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스프링 스플릿에 예상보다 더 좋은 순위로 시즌을 마친 클러치 게이밍. 기세를 이어 16일 열린 NA LCS 섬머 개막전에서 승리를 따냈다.

'리라' 남태유의 활약이 눈부셨다. '리라'는 그레이브즈를 선택해 1레벨부터 킬을 획득했고, 이 스노우볼을 굴려 소환사 협곡 전체를 장악했다. KDA 3-0-10, 킬 관여율 87%, 팀 내 딜량 1위. 모든 부분에서 가장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개막 승리 직후, '리라' 남태유를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화제가 되고 있는 현재 메타, 한국 무대에 대한 그리움, 다음 상대 에코 폭스에 관해 물었다.



Q. 개막전 경기에 승리한 소감은?

일단은 이겨서 좋다. 사실 이김을 당한 것 같기도 하다(웃음). 준비를 이것저것 너무 많이 하다 보니까 정석 조합은 잘 안 하게 됐다. 이제는 어떻게 보면 오늘 경기한 조합이 정석인 것 같다. 아직도 메타를 찾아가는 중이다.


Q. 어떤 점에서 이김을 당했다고 생각하는지?

뭐가 좋은지를 모르겠다. 지금 팀 간의 현격한 우위도 없는 것 같다. 게임 센스가 있는 팀이 이기는 추세인데, 오늘은 우리 팀이 좀 더 센스를 발휘했다.


Q. 오늘 그레이브즈로 슈퍼 캐리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레이브즈가 나오는 경기마다 힘을 못 썼다. 그레이브즈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원래 그레이브즈를 많이 했어서 자신이 있었다. 하기 나름인 것 같다. 라이너들이 초중반에 강한 픽을 뽑아서, 그레이브즈가 수월하게 성장만 할 수 있으면 좋다. 한국은 초반 시야 싸움이 치열해서 그레이브즈가 클 시간이 좀 없는 것 같다. 이번 경기는 우리가 1레벨 싸움에서도 크게 이기고, 상대가 쉔-녹턴 조합이라 초반만 넘기면 우리 쪽에 승산이 있었다.


Q. 현재 메타가 정글 메타라는 평가가 많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정글이 잘 크면 좋다. 정글 메타인 건 맞다. 그런데, 모든 팀이 그 사실을 알아서 정글을 키우려고 한다. 결국, 실력 좋은 팀이 정글러를 잘 키우기 때문에, 그냥 잘하는 팀이 잘하는 것 같다. 아무리 정글러가 뛰어나다고 해도, 혼자 두세 명을 제압할 수 있는 건 아니다.


Q. 팀 간 우위를 잘 모르겠다고 얘기했는데, 그럼에도 이번 시즌 판도를 조금 예상하자면?

진짜 모르겠다. 모두 "죽겠다"고 얘기한다. 연습을 해보면 우리한테 이기던 팀들이 우리한테 지고, 지던 팀들은 이기기도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감이 안 온다. 게다가 대회 때는 변수가 많아서 예측이 더 어려워진다. 워낙 랜덤인 지역에다가, 랜덤인 메타를 던져 놓으니까... 한 번 싸우면 경기 당락이 쉽게 좌우되는 메타다.

내가 프로게이머인데도, 누가 물어보면 잘 대답도 못 해주고 있다(웃음).


Q. 저번 시즌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아무래도 이번 시즌을 치루는 데 긍정적일 것 같다. 팀 분위기는 어떤가?

분위기는 좋다. 근데 너무 좋아서 가끔 놀자판이다(웃음). 재밌긴 하다. 목표는 LCS 결승과 롤드컵 진출이다. 다 같이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지금은 열심히 하는 팀보다 센스 있는 팀이 잘해서 조금 걱정이다. 나는 특히 한국에서 대회를 하고 싶어서 더 간절하다. 매번 비시즌마다 한국 무대가 그립다.



Q. 전략적인 메타라고 불리기도 한다. 열심히 노력하는 팀이 성적이 잘 나올 가능성은 없나?

아무리 열심히 준비해도 한 번 잘못 싸우면 끝이라... 이기든 지든 대회에서 시험을 하는 경우도 있다. 프나틱이 사용한 '정글 카이사-서포터 셋'도 어떻게 보면 시험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표는 높은데 그 목표가 가까운지 먼지가 잘 판단이 안 된다.


Q. 향수병이 있다고 들었다. 한국 동료 영입이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내가 정글러고, 비교적으로 나이가 좀 있다 보니, 한국인 선수가 영입되면 부려먹기는 좋을 것 같다(웃음). "형은 5년 전부터 프로게이머 했다"고 하면 한국에서는 좀 먹히는데, 아무래도 여기는 문화가 한국과는 다르다. 이런 점에서는 한국 선수 영입이 필요하다(웃음).


Q. 지난번에 우리와 '힐링캠프'를 다녀왔다. 향수병 극복에 조금 도움이 됐나?

힐링캠프를 다녀와서 조금 힐링이 되는 것 같다. 원래는 영어도 잘 안 하려고 했는데, 요새는 영어로 팀원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노력 중이다. 게임하면서 욕도 하고, 멘탈 나간 거 티도 낸다. 팀원들도 그 힐링캠프 인터뷰를 봐서 그런지 많이 챙겨주려고 한다. 또 지금 정글 메타라 내 위주로 게임을 해서 재밌다.


Q. 현재 메타가 마음에 드나?

다 좋은데, 미드에 서포터를 세우는 전략만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뭔가 실력보다는 운이 더 중요해지는 느낌이랄까.


Q. 한국에서는 그런 전략을 카운터 치기도 하면서 다양한 경기 양상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는 아직 미드에 서포터를 세우는 전략을 사용하는 팀이 많지가 않다. 그래서 적응이 안 됐는데, 대회에서 한 번 얻어맞고 어이없게 질까 두렵다.

한국 팀이 더 새로운 걸 시도하려고 한다. 반면에 여기는 정통파가 많다. 미드 라이너들이 AP메이지 챔피언을 좋아하는 경향이 조금 더 뚜렷한 것 같다. 북미에 유럽 미드라이너들이 많은데, 유독 메이지 챔피언을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미드 서포터 조합을 사용하는 게 그렇게 좋은지도 모르겠다. 사실 부담스럽다. 캐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로딩 창부터 뭔가 막막해진다.



Q. 내일 경기가 에코 폭스와의 대결이다. 어떻게 예상하나?

지난 시즌 마지막에 에코 폭스에게 너무 처참하게 져서, 이기고 싶다. 원래 마지막에 이긴 사람이 트래쉬 토크도 할 수 있는 건데, 에코 폭스가 트래쉬 토크를 많이 해놨더라. 그래서 이번에 압살하고 싶다.


Q. 어떤 부분이 중요할 것 같나?

봇 라인전이 중요할 것 같다. 탑은 게임에서 영향력이 5순위인 것 같다. 미드-탑으로 그쪽 팀을 신경 쓰면 골치 아프다.

※ 에코 폭스 경기 도중에 진행한 인터뷰입니다. '후니' 허승훈은 원거리 딜러로 라인을 바꿔 경기를 치렀습니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 꼭 참가하고 싶다. 스프링 때는 경기력이 조금 아쉬웠는데, 이번에는 잘할 것 같다. 내가 사람이 좀 변했다. 팀원들과 어우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