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과 이에 대한 정확한 이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상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기도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2015) 첫 세션인 'Reactive Game Development: The Talos Principle Postmortem' 에서는 '탈로스 법칙(The Talos Principle)'을 개발한 '크로팀(Croteam)'의 프로젝트 리더인 '알렌 라다백(Alen Ladavac)'과 '데이버 훈스키(Daver Hunski)'가 무대에 올라 게임 탄생과 기획, 출시까지의 과정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 발표했다.

그들은 본래 자신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탄생된 '탈로스 법칙'에 대해 논했다. 창조적인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어떠한 부분에서 리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크로팀이 가진 최선의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 '크로팀(Croteam)'의 프로젝트 리더 '알렌 라다백'과 '데이버 훈스키'

'탈로스 법칙'은 시리어스 샘의 제작사인 크로팀에서 만든 1인칭 퍼즐 게임이다. 게임 방법은 간단하다. 플레이어는 게임 진행을 위해 필요한 조각을 모으기 위해 여러 종류의 트릭을 풀어나가야 한다.

그들이 강조한 바는 "게임의 디자인은 반응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개발하고 있는 게임의 최종 버전이 게이머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지는 누구도 모르며, 새로운 IP인 경우 더욱 그러하다.

이와 관련해 그들은 "타코마 협교(Tacoma Narrows)'를 언급했다. 지난 1940년 미국 워싱턴 주 타코마 해협에 놓여진 다리가 어이없는 바람에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이에 빗대 그들은 "게임을 개발하면서 정말 사소하다고 생각한 부분으로 게임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며, 작은 부분이라도 에러가 보인다면 이를 개선하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이젠하워는 '계획은 아무 것도 아니다. 계획을 세워나가는 것이 전부다(Plans are nothing; planning is everything)'라는 말을 했습니다. 완성된 게임을 직접 보기 전까지는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계획에 따라 타이틀을 개발하기 보다는 프로젝트의 틀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프로토타입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사실 크로팀은 처음부터 '탈로스 법칙'을 개발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시리어스 샘4'의 개발을 하면서 전파를 교란시키는 '잼머(jammer)'를 게임 내 도입하려 했다. 개발 과정에서 그들은 기대 이상으로 해당 시스템이 재미있게 구현되었다고 판단, 해당 설계를 기반으로 한 별개의 게임을 만들기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지금의 '탈로스 법칙'이다.


디자이너들이 각각의 퍼즐에 대해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기본적인 결함을 수정했다. 이후 전체 팀을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를 진행, 난이도에 대한 통계 자료를 기반으로 올바른 퍼즐 배치를 할 수 있었다고 크로팀은 전했다. 전체 게임이 완성된 후에는 3개의 팀을 대상으로 내부 테스트가 이루어졌다.

이후 현지 테스터와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클로즈 베타가 실시되었다. 그들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불필요한 퍼즐들을 제거해 나갔으며, 비주얼을 개선했다. 나아가 새로운 레벨을 도입해 단계를 확장했다. 하루에 포럼을 통해 약 1000여 개의 답변을 받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게임 컨트롤과 컴퓨터 호환성 문제 등을 개선했다. 끊임없는 개선 과정을 통해 최종 출시 버전에서는 첫 버전보다 다듬어진 형태가 구현되었다.


다듬어진 버전의 퍼즐 요소에 재미는 있었지만, 완성형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더 가미되어야 했다. 첫번째 추가 요소로 그들은 '내러티브'를 꼽았다. 게임에 이야기를 집어 넣기 위해 대화적인 요소를 도입, 테스트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게임을 다소 변경했다.

하지만 내러티브 요소의 도입은 단순히 새로운 요소 한 개를 도입하는 것 그 이상으로 많은 작업이 요구됐다고 크로팀은 말했다. 음악과 비밀요소, 비밀 레빌, QR코드 등의 요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


크로팀 개발진들의 신조는 "반복 시간을 줄이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위지윅(wysiwyg) 등의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제작 속도를 올려주는 모든 방법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한다.

자동화 검사에서는 총 플레이타임이 20시간에서 최대 50시간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플레이했을 땐 10시간이 요구되었고, 봇(BOT)은 4시간 만에 클리어했다. FFWD 모드에서는 20분이 소요되었다.

만약 사람이 위와 같은 테스트를 모두 진행했다면 소요되는 기간만 약 15,000시간(8년 정도) 정도 된다. 이러한 부분을 여러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최소화했고, 개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단축을 우선시하더라도 세부적인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 조그마한 버그라도 그냥 지나쳐서는 안된다. 보다 나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피드백을 받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에 크로팀은 '탈로스 법칙'을 개발하면서 퍼즐을 다듬고 Axe를 제거, 힌트 시스템을 변화시켰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가장 큰 난관 중 하나로 '현지화'를 거론했다. 텍스트가 많은 게임일수록 현지화가 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현지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크로팀 개발진은 초반에 비현실적인 수준의 마감일을 설정해두고 작업에 몰두했으며, 이후 개선 작업을 하는 시간을 아껴서 개발기간을 조정했다고 한다.


강연을 마치며 두 발표자는 ▲피드백을 모아서 반영할 것, ▲만족할 때까지 게임을 개선할 것, ▲빠른 속도의 툴(tool)을 사용할 것, ▲가치를 더하는 콘텐츠를 유념할 것 등 총 4가지를 '탈로스 법칙' 개발에서 느낀 교훈으로 제시했다.

"반응적인(reactive) 게임 디자인이 없었다면 '탈로스 법칙'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기존의 틀에 갇히지 말고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보다 나은 게임을 만드는 지름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