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라인에서 1:1로 대결하는 만큼, 챔피언 상성이 극명하게 갈리는 탑 라인. 그만큼 챔피언의 성능과 라인전 능력, 한타에서의 존재감이 중요한 라인이기도 하다. 다른 라인에 가는 챔피언들 역시 이에 따라 소위 '티어' 구분이 이루어지곤 하는데, 탑 라인에서는 이게 더 심하다.

최근 탑 라인 챔피언들 가운데 좋은 성능을 내는 건 무엇일까. 세계수로 불릴 만큼 엄청난 탱킹 능력을 과시하는 마오카이, 랭크 게임에서 평가가 좋았던 탈론이나 판테온, 퀸 등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최근 유저들의 연구로 각광받기 시작한 피즈나 아칼리 정도 역시 넓은 아량을 발휘하면 좋은 챔피언이라고 부를 만하다. 개인적으론 워윅이나 아트록스도 끼워주고 싶은데...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인식보다는 괜찮은 편인데 말이지.

유저들의 성향과 인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두가 인정하는 '갓 티어' 챔피언이 존재한다. 바로 노틸러스와 럼블이다. 특히, 럼블은 강력한 라인전과 이를 바탕으로 한 주도권, 궁극기를 활용하는 한타 파괴력까지. 모든 면에서 완벽하다는 평가다. 심지어 갱킹에 여러 번 노출되어 망하는 그림이 나와도 어느 정도 성장만 하면 1인분이 충분히 가능한 챔피언이기도 하다.

최근 럼블이 엄청난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과연 럼블의 카운터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1. 랭크 게임 데이터는 어떨까


랭크 게임에서는 생각보다 라인전부터 럼블을 압살하는 챔피언이 많았다. 럼블이 열 관리를 잘하면서 화염방사기를 뿌려대면 모든 근접 챔피언이 녹아내릴 것 같지만, 데이터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입증됐다. 그 챔피언들이 대회에 나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문제지만.


일단 어떤 챔피언들이 랭크 게임에서 럼블의 위엄에 흠집을 내는지 알아보자. 놀랍게도 트린다미어가 럼블 상대로 가장 승률이 높았다. 그 뒤를 이어 사이온과 클레드, 요릭, 케일, 피즈 등 다양한 챔피언이 럼블 상대로 승률이 높았다. 물론, 게임 횟수로 걸러내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이러한 기준을 더하면, 리븐이 가장 좋은 승률을 보였고, 다리우스와 이렐리아, 클레드 정도가 눈에 띄었다.

럼블을 상대로는 라인전에서 딜교환을 거는 것도 신중히 해야 한다. 잘못 했다간 숯불 안의 삼겹살처럼 노릇노릇하게 구워져서 '자체 디나이'를 당해야 하기 때문.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던 챔피언들은 럼블을 상대로 솔로킬을 낼 확률 역시 높았다. 역시 럼블을 랭크 게임에서 상대하기 위해서는 초반부터 솔로킬이나 갱킹으로 기를 죽여야 하는 모양이다. 다리우스와 클레드가 럼블 솔로킬을 자주 기록했다.

눈에 띄는 챔피언은 클레드였다. 클레드는 단순한 럼블 상대 승률로 줄을 세워도, 픽률까지 더해서 계산해봐도 럼블을 상대로 높은 승률을 과시했다.

럼블은 보통 랭크 게임에서 소위 망하면, 팀원들이 럼블의 성장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한다. 그래서 라인전부터 럼블을 박살 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걸 가장 잘하는 것이 클레드였다. 이제 랭크 게임에서 상대가 럼블을 선픽하면 주저하지 말고 클레드를 꺼내자. 그리고 초반에 아군 정글러를 탑 라인으로 호출해서 몇 차례 괴롭혀준다면, 여러분은 '갓 티어' 럼블을 상대로 승리할 것이다.




2. 한편, 대회에서는


랭크 게임이 아닌 대회에서는 럼블의 카운터라고 할 만한 챔피언이 거의 없었다. 모든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 관계자 및 전문가가 말하듯이 랭크 게임과 팀 단위 게임은 아예 다른 장르라는 걸 명심하자. 그래서인지 럼블을 상대로 클레드를 꺼내는 팀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단, 대회에서 클레드는 랭크 게임에서처럼 럼블을 라인전부터 압살하기 힘들다. 정글러와 시종일관 콜을 주고받는 대회이기에 클레드는 럼블과 쉽사리 딜교환을 하지 못한다.


클레드는 스킬 구성상 완벽한 딜교환을 위해서는 선행 조건이 있다. 첫째, Q스킬 '덫 날리기'를 적중시킬 것. 둘째, E스킬 '이랴!'를 상대 챔피언에게 적중시켜 총 두 번 활용할 수 있게 할 것. 셋째, W스킬 '버럭버럭'을 네 번 모두 때릴 것.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E스킬 '이랴!'를 상대 챔피언 쪽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 이거 잘못 썼다간...

이것만 읽어도 왜 클레드가 대회에서 럼블과의 딜교환에 집중하지 못하는지 알 것이다. 클레드의 E스킬은 유일한 이동기인데, 이걸 딜교환에서 써버렸을 때, 상대 정글러가 들이닥치면 꼼짝없이 '점멸'을 쓰거나 비명횡사해야 한다. 럼블의 화염은 클레드가 다시 스칼을 불러낼 수 없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그래서 대회에서는 클레드가 럼블을 라인전에서 압박하기 어려우며, 럼블은 꽤 안정적으로 성장을 마치게 된다.

한타에서는 럼블이 오히려 클레드의 카운터가 된다. 두 챔피언 모두 한타에서는 궁극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클레드의 경우, 옆에서 궁극기로 합류하기도 하지만, 보통 팀원들과 함께 궁극기 효과로 적진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플레이를 선호한다.

▲ 럼블 궁극기 한 방에 클레드를 필두로 한 상대의 돌격이 무력해진다

그런데 럼블은 이를 손쉽게 막을 수 있다. 거리만 조금 계산해서 클레드 궁극기의 진입 경로에 '이퀄라이저 미사일'만 깔아주면, 클레드는 자연스럽게 팀원들과 격리된다. 클레드만 이동 방해 효과에 면역이기 때문에 팀원들은 럼블의 궁극기에 이동속도가 크게 저하된다. 마치 나미의 궁극기 '해일'에 막혔을 때처럼 말이다. 그럼 상대 팀은 넝굴째 들어온 클레드만 빠르게 제압하고 나머지 챔피언을 정리하면 된다.

심지어 클레드가 갱킹이나 로밍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라인전에서 럼블을 압살해도, 그 스노우볼이 크게 굴러가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럼블은 불리해지면 최대한 라인을 유지하는 수비적인 라인전에도 능하다. 그리고 대회에서는 '망한 럼블'이 성장을 어느 정도 마칠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렇게 럼블은 서서히 아이템을 갖추게 된다. 이런 상황이 나오면 럼블은 또다시 '갓 티어'의 위용을 뽐낸다. 클레드를 상대했던 건 아니었지만, 이미 수많은 경기에서 망한 럼블이 꾸역꾸역 성장해서 한타 때 화력을 뿜어내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결국, 럼블을 대회에서 상대하기 위해서는 한타에서 그만한 활약을 할 수 있는 챔피언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프로게임단 대부분은 럼블을 상대로 탱커 챔피언을 뽑는다. 라인전에서 럼블의 압박을 최대한 버티면서, 한타 때 활약하는 그림을 그리곤 한다. 갱킹에 취약한 럼블의 특성상 CC기가 많은 탱커를 상대로 마음 놓고 라인을 압박하지 못하는 것도 한몫한다. 그럼 보통 럼블은 막강한 화력으로, 탱커 챔피언은 남다른 묵직함과 탱킹력으로 맞부딪힌다.



3. 여담 : 손이 먼저다


이런 속설이 있다. '럼블 최고의 카운터는 럼블을 잡은 사람의 손'이라는 말. 럼블의 존재감은 한타 상황에서 활용되는 궁극기에 있다. 그런데 유저들은 물론, 가끔 프로게이머들 역시 '이퀄라이저 미사일'을 이상한 곳에 사용하는 실수를 범한다.

사실 럼블의 궁극기는 좁은 지역 한타가 아니면 생각한 대로 활용되지 않는다. 시전 당시에는 그 장소가 최적의 장소였는데, 막상 깔리는 도중에 상대가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궁극기가 빗나간 럼블은 생각보다 한타에서 무력할 때가 많다.



4. 진짜 해답은 밴?


랭크 게임에서는 생각보다 '갓 티어' 럼블의 카운터가 많았다. 이걸 대회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하긴 LoL 연구를 끊임없이 하는 각 팀의 코치진과 프로게이머들 역시 탱커 챔피언을 꺼내는 걸 보면, 이미 답은 나와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번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기준으로 럼블은 밴픽률 52%에 승률 57.1%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상위권 팀이 럼블을 잡으면 엄청난 존재감을 매번 과시했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아무리 탱커 챔피언이 상대 팀에 있어도 그마저 녹여버리는 럼블 역시 몇 차례 등장한 바 있다.

랭크 게임에서 가장 많이 선택되는 탑 챔피언이자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에서 10번 나오면 6번은 이기는 럼블.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면, 밴이 답인 것 같다. 바루스가 고승률을 유지하자, 지난 패치 버전까지 '필밴 카드'였던 걸 생각하면, 이 방법이 가장 속 시원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