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오브탱크 블리츠의 iOS버전이 등장한 지 반 년, 블리츠는 드디어 안드로이드 버전 출시와 함께 완성된 모습을 선보였다. 한국에서는 '국민 게임' 수준의 메가 히트를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애플 앱스토어에서 선정한 '베스트 게임'에 선정되며 세계 곳곳에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도 했다.


블리츠는 iOS에 이어 안드로이드 버전을 내놓으면서 성공적으로 완성 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모바일 게임으로는 보기 어려울 만큼의 볼륨과 깊이있는 전투 구현은 PC버전 월드오브탱크에서 느낄 수 있었던 재미를 그대로 가져왔다는 평을 받는다.



▲지난 6월 iOS 출시에 이어, 12월에 안드로이드 버전을 발표한 월드오브탱크 블리츠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월드오브탱크에서 볼 수 있었던 주요 전차들을 게임으로 옮겨놓았다는 점이다. 아직 국가의 종류나 연구 트리의 볼륨은 PC 버전에 비하면 단촐한 수준이다. 하지만 새로운 국가와 전차 트리를 빠른 속도로 꾸준하게 업데이트 하고 있는 만큼, 수 개월 내에 PC버전에서 볼 수 있었던 풍성한 연구 트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월드오브탱크 특유의 정교한 전차전을 모바일로 재현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각 전차의 관통력과 피격 부위의 방호력을 계산하여 공격 성공과 실패, 혹은 피해량의 증감을 계산하는 방식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PC 버전과 같이 전차장 큐폴라나 아주 작은 관측창을 노려 관통시키는 정교한 플레이는 어렵지만, 월드오브탱크 하면 떠오르는 그 전투의 느낌은 충분히 살렸다.



▲PC 버전의 느낌을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점은 블리츠의 가장 큰 자랑거리 중 하나다


블리츠의 성공이 단순히 PC버전을 모바일로 옮겨놓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조금은 복잡했던 콘텐츠들을 모바일 환경에 어울리게 간소화 시킨 부분도 호평을 받았다. 먼저, 가로 세로 1000m에 달했던 PC버전의 넓은 전장을 버리고 7:7에 어울리는 작은 전장을 새롭게 구성한 것이 시작이었다. 15:15 전투가 7:7로 변화한 만큼 전장의 크기가 작아졌고, 작은 지도 안에 다양한 지형이 빼곡하게 들어차게 되었다. 크기는 작아졌지만, 지형의 높낮이와 엄폐물 등 다양한 전략적 요소가 배치되어 있어 마구잡이식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도 낮추었다.


이와 함께 캐주얼하게 변경된 승무원 스킬 등은 자칫 너무 무거워질 수 있었던 블리츠를 모바일 환경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꾸며주었다. 특히 승무원 스킬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전차의 성능 자체를 증가시키기도 하는 등 '고증'이라는 틀에 갇혀 있었던 월드오브탱크가 시도할 수 없었던 다양한 도전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전차마다, 수 십명의 승무원마다 별도의 경험치가 존재하고 각각의 스킬을 올려야만 했던 PC 버전과는 달리 블리츠는 스킬 경험치와 시스템을 계정 하나에 통합시켰다. 이 중에서 병과에 따른 스킬을 습득하게 되고, 이후 자신이 해당 병과의 전차를 탑승하면 자동으로 그 스킬이 발동된다.



▲자동 조준 시스템의 기본 탑재로 전투 상황에서의 편의를 높였다



▲스킬 시스템은 PC 버전의 그것을 간소화 시킨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관통력이나 기동력과 같은 전차 자체의 성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가챠'가 난무하는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PC버전과 동일한 수준의 과금제를 적용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월드오브탱크는 그동안 한결같은 과금 시스템을 고수해 왔다. 이제는 부분 유료화를 나타내는 말이 되어버린 'FREE TO PLAY'에 그치지 않고 게임에서의 승패에 결제가 영향을 미치지 않는, 'FREE TO WIN' 개념을 블리츠에도 적용한 것이다.


물론 결제를 통해 골드나 프리미엄을 이용하면 플레이는 더욱 쾌적해진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리미엄 계정이다. 프리미엄은 크레딧과 경험치 획득량이 대폭 증가하기 때문에 전차를 더욱 빠르게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성장 속도를 증가 시킨다. 하지만 전투에서만큼은 각 전차 티어에 따라 상대로 만날 수 있는 전차의 종류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무과금 유저와 과금 유저의 격차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전투를 즐기는 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과금 시스템도 후한 평가를 받는다


충분히 검증된 원작에 충실한 기본 시스템을 통해 단단히 기반을 닦았고, 그 위에 무게를 줄인 캐주얼한 요소를 쌓아올렸다. 여기에 iOS, 안드로이드 기기 대부분에서 플레이가 가능하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훌륭하게 완성된 게임이다. 뿐만 아니라 빠른 속도의 업데이트가 더해졌으니 더할 나위가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블리츠는 아직 완벽한 게임은 아니다. 특히, 모바일 게임 치고는 무거운 게임이라는 평이 많다. 이는 오로지 7:7 멀티 플레이만 가능하다는 태생적 한계가 작용한 탓이 크다. 모바일 게임은 출퇴근길이나 잠깐의 여유시간에 즐길 수 있고, 원하는 때에 종료할 수 있어야 한다. 블리츠는 전투 중에 게임을 종료할 경우 다른 6명의 아군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어찌 보면 모바일 게임에서의 멀티 플레이가 갖는 전형적인 딜레마로도 볼 수 있다. 다른 유저들과 함께 게임한다는 점은 더욱 깊이있는 플레이가 가능해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그만큼 가볍게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게임에서 나간다 = 아군이 패배한다 = 민폐다


워게이밍이 이런 점들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을 터, 월드오브탱크 블리츠를 총괄하는 PM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PC버전의 월드오브탱크를 옮겨오는 것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블리츠만의 색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그 예로 든 것이 '칼 자주포 모드'나 '탱크 레이스 모드'와 같은 캐주얼한 특별 게임 모드였다.


칼 자주포 모드나 탱크 레이스 모드는 그동안 PC버전의 월드오브탱크에서 만우절이나 대형 업데이트 등에 맞추어 주기적으로 선보여 왔던 특별 모드다. 특별 모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인기를 끌며 화제를 모은 바 있지만, 핵심 콘텐츠인 전투와는 크게 동떨어져 있었던 만큼 일정 기간만 플레이가 가능했고 곧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월드오브탱크가 만우절 기념으로 선보였던 '칼 자주포 모드'



▲일반 전투에도 적용된 점령 시스템에 레이스 개념을 더했던 '탱크 레이스 모드'


워게이밍이 이렇게 독립적인 게임 모드를 블리츠만의 콘텐츠로 녹여낼 의향도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워게이밍의 작품들은 그동안 '어렵다'는 평이 많았다. 역사적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되다 보니 진중한 맛은 있지만 가볍게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작품들이 많았던 탓이다.


하지만 워게이밍은 월드오브탱크의 콘솔 버전인 'X-BOX 에디션'이나 블리츠와 같은 이식 작품을 통해서 점차 그 벽을 허물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편의성 개선의 측면에서 머물렀다. PC 버전에서도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을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차원에서 그쳤던 것들이 점점 확장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PC 버전에 비해 아케이드성을 부각시켰던 월드오브탱크 Xbox에디션


물론 블리츠가 월드오브탱크 특유의 전투 시스템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거듭나리라는 기대를 하기에는 너무도 먼 길을 와버렸다. 블리츠도 월드오브탱크 시리즈인 만큼, 전투가 주 콘텐츠가 되어야만 하는 숙명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승무원 스킬 시스템이나 연구 트리 간소화 등의 사례를 보면, 블리츠는 PC버전의 그늘에서 머무르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만든다.


성공적인 출발을 이루어낸 블리츠는 이제 PC버전을 모바일에서도 할 수 있다는 점 이외의, 블리츠만의 매력을 찾아야 할 때를 맞이했다. 이미 그 가닥은 '캐주얼'로 잡힌 듯 하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플랫폼에 걸맞는 대중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캐주얼의 옷을 입은 월드오브탱크 블리츠는 과연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블리츠의 이후 행보에 많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