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7-12-0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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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Aqours가 팬들에게 준 것, 팬들이 Aqours에게 준 것

강은비(Misya@inven.co.kr)


러브라이브! 프로젝트 사상 첫 내한 공연인 ''Love Live! Sunshine!! Aqours Club Activity LIVE&FANMEETING Trip to Asia -Landing action Yeah!!-'이 끝난 지도 약 열흘이 지났다. 알찬 내용과 충실했던 팬 서비스 덕분인지, 공연이 끝난 지 며칠이나 지난 지금도 팬들은 공연에 대한 추억을 활발하게 나누고 있다.

이번 공연은 내적으로도 충실했지만 외적으로도 특별한 점이 많았던 공연이다. 그중에서도 '요소로드&카난레일' 프로젝트와 '쿠로사와 루비'의 성우인 후리하타 아이가 선물로 받은 한복이 팬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MV를 공연장에 재현하다, 요소로드&카난레일
요우의 성우, 사이토 슈카를 감동시킨 바로 그 프로젝트

▲ 같은 색으로 공연장을 채우는 것도 팬덤 단합이 만들어내는 광경

일본의 서브컬처 관련 공연에서는 노래 중간에 펜라이트의 색을 바꾸거나, 껐다가 다시 켜는 등의 객석 연출을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연출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아티스트가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 또한 어디까지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부탁에 팬들이 답하는 형태다. 이렇듯 객석의 펜라이트 빛 연출은 팬들이 팬심으로 단합해서 만들어내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 MV에서 볼 수 있는 요소로드, 카난레일

Aqours의 곡 중 '사랑이 되고 싶은 AQUARIUM'과 'HAPPY PARTY TRAIN'의 뮤직비디오 영상에는 빛을 이용한 연출이 있다. 서브컬처 관련 공연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부분을 보았을 때, 공연 중 관객들이 펜라이트로 이 광경을 연출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일본 러브라이브! 팬덤에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기획을 추진한 적은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실행에 성공한 적은 없다. 즉, '사랑이 되고 싶은 AQUARIUM'과 'HAPPY PARTY TRAIN'의 객석 연출이 성공한 건 이번 내한 팬미팅이 최초라고 할 수 있다.

▲ 공식 트위터에 업로드된 '요소로드'

▲ 공식 트위터에 업로드된 '카난레일'

내한 팬미팅 1,2부 공연이 모두 끝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러브라이브! 공식 트위터에 '서울 공연에서 멋진 경치를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내용과 공연 영상의 일부가 업로드되자, 한국 러브라이브! 팬덤은 프로젝트의 성공을 자축했다. 하지만 이번 일의 확산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전략) 라이브 파트 중에 저와 요우에게 굉장히 소중한 곡을 불렀는데요. 그 곡의 요우의 솔로 파트 때 MV 속에서 요소로드가 생겨요. 그런데 이번 공연 때 바로 그! 그 요소로드가! 눈앞에 나타났어요! 길이 생겨 있어서 굉장히 깜짝 놀랐어요. 하지만, 놀란 것보다도 기쁜 마음에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그래도 노래해야해!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꾹! 하고 눈물을 참았어요. 그랬더니 조금 떨리는 목소리가 나와버려서. 헤헷.

(중략)

깜짝 선물을 모두에게 받아버려서, 무척 큰 선물이 되었어요. 아무리 감사해도 모자랄 정도에요. 정말 고마워. 멋진 풍경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후략)

(출처 : 사이토 슈카 공식 블로그)

'사랑이 되고 싶은 AQUARIUM'에서 센터를 담당한 사이토 슈카가 자신의 블로그에 프로젝트 팸플릿과 함께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자신이 본 요소로드에 대해 글까지 작성한 것이다. 이로 인해 한국에서 성공한 요소로드와 카난레일에 대한 이야기는 전세계 러브라이브! 팬덤에 퍼지게 되었다.


인벤에서는 러브라이브! 팬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는 '요소로드&카난레일'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추진한 프로젝트 팀의 일원인 박진우 씨를 만나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애니메이션, 영화 쪽에서 프리랜서로 기획 일을 하고 있는 박진우라고 합니다.


Q. 러브라이브! 시리즈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셨나요?
A. 처음 접했던 건 2015년 6월입니다. 우리 나라에 극장판이 개봉되기 직전이죠. 애니메이션에 노래를 접목시킨 뮤지컬 같은 방식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TV 애니메이션 1기 3화를 보고 나서 굉장한 감동을 받았어요. 이후 관련 콘텐츠를 찾아보면서 노래도 들어보고 극장판도 보러 가고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혼자만 즐기고 말게 아니라 러브라이브! 프로젝트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과 뜻깊은 추억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러브라이브! 극장판의 대관 상영회를 주최하기도 하고, 러브라이브! 와 관련된 여러 기획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Q. 기획 수립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A. 러브라이브! 선샤인!! 애니메이션은 보고 있었는데, 작중 배경인 누마즈를 방문하거나 직접 라이브를 관람하러 일본에 다녀오는 정도로만 평범하게 (?) 콘텐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내한 팬미팅 일정이 발표된 거죠.

내한 공연을 오는데 '나마아쿠아(팬덤에서 Aqours를 담당하는 성우들을 칭하는 애칭)에게 멋진 추억을 만들어 줘야하지 않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고, 같은 생각을 하던 사람들과 함께 요소로드&카난레일을 만드는 기획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마아쿠아뿐만 아니라 팬들에게도 특별한 감동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Q. 기획이 정해진 뒤 어떤 수순으로 준비하셨나요?
A. 먼저 러브라이브 팬덤을 대상으로 참여 의사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약 600여 명이 응답해주셨고요. 사실 예전에 일본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가 추진 도중에 취소된 적이 있어요. 그렇다 보니 '팬덤의 총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도 안 됐는데 한국에서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있었지만,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 중 95%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구성하여 기획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소수의 인원으로 팀을 구성한 다음 역할을 분담해 진행했습니다. 저는 전반적인 기획과 홍보, 번역을 담당했고요. 프로젝트 팀의 리더를 맡으신 분은 시나리오 기획과 3D 영상 제작을, 다른 분들은 팸플릿에 들어갈 콘텐츠 디자인이나 인쇄, 만화 제작을 담당하며 현장에서 팸플릿을 배포하는 등 체계적으로 진행했습니다.

▲ 기획 취지와 실행 방법이 세세히 설명된 팸플릿

Q. 진행 중 어려우셨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먼저 불확실성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는 팬덤의 단합이 굉장히 중요한데, 짧은 시간 안에 단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심적으로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불안감이 없진 않았지만 성공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며 추진했습니다.

또한 금전적으로도 적지 않은 금액이 사용되는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팬덤에서 모금을 받는 것을 고려해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전액 내부에서 사비로 충당했습니다.

그리고 기획 취지가 '요소로드&카난레일을 공연에 참가한 러브라이브! 팬 모두와 함께 만드는 것'이다 보니 기획을
추진하고 팸플릿을 제작하면서도, 저희 프로젝트 팀이 너무 부각되지 않도록 활동을 드러내지 않으며 진행해야 했던 부분이 어려웠습니다.

팸플릿 배포는 주최 측인 아뮤즈코리아와 협의한 다음 매표소&물건 판매 부스가 위치한 곳의 출입구에서 했는데, 출입구가 하나뿐이라 오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좋은 위치였죠. 입장 시간이 가까워지면서는 할 수 있는 팀원 모두가 입장 대기열과 공연장 주변을 계속 돌면서 배포했습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이 방법이 훨씬 효과적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찾아와서까지 건네주면 관심이 없더라도 한 번은 읽어보게 되는 법이니까요.


Q. 공연 중 연출이 성공하는 걸 보셨을 때 소감은 어떠셨나요?
A. 공연 티켓을 예매할 때 1부는 아레나석 맨 앞줄로 예매했는데 2부는 일부러 위층의 R석을 예매했어요. 카난레일과 요소로드를 직접 보고 싶었거든요. 1부 때는 좌석 위치상 저 자신도 요소로드를 만들면서 뒤를 돌아보았는데, 이건 성공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2부는 R석에서 아레나석을 내려다보며 관람했는데, '사랑이 되고 싶은 AQUARIUM'에서 하늘색 빛으로 요소로드가 펼쳐지는 게... 마음속에서 뭔가가 울컥했고 굉장히 감동적이었습니다. '마음이여 하나가 되어라'라는 아쿠아의 노래가 현실에서 이루어졌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Q. 공식 트위터 계정 및 성우 사이토 슈카 씨가 직접 언급해주신 소감은 어떤가요.
A. 모두 러브라이브! 팬 여러분 덕분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저희가 기획을 아무리 하더라도 팬 여러분께서 단합해서 함께 해주시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프로젝트니까요. 굉장히 영광스럽고, 이 영광과 감사를 러브라이브! 팬 여러분께 돌리고 싶습니다. 이것이 선례가 되어 앞으로 좋은 기획들이 생기면 기쁠 것 같아요.


Q. 앞으로 또 이런 기획을 진행하실 생각이 있나요?
A. 러브라이브! 콘텐츠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이상, 또 다른 무언가를 기획해볼 생각입니다.


Q. 마치며, 무사히 프로젝트를 마치고 난 뒤의 감상을 들려주세요.
A. 먼저 요소로드와 카난레일을 만들어주신 모든 러브라이버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여기저기서 각종 소식을 듣다 보니, 러브라이브!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를 좋아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이런 기획을 해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기획하는 데는 열정, 끈기,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이 있어야 사람들이 그 마음을 알아주고, 또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뜻깊은 추억도 만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무엇인가를 기획하거나 진행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진정성에서 우러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러브라이브!를 좋아하는 마음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외모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러브라이브' 하나만으로 서로가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Step! ZERO to ONE'이라는 Aqours의 노래가 있어요. 바다도 작은 물방울 하나에서 시작하듯, 이번 내한 팬미팅의 요소로드, 카난레일이 작은 물결에서 큰 파도가 되어 전체 러브라이브! 팬덤이 하나로 이어지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런 팬 퍼포먼스를 한국 팬덤이 주체가 되어 만들어낸 적은 없었다. 내한 공연이나 라이브 뷰잉 등지에서 하는 연출도 일본에서 이미 자리잡은 공연 문화를 그대로 따라 할 뿐이었다. 한국 팬덤이 주체가 되어 처음으로 성공시킨 이번 프로젝트가 더욱 특별한 이유다. 이에 고무된 해외 팬덤도 '우리도 요소로드를 추진해서 성공시키자'는 분위기가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은 한국 팬덤이 주체가 된 팬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시발점이라고 할수 있겠다.



월드 포스터 걸 루비 한복 선물
후리하타 아이, 받은 당일 바로 입고 인증하는 클래스


▲ 공연장 앞에 준비되어 있던 선물 전달용 상자

일본에서 개최되는 공연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아티스트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문화가 일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직접 건네주는 건 아니다. 선물 문화가 일반적이다 보니 주최 측에서는 공연이 개최되는 장소에 아티스트에게 선물을 전달하기 위한 박스를 준비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선물이 잘 전달됐는지 확인할 수 없다. 상자에 넣어두면 어련히 잘 전달됐겠거니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아티스트가 특별하다고 생각할 만한 선물을 전달했다면 조금 이야기가 다르다. 아티스트가 정말로 마음에 들어 하는 선물은 개인 블로그나 SNS를 통해 따로 언급해주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그런 선물이 있었다. 바로 후리하타 아이가 한 팬에게서 선물로 받은 치마저고리다. 이 치마저고리는 평범한 한복이 아니다. 후리하타 아이가 연기하는 쿠로사와 루비가 월드 이미지걸 투표에서 한국 캐릭터로 뽑히면서 입게 된 한복과 똑같이 만들어진 한복이다.

그리고 후리하타 아이가 팬에게 받은 이 한복을 입은 사진이 러브라이브! 공식 트위터에 업로드되었는데, 업로드된 시간이 공연 당일 밤 11시를 조금 넘어서였다. 2부 공연이 밤 9시를 조금 넘겨서 끝났으니, 시간상 공연이 끝나자마자 선물을 발견해 입어본 셈이 된다.

▲ 루비와 같은 한복을 입은 후리하타 아이 (출처 : 공식 트위터)

후리하타 아이는 이번 서울 팬미팅의 메인 MC이기도 했는데다가, 공연 중에도 계속해서 한국어 멘트를 소화해 내 한국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었다. 거기에 공연 당일 선물로 받은 한복을 그날 입고 인증 사진까지 올렸으니, 한국 팬들이 후리하타 아이를 찬양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티스트가 한 팬의 선물을 인증한 것 자체는 팬덤 전체의 이슈가 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 팬미팅에서 한국 이미지 걸 담당 캐릭터 성우에게 한복을 선물해, 최종적으로 입고 사진을 남겨주었다는 건 한국 팬들에게는 충분히 화젯거리가 될 만한 이야기다. 한복을 선물한다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마침내 후리하타 아이에게 인증까지 받은 팬 '데이즈'에게 한복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월드 이미지 걸에서 한국 이미지 걸로 뽑힌 루비

Q. 어떤 일을 계기로 후리하타 아이 씨에게 한복을 선물하겠다고 생각하셨나요?
A. 4월 21일에 방송된 CYaRon! 니코니코 생방송에서, 월드 이미지 걸 투표 결과를 발표했었는데 당시 출연했던 멤버 중 후리링(후리하타 아이의 애칭)만 루비가 월드 이미지 걸에서 입은 한복을 입고 싶다고 언급하더라고요. 후리하타 씨가 평소에도 옷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진짜로 입어보고 싶어 하는 것 같길래 큰맘 먹고 지르게 되었습니다.

보통 일본에서는 성인식 때 기모노를 입는데 후리하타 씨는 성인식 때 기모노를 안 입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비싸서인지... 그걸 생각하니까 팬으로써는 좀 아쉬운 마음도 들었는데, 그때쯤에 저 방송을 보게 되었어요. 근데 성인식 때 곧잘 한복을 입기도 하거든요. 이때 '후리링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라는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

아마 제 평생 가장 과감하게 행동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다른 걸 다 제쳐두고서라도 '후리하타씨가 기뻐해 줬으면 좋겠어! 이건 한국 팬만이 이루어줄 수 있는 소원이잖아!'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Q. 선물을 정한 뒤 구체적으로 어떤 순서로 선물을 마련하셨나요?
천 색감도 그렇지만 은박이 꽤 많이 들어가 있는 디자인이라 주문 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동대문에 간 다음 제일 커 보이는 한복 집에 찾아가서, 일러스트를 보여주고 무조건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했어요. 그 다음은 한복집 아주머니가 정성껏 만들어주신 걸 가져왔을 뿐입니다. 공연은 11월이고, 준비를 시작한 건 5월이다 보니 대부분의 시간은 언제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는 시간이었네요.


Q. 그럼 선물 포장이나 입는 법 설명서 제작, 번역 등도 직접 하신 건가요?
네. 설명서 제작은 나름대로 즐거웠어요. 사실 한복에 대해 잘 모르기도 했는데 이것저것 아는 기회가 되기도 했고요. 편지도 썼으니까요. 다만 설명서를 일본어로 번역하는 게 좀 어려웠습니다. 한국어 고유명사를 설명하기가 까다롭더라고요.

한복을 잘 아는 분께 물어봐가면서 적었어야 했다는 후회가 조금 들어요. 처음에 일러스트를 보니 평범한 치마저고리랑은 모양이 다르길래 찾아보니까 조선시대 궁궐에서 입었던 당의라고 하더라고요. 그럼 이건 공주님 옷이구나!! 싶어서 공주님 옷이라고 편지에 냉큼 적어버렸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아니었어요... 애초에 옷에 은박을 넣을 수 있는 건 왕족이었으니 아주 다른 추론은 아니었겠지만요.

▲ 신발에 노리개까지 완벽하게 준비! (출처 : 데이즈님 트위터)

Q. 설명서 작성 외에도 어려움을 겪으신 부분이 있나요?
선물을 준비한 거에 비해서는 포장을 민망할 정도로 대충 하게 되었는데, 속치마가 생각보다 부피가 너무 커서 맞는 상자가 없더라고요. 급히 조립식 상자를 구하니까 그 상자에 맞는 포장지나 리본이 없고... 하는 수 없이 A4용지에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상자에 딱풀로 붙이고 보자기로 싸서 가져갔네요.

어려울 줄 알았는데 쉬웠던 점은 구체적인 신체 사이즈를 잘 몰라도 한복을 맞출 수 있던 점이었어요. 키랑 신발사 이즈만 알면 한복은 다 맞출 수 있으니까요. 아마 차이나 드레스같은 옷이었다면 실패했을 거예요.

Q. 과감하게 맞춤 한복을 선물하실 정도로 후리하타 아이 씨를 좋아하시는데, 언제부터 팬이 되셨나요? 팬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μ's의 하나요 팬이기도 한데요. 그렇다 보니 작중에서 저와 같은 하나요 팬인 루비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후리하타 씨가 진행하는 개인 방송도 챙겨보게 되었고요. 아이돌치고 소탈하면서도 인간미 넘치고, 방송 중 게임을 잘 못해서 망가지고 같은 패널이 괴롭혀서 무너지고... 어쨌든 후리하타 아이가 고통받는 방송인데 (웃음) 계속 보고 있자니 나름대로 정이 든 거 같아요.


Q. 러브라이브! 공식 트위터에 공연 당일, 후리하타 아이 씨가 한복을 입고 루비 패널과 함께 찍은 사진이 올라온 걸 보셨을 때 소감은 어떠셨나요?
그때 공연 뒤풀이로 치킨과 맥주를 먹고 있었는데 트위터에 후리링이 한복을 입은 사진이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현실을 부정했습니다. 절대로 입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러브라이브 공식 측에서 한복까지 따로 준비하다니 굉장한 준비성이구나, 이렇게 내 한복은 묻히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니 제가 준비한 한복이랑 문양이 완전히 같더라고요.

어느 순간 현실을 직시하고 인정하게 되니까, 그냥 계속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선물한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어준 후리하타씨나, 그걸 트위터에 올려준 러브라이브! 공식이나, 그날 공연에서 같이 분위기 띄워준 참석자들이나... 솔직히 아이돌에게 아무리 선물을 보내봐야 그 선물을 인증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잖아요? 저도 그간 많은 선물을 보냈는데 이렇게 인증받은 적은 처음이라 익숙해지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기쁨의 시간이었다기 보다는, 당혹감과 감사의 시간이었습니다. 지금 새삼 생각해보니 좋네요.


Q. 후리하타 아이 씨에게 또 이런 선물을 하실 생각이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내한 공연은 아티스트가 한국의 팬들을 만나기 위해 다른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다. 이런 내한 공연은 아티스트가 오고 싶다고 해서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팬들이 와달라고 부탁한다고 해서 공연이 열리는 것도 아니다. 자주 열리지 않기 때문에 내한 공연은 아티스트와 팬 서로에게 귀중한 만남의 장이 된다.

예전부터 주류/비주류 공연을 막론하고 내한 공연은 해외 아티스트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적이 많다. 외국어 노래라 따라 부르기 힘들 텐데도 불구하고 입을 모아 합창하는 문화는 이미 많은 아티스트가 감동을 느꼈다고 소감을 남긴 바 있다. 오죽하면 '내한 공연에 한 번도 안 오는 아티스트는 있어도, 한 번만 오는 아티스트는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거기에 이번처럼 특별한 팬 이벤트를 통해 한국의 팬 문화는 내한 공연을 하는 아티스트에게 한층 더 멋진 추억을 선사해줄 수 있음을 알렸다. 이런 좋은 선례가 앞으로도 내한 공연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아티스트와 팬들이 서로 좋은 추억을 공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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