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하스스톤의 3번째 모험 모드 '탐험가 연맹'의 첫 지구인 '오르시스의 사원'이 드디어 유저들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오르시스의 사원은 그동안 모험 모드와는 사뭇 다른 형태를 지닌 '무너지는 사원' 등의 테마를 새롭게 선보이며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색다른 모험 모드 체험 외에도 유저들이 주목한 것은 확장팩 '대 마상시합' 이후 약 3개월 만에 추가된 신규 카드에 대한 체험이었습니다.

1지구에서는 직업 도전 모드 클리어 시 획득할 수 있는 2종의 카드를 포함하여 총 10여 종의 카드가 새롭게 모습을 드러냈는데, 이중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카드는 바로 전설 카드인 '리노 잭슨'이었습니다.

블리즈컨2015의 인터뷰에서 마이크 도네이스가 가장 기대되는 카드로 꼽았던 리노 잭슨은 그의 기대에 부응하듯 등장과 함께 많은 국내외 게이머들의 실험대에 오르게 되었고, 그 결과 충분히 현 메타에도 사용될 수 있는 카드임을 증명해냈습니다.



■ 탐험가 연맹의 '제왕 타우릿산' 될까? 등급전 변화의 선봉, 리노 잭슨




리노 잭슨은 6마나에 4/6의 능력치를 지닌 공용 전설 하수인으로, 내 덱에 2장 이상 포함된 카드가 없으면 내 영웅의 생명력을 모두 회복시키는 전투의 함성 효과를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효과만 발동시킬 수 있다면 어떤 직업이든 최대 59의 생명력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기에, 말 그대로 '전설'다운 상당히 파격적인 효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파격적인 효과에도 리노 잭슨은 등장할 당시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블리즈컨 현장에서는 탐험가 연맹 신규 카드 중에서 가장 극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는 '엘리스 스타시커'를 등장시켜 '황금 원숭이'의 파격적인 효과로 유저들을 사로잡았고, 이후 모든 카드 목록이 공개된 이후에도 '발견' 효과의 효율성이나 주술사에게 새롭게 추가된 멀록 카드들에 대한 부분이 더 집중적으로 조명되었습니다.


▲ 등장할 때의 존재감 만큼은 확실한 엘리스-지도-황금 원숭이 콤보!
(이미지 출처 - 좌: 하스스톤 공식 페이스북 / 우: hearthhead.com)


그러나 이후 세계 각지의 프로 게이머들이 탐험가 연맹의 카드 평가를 시작하면서 리노 잭슨의 입지는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블리즈컨2015 이전까지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ThijsNL 선수나 해외 유명 스트리머인 Kripparian 등 많은 유저들이 컨트롤형 중후반 덱에 힘을 실어줄 좋은 카드로 평가하면서 이 카드의 활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1지구가 열린 이후, 리노 잭슨은 핵심 실험 대상이 됩니다. Kolento 선수나 StrifeCro, Savjz 선수를 비롯한 국내외의 많은 게이머들이 이 카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컨트롤 덱을 구성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유명 게이머들이 리노 잭슨을 포함한 덱으로 전설 등급에 도달하거나, 전설 등급의 등급전에서 충분히 뛰어난 승률을 거두면서 이 덱의 가능성을 인정받게 됩니다.


▲ 슬시호 선수가 등급전에서 활용한 리노 잭슨 성기사덱


국내외 게이머들이 실험 중인 '리노 잭슨' 덱은 철저히 리노 잭슨을 중심에 두고 이 효과를 활용하기 위한 구성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카드를 1장으로 구성하면서 최소한의 카드만 중복으로 사용하고, 중복인 카드에 대해서는 실제 플레이할 때 철저한 카운팅이 필요합니다.

리노 잭슨을 중심으로 구성한 덱은 기본적으로 상대보다 더 많은 기대 생명력을 바탕으로 플레이하는 컨셉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길게 보는 운영이 필요하며, 따라서 버티는 데 유용한 치유 주문이나 상대 하수인을 광역으로 정리할 수 있는 주문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와 같은 특성을 잘 갖추고 있는 직업들이 최근 리노 잭슨 덱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하스스톤 초창기부터 '컨트롤 덱'을 구사해온 흑마법사나 힐 메타에 최적화된 직업 중 하나인 성기사, '얼음 방패'를 통해 킬각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막강한 광역 주문 및 홀딩 주문을 가진 마법사와 같은 직업들이 그런 대표적인 직업군이라 할 수 있습니다.


▲ 특히 중장기전에서 리노 잭슨의 활용도는 극대화되며,
마법사로도 탈진전의 최강자 전사를 이길 수 있다.


다만, 덱 자체가 갖는 한계점도 명확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카드가 1장씩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가장 효율이 좋기로 정평이 난 카드라 해도 가급적 1장만 넣게 되며, 따라서 기존에 해왔던 다른 덱들보다 첫 손패 및 드로우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가령, 고블린 대 노움 이후 공용 카드 중 가장 채택률이 높은 카드라 해도 과언이 아닌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는 사실 리노 잭슨 덱에서 필요한 치유형 카드도, 홀딩형 카드도 아니기에 2장을 넣기 어려우며, 따라서 이 카드를 2장 넣는 다른 덱보다 4마나에 바로 나갈 수 있는 확률도 낮고, 그만큼 전장 장악력 역시 다소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 '국민 하수인' 누군가 조종하는 벌목기도 리노 잭슨 덱에서는 1장만 사용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마나 커브를 잘 맞춘다고 해도 각 마나에서 이미 고효율 하수인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덱을 1장씩 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벗어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런 요소로 인한 덱 파워 자체의 하락도 몇몇 직업군에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핵심 카드의 2장 구성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하는 카드를 원하는 타이밍에 확보할 확률 또한 기존의 덱보다 낮고, 기존에 활용해왔던 '평등-신성화'나 '자연의 군대-야생의 포효', '병력 소집-병참 장교' 등의 콤보 카드 운영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매 경기가 상당히 길게 이어지기 때문에 유저가 느끼는 피로도도 다소 높으며, 운영도 다소 까다로운 면이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사실상 상성 덱을 꼽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지만, 전장에 1~2기의 하수인만 있어도 30 정도의 피해를 우습게 줄 수 있는 드루이드 덱에는 의외로 허무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존재합니다.


▲ StrifeCro 선수의 리노 잭슨덱을 변형해 11월 전설을 달성한 윈드엣지0 유저의 덱


이런 한계점이 있음에도 리노 잭슨 덱을 활용해 전설에 오르거나 전설에서도 충분한 승률을 보인다고 증언하는 일반 유저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것은, 이 덱 자체의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방증해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스스톤 자체가 서비스 3년여에 접어들면서 '좋지만 다른 더 좋은 카드 때문에 쓰이기 애매했던' 많은 카드가 리노 잭슨으로 재발견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어떤 카드가 2장 구성되지 않아도 덱 파워의 손실이 최소화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또, '하수인 정리-회복'에 최적화된 덱 컨셉 상 어그로 덱을 상대로 상당히 좋은 승률을 보여주며, 이 때문에 최근 등급전에서 점차 어그로 덱을 만나는 횟수가 예전보다 줄어드는 것 같다고 증언하는 유저도 상당히 많습니다.


▲ 모험 모드 공개 이후 약 3일간, 100개가 넘는 리노 잭슨 덱이 업로드되었다.


물론, 지금까지 모험 모드 출시 이후를 생각해보면 어떤 새로운 카드가 등장한 주간에는 그 새로운 카드를 중심으로 하는 메타가 '반짝'하고 유행하기도 하며, 리노 잭슨 덱 또한 탐험가 연맹의 모든 카드가 풀린 이후에는 '반짝'하고 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다만, 하스스톤의 신규 카드가 계속해서 나올수록 좋은 카드의 후보군은 점차 늘어나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리노 잭슨'의 효율성은 점차 높아질 확률이 높습니다. 또, 가장 최근에 펼쳐진 해외 대회에서 리노 잭슨을 사용하는 덱에 벌써 출현했다는 점(Superjj, 해당 대회 우승)도 이 덱을 긍정적으로 보게 합니다.

당장 어그로 덱과 파마 덱이 판을 치던 등급전에 잘 보이지 않던 카드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등급전을 즐기는 재미는 배가되었다는 의견도 상당한 만큼, 리노 잭슨 덱이 어느 정도의 메타 변화를 이끌어낼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 대회에서 슈퍼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리노 잭슨!
(출처: 하스인벤 영상관 '돋베가' 유저 게시 영상)

▲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 낸 Seatstory CUP IV 우승자 Superjj 선수의 리노 냉기 법사덱
(인벤 닉네임 뜻없음 유저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