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프롬소프트웨어 ⊙장르: 액션 RPG ⊙플랫폼: PS4 ⊙발매일: 2015년 3월 24일


게임은 일단 즐거워야 한다.

그렇게 믿고 살아온 시간이, 어디보자... 10년은 족히 된다. 하하호호 웃고 떠드는 쾌활한 즐거움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머리꼭지까지 열이 뻗치는 상황은 생기지 않아야 한다는 거다. '게임'이니까, '놀이'니까, 몰입의 근본적인 감정이 어떤 긍정적인 희열의 지점에서 출발해야한다고, 거의 일종의 신념처럼 그렇게 믿어왔다.

프롬소프트웨어의 작품들은 그 믿음을 철저하게 깨부수는데 일조한 회사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단하다 말하고 싶다. 아울러, 처절함에 몸부림치며 고난을 헤쳐가는 과정에서도 즐거움을 찾아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도 알게 됐다.

메타크리틱 93점. 높게 나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 나올 거라곤 솔직히 생각하지 못했다. 본래 프롬소프트웨어는 팬들에게는 백점 만점에 백점, 취향 안 맞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무가치하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극단적인 길을 꿋꿋이 걸어왔으니까.

좁고 세밀한 타겟 유저들을 정조준하는 게임들. 이 특성에 착안해 이번 리뷰는 '레벨별 소감'이라는 콘셉트로 구성했다. 아래 설명을 보고, 자신과 최대한 비슷하다 싶은 부분부터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과거 즐겼던 게임들 중 기억에 남을만큼 재미있었던 것들을 떠올려보라. 제법 난이도가 있고, 묵직한 액션을 담아냈던 작품이 인상 깊게 다가왔던 적이 있었는가?

만약 답하기가 망설여지거나 'No'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이 파트를 한 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적어도 프롬소프트웨어의 게임이라면, 손끝으로 전해오는 패드의 떨림을 느끼기 전에 시각적으로 다가오는 첫인상을 먼저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여기서부터 실패를 맛본다면, '블러드본'에 도전하는 건 그리 바람직한 선택이라 장담할 수 없다.

프롬소프트웨어가 지향하는 '딥 다크 판타지'. 뭔가 있어보이지만 생각해보면 너무 추상적인 이 표현을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 늦은 밤, 불 꺼진 방에서 호러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한다고 상상해보라. 어느 늦은 밤, 불을 끈 채 숨죽여 게임을 하던 적이 있다면 더욱 안성맞춤이다.

이 어두컴컴한 분위기에 먼저 적응해야 한다

그때 세상에서 가장 무서웠던 건, 어느샌가 등 뒤로 다가올지 알 수 없던 누군가(이를테면 부모님이나 룸메이트)의 손길이었다. 느닷없이 슥- 하고 어깨 위에 손이 올라오던 순간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율과 공포는 최신형 초고화질 스크린으로 보던 납량특집 영화 정도는 가볍게 쌈싸먹을 수준의 소스라침을 선사하곤 했으니까.

자, 이제 이 어두컴컴한 신작을 한껏 느껴보기 위해 몇 가지 환경이 갖춰지면 더욱 좋다. 먼저 무조건 해가 저문 이후의 시간대를 추천한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12에서 오롯이 겹쳐지는 시간대가 최적이다. 그 다음 방 안의 불을 끄면 더없이 완벽하지만, 시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이건 선택사항으로 남겨두겠다.

공포스럽지만, 숭고하면서도 을씨년스러운 특유의 분위기

게임 로고가 화면에 뜨는 순간부터, 방 안의 공기는 두텁게 가라앉는다. 프롤로그는 이렇다할 단서도 없이 나를 야남(Yharnam)이라는 도시 안에 던져놓았다. 끼이이익- 아주 약간, 귀에 거슬리는 듯한 쇳소리. 화면 속 캐릭터는 굉장히 힘에 부치는 듯 묵직한 철문을 밀어제친다. 여긴 어디인가. 나는 왜 여기에 있는가. 아니 그 전에, 나는 대체 누구인가.

돌이켜보니, 프롤로그에서부터 이렇다할 단서는 없었다. 고작 몇 마디, 알 수 없는 말들을 건네는 음성에서부터 한없이 음침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잔뜩 뿜어진다. 스토리텔링 방식도 굉장히 난해한 축에 속한다.

과거 '블러드본'의 개발진이 인터뷰 등을 통해 이야기했던 표현을 빌리자면, 그야말로 모든 것이 미지(Unknown). 한 가지 분명한 건, 출시 전 공개됐던 트레일러나 플레이 영상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봤든지간에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수준의 몰입도를 선사한다. 막막함 혹은 고독함. 그나마 이 단어가 가장 근접한 감정 표현일 듯하다.

죽어라! 이미 죽었겠지만!

살아있는건지, 죽어있는건지 모를 존재들. 그들은 군데군데 너덜너덜한 살점을 훤히 드러낸 채 느릿하게 도시를 배회한다. 그들 사이에서 미지의 목표를 찾아나가야 하는 '나'는 철저히 '혼자'다. 젠장, 형체조차 구분하기 힘든 저런 존재들도 무리를 지어다니는데, 이 넓은 공간 안에 '내 편'은 하나도 없다. 단 하나도.

자, 여기까지. 바로 이 지점이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누군가의 추천을 받았거나, 높은 평점을 기록한 게임을 놓고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곤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파트는 그런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적었다. 지금까지 느꼈던 감정들을 '첫인상'이라는 단어 아래 엮어내면, 이 분야에 처음 발을 들여놓으려는 유저들에게 적절할 거라 생각했다.

만약 위 내용을 읽은 뒤 당신의 직관이 뭔가 부정적인 느낌을 전해온다면, 가능한 한 빨리 손을 떼고 한 번 더 생각해보길 추천한다. 앞으로 이어질 블러드본에서의 여정은, 한순간의 섬짓함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테니까.





예전에 '다크소울2'가 처음 나왔을 때였던 것 같다. 난 액션 게임을 좋아하지만, 아직 프롬소프트웨어의 하드코어한 액션 게임에는 발을 담그지 못한 상태였고, '다크소울2'에 대한 감상을 묻는 나의 질문에 동료 기자는 이렇게 답했다. '죽음 앞에 모두가 공평한 게임' 처음엔 뭔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리고 '블러드본'을 플레이하면서, 난 진짜 답도 없이 죽었다. 그제야 이해가 갔다. 무슨 놈의 주인공이 잡몹처럼 죽어나가는 게임이 다 있단 말인가.

암담함과 함께 도전의식에 불이 붙었다. 어릴 적, '귀무자2'를 열심히 플레이할 때 아버지는 게임을 하는 날 보면서 "또 폭력 게임을 하는구나 못난 자식"이라고 외치시곤 그 자리에서 듀얼쇼크를 두 동강 내셨다. 보통 의지가 꺾일 법 하건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몰래 옷장 속에 숨겨두었던 예비 패드를 꺼내 고간단테스와 일전을 벌이며 생각했다. '내 이 게임의 끝을 보고 말리라' 딱 그때의 감정이다.

커스터마이징은... 기대하지 말아라

하지만 용기도 잠시, 프롬소프트웨어가 풍기는 피와 죽음, 그리고 진득한 남자의 향기는 아크로바틱한 무쌍 액션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너무나도 큰 벽이었다. 마치 판타지 소설만 읽고 '난 이제 독서 좀 하는 것 같아'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눈앞에 '한비자'가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책장조차 펴지 않고 끝낼 수는 없지. 블루레이 디스크를 거칠게 읽어대는 PS4의 구동 음을 들으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난 내 피지컬을 믿으니까.

그리고 도착한 '야남'. 고딕풍으로 지어진 첨탑과 벽돌 건물들로 즐비한 이 도시에서, 내 목숨은 채 10분을 가지 못했다. 철컥철컥 접혔다 펴지는 톱날에 신기해 한 것도 잠시, 딱 봐도 '그냥 일반인인데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 있는 농민들의 쇠스랑에 저승구경을 두어 번 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심지어 위기의 순간을 넘겨줄 일시 정지도 없다. 나도 모르게 '잠깐!'을 외치며 스타트 버튼을 눌러보아도 내 캐릭터는 야속한 내 맘을 몰라주고 썰리기 바빴다. 온통 똑같이 생긴 동네에, 미니맵도 없고, 일시 정지도 안되며, 한번 죽으면 모아둔 점수를 죄다 땅에 떨군다. 게다가 세이브 포인트는 또 왜 이리 멀리 있나…. 악명은 익히 들어 왔으나, 이게 진짜 '프롬맛 게임'이구나 싶었다.

가끔 이런 종류의 '프롬맛'도 볼 수 있다.

참 신기한 것은, 그렇게 당하면서도 '불평'보다는 '도전의식'이 뇌리를 채운다는 점이었다. 프롬소프트웨어가 '못해서' 시스템상의 불편함을 넣었을 리가 없다. 그냥 노린 거다. '어찌 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드는 공포와 긴박함. 그리고 그것을 끝내 넘어섰을 때의 '카타르시스'. 작년 한 해 동안 날 완벽히 만족하게 하는 게임이 없어 슬펐건만, 이 게임은 나로 하여금 만족할 때까지 달려들게 하였다.

'이미지'였다. 아마 '블러드본'이 생전 처음 보는 회사에서 내놓은 생뚱맞은 작품이었다면, '뭔 게임을 이렇게 만들어놨나'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게임이 그런 어려움을 '미덕'으로 만들었고, 그것을 넘어서 대세로 재창조한 '프롬소프트웨어'의 게임이라는 생각에 이르게 되자, 어려움은 도전의식으로, 불편함은 그것을 돕기 위한 의도적 장치로 바뀌었다. 결국, 내 머릿속에서 일어난 생각의 전환이 게임을 완성했다. 마치 원효대사가 시원하게 원샷한 해골 물처럼 말이다.

여길... 들어가야 하나?

어느 정도 게임을 플레이했건만, 난 이 '블러드본'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현재 보이는 메타크리틱 점수는 93점. 작년 한 해 동안 나온 그 어떤 게임보다도 높은 점수다. 그리고 플레이하는 나 자신도, 꽤 즐겁게 게임을 했다. 물론 진짜 '즐거움'이란 감정에 사로잡혔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이 게임 자체가 가진 진짜 '완성도'와 '게임성'을 넘어, '어려움'이라는 키워드 자체가 게이머들의 마음에 환상처럼 작용한 것이 아닐까?" 앞으로 '블러드본'에 내려질 수많은 평가의 칼날의 끝에, 진짜 '걸작'이라는 단어가 걸리게 될지에 대한 조금의 의심 말이다.





이 게임에 대한 소감을 밝히기 전에, 한가지 밝혀 둘 것이 있다. 본 기자는 '소울 시리즈'의 팬을 자처하며, '다크소울'과 '다크소울2'의 엔딩을 보고, 도합 200시간 이상 플레이한 프롬의 노예이다. 그러니 같은 처지에 있는 게이머가 아니거나, 이제 막 프롬의 게임을 시도해보려는 분이라면, 조금의 필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블러드본'이 왜 엄청난 게임인가를 설명하기엔 여백이 너무나 부족하니, 미사여구 없이 바로 본론에 들어가보자. 변화를 천명했던 액션의 경우, 소울즈 시리즈에 비해 훨씬 그 템포가 빨라졌다. 전작처럼 방패가 있긴 있다. 딱 하나 나온다. 하지만 사용할 생각도 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왼손에 쥔 총과 오른손의 칼, 그리고 회피의 3박자가 너무나 잘어울리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블러드본' 전투의 핵심은 '공격'이다. 하지만 단순히 칼로 휘두르기만 해서는 유다희 신세를 못면한다. 중요한 것은 근접공격과 회피와 총의 배합이다. 일부 보스와 거대 몬스터들은 약점 부위에 총격을 가할 경우 확실히 구분되는 효과음과 함께 짧은 스턴에 빠진다. 이때 약공격을 눌러 특수 공격을 발동시키면, 옅은 피가 모두 회복되고, 막대한 양의 피해를 주게 된다. 실상 보스전에서 이 특수 공격은 아주 큰 반전의 키이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대역죄인 납십니다

또 체력이 닳았을 경우 어느정도 피해가 옅은 피로 일정 시간 남아 있게 되는데, 이때 근접 공격을 가하면 옅게 남아있는 부분이 회복된다. 총격과 체력회복, 그리고 회피와 연계되는 빠른 돌진 공격 모션까지, 유저는 자발적으로 보다 공격적이고 빠른 템포의 전투를 펼치게 된다. 방패? 그런 것 필요 없다. 우리에겐 BFG(Big Fxxking Gun)이 있으니까!

사실 '블러드본'을 포함해 프롬의 RPG를 이야기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게임의 구성이다. '다크소울'의 경우, 언뜻보면 본격적인 시작지인 '계승의 제사장'에서부터 이어지는 일직선의 구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역을 개방하고 게임을 진행해나가다 보면, 거의 모든 지역이 시작지점에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전체 구성 뿐만 아니라 각각의 지역도 '막혀 있는 숏컷'과 '숏컷을 뚫을 수 있는 우회로'로 구성되어, 한 차례 돌파해낸 지역은 숏컷이 개방되고 '개척'된다.

유다희(女, 22세 꽃처녀)

이로 인해 유저는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상대적으로 명확한 한두개의 목표를 가지고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게 된다. 스크립트를 통해 게임 진행을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레벨 디자인을 통해 유저가 플레이 하는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이다. 이런 특징은 유저에게 스스로의 선택으로 '자유롭게 플레이 하는' 느낌을 주면서도, 어느 순간 맞닥뜨리게 되는 시련을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러한 '순환형' 구성은 무지막지한 난이도를 자랑하는 이 게임들에서 특히 중요하게 작용했다. 오히려 너무나 많은 선택지는 그 우선순위를 정하기 힘들고, 플레이어에게 '선택을 포기한다'는 선택지를 고르게 만들기 때문이다. '다크소울2'가 택한 '방사형' 구성은 실제로 너무나 많은 선택지와 벽을 둔 탓에 유저들이 집중하지 못하고 포기해버리는 비율이 높았고, 그 여운과 감동도 상대적으로 덜했다.

'블러드본'에서, 개척해야하는 길이나 클리어해야 하는 보스가 동시에 3가지를 넘어가는 일은 극도로 적은 편이었다. 대부분의 길은 명확한 연결구조를 보였고, 어느 한 구획은 클리어 하고 나면 숏컷이 생김과 함께 더이상 들르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 되었다. 보스의 경우도 아무리 많아도 한 번에 2명 정도만 직접 접촉할 수 있었고, 더이상의 진행을 위해선 보스를 클리어 해야 했다.

나는 너희가 정말 싫어... 그래서 이 게임이 좋아...

이런 상황은 바로 '다크소울'에서 느꼈던, 그리고 원했던 상황을 연출했다. '더러워서 오기로라도 깬다'는 정도까진 가야 게임을 하는 맛이 나지 않겠는가? '다크소울2'에선 느끼지 못한 그런 감정이 '블러드본'에서는 솟구쳤던 것은, 무지막지하게 멋진 콘셉트나 보다 템포가 빨라진 액션 때문이기도 하지만, 바로 이러한 '순환식' 구성이 부활했기 때문이다. 처음 보스에게 죽고나서 '와 이걸 어떻게 잡으라는거지' 하고 한 번 한숨을 쉬고, 몇 번 죽어가며 약점과 공략법을 찾아내고, 다시 또 몇 번의 시도 끝에 'YOU HUNTED'를 보게되는 그 희열은... 차마 말로 다할 수 없을 지경이다.

단언하자면, '블러드본'은 프롬소프트웨어식 RPG의 최종판, 끝판왕, 혹은 완전체다. 프롬 RPG의 팬으로서 당신이 원했던 것은 무엇인가? 변태적인 난이도? 신비하다 못해 불친절하기까지한 스토리텔링? 공포스러운 미지의 지역을 탐험하고 개척하는 긴장감? 화끈한 타격감과 단순하지만 손맛있는 액션? 걱정 하지마라. '블러드본'은 이 모든게 완벽하니까. 이 게임에서 아쉬운 것은 딱 두 가지였다. 긴 로딩 시간과, 횃불 이동의 불편함. 이 두 가지를 제외하면, 프롬 RPG 팬들에게 '블러드본'이 역대 최고의 게임이라는 데에 조금도 의심이 들지 않는다.




한 마디로 그렇다. '블러드본'은 프롬소프트웨어의 여전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게임이다. 그들의 작품은 여전히 불친절하고, 여전히 어려우며, 여전히 스트레스를 돋운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무언가 달라졌다. 그건 과거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그들의 게임을 구입하고 플레이해오면서, '프롬소프트웨어의 게임'이 하나의 어떤 상징처럼 게이머들 사이에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팬들 사이에 꽤 알려진 농담이 있다.

다른 개발사 : 이 게임은 유저들을 죽이려고 만들었습니다.
유저들 : 아 뭐야, 장난하냐!

프롬소프트웨어 : 이 게임은 유저들을 죽이려고 만들었습니다.
유저들 : 우와아아아아!

이제는 극악의 난이도라는 것 자체가 호불호의 영역을 넘어 프롬소프트웨어의 대표 이미지가 되어버렸다. 언제나 그래왔듯, 이번에도 프롬소프트웨어는 우직한 그들의 스타일을 놓지 않았다. 여전히 이들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유저들은 무수히 좌절하고, 분노하고, 절규한다. '데몬즈소울'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진입장벽은, 이 어두컴컴한 세계에 첫 발을 디딘 사람들에게 여전히 무한한 절망을 선사한다.

다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전 출시작들에 비해 '대중성'이라는 면모가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프롬소프트웨어와는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그것 말이다. 재미있게도 이는 프롬소프트웨어가 자신들의 게임을 어떻게 바꾸어 버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한결같이 이어왔던 그들의 철학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게 됐다고 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다.

의도했든 아니든, '블러드본'은 프롬소프트웨어가 추구하는 철학을 더 널리 전파할 것이다.
자, 그렇다면 계속하기 버튼을 눌러라. 늘 그래왔듯, 거기에 삶과 죽음이 모두 있을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