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브라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솜브라는 아나에 이어 오버워치의 23번째 영웅으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오버워치 출시 이래로부터 지금까지 솜브라와 관련된 떡밥이 꾸준히 나왔습니다만, 솜브라가 시설 침투나 정보 해킹에 능한 영웅이며, 도라도를 본거지로 하는 여성 영웅이라는 점 외에는 아직 제대로 알려진 바가 없는 상황입니다. 외형이나 목소리 등 무엇 하나 알려진 것이 없죠.

블리자드는 이 솜브라라는 영웅이 가진 '의문의 해커'라는 컨셉을 십분 활용하여 솜브라와 관련된 떡밥을 대체 현실 게임(ARG, Alternate Reality Game)을 통해 풀어나간다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솜브라와 관련된 정보와 메세지를 오버워치의 게임 트레일러나 스크린샷 등을 통해 조금씩 풀어내고 유저들과 상호작용을 하도록 만듦으로서 그녀가 현실 세계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연출을 해 온 것입니다.

유저들은 각자 발견한 솜브라의 흔적들을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하고 함께 풀어나갔습니다. 정보전의 귀재라는 컨셉 답게 솜브라가 남긴 흔적들은 하나같이 상당한 난이도가 있었죠. 몇몇 암호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풀리기도 했지만, 아직까지도 실마리를 찾지 못한 암호도 있습니다. 솜브라가 의도적으로 남겨둔 흔적들을 추적하는 과정은 많은 추리 매니아 유저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죠.

고로 오늘은 솜브라와 관련된 여러 떡밥과 이스터에그들을 정리하고, 그간 유저들이 참여했던 ARG의 과정을 순서대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솜브라, 그녀는 대체 누구이며 왜 이런 일들을 하는 걸까요?

▲ 도라도 루메리코 발전소의 단말기, 솜브라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솜브라가 대체 누구야? 도라도에서 발견된 '솜브라'라는 이름

솜브라에 대한 떡밥은 오버워치 출시 초기부터 존재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라도에는 '솜브라는 누구인가?' 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온 신문을 발견할 수 있고, 리퍼는 도라도에서 '솜브라는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냐'며 화를 내는 상호 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떡밥들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유저들 또한 이 솜브라가 대체 누구인지 궁금해하기 시작했죠.

이후 파라의 어머니인 아나가 솜브라일것이란 예측이 있었습니다만, 아나가 출시되면서 솜브라와 아나가 서로 별개의 인물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이후 솜브라 본인이 직접 여러 암호문들을 남기는 등 여러 떡밥들이 추가로 밝혀지게 되면서, 솜브라는 아나 다음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영웅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 도라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솜브라는 누구인가?'라는 타이틀의 신문


▲ 솔저:76인 잭 모리슨의 기밀 파일과 함께 놓인 솜브라의 기밀 파일


솜브라라는 코드네임은 스페인어로 '그림자'를 뜻합니다. 이름도 그렇고, 시설을 침투하여 정보를 해킹하는 등의 행보로 보아 솜브라는 '투명화' 능력을 가진 해커 영웅일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습니다.

이후 PTR서버에 아나가 추가되는 패치가 이루어지면서 은신 영웅을 감지했다는 뉘앙스의 대사 데이터들이 추출되기도 하고, 하계 스포츠 대회 트레일러에서는 누군가가 투명화 능력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 잡히기도 해 '솜브라 은신 영웅설'은 더욱 그럴싸한 의견이 되었습니다.

리퍼, 솔저: 76, 트레이서 : Something's not right... (뭔가 잘못됐어...)
메르시, 자리야 : Enemy detected, Be on your guard. (적이 감지됩니다. 경계를 늦추지 마세요.)
겐지 : I sense the presence of the enemy. (적의 기운이 느껴진다.)
맥크리 : Now I can't see you, but I know you're there. (보이진 않지만, 거기 있는 거 다 안다고.)
토르비욘 : Eh, someone's lurking over here. (에에, 누군가 여기 숨어 있구만.)


▲ 아나 코믹스 '노병들'에서 리퍼가 솜브라에 대해서 언급하는 장면



◆ 솜브라 이스터에그의 첫 발견, 그리고 시작된 게임

최초 솜브라의 이스터에그가 등장한 곳은 아나 출시 이후 제프 카플란의 개발자 영상(링크) 끝부분입니다. 영상이 완전히 끝나기 직전인 12분 25초에, 아주 짧은 순간 '삐-'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4개의 패턴 이미지가 지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유저들은 이들 중 세 번째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QR코드로 변환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변환한 QR코드를 인식하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읽혔죠.

¿Estuvo eso facilito? Ahora que tengo su atención, déjenme se las pongo más difícil.
좀 쉬웠나요? 이제 여러분의 주의를 끌었으니, 좀 더 어려운 걸로 가 보죠.


아무런 의미도 없을 줄 알았던 패턴 이미지가, 누군가의 메세지를 담고 있던 것입니다. 메세지를 발견한 유저들은 '대체 누가 이렇게 번거로운 방법으로 말을 전달하려 했던 걸까?'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오버워치의 여러 영상속에 이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있지 않나 찾아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윽고 아나가 출시되면서 함께 나왔던 아나의 배경 이야기 영상(링크)에서도 의문의 암호 코드가 두 번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1분 10초와 2분 7초에서 화면이 전환되면서 밝게 빛나는 순간인데, 육안으로는 거의 확인이 힘든 수준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온 두 코드를 해독하자, 이번에도 아래와 같은 문구를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솜브라'라는 이름이 언급된 문구였죠.

sombra... la que tiene la información; tiene el poder..
솜브라... 정보를 가진 그녀가, 곧 힘을 가진 자다...


▲ 아나 출시 개발자 업데이트 영상이 끝나기 직전, 빠르게 지나가는 바코드 이미지



◆ 하계 스포츠 대회 트레일러에서 발견된 세 가지 종류의 단서

새 이스터에그에서 솜브라의 이름까지 얻어낸 유저들은 '역시나' 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이런 공작을 즐길 영웅은 솜브라 밖엔 없었죠. 그녀의 수수께끼를 풀어낸 유저들은 솜브라가 예고한 '좀 더 어려운' 코드들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찾아온 하계 스포츠 대회 이벤트의 트레일러(링크)에서, 솜브라의 조작으로 보이는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흔적은 트레일러의 8초 부분 쯤에 등장합니다. 트레이서가 달리기 준비 자세를 취한 후 점멸로 뛰쳐나가는 장면인데, 여기서 점멸 잔상에 새겨진 문자열이 보입니다. 이 문자열은 북미판 트레일러에서만 보이는 것으로, 한국판 트레일러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 문자열의 코드를 풀면 또 하나의 암호문이 나오는데, 이 암호문을 해독하려면 또 별도의 암호 키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아직껏 이 암호 키가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트레이서의 잔상 부분의 이스터에그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죠.

▲ 새로 추가된 하이라이트 연출에 몰래 끼워넣은 문자열이 있었습니다


다음 흔적은 각 전장 화면마다 숨겨져 있는 방위 표시입니다. 트레일러에서 새로운 스킨이나 승리포즈를 취하고 있는 영웅들의 모습들 사이사이에, 화살표 또는 동서남북의 방위를 나타내는 표식들이 들어가 있는 것이 발견되었죠. 이러한 흔적들은 트레일러에서 총 9개 장면에서 나타나며, 전부 다른 방향을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들 중 아누비스 신전 B거점을 배경으로 서 있는 디바 장면은 방위가 아닌 C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를 중심(Center)에 두면 방위 표시가 된 각 장면들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각 장면이 모두 영웅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해당 장면에 어떤 영웅이 배치되어 있는가가 중요한 듯 했습니다. 위쪽부터 순서대로 트레이서, 토르비욘, 윈스턴, 시메트라, 디바, 메르시, 바스티온, 겐지, 맥크리 순이죠. 하지만 이 단서 또한 이 이상의 의미를 찾아내지 못한 채 미결로 남게 됩니다.

▲ 디바를 가운데로 지정한 걸로 봐선 이 영웅들의 배치에 의미가 있는 듯 했습니다
(출처 : gamedetectives 위키)


마지막으로 트레일러 후반부에 나오는 루시우 볼 부분입니다. 1분 11초 경에 나오는 루시우의 하이라이트 장면인데요. 루시우가 스케이트를 탄 채로 점프해서 미끄러지는 순간을 잘 보면, 루시우 뒤편 골대 위에 투명화를 쓴 것처럼 흐릿한 무언가가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화질 문제라기엔 그 부분만 상당히 일그러진 모습이고, 실제 루시우 볼 전장에서는 저 형체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이 형체에 대해 '투명화 능력을 쓰고 있는 솜브라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습니다. 당시엔 아나 패치와 함께 은신 영웅을 감지했다는 대사가 풀려있던 상황이기도 했기 때문에,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솜브라는 은신 영웅일 것이다'라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죠.

▲ 골대 위편에 투명화를 쓴 듯한 누군가의 형상이 보입니다



◆ 도라도의 하늘을 보라고? '스카이코드'의 출현과 솜브라의 메세지

하계 스포츠 대회 트레일러로 한바탕 여러 추리가 오간 이후, 레딧에서 도라도의 밤하늘에서 숨겨진 코드를 찾아냈다는 제보가 올라옵니다. '도라도의 밤하늘에 떠있는 달을 화면 중앙에 놓고 찍은 스크린샷을 색상 필터로 조정하면, 바코드 무늬로 추정되는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죠.

해당 스레드에는 색상 필터를 조정한 이미지의 주소 또한 같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미지를 보면, 글쓴이가 주장한 것과 같이 달을 중심으로 기묘한 패턴이 떠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도라도 하늘에 담겨있다는 코드, 일명 '스카이코드'로 많은 관심을 샀습니다


이 '스카이코드'는 색상 필터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꽤 달라지기도 하고, 패턴의 양 또한 방대해서 이를 어떻게 바코드로 짜맞춰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유저들이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결국 8월 4일에 올라온 스카이코드는 약 5일간 유저들을 괴롭히다가 끝내 의미가 없는 조작된 내용이라고 판명되었습니다. 즉, 솜브라가 보낸 암호가 아니었던 겁니다.

스카이코드가 위조였음이 판명났을 무렵, 공식 홈페이지의 자료실에 의문의 스크린샷 한 장이 추가되었습니다. 도라도의 공격 진영 시작 지점을 찍은 스크린샷인데, 마치 고장난 사진기로 찍은 것 마냥 색상과 화질이 깨진 스크린샷이 원본 사진 바로 옆에 올라온 것입니다.

▲ 공식 홈페이지에 추가된 의문의 도라도 스크린샷(좌)과 원본(우)


유저들은 깨진 스크린샷과 원본 스크린샷을 대조했습니다. 그리고는 이를 바이트 단위로 대조했을 때 차이가 나는 부분들을 모으면 하나의 문장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대조를 통해서 나온 문장은 이렇습니다.

Por que estan mirando al cielo? La respuesta no esta sobre sus cabezas, esta detras de ustedes. A veces, necesitan analizar sus logros previos.
왜 하늘을 보고 있죠? 정답은 머리 위에 있지 않아요. 바로 당신 뒤에 있죠. 아무래도 당신은 그간 이룬 업적들을 다시 볼 필요가 있겠네요.


솜브라는 깨진 스크린샷 속에 '정답은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메세지를 남겼습니다. 이는 며칠 동안 스카이코드에 매달리고 있던 유저들을 비웃는 듯한 메세지였죠. 그리고는 이에 한술 더 떠서 유저들을 위한 힌트를 남기기까지 했습니다. '여태 이뤘던 업적들을 다시 돌아보라'는 메세지였죠. 유저들은 지금까지 밝혀낸 여러 힌트들을 다시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공식 홈페이지의 유저 검색 기능에서, 도라도의 깨진 스크린샷처럼 새롭게 추가된 의문의 요소가 있음이 확인되면서 이 또한 말장난이었음이 밝혀집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유저를 검색하면 여러 통계 자료들 밑에 해당 유저가 달성한 업적들을 확인할 수 있는 리스트가 있는데, 이 업적에 뒤집힌 물음표인 '¿'라고 표기된 의문의 업적이 추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공식 홈페이지에서 유저 검색을 하면 업적란에 '¿'라는 업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업적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업적이며 인게임에서도 확인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업적을 돌아보라'는 것은 그간 해결한 힌트들에 주목하라는 의미가 아닌, 말 그대로 '업적'쪽에 힌트가 있으니 확인하라는 의미였던 것입니다. 지난 힌트들을 확인했던 유저들로서는 한 방 먹은 셈이었습니다.

또한 이 업적 부분을 브라우저에서 소스보기로 확인해보면, 코드들 사이에 다음과 같은 스페인어 문장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Vientos, nada mal. No obstante, me aburro. Intentemos algo nuevo en la misma direccion. uczihriwgsxorxwunaarawryqhbrsfmeqrjjmu 5552E494 78T3 4VM9 OPL6 IS8208O913KRlrx
잘 했어요, 나쁘지 않네요. 하지만 지루해지고 있어요. 기존과 같은 방향에서 새로운 걸 시도해보죠.



◆ 아직 끝나지 않은 솜브라와의 두뇌 게임

지금까지 솜브라는 누구이며, 솜브라가 어떤 방식으로 유저들과 상호작용을 하려 했는지를 알아보았습니다. 게임 출시 초기부터 여러 떡밥과 이스터에그가 존재했고, 유저들을 이를 어떻게 풀어나갔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항상 세계관 설정이나 인물을 게임 내에서 전면적으로 공개해왔던 블리자드의 기존 게임과는 달리, 오버워치의 스토리나 설정은 게임 내 전장이나 영웅들의 대사 등을 통해 떡밥을 푸는 형식으로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소개했던 솜브라와의 ARG과정 또한 이러한 스토리텔링의 일환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유저들의 솜브라와의 두뇌전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스카이코드 낚시 이후로도 여러 이스터에그와 이를 추리하는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캐릭터 설정 하나에 이정도까지 공을 들이나 싶을 정도로 많은 떡밥이 존재해 원래 한 편으로 기획했던 기사를 2부로 나눠야만 했죠!

고로 다음 시간에는 스카이코드 사태 이후 얻어낸 암호문을 풀이하는 과정과, 그 이후 등장한 새로운 이스터에그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다음 시간에는 스카이코드 이후부터 마지막 이스터에그까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