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스탑에서 얻을 수 있는 포켓몬의 알에는 2km, 5km, 10km의 세 종류가 있으며, 알의 종류마다 부화하는 포켓몬의 종류가 정해져있다. 보라색의 10km 알은 세 종류의 알 중에서 가장 드물게 등장할 뿐만 아니라, 알 부화를 위해 걸어야 하는 거리도 가장 길다. 10km 알에서는 미뇽, 잠만보, 라프라스, 애버라스 등이 부화한다.

그런데 10km 알에서 등장하는 포켓몬이 모두 반가운 것은 아니다. 기껏 10km를 걸어 알을 부화시켰더니 글라이거나 만타인이 나타나 유저를 실망시키는, 이른바 함정 카드도 있다. 2세대 추가 전까지는 (지금은 5km로 강등된) 스라크와 쁘사이저가 10km의 대표적인 함정 카드였고, 지금은 '피콘'이 뒤를 잇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10km 알에서는 피콘이 잘 나타나는 편이다. 그래서 포켓몬 GO 유저들 사이에는 전국 피콘 연합, 이른바 전피협의 회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우스개소리도 돌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해외에서 공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0km 알에서 피콘이 잘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오히려 2km 알에서 부화하는 무우마의 8배에 해당하는 부화 확률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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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피협 회원이 자꾸 늘어나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 피콘의 부화 희귀도는 흔함! 포켓몬의 4가지 부화 희귀도

· 부화 희귀도는 흔함, 드문, 희귀, 매우 희귀로 분류
· 같은 희귀도의 포켓몬은 알을 얻을 확률이 비슷
· 피콘이 들어있는 10km 알이 무우마가 들어있는 2km 알보다 8배 흔해


해외 포켓몬 GO 커뮤니티인 Silphroad(실프로드)는 알에서 어떤 포켓몬이 부화했는지에 대한 수천 건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포켓몬의 부화 횟수 순으로 그래프를 그리자 계단 모양이 나타났으며, 이를 통해 포켓몬을 흔함(Common)부터 매우 희귀(Ultra-rare)까지 4개의 부화 희귀도로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희귀도는 8:4:2:1로 2배씩 차이가 난다고 덧붙였다. 부화 희귀도는 필드 상에서 포켓몬이 나타나는 확률과는 별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피콘처럼 10km 알에서 부화하는 포켓몬이라도 부화 희귀도가 흔함일 수 있으며, 무우마처럼 2km 알에서 부화하는 포켓몬이 매우 희귀에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는 점이다. 즉, 포켓몬의 부화 희귀도와 그 포켓몬이 몇 km 알에서 부화하는지는 어떠한 상관 관계가 없다고 볼 수 있다.

포켓몬별 부화 희귀도 및 확률, 그리고 부화하는 알의 종류는 아래와 같다.




▲ 포켓몬의 부화 희귀도 및 알 획득 확률

▲ 2세대 출시 이전의 부화 통계. 희귀도에 따라 계단식으로 그려진다. (출처 : Silphroad)


알의 거리별로 묶었을 때의 확률을 계산하자 10km 알에서 피콘이 부화할 확률은 20.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함정 카드로 분류되는 글라이거, 만타인, 꼬지모의 확률까지 더하면 그 확률은 46.2%로 크게 오른다. 반면 10km 알에서 잠만보나 프테라, 라프라스가 부화할 확률은 각각 2.6%에 불과하다.

세 종류의 알에서 각 포켓몬이 부화할 확률은 아래와 같다



▲ 세 종류의 알에서 각 포켓몬이 부화할 확률



■ 포켓스탑에서의 알 획득 매커니즘 : 포켓몬 종류가 먼저, 알 종류는 그 다음

· 부화 희귀도에 따라 획득 포켓몬의 종류 결정
· 획득 포켓몬의 종류에 따라 몇 km 알인지 결정
· 부화 희귀도가 조정되면 2~10km 알 획득 확률이 달라지기도


알에서 포켓몬이 부화했을 때, 포켓몬 정보 화면 하단의 획득 위치를 보면 알이 부화한 위치가 아닌 알을 얻은 위치가 기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알에서 어떤 포켓몬이 부화할 지는 알을 얻는 시점에서 정해져 있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다. 실프로드는 여기에 더해 알에서 얻을 포켓몬의 종류가 먼저 정해지고, 알의 거리(2km~10km)는 나중에 정해진다고 결론을 내렸다.

여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먼저 포켓몬의 부화 통계에서 나타나는 계단 모양의 그래프가 알의 종류별이 아닌 전체 포켓몬을 대상으로도 그려진다는 점이다. 만약 알의 거리가 먼저라면, 같은 희귀도의 포켓몬이라도 알의 종류에 따라 다른 높이의 그래프가 그려질 것이다. 하지만 같은 부화 희귀도의 포켓몬이라면 몇 km 알에서 부화하느냐와 관계 없이 비슷한 수의 부화 보고가 있었다.

실프로드가 공개한, 연말연시 이벤트 당시와 평상시의 통계를 비교한 자료 역시 포켓몬의 종류가 먼저라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12월 26부터 1월 3일까지 포켓몬 GO에서는 '토게피, 피츄 등 신규 포켓몬의 알이 포켓스탑에서 더 많이 발견'되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지금은 5km 알에서 부화하는 뽀뽀라, 에레키드, 마그비는 당시 10km 알에서 얻을 수 있었으며, 이벤트 대상 포켓몬이었다.

그 결과 이벤트 기간 중의 10km 알의 출현율은 평상시의 7.2%에서 12.1%로 늘어난 것을 볼 수 있었다. 만약 알의 거리별로 출현률이 정해져있다면 10km 알에서 이벤트 포켓몬의 출현율이 늘어날 뿐, 10km 알의 출현율 자체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는 뽀뽀라 등 포켓몬의 부화 희귀도가 조정된 결과 10km 알의 출현률도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벤트 기간 동안 부화 희귀도가 조정되어 10km 알의 확률도 늘어났다

포켓몬 GO는 그동안 패치를 통해 특정 포켓몬이 부화하는 알의 종류를 바꾼 적이 있다. 가령 10km 알에서 부화하던 스라크와 쁘사이저가 2세대 도입과 함께 5km 알에서 부화하도록 바뀌었으며, 깨비참이나 쥬뱃 등 일부 포켓몬은 알에서 더 이상 부화하지 않도록 바뀌기도 했다.

실프로드의 조사에 따르면 포켓몬의 부화 희귀도 역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변경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미뇽은 2세대 추가 이전까지는 매우 희귀였지만, 지금은 확률이 8배 높은 흔함으로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투구, 암나이트, 럭키, 뚜벅쵸 등의 부화 희귀도가 조정되었다고 실프로드는 밝혔다.

2세대 추가 이후 포켓몬 GO 유저들 사이에는 '10km 알이 더 잘 나오는 것 같다'는 의견이 포켓몬 GO 인벤을 비롯해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었다. 실프로드에서 공개한 자료를 바탕으로 2세대 출시 전후의 알 거리가 같은 포켓몬의 부화 확률을 더하자, 2세대 출시 이후 10km 알의 부화 확률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알의 종류별로 부화하는 포켓몬의 종류 변경과 함께 포켓몬별 부화 희귀도가 조정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 2세대 출시 후 10km 알의 확률은 7.2%에서 12.4%로, 2km 알은 21.8%에서 36.5%로 올랐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포켓스탑에서 알을 얻을 때 어떤 포켓몬이 부화할지 이미 정해져 있으며, 포켓몬의 종류는 4가지 부화 희귀도에 따라 정해진다. 그리고 포켓몬의 종류에 따라 그 알이 2~10km 중 어떤 종류의 알일지가 정해지는 것이다. 즉, 10km 알에서 피콘이 부화할 확률이 높다는 표현 보다는, 피콘이 들어있는 알을 얻을 확률이 높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만약 피콘의 부화 거리가 10km에서 5km로 조정된다 한들 부화 희귀도가 지금과 같은 흔함이라면, 알에서 피콘을 얻을 확률은 여전히 희귀도가 같은 별가사리나 파라스와 같은 확률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10km 알에서 피콘을 얻을 수 없게 됨으로 인해 10km 알을 얻을 확률도 함께 줄어들 것이다.

▲ 포켓몬이 먼저, 알의 종류는 그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