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틀크라이 E3 2015 트레일러 영상
※ 잔인한 장면이 다소 포함되어 있으니 시청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개발/배급: 배틀크라이스튜디오/베데스다 ⊙장르: 아레나배틀 ⊙플랫폼:PC ⊙발매일: 2015년 출시


작년 게임스컴2014 베데스다 부스에서 ‘배틀크라이’를 처음 체험했을 때 한방에 느꼈어요. 이건 진짜 숨은 진주예요. 그래픽, 전투 스타일, 인터페이스, 사운드 뭐하나 흠잡을 게 없었거든요. 당시 베타 테스트도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뜰 거라고 봤는데 웬걸 더 묻혔어요. 무려 베데스다 최초의 프리투플레이 게임인데 말이죠.

이 숨은 진주를 진흙에서 꺼내야겠다는 생각에 첫날부터 베데스다 부스 배틀크라이 체험존으로 달려갔습니다. 전날 베데스다는 폴아웃4, 둠, 디스아너드2 등 정말 굉장한 라인업을 공개했죠. 그래서인지 이미 관심이 한풀 꺾인 배틀크라이 체험존은 별로 사람이 없더군요. 입구에 들어서자 가이드가 그 어떤 부스보다 절 반갑게 맞아주었어요. 원래 게임쇼에서 각잡고 게임하는 스타일아닌데 어쩐지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군요.



다시한번 잡은 탱커-"이것이 인포서다"


지난해 근접 탱커 ‘인포서(Enforcer)’를 플레이해봤기 때문에 올해는 원거리나 암살자 계열로 가려고 했는데 컴퓨터마다 직업이 지정되어 있어서 올해도 어쩔 수 없이 인포서를 돌렸습니다. 이거 하라는 운명인가 봅니다.

1년 전이지만 확실히 한번 해봤던 직업이라 손에 익더군요. 인포서는 거대한 양손 대검을 사용하는 근접 탱커 계열의 직업이에요. '아니 양손 대검을 들고 있는데 어떻게 탱커를 해?'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마우스 오른키를 누르고 있으면 거대한 대검을 옆으로 펴서 방패로 전환합니다. 원거리에서 날아오는 화살 정도는 가볍게 막을 수 있죠.

인포서는 주 스킬이 크게 3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뿔나팔을 불어 전투력을 올리는 버프 스킬, 하나는 약 3미터 앞으로 도약해 일격을 날리는 전진 기술, 그리고 마지막은 대검을 휘둘러 주위 모든 적을 타격하는 광역 스킬이 있죠. 굉장히 단순하고 직관적이에요. 적을 만나면 고민할것도 없어요. 뿔나팔 불어서 전투력 올리고 도약으로 거리를 좁힌 다음 휩쓸기로 돌려주면 인간 탈곡기의 진수를 알게 됩니다. 진짜 뼈와 살이 분리되죠.

전반적인 전투 스타일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지진 않았는데 그래픽은 좀 더 또렷해졌고 피튀기는 느낌이 많이 줄어든 것이 특징입니다. 작년엔 정말 물감 짜내듯 흩날렸는데 꽤 절제되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죽으면 몸이 분리되는 건 여전해요.

아쉬운 부분은 여전히 전투 애니메이션이 뻣뻣한 느낌이라는 겁니다. 이 부분은 배틀크라이 컨셉인 것 같기도 한데요. 실제로 조작하면 반응속도가 빨라 굉장히 부드럽게 느껴지는데 화면으로 보면 마치 로봇 전투처럼 끊어지는 느낌입니다. 플레이 영상을 보면 아마 어떤 느낌인지 아실거에요.



배틀크라이 신모드 체험-6:6 거점 점령전


6:6으로 진행된 멀티플레이는 3개 거점을 점령하는 형태의 모드였습니다. 거점 점령전이 대개 그렇지만 모여서 한타 아니면 치고 빠지는 게릴라식 전투가 일반적이죠. 어차피 지키고 점령해야할 거점은 3개입니다. 6:6이니 이론상으로는 한 거점당 평균 2명이 수비를 하거나 공격해야 하는데 이렇게 정석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죠. 특히 게임쇼의 체험존에서는 조직적인 전투는 불가능하고요.

그래서 저희 팀은 아예 초장에 중앙 거점을 중심으로 한타를 하고 몰아붙이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전략은 제법 통했어요. 배틀크라이는 굉장히 스피드한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점프, 구르기, 달리기가 있고 여기에 맵 곳곳에 중력장 같은 오브젝트가 배치되어 있어 마우스 가운데 버튼만 누르면 순식간에 맵을 가로지를 수 있죠.

그래서 거점 점령전 같이 심리전이 중요한 모드에서는 이런 오브젝트 활용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재미있는 점은 한타에서 계속 이겨서 저희 팀이 압도적으로 승리할거라 생각했었는데 결과 페이지에서 점수 차이는 크지 않더군요. 결국 킬이 꼭 승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겠죠.

지형은 고저의 차가 확실하고 통로형 구조물이 많아 이동 동선이 자유로운 편입니다. 덕분에 6:6 한타가 이루어질 때 한 명이 빠져서 다른 거점을 점령하는 게릴라식 플레이를 할 수 있죠. 흥미로운 점은 폐쇄형 맵인데도 불구하고 낙사를 할 수 있는 구간이 있어 굉장히 조심스럽게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정신없이 싸우다가 뒤로 점프해 웃기게 죽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전투에서 승리하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 거점 점령전






종합-베데스다 색깔 담은 팀배틀의 정수

▲동료들과 함께 싸운다는 느낌이 명확한 '배틀크라이'

솔직히 말하자면 배틀크라이는 깊은 맛은 없는 게임입니다. 오버워치나 배틀본, 자이겐틱에 비하면 캐릭터의 개성도 떨어지고 성장 자유도는 제로에 가깝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끌어당기는 매력은 굉장합니다. 인스턴트 라면 먹는 기분이랄까요. 어떤 맛인지 알고, 자주 먹어서 질릴 법도 한데 출출할 때는 기어이 또 먹게 되는 마성의 매력 말이죠.

스킬수는 많지 않지만 모든 스킬이 설명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고 상성 관계가 명확합니다. 밸런스가 안맞을 것 같은데 앞서 말했던 것처럼 맵을 가로지르는 이동 방법 때문에 1:1에서 말도 안되는 격차가 벌어져도 조금만 시간을 끌면 동료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팀 게임이라는 것을 대놓고 말해주는 대목이죠.

쓸 수 있는 스킬은 궁극기를 제외하면 3개뿐인데 쿨타임도 길어서 난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적을 만나면 한 번에 몰아치고 빠질 수밖에 없어요. 배구로 치자면 시간차 공격 같은 느낌입니다. 특히 인퍼서는 스파이크를 곧장 내릴 꽂을 것 같이 깡으로 들이대다가 체력이 빠지면 슬슬 뒤로 물러서 동료의 지원을 받는 방법이 통합니다. 뻔한 말이긴한데 배틀크라이에서는 이런식의 전투가 매우 즐겁게 이루어집니다.

이런 컨셉 덕분에 밸브의 '팀 포트리스'와 자주 비교되긴 하는데요. 확실히 비슷합니다. 칼 든 '팀 포트리스'라는 표현이 딱 맞아요. 배틀크라이가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겠죠. 출시 전까지 베데스다가 과연 얼마만큼 팀 포트리스와 차이점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연내 출시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를 걸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