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에서 가장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이란 예상이 많은 조를 꼽으라면 단연 C조일 것입니다.

많은 상대 전적으로 어느 정도 예상이 쉬운 A조와 서머 스플릿 동안 보여준 경기력 기준으로 우열이 제법 크게 갈리는 B조에 비해, C조에 배치된 팀들을 보면 "다들 잘 하는 팀인데 어느 팀이 제일 잘 한다"라고 선뜻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의외성을 가진 팀들이기 때문이죠.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2016 MSI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G2 이스포츠, 작년 롤드컵에서 준우승이라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둔 삼성 갤럭시, 그리고 중국 특유의 공격성으로 초반에 변수를 잘 만들어내는 Royal Never Give up까지. 저마다 남들의 예상을 깨는 무기 하나씩은 들고 있기에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 올라오는 팀에 따라 지옥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쨌거나 의외로 공통점을 공유하는 C조의 세 팀. 그들의 대결은 과연 어떤 양상을 보이게 될까요?


▲ 그룹 스테이지 C조(출처 : riotgames 트위치)



■ 삼성 스타일의 마이너 카피인 G2? 승부는 붙어봐야 안다.

2016년과 2017년 EU LCS를 평정하며 유럽의 맹주로 자리매김한 G2지만, 지난해 국제 대회에서의 성적은 상당히 처참했습니다. MSI에서는 2승 8패, 롤드컵에서는 1승 5패라는 기록은 팬들 사이에서 "유럽 내수용" 취급을 받을 정도였으니까요. NA LCS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지만 국제 대회와 인연이 없는 TSM처럼 말이죠.

하지만 올해 MSI에서 G2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2016년처럼 무난히 중하위권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그룹스테이지에서 3위를 달성했으며, 중국의 강호 WE를 상대로도 3:1이라는 스코어로 결승 진출을 하는 쾌거를 이룬 것입니다. 비록 결승에서 만난 SKT에게 1:3 패배를 하긴 했지만, 승리한 경기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기에 유럽 팬들에게 체면을 톡톡히 세울 수 있었습니다.


▲ 2016 MSI에서 대활약을 보여준 G2의 즈벤


다만 이어진 서머 스플릿에서 보여진 부진한 모습이나,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NA에 참패하는 등 "MSI에서의 성적이 거품이 아니냐?"라는 의문을 받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스핏츠를 상대로 3:0 완승하며 4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을 세운 것을 생각하면 현 단계에서 유럽을 대표하는 팀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G2의 경기를 보면 초반 단계에서 이득을 보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라인전 단계에서의 이득을 보지 못하고, 후반에 잘 성장한 미드나 원딜에 힘을 실어주는 쪽에 가깝죠. 그리고 이러한 스타일은 같은 조에 속한 삼성 갤럭시와 비슷한 부분입니다.

삼성 갤럭시는 정글러에 따라 성향이 달라지는 팀입니다. 메인인 앰비션이 출전하면 초반은 전체적으로 약하지만 후반에 운영을 통한 힘을 발휘하고, 서브인 하루가 출전하면 초반에 이득을 가져가 스노우볼을 굴리지만 경기가 길어지면서 운영이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G2의 스타일이 앰비션이 출전한 초반, 하루가 출전한 후반을 섞어놓은 다소 하위호환 같은 느낌이라는 점입니다.


▲ 삼성은 운영의 "상하관계"를 보여줄 것인가?


물론 두 팀은 국제전에서 아직 만나본 적이 없기에 객관적인 전력에서 삼성이 우위라고 하더라도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습니다. 양 팀 모두 원딜의 캐리 능력이 좋기 때문에 단판으로 진행되는 경기에서 의외의 변수를 기대해 볼만 합니다.


■ 평행 이론? 인연이 깊은 삼성과 RNG가 올해도 만나다.

삼성과 RNG는 서로 인연이 깊은 팀입니다. 일단 두 팀의 전신인 삼성 화이트와 스타 혼 로얄 클럽은 2014년 롤드컵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두 팀은 결승전에서 맞붙어 삼성이 3:1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두 팀 모두 다음 해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점입니다.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주력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졌고, 준우승인 로얄 클럽도 핵심이던 Uzi가 빠지고 계약 문제가 터지며 급속도로 약체화가 되었습니다. 결국, 삼성은 2015 스프링 시즌 꼴찌, 로얄 클럽은 강등이라는 수모를 겪었고, 이어진 서머에서도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롤드컵 진출 역시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새로 구성된 로스터가 약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들을 묶어줄 구심점이 없었을 뿐이었죠. 삼성은 중구난방인 운영을 안정화하기 위해 앰비션을 영입했고, RNG로 개편된 로얄 클럽도 2014년 롤드컵 결승에서 패배를 안겨준 마타를 끌어들여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했습니다. 그 결과는 두 팀 모두 2016년 롤드컵 진출이었죠.

롤드컵에서도 두 팀의 인연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룹 스테이지 D조에서 만났을 때, 삼성은 두 번의 승리를 추가했습니다. 이후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한 두 팀. RNG는 8강에서, 삼성은 결승에서 SKT T1을 만나 패배를 했다는 점까지 닮은 꼴이었죠.

▲ 서로 SKT T1에 갚아줄 게 많다.


올해도 두 팀은 비슷한 모습입니다. 두 팀 모두 시즌 중의 전력은 정말 강하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상할 정도로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고, 어찌되었건 롤드컵에는 같이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또 같은 조에서 만나게 되었고요.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올해 삼성이 걷고 있는 행보가 작년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서머 후반의 모습을 보면 신기할 정도로 작년과 올해가 판박이라서 소름이 돋을 정도고요.


◆ 삼성 갤럭시의 2016-2017 평행 이론

＊ 서머 PO 1라운드 : kt에 0:3 패배 / SKT에 0:3 패배
＊ 서머 PO 2라운드 : kt가 SKT에 패패승승승 후 결승행 / SKT가 kt에 패패승승승 후 결승행
＊ 서머 우승팀 : 정규 시즌 1위이며 프릴라가 있던 ROX / 정규 시즌 1위이며 프릴라가 있는 롱주
＊ 서킷 포인트 1위 : SKT
＊ 삼성의 진출전 배치 : 2순위
＊ 진출전 첫 상대 : 진에어를 3:2로 잡은 아프리카 / MVP를 3:2로 잡은 아프리카
＊ 진출전 최종 상대 : 두 해 모두 kt. 각각 0-11 / 4-10으로 시즌 전적 압도적 열세였으나 승리 후 롤드컵 3번 시드 획득
＊ 2016년의 롤드컵 최종 성적은 2위. 과연 2017년은?


이 기묘한 평행 이론은 어디까지 이어지게 될까요? 그룹 스테이지 결과보다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지가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두 팀입니다.


■ G2 : 작년은 잊어 달라 vs RNG : 작년을 떠올려라

두 팀이 크게 맞붙은 것은 작년 MSI에서였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G2는 2016년 국제 대회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던 반면, RNG는 상당히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며 두 번의 승리를 따냅니다. 하지만 올해 스프링 스플릿에서 RNG가 WE에 밀려 준우승에 그치게 되면서 MSI에서의 대결은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두 팀의 대결의 주도권은 일단 RNG에게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초중반 강력한 전투 능력을 바탕으로 RNG가 이득을 취하면, 초반이 약한 G2는 맥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다전제 방식이 아닌 경우 의외의 밴픽을 통한 기습이 유용한데, 능숙하게 허를 찌르는 것은 지난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LPL 팀들이 보여줬던 부분이기도 하고요.

홈그라운드라는 이점을 안은 RNG의 날카로운 창을 받아내기 위한 G2의 고민. 작년과 같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G2는 MSI와 같은 저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 각 팀별 주요 국제전 상대 전적

◇ G2 vs 삼성 - 전적 없음

◇ 삼성 vs RNG - 5:1로 삼성 우세

- 2014 롤드컵 결승 : 삼성 승리(3:1)
- 2016 롤드컵 조별 예선 : 삼성 2승
※ 2014년 롤드컵의 경우 각각 삼성 화이트, Star Horn Royal Club이던 시절이다.

◇ RNG vs G2 - 2:0으로 RNG 우세

- 2016 MSI 조별 예선 - RNG 2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