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타(Rotta) 작가가 찍은 설리 사진(※출처: 로타 페이스북)

"부드러운 살결과 앵두같은 입술, 발그레하게 상기된 볼,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기"

많은 사람이 '소녀'를 연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이다. '소녀'라는 단어에서는 깨끗하고 맑은, 하지만 앳된 모습에서 풍기는 묘한 매력이 연상된다. 그래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소녀는 이런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곤 한다.

이런 모습을 주로 담는 사람이 있었으니, 자칭 '성공한 덕후'이자 '미소녀 전문 사진작가'인 로타(Rotta)이다. 본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던 그는 카메라를 잡고 사진작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 학창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해 H2나 전영소녀, 아이즈와 같은 작품을 자주 접해왔다고.

그래서일까,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들이 하나같이 애니메이션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 듯한 미소녀이다. 가발을 쓰고 화장을 짙게하고 만화 속 옷을 똑같이 만들어 입는 건 아니다. 머리스타일이나 옷차림은 분명 현실에서 쉽게 볼 법한 여성의 모습이나, 사진에서 풍기는 '향기'가 비현실적으로 달콤하다.

미소녀를 주 모델로 삼아 촬영 작업을 하고 있는 로타는 최근 'Girls'라는 화보집을 내면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제이코스와 함께 '마비노기 영웅전' 속 '델리아' 캐릭터 코스프레 촬영에 나섰다.

코스프레 사진이지만 여느 작품들과는 다소 달랐다. 그는 '델리아'라는 캐릭터에만 포커스를 두기 보다는, '현실세계에서의 델리아'라는 관점으로 접근했다. 어떤 사진에서는 팔에만 갑옷을 끼고 냉장고를 열고 있거나, 혹은 편한 복장으로 무기만 들고 있다.

과하지 않은 복장과 메이크업, 그리고 로타 작가 만의 색감이 더해져 그야말로 '소녀'다운 델리아의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어떻게 저런 색감을 낼 수 있는 건지 궁금했다. 나아가 소문에 의하면 그는 상당한 코어 게이머이다. 왠만한 게임기와 더불어 레트로 게임기도 구비하고 있다고. 무엇을 고민하랴. 바로 연락처를 확인하고 로타 작가를 만났다.

▲ 미소녀 전문 사진작가 '로타(Rotta)'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앞서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미소녀 전문 사진작가 로타(Rotta)입니다. 원래는 만화 일러스트를 주로 다뤘는데요. 콘솔 게임과 만화를 좋아해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었어요. 게임 일러스트 쪽으로 갈까 하다가 카메라를 붙잡고 사진으로 표현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진 말고 영상 쪽 일도 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그림도 다시 할 생각이에요.


Q. '로타'라는 이름을 쓰고 있는데요. 일각에서는 '로리타'의 준말이 아니냐는 말도 있습니다. 정확히 무슨 의미인가요?

10년 전에 넥슨의 한 공모전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당시 캐릭터 이름이 '로타'였어요. 바이러스와 싸우는 백신 로보트 이름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귀여운 느낌의 이름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고, '로보트'의 '로'자에 귀여운 마무리로 '타'를 붙여서 '로타'로 했어요.

▲ 넥슨 공모전에 제출했던 캐릭터의 이름이 '로타'


Q. 대학교 때 전공이 애니메이션과나 시각디자인과였나요?

아니요. 전공은 공예였어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를 정말 좋아했어요. 중학생 시절부터 만화동아리에 들면서 그림을 그려왔어요. 드래곤볼과 슬램덩크가 나오던 시절, 저는 미소녀 만화를 즐겨 봤어요. '전영소녀'나 '아이즈' 등을 좋아했죠.

취미삼아 지우개로 건담을 만들기도 했어요. 지우개 건담으로 방송에도 나왔죠. R 커뮤니티에서도 인기 있었고요.


Q. 사진작가의 길을 걷겠다고 마음 먹었던 때는 언제였나요?

글쎄요. 엄청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자연스럽게 사진작가가 되었어요. 대략 15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고 할 때, 카메라를 손에 쥐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주변의 여자들을 찍었어요. 그 과정에서 카메라의 매력과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사진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 본격적으로 사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었죠.



Q.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사진작가로 전향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사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어요. 정확히는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애니메이터의 길은 상당히 힘든 곳이었어요. 만화를 그리는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처음에는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를 생각했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 성격과는 다소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러다 카메라를 붙잡고 사진을 찍었는데 오히려 뭔가 속이 시원한 기분이었습니다. 일러스트 작업을 할 때는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사진작가는 많은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작업해야 해요.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는데, 함께 하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볼 때 정말 기분이 좋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사진의 묘미에 빠져들게 되었죠. 이 일을 하면서 오히려 사람을 만나는 걸 적극적으로 하게 됐습니다.


Q. 그렇다면 '사진'만이 담아낼 수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요?

표현하고 싶은 바를 쾌적하고 빠르게 상대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다. 결과물을 내가 더 원하는 대로 용이하게 낼 수 있는 틀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리고 사진 작업을 하면서 평소에 뵙고 싶었던 분들을 만나볼 수도 있었죠.

사진작가를 하면서 연예인이나 그림 그리는 분들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효리나 서태지, 설리와 더불어 이와이 슌지 감독이나 호소다 마모루 감독 등을 봤어요.


Q. 최근에 제이코스와 마비노기영웅전 신규 캐릭터 델리아 코스프레 사진 작업을 하셨는데요. 코스프레 촬영은 처음이라고 들었습니다.

코스프레 촬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원래 코스프레 사진은 잘 찍지 않았어요. 만화 속 주인공이 현실에서 실체화가 되었을 때, 본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차이가 커서 환상이 깨지는 게 싫었거든요. 그런 느낌을 제 사진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주고 싶지도 않았고요.

다른 코스프레 사진을 보면 퀄리티가 엄청나고 재연을 잘한 것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면서 만족했던 적은 없었어요. 이입이 잘 되지 않았거든요. 2차 창작물이라는 느낌이었지, 실제 만화 캐릭터를 보는 것 같지는 않았죠. 만화 캐릭터도 아니고 게임 캐릭터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사람도 아닌 무언가 어중간한 이미지였어요. 완벽한 모델과 환경이 아니라면 어중간하게 작업해서 보여드리고 싶진 않았습니다.

이번에 마비노기 영웅전 코스프레에 도전하게 되었는데요. 캐릭터와 콘셉트 등을 보고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의상의 퀄리티도 굉장히 좋았거든요. 그래서 제이코스 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서 촬영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 [로타x제이코스] 마비노기영웅전 델리아 코스프레 (모델: 이호신)


Q. 그렇다면 '델리아' 코스프레는 어떤 콘셉트를 기반으로 촬영되었나요?

델리아라는 캐릭터에 모델이 이입하기보다는, 갑옷을 입었을 때 델리아의 느낌이 잔잔하게 풍기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실사와는 달라야 해고요. 만화스러운 느낌은 조성해야 하죠. 처음에는 가발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가발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현실감을 떨어트리고 어색해질 수 있는 요소는 최대한 배제했죠.

그리고 저만의 요소를 넣었습니다. 델리아가 집에서 있는 모습을 담는 것이었어요. 델리아가 집에서 나갈 준비를 하는 모습일 수도 있고, 장비를 한 쪽만 착용하고 있을 수도 있는 거죠. 델리아의 일상적인 모에함을 풀어보고자 했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델리아'란 어떤 캐릭터인가요?

시원시원한 공주님이랄까요? 집에서는 얌전하고 다소곳하지만, 밖에 나오면 시원한 이미지의 여성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사진으로 담아 낸 델리아는 전투 전의 모습이고요(웃음),


Q. 향후 게임업계에서 코스프레 촬영에 대한 제안이 온다면 참여할 생각이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이번 델리아 코스프레 촬영도 즐거웠거든요. 재밌을 것 같아요.


Q. 한국에서 사진집 하나로 이슈를 모으기 굉장히 쉽지 않은데요. 'Girls'가 여러모로 큰 이슈가 됐습니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나요?

어느 정도는 예상했어요. 좀 건방져 보이나요(웃음)? 5년 전부터 출판에 관심이 있었어요. 전시회도 그랬고요. 이슈가 되면서 크게 터진게 '걸스'였죠. 준비를 정말 많이 했어요. 사진 작업은 많이 했지만 책이나 상품 등을 만들어 판 적은 없었어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팬 분들의 요청도 있었고요.

그래서 10월에 콜라를 흔들었죠. 터트린 거죠. 덕후 코드가 많이 녹아들어가 있어요. 실제로 그런 관점에서 봐주시는 것 같고요. '이렇게 촬영하면 반응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걸 토대로 작업을 했죠. 제가 갖고 싶은 작품이라면 팬 분들도 사고 싶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Q. '걸스' 화보집에 등장하는 모델은 어떻게 알고 섭외했나요?

우선 원래부터 알던 동생들이 모델로 서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진 찍으면서 알게 된 동생들요. 혹은 사진 작업을 하다보니 SNS 상에서 제 사진을 보고 모델로 서고 싶다고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제 포트폴리오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요. 제 사진 스타일을 알고 오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작업하러 오셔서 스타일이 안 맞거나 하는 일은 없어요.

저 역시 모델 분들의 사진을 사전에 다 보기 때문에 서로 검증된 상태에서 작업을 하죠. '야릇 미묘한' 성향을 좋아하는 사람을 섭외해서 함께 촬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Q. 촬영에 함께 할 모델을 선정할 때 본인 만의 선정 기준이나 취향이 있을까요?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만화스러운' 사람입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미지랄까요? 우리가 봤던 만화에서 나올 법한 그런 사람을 주로 선정하고 있어요. H2나 전영소녀, 오렌지로드, 아이즈 같은 만화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Q. 포즈나 표정이 야릇하지만 사진 전체 분위기나 색감이 상당히 청순한데요. 이런 스타일을 모방하는 아류랄까요. 비슷한 콘셉트에 도전하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당연히 상관없습니다. 제가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딘가에서는 분명 영향을 받았을 거고요. 저 역시 그렇게 커왔기 때문에, 제 작품에 영향을 받고 도전하는 분들이 생기는 건 고마운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작업을 하다보면 모델이 생각한 바와는 다른 모습을 비춘다던가 혹은 다소 어색해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럴 때 원하는 포즈나 눈빛을 이끌어 내기 위해 어떤 식으로 대처하나요?

모델에게 표정이나 포즈를 물리적으로 이야기 합니다. '어떤 이미지로 표현해주세요'라는 식으로 말을 하면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 달라서 전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모델들이 제 작업을 따라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사실 크게 어려운 점은 없어요. 이해를 잘 하거든요.

때때로는 제가 원하는 콘셉트가 아니더라도, 모델이 자기가 원하는 포즈를 보일 수 있도록 그냥 두기도 해요. 모델이 원하면 바꾸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촬영을 합니다. 스스로가 원하는 포즈라면 저 역시 포즈 변경 없이 사진 촬영을 합니다. 사진을 보고도 '정 아니다' 싶으면 결과물로 안 쓰면 되니깐요. 서로 즐겁자고 하는 일이잖아요.



Q. 일반 모델과 주로 촬영을 하지만 여러 연예인과도 작업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델'로서의 연예인과 일반인, 두 그룹 간의 차이가 있나요?

물론 차이는 있습니다. 연예인은 대부분이 커머셜 촬영이에요. 상업적인 용도로 촬영하는 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작업에 참여하는 스텝의 수가 대단히 많습니다. 옷이나 머리스타일 등 각 요소별로 확인 과정이 까다로워요. 많은 곳이 얽혀있다보니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나 컨펌이 제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일반인은 이런 제약이 없어요. 개인적으로 작업할 때는 1:1로 촬영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상이나 헤어, 메이크업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요. 제가 구해도 되고 모델이 스스로 가져와도 되죠. 개인 모델은 일반인이라 이런 부분에 대한 매너리즘이 없습니다. 오히려 자유롭고 순수하죠. 형식에 얽매여 있지 않아요.


Q. 사진집을 보니 스스로를 '성공한 덕후'라고 표현했는데요. 성공한 덕후라 부르기 위한 스스로의 기준이 있을까요?

'덕행일치'입니다. 덕질과 일이 일치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덕업일치'입니다. 덕후 활동을 하다보면 인지도가 올라가고,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되면서 수입이 생기고 그것이 곧 직업이 됩니다. 미소녀를 찍어서 돈을 벌고 있다는 측면에서 저 역시 덕행일치를 실천한 것이죠.

예전에 서태지가 한국에 귀국할 때 수 많은 기자와 팬들이 인천공항에 모였어요. 공항 전체가 마비될 정도였는데요. 당시에 저도 서태지를 찍기 위해 팬클럽 사이에 섞여 있었어요. 제 카메라를 보더니 팬들이 "사진 잘 찍어달라"고 부탁을 하더라고요. 프레스 라인이 앞에 있고 일반인은 원래 뒷 편에 서있잖아요. 욕심이 생겨서 최대한 프레스 라인에 가깝게 접근했어요. 옆에는 한밤의 TV연예의 김생민도 있었죠. 어쨌든 그곳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고 팬카페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제 사진을 좋아해줬어요.

몇 년이 지나고 업무적으로 서태지를 만나 촬영을 했는데, 팬들이 '이 사람은 덕질을 승화시켜서 서태지도 직접 만나는데 우리는 뭘 했나', 이 사람 성공한 덕후다'라며 우스갯 소리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조건 하고 보는 성격이거든요.



Q. 당연히 카메라 덕후의 길을 가신거라고 생각했는데, 조사해보니 의외로 건담의 길도 걷고 있어서 놀랐습니다.

네, 건담을 정말 좋아해요. 전 완벽한 건덕(건담 덕후)이에요. 게임, 애니메이션 등 장르 가리지 않고 건담은 모두 접하는 편이죠. 존재하는 작품은 모두 다 봤고요. 피규어 콜렉션도 물론 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가서 직접 구매도 많이 하고 있죠. 피규어가 많아서 인터뷰가 따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잡지 촬영에 사용하고 싶다고 대여 요청이 오기도 하고요.



Q. 콘솔 게임을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집에 어떤 콘솔 기기를 보유하고 있나요? 그리고 최근에 즐겨한 게임은 무엇인가요?

전 기종 다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할 수 있는 콘솔 기기 대부분 다 있어요. PC엔진이나 PC FX는 없어요. 3DO도 없고요. 그 외에는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제 방과 스튜디오에 잘 구겨서 넣어 뒀어요(웃음). 요즘 즐겨한 게임은 '메탈기어솔리드5 펜텀페인'과 '라이즈 오브 더 툼레이더', '폴아웃4' 정도에요. 바빠서 클리어까지는 힘들지만 신작이 나오면 해보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시스템과 스토리라도 훑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Q. 게임 플레이 경험이 사진 작업에 영향을 주기도 하나요?

물론이죠. 영화 한편을 보고 나면 영화 풍경구도나 인물들의 표정이 머리에 남잖아요. 이런 것이 양분이 되는 것입니다. 저는 사진을 찍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사진 공부를 따로 한 적은 없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됩니다. '러브레터'를 보면서 구도를 관찰하거나 '에반게리온'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었어요.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임의 인터페이스나 스토리 등을 접하면서 영감을 얻어요. 각 게임마다 저마다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점도 제각각이죠.





Q. 본인의 작품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걸스'를 포함해 모든 작품에 대해서 어떤 콘셉트를 토대로 작업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콘셉트는 '만화 일러스트로 그렸던 것을 사진으로 옮기는 것'이에요. 결국 일러스트 하시는 분들이 하는 일과 제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툴의 차이인 것이죠. 만화스러운 일러스트를 실제 사람을 모델로 해서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입니다. 사진기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게임이나 영화 등에서 영향을 받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는 사람들도 간혹 뉴스에 나오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영향을 받은 그 사람 개인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소수입니다. 일례로 GTA를 만든 개발자가 살인범은 아니잖아요. 특정 게임이나 영화가 살인범을 양산하는 것도 아니고요.

저 역시 로리타를 일부러 의식하고 작업한 적은 없어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그런 코드에 대한 디자인적인 '로망'이 있을 뿐이에요. 교복 스타일의 디자인을 좋아해요. 그렇다고 제가 촬영하면서 교복입은 모델을 보고 학생으로 생각하거나 하진 않죠. 지나가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서 침을 흘릴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거 아닌가요?

사실 서브컬쳐가 너무 수면 밖으로 나와서 이슈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많은 사람들이 예전부터 이런 문화나 코드를 좋아해오고 있고, 이 때문에 안 좋은 일이 발생하거나 한 적도 없습니다. 다시 수면 안으로 들어가야 하나 싶어요(웃음). 서브컬쳐 문화가 앞으로 안정적으로 정착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서브컬쳐를 주제로 한 잡지를 발행해볼까 하는 계획도 있습니다.

▲배우 도희와 작업한 최근 사진(※출처: 로타 페이스북)


Q.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릴게요.

게임 전문지를 통해 인사드리는 건 인벤이 처음인데요. 인벤을 통해 인터뷰를 하게 되어서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앞으로는 코스프레 촬영이나 게임 쪽 제작 분야에 더욱 적극적으로 발을 들일 계획이라, 여러분들과는 자주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콘솔 게임을 제작하시는 분들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기회가 된다면 작업에 관여도 하고 싶습니다.

미소녀 사진 촬영은 앞으로도 이어가며, 전시와 출판도 계속해 나갈 생각이에요. 열심히 활동하고 노력할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리고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