 벌어진 숨바꼭질은 괴한의 승리로 끝이 난다.

그 결말을 보기 전 장면이 전환된다. 창고 속에 남은 피를 뒤집어쓴 두 남녀. '언틸 던'을 끌어가는 두 주인공이다. 창고 속에는 어릴 적 사용할 법한 물건이 가득하다. 흔들 목마, 인형집과 인형들. 그 사이로 정체 모를 무엇인가가 지나간다.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 처절했던 두 남녀의 생존기를 이번 지스타2014 소니 부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공포 게임에서는 긴장감의 끈을 유지 하는 게 중요하다. 한없이 긴장감이 높게 유지되면 게임을 하는데 피곤해진다. 그렇다고 아무런 장치가 없다면 게임이 재미없다. 그런 면에서 이번 시연 버전 '언틸 던' 극 초반부는 불만이 많다. 흔들 목마의 움직임이나, 눈없는 인형이 바라보는 장면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피를 뒤집어쓴 두 남녀의 극한 심정은 전해지지 않는다.

'언틸 던'의 게임 진행 속도는 느린 편이다. 열쇠를 찾고 책을 읽으며 서서히 게임에 빠져들 수 있는 형태다. 시연 버전임에도 상당한 양의 컷신이 포함되어 있다. 캄캄한 어둠 속을 랜턴 하나에 의지해 나가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좋은 형태다. 대신 조작할 요소가 적어지면서 게임이 조금 지루해지는 경향이 있다. 액션이 강한 게임이 아니기에 두 남녀의 상황에 빠져들지 못한다면 재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


창고 속에서 열쇠를 찾은 두 남녀는 연기가 나오는 문을 열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여성이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갑자기 등장하는 이상한 모양의 귀신. 급하게 뛰어들어간 남성과 겁에 질려 들어가지 못한 여성. 그 가운데 있는 문은 갑작스레 닫힌다. 다급하게 여성은 문을 두들긴다. 열릴 것 같지 않은 문은 의외로 쉽게 열리고 그들은 다시 가던 길을 나아간다.

호러 게임에서 귀신의 존재는 상황을 급변하게 만드는 요소다. 극적인 상황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언틸 던'의 귀신은 유용하게 쓰인다. 문을 열기 위해 퍼즐을 풀다 보면 공포 게임의 이미지는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긴장감이 어느 정도 풀어진 상황에서 다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갑작스레 등장하는 귀신을 사용했다.

급박한 상황이 있다면 다시 긴장을 살짝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귀신을 만나 놀랜 마음을 안정시켜주기 위해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는 장치를 심어뒀다. 두 남녀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갑자기 뜨는 확인 표시는 자연스레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그리고 그 속에는 하나씩 원하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모든 것이 정답이 아니다. 오답도 있으면서 긴장감을 유지시켜 준다.


책과 함께 새로운 장비인 가위를 챙기고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저기 흝어져 있는 물건들을 확인한다. 그 속에는 섬뜩한 인형 머리가 있다. 여성은 물건을 집어 이리저리 돌려보며 확인한다. 그러자 갑자기 그 속에 있던 많은 바퀴벌레들이 일제히 반응하며 눈 속에서 기어나온다. 기겁한 여성은 놀래서 급히 손에 들고 있던 것을 놓는다.

놀랜 마음을 진정시키고 갈 길을 나아간다. 앞서 걷던 남성이 발걸음을 멈추고 이것저것 묻는다. 여성은 남성이 문는 질문에 답한다. 동정을 하거나 그리워하기도 하고, 찾으러 간다고 직접 건의하기도 하고 혹은 무섭다고 실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하나씩 단서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의견을 교환한다.


게임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등장하는 대화는 유저에게 질문을 한다. 양념치킨을 먹을 것인지, 후라이드치킨을 먹을 것인지. 이렇게 던져진 질문에 답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진행될 수 있다. 조금 뒤에 다루겠지만, 이런 선택적 요소는 극적인 부분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하나씩 단서를 찾아가던 두 남녀는 의문의 방으로 들어간다. 문도 상당히 무겁다. 남성 혼자서 지지하기에 버겁다. 따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 끝에 여성은 남성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 방 안에서 처음 봤던 여성의 시체를 발견한다. 여성은 크게 울고 남성은 그런 여성을 달랜다. 끝없는 여성의 절규. 그 둘의 뒤로 의문의 인물이 등장한다. 이미 남성을 공격한 괴한은 여성도 노린다. 대응하기엔 힘이 부족했다. 의식을 잃는다.

눈을 뜨고 보니 손발이 묶여있다. 둘 사이에 있는 책상 위에는 권총 한 자루가 있다. 남성의 오른팔만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다. 다급하게 탈출하는 방법을 찾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그리고 목소리가 들려온다. 두 사람의 머리 위에는 날이 선 톱니바퀴가 돌면서 머리 위로 내려오고 있다.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한다. 남성은 급하게 권총을 든다. 그리고 선택을 한다.


영화 '쏘우'가 떠올랐다. 사람들을 가둬놓고 게임을 즐기는 악마. 의문의 남성은 그런 악마일지도 모른다. 이전까지 밋밋하게만 흘러가다가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면서 가장 재밌는 상황이 연출된다. 여성과 남성. 누가 살아남아야 옳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이번 시연 버전으로는 알 수 없었다. 괴한이 등장하는 순간부터 전체적으로 축 처지던 분위기는 다시 극적인 긴장감이 돌았다. 특정 상황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요소는 극대화됐다. 이렇게 시연이 끝나는 것이 아쉬웠다.

매우 짧은 시간. 길어야 30분 정도의 플레이 시간이었다. 게임 전체를 즐기기에는 부족했지만, 시연 버전은 '언틸 던'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핵심 스토리를 풀어가는 여러 단계. 각종 단서와 도구를 통해 풀어나가는 퍼즐적인 요소와 긴장감을 높이고 낮추는 숨은 단계가 숨어 있다. 아직 초반부에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흡입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지만, 이런 부분은 시연 버전의 특성상 전체 콘텐츠를 압축해서 보여줬기 때문에 만족할만한 수준이 아니었을 거다. 시연 버전 이후에 두 남녀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끝이 어떤 모습일까. '언틸 던'을 시연해 보면서 그들의 완성된 이야기를 하루빨리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