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匠人)'이란 무엇일까. 본디 '심혈을 기울여 작품을 만들어내는 솜씨 좋은 수공업자'를 의미하는 뜻이었지만, 오늘날 게임계에서는 이를 '솜씨가 좋다'는 부분만을 특히 부각해 '한 개 캐릭터만을 심혈을 기울여 플레이해 솜씨가 좋은 플레이어'를 일컫는 말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님들 저 겐지 장인임'이라던가, '님들 저 한조 장인임'이라던가가 있죠.

하지만 여기에 일반적인 의미의 장인이 아닌, 다른 의미의 장인이 존재합니다. FPS 장르의 게임에서 캐릭터를 잘 다루는 것 말고 무슨 장인이 있겠느냐만은,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장인은 무려 '등산'의 장인입니다. 그것도 추진기를 타고 날아다니는 파라나, 갈고리로 손쉽게 고지대로 올라갈 수 있는 위도우메이커같은 영웅이 아닌, 솔져 76으로 등반을 하는 장인입니다.

솔져는 수직 이동이 가능한 이동기가 없어 사실 등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인은 솔져의 '나선 로켓'스킬을 이용한 '로켓 점프' 테크닉을 사용해, 일반적으로 기동성이 뛰어난 영웅 말고는 올라갈 수 없는 지형을 오르거나, 기동성이 뛰어난 영웅조차도 오를 수 없는 지형까지 올라가 많은 이들의 화제가 되었죠.

▲ 파라와 위도우의 명당, 아누비스 입구 윗 지역을 솔져로 등반하는 영상


위 영상은 사용자 지정 게임에서 기술들의 쿨타임이 없도록 설정하여 진행한 것으로 사실상 실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장인은 솔져로 저 지역을 올라가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그래서 오버워치의 모든 맵들을 돌아다니며 어딘가 오를 수 없는 지형이 없나 끊임없이 찾아다녔다고 합니다.

이러한 발상은 많은 유저들에게 '참신하다'는 인상을 남겼고, 이윽고 장인은 여러 오버워치 커뮤니티에서 이른바 '등산맨'으로 불리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별명까지 해서 마치 슈퍼히어로의 탄생 비화 같은 느낌이네요. 오버워치계의 암벽 등반 전문 히어로, "오케야바두"(이하 등산맨)님을 만나보시죠!



Q.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하라는 게임은 안 하고 사용자 지정 게임 만들고 등산만 즐겨하는 등산맨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 어쩌다가 등산을 시작할 생각을 하셨나요? 등산을 하게 된 계기 같은 게 있나요?

오버워치를 하기 이전에는 팀 포트리스 2를 많이 했었어요. 팀 포트리스 2에는 '점프 맵'이라는게 있어서, 로켓 점프를 활용해서 오를 수 있는 지형이 많은 맵이 있어요. 제가 이 맵을 특히 좀 좋아했었거든요.

오버워치가 출시되고 나서 게임을 즐기다가 문득 '오버워치에도 이런게 없을까'라고 생각했던 게 동기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용자 지정 게임을 만들고 길을 찾다가 보니 자연스럽게 등산을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로켓을 쏜다는 점에서 파라에 관심이 많았는데, 파라는 캐릭터 특성상 쉬프트로 부스터 쓰고 날아오르는 것을 제외하면 로켓이랑 일반 점프의 배합이 그렇게 효율이 좋지가 않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마침 팀 포트리스 2의 솔져와 이름이 같은 솔져 76의 로켓 점프에 주목을 하게 되었습니다.

▲ 로켓 점프가 핵심 이동 수단이었던 TF2의 솔져, 어쩌다 보니 이름까지 같다.



Q. 로켓 점프를 직접 해봤는데 생각처럼 쉽지가 않던데요. 점프와 나선 로켓, 질주를 어떤 느낌으로 사용해야 가장 멀리, 높게 뛸 수 있을까요? 특별한 타이밍이 있나요?

일단 순서부터 말하자면, 점프랑 로켓을 동시에 사용하고, 그 뒤에 질주를 써서 앞으로 간다는 느낌이에요. 솔져의 질주 중엔 사용 가능한 기술이 점프밖에 없기 때문에, 질주는 가장 마지막에 써야 합니다. 그러니까, 점프와 로켓을 동시에 눌러서 먼저 공중에 뜨고, 그 다음에 질주를 해서 앞으로 나간다는 느낌이 되야해요.

제가 여러 번 해보니 점프보다 나선 로켓을 아주 약간 빨리쓰면 좀 더 높이 뜨는것 같긴 하던데, 잘 안될 때가 많아서 그냥 동시에 누르는 게 편하다 싶어요. 엄청 높이까지 올라왔는데 좀 더 뛰겠다고 어설프게 하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더러 있거든요. 특히 실패하면 낙사하는 구간일 경우에는 자제하는 편입니다.

▲ 점프와 로켓을 동시에 쓰고 질주로 전진, 어때요, 정말 쉽죠? 엄...



Q. 등산을 하다보면 '저길 오를수 있을까?' 싶은, 애매한 지형이 많이 있을것 같은데, 등산을 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노하우라던가 특별한 기술이 있나요??

제가 솔져로 등산을 많이 하긴 하는데, 사실 올라가는 과정을 죄다 솔져로만 시도했던 건 아니에요. 일단 리퍼의 '그림자 밟기'나 파라의 부스터로 최대한 발판이 있을만한 곳을 비벼서 찾아봤어요.

아누비스 비행선에서 동상 쪽으로 이동하는 루트같은 경우는, 전혀 올라갈 수 있을것 같진 않은데 우연찮게 리퍼 그림자밟기가 되는걸 발견했거든요. 이런 지형을 하나 둘씩 모아서 루트가 만들어지겠다 싶으면, 그때 이제 솔져로 올라가 보는 거죠. 그냥 솔져로 처음부터 찾으면 암 걸려요...

이렇게 루트를 찾는 방식이 좀 오래 걸리긴 해도, 새 발판을 발견해서 '아! 이제 저길 올라갈 수 있겠다!'하고 루트가 이어지는 순간에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 등반 루트를 찾는 단계에서는 솔져 대신 리퍼를 애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Q. 솔져 외에도 여러 영웅들을 이용한 루트들도 개발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주목하고 있는 영웅이 있나요?

등산을 할 때 쓰는 영웅의 경우 제 나름대로 주목하는 부분은 '기동성이 좋은 영웅이 갈 수 있는 곳을 상대적으로 기동성이 떨어지는 영웅들로 갈 수 있느냐'와, 그리고 '실전에서도 이게 쓸만하겠는가'까지 두 가지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되려 등산할때 기동성이 좋은 영웅이면 안 됐죠.

솔져로 등산을 하게 된 건 이 조건에 제대로 부합하는 캐릭이었던 게 컸어요. TF2에서 로켓 점프를 쓰는 캐릭터 이름도 '솔져'여서 맘에 들기도 했고요. 그래서 파라나 겐지, 윈스턴, 정크랫 같이 쉽게 등반하는 스킬이 있는 영웅들 외에는 죄다 시도해보고 있어요.

보통 바스티온 궁극기나, 자리야 입자포로 공격을 했으면 했지 이걸 점프에 이용하려고 하진 않잖아요? 저는 되려 이걸 점프로 써먹어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 밖에도 리퍼의 그림자 밟기 때 증가하는 이동 속도를 이용한 점프도 있고, 라인하르트의 돌진을 이용해 특이한 지형으로 내려가기 같은 것도 개발하고 있어요.

▲ 바스티온 궁극기로 올라간 할리우드 스튜디오 꼭대기


▲ 솔져가 시도했던 아누비스 등반을 자리야로도 시도, 아쉽게도 이 이상은 힘들었다고 한다



Q. 로켓 점프는 일정량 체력을 잃게 되고 나선 로켓 쿨타임도 돌게 되는데, 이런 점 때문에 실전에서 활용하기 어려워보이기도 하던데요. 실전 활용도는 어떤가요?

제가 실전에서 로켓 점프를 쓰는 경우는, 주로 궁극기가 준비됐을 때 우회하는 방식으로 많이 쓰는 편이에요. 대부분의 적이 모르는 로켓 점프 루트를 이용해서 우회한 다음에 잃은 체력을 생체장으로 회복하면서 전술 조준경으로 뒤에서 타격하면 먹힐 때가 꽤 있습니다.

기동성 좋은 겐지나 파라 같은 영웅들이 주로 쓰는 루트에 솔져가 나타나리란 예측은 다들 잘 못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적에 파라나 겐지가 없으면 그 포인트를 신경을 안쓰고 플레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저도 그 점을 노릴려고 로켓 점프까지 해서 우회하는 것이기도 하고요.

▲ 실전에서 로켓 점프를 활용한 예, 아니 왜 솔져가 저기에 올라가 있어!?



Q. 로켓 점프 공략을 보면 로켓 점프 없이, 혹은 한 번의 로켓 점프로만 이동하는 루트를 많이 개발하셨던데요. 이 중에서 명당이라고 생각하는 루트, 추천하는 루트는 어디인가요?

일단 저 말고도 다른 분들이 많이 추천하시는 루트 중엔 하나무라 A거점에서 B거점으로 가는 왼쪽 길이 있어요. 여긴 B거점 쪽이 고지대라 B에서 A로 가는 경우는 솔져도 로켓 점프 없이 질주로 넘어갈 수 있긴 해요. 그런데 A에서 B로 가는 길은 사실상 기동력이 좋은 파라나 겐지, 윈스턴 등의 전용 루트였죠. 그치만 로켓 점프를 쓰면 가능해요. B거점 공략시 리스폰 되자마자 빠르게 거점을 공략해야 할 때 쓰면 좋습니다.

도라도는 마지막 경유지 건물 입구로 들어가서 왼쪽에 헬스팩이 있는 방을 보면, 위쪽에 구멍이 뚫려있어요. 여기도 기동성 좋은 영웅들이 많이들 침투하는데, 솔져로도 올라가지더라고요. 수비하는 적들이 화물이 오는 방향에 신경쓰고 있는 동안 후방을 타격할 수 있어서 쓸만합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많이 써먹는 부분인데요. 지브롤터 마지막 경유지를 뚫어야 할 때 왼쪽 계단에 바위를 밟고 우회하는 루트가 있어요. 이 루트로 나오면 전 본진 2층에서 솔져가 튀어나와서 궁극기를 쓰기가 좋아요. 여기 같은 경우는 발견하고 나서 괜찮다 싶어서, '한 번 실전에서 써볼까?'하고 바로 빠른 대전에서 써먹어봤는데 아주 제대로 통했었어요. 지금도 자주 쓰는 루트입니다.

☞ [ 등산맨의 '솔져76 로켓 점프 공략(데이터 주의)' 바로가기 ]


Q. 그렇다면 발견한 루트 중에서 실전에서 가장 쓸모없지만 재미있었던 루트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쓸모없는 건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루트는 지브롤터 꼭대기 등산이었어요. 이건 약간 버그성이라 정말 실전에선 쓸 수도 없고, 그냥 등산 하나만이 목적이었거든요. 리퍼 그림자밟기로 맵 바깥에 쳐박혀서 솔져로 바꾸고, 어두컴컴한 맵 밖을 돌아다니면서 꼭대기로 가는 길을 찾았죠.

이게 루트를 찾아내기만 했다면 막상 올라가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2분이면 되는데, 길 찾느라 고생한 시간을 다 합치니 12시간정도 걸렸어요. 거의 이틀에 걸쳐서 길을 찾는데, 정말 하다가 때려치울까 많이 생각했어요. 이게 올라가지긴 하는가 의문이기도 했고...

그런데 포기해야되나 싶을 때쯤 되면 왠지 모르게 발판이 하나 둘씩 나오긴 나오더라고요. 결국 더 올라갈 데가 없는 끝까지 올라갔을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 이제 아예 맵을 뚫고 들어가서 등산한다! 지브롤터 꼭대기 등반 영상



Q. 현재 진행중이거나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등산이 있을까요?

사실 제가 아누비스를 처음으로 등산을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까지 많이 등산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런데 너무 과하게 하다 보니 이제 더 이상은 일반적인 맵에서 어디 올라가 볼 만한 포인트가 거의 없게 되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주로 리퍼의 그림자밟기를 이용해 맵 밖으로 나가서 등산하는 루트를 찾아보는 중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지브롤터 등산이 그런 경우죠. 지금은 도라도에서 루트를 찾는 중인데 올라갈 곳이 잘 보이지가 않아요. 일단 어느 정도는 올라왔는데 더 위로 갈 수는 없나 계속 찾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 아직 발판을 좀 더 찾는 중이라는 도라도 등산 루트



Q. 인터뷰에 시간을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향후 새로이 추가되는 영웅이나 전장에서도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새 영웅도 좋지만, 새 전장이 너무 기다려지네요. 새 영웅이 추가된다면, 다른 분들은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것 같진 않은데 가급적 기동력이 좋지 않은 편이었으면 되려 기쁠지도 모르겠어요. 이 캐릭터로 또 여기저기 올라가야죠.

하지만 역시 새 전장 추가가 절실해요. 새 전장이 추가된다면 그 날 바로 사용자 지정 게임 만들어서 또 몇 시간이고 루트를 찾아보고 있을 듯 해요.

그냥 혼자서 재밌다고 시작한 일인데 다들 이렇게까지 재밌게 봐주실지 몰랐어요.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더 재밌는 루트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데어데블 스킨에 빛나는 안광! 등산맨의 상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