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탑솔러와 R가문의 정글러의 유럽의 명문 게임단 프나틱 행은 사실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혹자는 롤챔스에서 뛸 실력도 되지 못하는 이 둘을 데려가는 것은 예정된 실패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을 대표하던 별들이 떠난 프나틱의 빈자리는 독이든 성배나 다름없었죠.

하지만 이 둘은 그 잔을 멋지게 들었고 자신을 믿어준 프나틱에게 LCS EU 우승컵을 안겼습니다. 또한, "유럽이 북미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하겠다"며 당찬 인터뷰로 유럽의 가슴을 뛰게 했고 개막전에서 TSM을 상대로 멋지게 승리, 자신의 말을 지켰습니다.

유럽을 대표하는 프나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보물이 된 그들. 바로 '후니' 허승훈, '레인오버' 김의진입니다. 자신에게 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나요? 세간의 평가를 이겨낸 그들의 패기와 희망을 들어보았습니다.





Q. 먼저 프나틱과 허승훈, 김의진을 응원하는 팬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허승훈 : 한국에서 아마추어 '뚱후니'로 활동했던 '후니' 허승훈이다. 지금은 프나틱에서 탑 라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김의진 : IM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프나틱 정글러를 맡은 '레인오버' 김의진이다.


Q. 유럽의 명문 게임단 프나틱에 입단했다. 어떤 계기로 프나틱에 갈 수 있었나?

허승훈 : 프나틱이 작년에 롤드컵을 위해 전지훈련 왔을 때 BJ인 조이럭형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때의 인연을 계기로 조이럭형과 프나틱이 연을 맺게 되었고 지난 시즌 프나틱이 팀을 리빌딩할 때, 조이럭형이 나를 추천해 프나틱에 입단하게 되었다.

김의진 : 당시 SKT T1 입단 시험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앞으로 뭐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때마침 허승훈이 나를 프나틱에 추천해줘서 영어 면접을 봤는데 결과가 좋았다. 면접관들도 나를 믿어줬기에 입단을 결심하게 되었다.


Q. 해외에서 생활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은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김의진 :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어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오랜만에 영어를 쓰려니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초반엔 고생했다(웃음).

허승훈 : 나는 해외에서 생활을 해본적도 없고 영어를 할 줄도 몰랐기에 힘들 것을 예상하고 갔다. 공항에서 입국 심사를 받을 때도 한마디도 하지 못해 강제 귀국 당할 뻔했다(웃음). 의진이가 도와줘서 간신히 입국했다. 이후에도 의진이가 많은 도움을 주어 적응할 수 있었다.



Q. (허승훈에게) 영어를 할 줄 모른다고 했는데 영어 인터뷰가 화제가 되었다. 어떻게 그렇게 금방 영어 실력이 는 것인가?

허승훈 : 내가 따로 노력한 것은 없다. 영어 과외를 일주일에 두 번 받긴 했지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느끼진 않았다. 영어로 말하려고 계속 노력했고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방법을 계속 귀담아듣고 흉내 내려 애썼던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

김의진 : 승훈이는 언어를 빨리 배우기에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말이 어법이 틀릴까 봐 말을 하지 못하면 언어가 쉽게 늘지 않는다. 그런데 승훈이는 문법이 틀리더라도 일단 말하려고 했다. 말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실력이 금방 늘었다.


Q. 외국에 나가면 한국 사람들끼리만 노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프나틱은 모두가 같이 어우러져 잘 노는 것으로 보였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나?

허승훈 : 팀원들 성격도 좋고 숙소 분위기도 좋다. 게다가 팀원들 나이가 서로 비슷해서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끼리 너무 친해져 기강이 해이할 때는 '옐로우 스타'의 도움을 받는다. 옐로우 스타는 나이도 가장 많고 주장으로써 맏형으로써 우리가 따르도록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멋진 형인 것 같다.


Q. 오더를 영어로 주고 받을 텐데 문제는 없었나?

허승훈 : 초반에는 당연히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면 정글러가 탑에 갱킹을 갈 경우에는 미드와 바텀이 이 사실을 알고 사리는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초반에는 이 부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탑에서 득점을 하더라도 동시에 봇에서 실점을 하는 장면이 많았다.

김의진 : 한타 싸움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승훈이와 나는 이길 각이라고 믿고 싸우고자 하는데 나머지 팀원은 이를 믿지 못하고 빠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같은 팀원이 둘 셋으로 나뉘어 일초만 따로 움직여도 게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요즘에는 우리의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고 우리가 보는 각을 믿고 다른 팀원들이 따라와주면서 이러한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다.


Q. 가서 경험해본 유럽 리그는 어땠나?

허승훈 : 사실 유럽 리그를 그렇게 높게 평가하지 않았었다. 초반에는 순수 라인전에서 3렙에 수차례 솔킬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상대가 우리의 탑 키우기 작전에 맞춰서 탑을 포기하고 미드와 봇 라인을 키우는 전략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래서 고전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도 상대 스타일에 맞춰 봇 라인과 미드 라인을 봐주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고 큰 성과를 얻었다.

김의진 : 승훈이가 바뀐 팀의 전략을 완벽하게 이해해서 경기력이 더 좋아졌다. 승훈이는 탑에 마치 정글러가 있는 듯한 움직임으로 재미를 봤다. 상대 탑 라이너가 맞서 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면 상대 정글이 탑에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드래곤을 사냥하거나 봇 라인 갱킹을 가 이득을 봤다.


Q. 탑 라인전은 피지컬 싸움, 정글러는 머리싸움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유럽 정글러들의 실력은 어떤가?

김의진 : 처음 유럽갔을 때는 유럽 정글러들이 못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가 현지화 되면서(웃음) 내가 못해진 건지 유럽 정글러들이 잘해진 건지 헷갈리게 됐다.


Q. 왜 해외에 가는 선수들은 다들 현지화된다고 하는가?

허승훈 : 나도 처음에 갔을 때는 라인전 솔킬을 밥 먹듯이 해냈는데, 나중에는 오히려 솔킬을 많이 당하기도 했다(웃음).

▲ 프나틱에게 LCS EU 우승컵을 안긴 허승훈과 김의진


Q. 프나틱은 유럽의 명문게임단이었다. 부담감은 없었나?

허승훈 : 프나틱은 유럽을 대표하는 명문 게임단이다. 시즌1 롤드컵 우승팀이기도 하고 해외팀에 대한 정보를 모르는 사람도 프나틱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다. 우리가 프나틱으로 입단했다는 소식에 우리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우리가 롤챔스에서 뛸 수준도 안 된다는 말이 있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자극을 받아 앞으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자고 마음을 먹었다.

김의진 : 프나틱에서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하지만 그전까지 내 경기력이 좋지 않아 자신감이 없었다. 경기 날이 다가오는 것이 부담되기까지 했다. 불안감이 많았다. 지금은 자신감을 찾았다. 누구와 붙어도 이길 자신이 생겼다.


Q. MSI에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낼 것을 예상했는가?

김의진 : 미국에 도착하기 전에는 우리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MSI 진출 팀들과 연습 경기를 치러보니 스크림 성적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었다.

허승훈 : 막상 대회가 진행되니 참가 팀 선수들이 연습 경기 때보다 더 잘했다.

김의진 : 승훈이는 대회 전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정말 잘해줬다. 프나틱이 탑 라인에서 항상 우위를 점했던 것 같다.

허승훈 : 내가 돌파구를 잘 찾았다고 생각한다. 다른 탑 라이너들을 압도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특히, SKT T1 (장)경환이형과 붙었을 때, 그 형이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Q. 세계 각국의 리그의 실력이 평준화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의진 : 평준화 되었다기 보다는 요즘 메타는 오브젝트 취득을 위해 싸워야 한다. 그래서 운영의 여지가 많이 줄었다. 운영이 아니라 싸움을 잘하는 팀이 유리하다. 운영적인 부분에서는 한국이 매우 뛰어났고 피지컬 적인 부분은 비슷했는데 운영의 여지가 줄어들면서 한국이 약세를 보이는 것 같다.


Q. 지금 싸워야 하는 메타 속에서는 중국 리그가 우승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나?

허승훈 : 그건 아니다. 다만 싸움을 잘하는 팀이 유리하다. 현재 메타에서는 오브젝트를 얻기 위해 싸움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상대에게 오브젝트를 넘기면서 반대편에서 더 큰 이익을 얻는 운영을 해내는 팀이 등장한다면 운영이 더 중요해지는 때도 올 것이다.


Q. 페비밴이 이번 MSI에서 특출난 활약을 보여줬다. '페이커' 이상혁을 솔로킬하기도 했다. 당시 분위기는 어땠나?

허승훈 : 페비벤은 원래 잘하는 선수다. 특히 암살자류를 정말 잘하는 선수다. 이상혁을 솔로킬 냈을때 우리가 정말 많이 놀랬고 흥분했다. 하지만 페비밴은 그냥 무덤덤한척하더라. 다음날이었나? 밤에 컴퓨터 소리가 들려서 자다가 깼는데 페비밴이 솔로킬 내는 영상을 계속 돌려보고 있더라. 수십 번을 되돌려 보길래 왜 자꾸 보냐고 했더니 엄청나게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해맑은 웃음을 짓는 건 처음봤다.

김의진 : 사실 페비밴이 이상혁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그래서 이상혁의 이름을 말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만큼 이상혁과의 경기를 두려워했고 부담스러워했다. 그 경기를 치르고 나서는 '유럽에는 이상혁 같은 실력의 선수가 없다고 말하면서 내가 유럽에서 제일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확실히 얻은 것 같다.



Q. MSI 대회를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

허승훈 : 자신감. 명예. 사실 유럽 리그의 실력에 대해 평가 절하하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 우리가 유럽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특히, 북미팀에게 유럽의 강함을 보여줘서 기분이 좋다. TSM은 탈 북미팀이다. 그런데 프나틱은 탈 유럽팀이다. 탈유럽 팀과 탈북미 팁이 붙으면 당연히 탈 유럽팀이 이긴다(웃음).

김의진 : 후니가 팬관리를 잘한다. 유럽 결승이 끝나고 MSI에서 북미보다 유럽이 잘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겠다고 말한 것 때문에 많은 인기를 얻은 것 같다. 하지만 이말 때문에 우리가 많은 부담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허승훈 : 상대팀도 부담받았겠지~(웃음)!


Q. 레클레스가 입단한다. 이 소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허승훈 : 레클레스 입단은 당연히 좋은 소식이다(웃음). 레클레스가 온다면 EDG도 이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의진 : 스틸백은 그 전에 있는 팀에서 자신이 팀의 중심으로 경기를 치러오던 선수다. 하지만 프나틱에 입단하면서 팀을 위해 자신의 스타일을 죽이고 사리는 플레이를 해줬다. 앞으로 더 잘할 선수인데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Q. 돌아가는 개막전은 유니콘과 맞붙는다. 유니콘과의 대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허승훈 : 유니콘은 정말 대비가 불가능한 팀이다. 정글러 키키스가 정말 잘하고 뛰어나다. 싸움을 잘하는 팀이고 싸움을 좋아한다. 5전 다시 붙는다면 왠지 질 것 같다. 유니콘은 파워랭킹에서 1위부터 20위까지 모두 가능한 팀이다.

김의진 : 유니콘과는 싸우고 싶지 않은데 애들이 질척대면서 자꾸 싸움을 건다. 이 매력적인 팀과 싸움은 피할 수가 없다. 질 것 같지 않은 싸움도 이상하게 진다(웃음).


Q. 돌아간 유럽리그에서 목표는 우승인가?

허승훈 : 그렇다 목표는 우승이고 라이벌은 유니콘, 로켓이 될 것 같다. 유니콘의 스타일은 어느 정도 알았기에 괜찮을 것 같다. 로켓은 연습경기 성적이 워낙 뛰어나 경계가 된다.

김의진 : 경계하는 선수들도 많이잇다. '덱스터', '룩덕' 등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Q. 유럽진출도 성공적이다. MSI에서도 선전을 이어갔다. 해외 진출을 통해서 얻은 것은 무엇일까?

허승훈 : 가장 얻은 건은 명예이지 않을까? 용병이었고 아마추어였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게 가장 기쁘다.

김의진 : 내게 명예는 빚 같은 느낌이다. 이제 다 갚았고 앞으로 더 쌓아야하는.. 해외 진출을 통해 얻은 것은 꿈이 현실화되면서 얻은 자신감, 가능성이 아닐까? 이제는 롤드컵을 우승하고 싶다는 꿈이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경기를 치르는 한판한판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Q. 체이서가 아이디를 바꿀 생각이 없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의진 : 솔직히 아이디 바꾸려고 했었다(웃음). 그런데 아이디를 바꾸려고 보니 이미 로스터 등록이 끝나 있었다. 다행히 유럽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얻었고 이제 R씨 가문 정글러들이 다 잘된 것 같다. 앞으로 R씨 정글러들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

허승훈 : R가문 잠복기가 있네(웃음). 사실은 좋은 가문이고 대성할 가문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허승훈 : 이제껏 좋게 봐주신 것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번 롤드컵에 진출해 최고의 탑 라이너가 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응원 부탁한다.

김의진 : 내가 유럽에서 성공하기까지 응원과 조언을 해주셨던 많은 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롤드컵에 가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프나틱을 소개해준 조이럭 형님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 해외 리그에서 멋지게 성공한 두 선수를 롤드컵에서 다시 보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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