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엄청나게 많은 수의 챔피언이 존재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프로게이머와 유저들의 사랑을 받는 '주류 챔피언'과 그렇지 못한 '비주류 챔피언'이라는 신분 차이가 존재한다. 이 기사가 작성되는 지금도, 독자들이 이 기사를 읽고 있는 순간에도 수많은 비주류 챔피언이 밴픽창에서 외면받고 있다.

이러한 챔피언들을 위해 베.이.가가 나섰다. 이번 주인공 역시 주류를 넘어선 OP에서 지금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챔피언이다. 탑 라인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여왕님에서 정글 최고 인기 챔피언으로, 그리고 지금은 고독한 인생의 쓴 맛을 보고 있는 거미 여왕 엘리스를 파헤쳐 보자.



◈ 탑 라인과 정글을 지배했던 거미 여왕

엘리스가 첫 등장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소개한 엘리스의 처음 모습은 정글러였다. 챔피언이 새로 등장할 때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내놓는 집중 조명 영상에는 엘리스의 역할이 정글러라고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유저들은 곧장 알아차렸다.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거미 여왕이 정글에 있기에는 마땅치 않다는 것을 말이다. 프로게이머들은 엘리스를 다양한 라인에서 실험했다. 막강한 대미지를 기반으로 미드 라인에서도 써봤고, 준수한 기절 효과를 토대로 서포터로도 활용해봤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럼에도 엘리스는 곧 최강의 챔피언 중 하나로 군림하게 됐다.

유저들이 드디어 엘리스에게 가장 적당한 라인을 찾아낸 덕분이었다. 정글도 아니고, 미드와 서포터도 아닌, 탑 라인이었다. 엘리스는 탑 라인에 등장하자마자 기존 탑 라이너들을 모조리 제압하며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랐다. 그렇다면 엘리스의 어떤 장점들이 그녀를 OP로 만들었을까?

▲ 대놓고 정글러로 설계된 엘리스

위에서도 말했듯이 엘리스는 처음부터 정글러로 설계된 챔피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정글 챔피언들은 기본 스탯이 다른 챔피언들에 비해 좋다. 1레벨부터 강력한 정글 몬스터를 혼자서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엘리스 역시 우월한 기본 스탯을 타고났다. 하지만 엘리스가 탑 라인의 패왕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또 있다.

엘리스는 궁극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 대신 형태를 바꿀 수 있는 스킬이 궁극기를 대신해 같은 위치에 있다. 쉬운 예로 니달리나 제이스와 같다고 보면 된다. 이로 인한 단점은 역시 강력한 궁극기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단점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을 만큼 장점이 풍부하다. 엘리스 역시 다른 '변신 챔피언들'처럼 형태에 따라 스킬이 바뀐다.

최근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셈이다. 다른 챔피언들은 궁극기를 제외하면 스킬이 세 개인 반면, 엘리스는 궁극기를 제외하고도 무려 여섯 개의 스킬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인간 형태일 때는 저 멀리서 체력을 깎고, 거미 형태일 경우에는 가까이 붙어서 아프게 명치를 때린다. 그렇게 엘리스는 탑 라인의 패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엘리스는 무슨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을까? 편의상 인간 형태와 거미 형태일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설명하겠다. Q스킬은 '신경독/독이빨'이다. 신경독은 멀리서 상대에게 침을 뱉어 대미지를 주는 스킬이고, 독이빨은 적에게 가까이 붙어 이빨로 물어뜯는 스킬이다. 두 스킬은 사거리 외에도 다른 점을 보인다. 신경독은 상대의 현재 체력에 비례한 추가 대미지를 줄 수 있다. 반면, 독이빨은 대상의 잃은 체력에 비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한 마디로 상대의 체력이 많을 때는 신경독을, 상대 체력이 적을 때는 독이빨이 더 좋다.

W스킬은 '위험한 새끼 거미/광란의 질주'다. 위험한 새끼 거미는 지정한 방향으로 독거미 한 마리를 내보내 주변 지역에 대미지를 줄 수 있다. 독거미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시야를 가지고 있다. 뭔가 의심이 가는 장소가 있다면, 굳이 들어가지 말고 독거미를 먼저 들이밀어 보자. 광란의 질주는 엘리스와 새끼 거미들에 공격 속도 상승효과를 부여하는 것이다. 여기에 깨알 같은 체력 회복 효과도 있으니, 상대 챔피언과 영혼을 건 승부를 펼칠 때는 잊지 말고 사용할 것.

엘리스를 유틸성 최강으로 만들어주는 스킬은 E스킬이다. 이름은 '고치/줄타기'다. 고치는 말 그대로 지정한 위치를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가는 고치를 던지는 스킬이다. 상대가 고치에 맞으면 제자리에 묶여 행동 불능 상태에 빠진다. 이니시에이팅은 물론, 추격과 도주에 모두 용이한 스킬이다. 하지만 정말 성능이 좋은 스킬은 줄타기다. 거미 형태일 때 사용하면 엘리스가 공중으로 뛰어올라 화면 밖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한 번 더 사용하면 지정한 적 옆으로 내려온다. 잘 활용하면 최고의 생존기와 추격기가 동시에 되는 스킬인 셈이다.


◈ 강력한 너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거미 여왕, 철권 통치의 막이 내리다

탑 라인에 등장하자마자 최강의 자리에 오른 엘리스. 당연히 탑 라이너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이에 라이엇 게임즈가 조용히 너프의 철퇴를 들어 올렸다. 두 번의 강력한 너프가 엘리스의 머리를 제대로 때렸다. 먼저 주력 대미지 스킬이었던 '신경독'의 성능이 매우 줄어들었다. 마나 소모량 증가에 사거리와 대미지 감소로, 더는 탑 라인에서 상대를 마음 놓고 괴롭힐 수 없게 됐다.


그렇다고 여왕의 시대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본인의 원래 위치였던 정글로 돌아가 맹활약했다. 방어 아이템만 둘러도 정글러로서 갖춰야 할 충분한 대미지를 선보일 수 있었고, '고치/줄타기'는 갱킹에서 더욱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이제는 탑 라이너뿐만 아니라 모든 라이너가 엘리스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볼 리 없는 라이엇 게임즈가 더욱 무거운 철퇴를 엘리스의 머리 위에 내리꽂았다. 이번에도 두 대나 때렸다. 처음 두 방을 맞고도 버텼던 엘리스가 다시 두 방을 크게 얻어맞자,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철권통치를 이어가던 엘리스 여왕의 시대는 라이엇 게임즈의 연속 너프와 함께 막을 내렸다.

▲ 여왕의 통치를 끝내버린 두 번의 너프


◈ 비주류의 나락에 떨어진 거미 여왕

더 이상 패왕 엘리스는 없다. 각종 대회에서 항상 밴 되거나 선택받았던 거미 여왕은, 이제 유저들 간의 일반 게임에서도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막강했던 대미지가 줄어들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엘리스의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엘리스가 한창 강력함을 뽐내던 시기에도 단점은 있었다. 대규모 한타 페이즈로 넘어가면, 엘리스의 위력이 감소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실제로 엘리스는 한타 상황에서 포지션과 역할의 애매함을 드러냈었다. 고치를 통한 이니시에이팅이 실패하면 할 수 있는 것이 적었다. 과거부터 가지고 있었던 엘리스의 단점이 너프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그렇게 엘리스는 너프 이후 비주류라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던 엘리스가 천대받자 라이엇 게임즈가 엘리스의 성능을 소폭 상승시켰다. 처음에는 '신경독'이 정글 몬스터에게 더 많은 대미지를 가할 수 있도록 해줬다. 또한, '고치'가 날아가는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엘리스는 유저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 초라한 엘리스의 픽률과 승률 (출처 : fow.kr)

여기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정글러 메타에도 엘리스는 맞지 않는다. 여전히 초반에 엘리스가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지만, 뭔가 부족한 느낌이다. 자르반 4세와 세주아니 등 초중반 갱킹과 소규모 교전, 후반 한타에서 고루 활약할 수 있는 정글러가 대세다. 자르반 4세의 '깃창 콤보'나 세주아니의 강력한 이니시에이팅에 비해 엘리스의 '고치'는 초라해 보인다.


◈ 거미 여왕의 화려한 부활은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고 주저앉기에는 거미 여왕의 화려했던 과거가 자꾸만 눈에 밟힌다. 엘리스가 추구해야 하는 돌파구는 단점을 최대한 가리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타에서 약하다면 최대한 한타를 지양하는 운영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 여전히 강력한 초중반 타이밍에 날카로운 갱킹으로 상대 라이너에게 압박감을 심어주는 플레이가 필요하다. 라인전이 끝나면 먼저 시야를 장악하고, 아군과 더불어 상대를 끊어먹는 운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신경독'의 마나 소모량이 크게 증가한 이후, 탑 라인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여전히 라인전을 강력하다. 특히 요즘처럼 탑 라인에 탱커형 챔피언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시점에서 엘리스의 라인 장악력은 유효하다는 평가다. 아군 정글러의 갱킹에 대한 호응력 역시 뛰어나다. 침착하게 '고치'를 적에게 명중시킨다면, 무조건 킬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 나오곤 한다.

화려했던 과거를 뒤로하고 쓸쓸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엘리스. 그녀를 구제해줄 수 있는 것은 유저들 밖에 없다. 강력한 너프의 철퇴에 연이어 얻어맞고 쓰러졌지만, 여전히 '쓸만한' 거미 여왕과 함께, 경기 초중반을 지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 힐링챔프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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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가의 힐링챔프 2화 : 독 구름에 가려진 섹시한 뒤태, 미친 화학자 신지드
베.이.가의 힐링챔프 3화 : 귀여운 구울 삼둥이네 아버지, 무덤지기 요릭
베.이.가의 힐링챔프 4화 : 허세와 현실의 극명한 차이, 다르킨의 검, 아트록스
베.이.가의 힐링챔프 5화 : 원딜? 서포터? 당신은 누구신가요? 서리 궁수 애쉬
베.이.가의 힐링챔프 6화 : OP와 비주류를 오고 가는 다이나믹한 인생의 그녀, 이블린
베.이.가의 힐링챔프 7화 : 약한 라인전 극복 위해 숲으로 돌아간 한타의 제왕, 오공
베.이.가의 힐링챔프 8화 : 눈만 보면 정신 못 차리는 데마시아의 날개, 퀸
베.이.가의 힐링챔프 9화 : 평화는 힘으로 지킨다! 망치를 든 외교관! 뽀삐!
베.이.가의 힐링챔프 10화 : 암살자와 탱커, 그리고 비주류... 부활 꿈꾸는 악어, 레넥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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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챔프 2화 : 옛 영광을 재현하기엔 뭔가 아쉬운 그녀, 이렐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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