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스타크래프트2 크로스 파이널 시즌2 4강 2경기에서 변현우와 박령우가 만났다. 각 종족을 대표하는 최강자들의 매치였던 만큼, 많은 팬들이 두 선수의 대결을 보기 위해 모니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날의 경기는 박령우가 3:2로 이겼지만, 4세트에서 보여준 변현우의 플레이는 눈부실 만큼 빛났다.

양 선수는 상대 전적 2:1로 많은 경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을만한 임팩트 있는 경기를 선보인 적이 있다. GSL 16강에서 변현우는 박령우의 맹독충 10기를 순식간에 일점사하는 놀라운 컨트롤을 보여주며 동물적인 '야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변현우가 다른 테란들과 다른 점은 차원이 다른 컨트롤에 있다. 해병을 미리 산개할 경우, 맹독충에 의한 몰살을 면할 수 있지만 화력이 집중되지 않아 교전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허리돌리기 컨트롤은 맹독충에 한 번만 스치더라도 몰살 당할 수 있지만 해병의 화력이 집중되어 맹독충이 붙기 전에 녹여 버릴 수 있다. 변현우는 소규모 교전에서는 허리돌리기 컨트롤을, 대규모 교전에서는 산개 컨트롤을 시기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선수이다.

크로스 파이널의 테마를 '복수전'으로 정한 박령우는 변현우를 꺾기 위해 더욱 단단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후반 운영으로 변현우에게 세트스코어 2:1로 앞서는 상황, 마지막 세트가 될 수 있는 4세트에서 양 선수 모두 평소보다 긴장한 모습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 박령우의 심리전이 완벽하게 들어간 장면

초반 주도권은 박령우가 완벽하게 잡았다. 박령우는 초반을 앞서나가기 위한 심리전을 준비했다. 앞선 세트에서 빠른 저글링 빌드를 보여준 박령우는 이번에도 빠른 저글링 빌드를 한 것처럼 앞마당을 늦게 가져가는 듯한 페이크를 넣었다. 실상은 앞마당 부화장보다 트리플 지역 부화장이 빨랐기 때문에 앞마당 부화장 건설이 늦은 것이었다.

앞마당 부화장이 늦은 것을 사신으로 정찰한 변현우는 저글링이 뛰어올 것을 대비해서 추가 정찰을 하지 않고 사신을 물렸다. 만약 사신이 박령우의 본진에 들어갔다면 일벌레를 2기 이상 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가 자신의 저글링을 의식하고 있는 것과, 스코어상 상대가 날카로운 빌드를 하기 어려운 것을 이용한 박령우의 완벽한 심리전이었다.

▲ 박령우의 맹공을 막아내는 변현우

트리플 이후 일벌레 최적화를 끝낸 박령우는 원심고리 맹독충을 다수 생산한 뒤 변현우에게 gg를 받기 위한 러쉬를 준비했다. 변현우는 의료선으로 박령우 공격을 알아차리고 궤도 사령부를 띄운 뒤 건설로봇을 뺐지만 12기나 잡혀버리고 말았다. 비록 건설로봇은 내어 줬지만 변현우는 병력 싸움에서 해병의 허리돌리기 컨트롤로 맹독충을 잡아내며 이득을 챙겼다.

▲ 환상의 허리돌리기와 산개, 그리고 구원자 울트라리스크

위기를 견뎌낸 변현우는 역습의 기회를 잡았다. 변현우는 센터에 가까운 박령우의 추가 멀티를 파괴하기 위해 병력을 진출시켰다. 불곰 벽 뒤의 해병으로 맹독충을 다수 잡아내며 병력에서 큰 이득을 챙긴 변현우는 기세를 몰아 박령우의 추가 멀티를 공격했다. 하지만 박령우의 타이밍 좋게 등장한 울트라리스크와 여왕 앞에 아슬아슬하게 공격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 해방선의 레이저에 녹아버리는 울트라리스크

그러나 추가 멀티를 확보하고 해방선 양산체제를 갖춘 변현우에게로 흐름은 완벽하게 넘어가 있었다. 변현우는 해방선 다수로 박령우의 울트라리스크를 무력화시켰다. 박령우는 해방선 라인을 밀어내기 위해 타락귀를 생산했지만 쌓여있는 해방선을 모두 걷어내긴 무리가 있었다. 결국 치열했던 4세트의 승부는 해방선이 적진에 깃발을 꽂으며 마무리가 됐다.

4강전 최종 승자는 결국 박령우가 됐지만, 변현우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컨트롤을 보여주며 팬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명실상부한 최강의 저그 박령우와 최강의 테란으로 새롭게 태어난 변현우의 대결은 스타2 팬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킨 최고의 명경기로 손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