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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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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두려움보단 자신감이 더 크다" 새 도전을 앞둔 '블랭크' 강선구

석준규 기자 (Lasso@inven.co.kr)


SKT T1의 정글러였던 '블랭크' 강선구의 선수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벵기' 배성웅이라는 큰 산을 앞에 뒀던 것은 물론, 그에 앞서 당시 롤드컵을 승리한 '명문 구단' 에서 경기력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기도 했죠. 당시 높은 커리어로 '잘 해야 본전'이었던 SKT T1의 분위기에서, 기량은 뛰어나나 기복이 큰 스타일의 블랭크는 잠재력과 불안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블랭크는 어느덧 SKT T1의 품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아쉬운 모습도 많이 보여줬고 그에 따른 비판 역시 피할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블랭크 선수는 여전히 밝은 모습이었습니다. 부정적 시선에 대한 주눅듦보다는 역시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일까요. 생각해보니 가장 악성 댓글에 시달렸을 때에도 '여러분, 사랑합니다' 라고 메시지를 보냈던 그였습니다.

자신의 '꿈의 직장'을 벗어나 미지의 세계로 도전하는 블랭크. 항상 밝은 얼굴 속에서 블랭크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SKT T1의 공식 유튜브에서 생생한 영상을 발표하기에 앞서, 블랭크와의 인터뷰를 팬 분들께 먼저 글로나마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부진을 딛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블랭크의 이야기를 아래 인터뷰에서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Q.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독자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이제 SKT T1이 아닌, 프로게이머 블랭크 강선구로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Q. 시간이 또 흘러 이적 시즌이 왔네요. 요새 많이 정신이 없었을 것 같아요.

아 네, 최근까지 걱정이 좀 있었어요. 그래도 오늘 많이 잤어요. 휴가 중엔 평범하게 지냈어요.


Q. 인터뷰를 시작해보죠. 먼저 과거를 기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해요. 처음 SKT T1에 입단했을 시절 기억이 나나요?

네. 제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15년 11-12월 쯤에 입단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땐 한국 나이로 18살이었는데 이제는 22살이 되었어요. 4년 전이네요. 시간이 가는 중엔 느렸는데, 지나고 나서야 빠르게 느껴지는 건지... 어쨌든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그 때 SKT T1이라는 구단 자체가 상당히 컸고, 제 꿈의 직장이었다고 생각했어요. 안 그래도 SKT T1이 월드 챔피언십에서 승리를 한 직후여서 그렇기도 하죠. '이 팀에 가는 게 나의 꿈이다. 이 팀에서 많은 걸 배우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네요.


Q. 입단이 확정되고 많이 기뻤겠네요.

정말 기뻤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어요. 입단 처음 당시, 형들 사이에서 제가 막내라 어려웠던 게 있기도 했어요. 그래도 '스카웃' 이예찬이 제 동갑이었고, 많이 친근하게 다가와줘서 도움이 되었어요.


Q. 기쁜 한편으로, 긴장도 되었나요?

어휴, 긴장 됐죠. 다 선배들이고 우승도 많이 경험했고, 저는 그에 비해 아무것도 없는 초보 아마추어였으니까요.

▲ 입단 초기, '벵기' 배성웅은 블랭크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Q. 스스로 초보라고 생각했다면, 같이 생활하며 선배들의 영향을 일부러라도 많이 받았을 것 같네요. 아무래도 가장 영향을 준 선배는 아무래도 '벵기' 배성웅 선수일까요?

그렇죠. (배)성웅 형은 모든 정글러들의 우상이었죠. '나도 저 선수처럼 플레이하고 싶다' 라고 생각하며 옆에서 많이 보고, 따라하기도 했어요. 여러 가지로 배울 점이 많은 선수이자 형이었어요. 그냥... 다 우상이었죠. 일례로 휴가 때 선수들은 롤을 많이 안 해요. 롤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선수들이 많은데, 성웅이 형은 그러지 않았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


Q. 많은 일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SKT T1의 정글러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무엇이 있나요?

제가 제일 기뻤던 적은... 제가 출전해서 kt 롤스터를 3:2로 꺾었을 때에요. 작년 섬머 플레이오프였나? 많이 언급하시는 롤드컵 우승 때는, 제가 출전했을 때 이기질 못했었어요. '내가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 그 때 좀 더 잘할 걸' 하는 후회가 많이 남아 있어요.


Q. 롤드컵 우승했을 때의 기분이 여전히 기억 나나요?

생생히 기억나죠. 당시 제가 출전해서 2패를 했고, 스스로에게 짜증이 났고 팀원에게 정말 미안했어요. 마지막 세트는 정말 기도를 하면서 봤어요. 그런데 결국 이겨서... 너무나 기뻐서 달려 나갔어요. 정말 너무 좋았어요. 고맙기도 하고요.



Q. 그렇게 롤드컵을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되었어요. 그에 대한 갑작스런 무게감은 없었나요?

이름이 알려지고 나서 부담이 되기도 했죠.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도 있으니, 도전을 해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저도 이렇게 알려지게 되었으니 쭉 더 잘 돼야 하고, 프로 마인드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Q. 기억에 남는 순간이 또 있다면 뭐가 있나요?

맨 처음에 들어왔을 때, 팬분들이 제게 편지와 선물을 주셨어요. 과거 중국 팀에 있을 땐 이름도 안 알려졌고, 신인이었고 해서 이런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LCK에서 경기를 하고, 절 응원하는 팬들이 생기고, 편지와 선물도 받고나니 '아 내가 이런 걸 받는구나. 나도 이제 남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었구나. 보람차다. 이런 기분에 프로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Q. 팬미팅에서도 팬 서비스가 좋다고 듣기도 했어요. 유난히 기억나는 선물이나 팬이 있나요?

팬분들께서 제 생일 때마다 메시지북을 만들어 주시기도 해요. 직접 메시지들을 적고 다 모아서요. 제 사진들도 붙어있어요. 정성이 너무 담겨있죠. 그 메시지북을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Q.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메시지만 주면 좋겠지만, 기복에 따라 안 좋은 별명들도 생기곤 했죠.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자극이 되었어요. 오히려 동기부여로 삼았죠. '내가 더 잘하게 되어서 그런 걸 없애겠다. 너희가 악성 댓글을 달아봤자 나는 잘 할 것이라 상관 없다' 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고요. 그렇게 극복을 했어요.

그래도 확실히 반응이 어떻든,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아요. 뭐든 말이죠. 지금 어떻든 나중에 제가 더 잘해졌을 때 더 부각될 수도 있을테니 말이에요. 다 괜찮고,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제가 잘하면 평가는 바뀌고 그에 따라 관심도 생길 거예요.



Q. 여전히 긍정적인 성격인 것 같아요.

그렇죠. 정말 옛날엔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많았는데,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흐르고 나니까 사람이 그렇게 변하네요.


Q. 이제는 정든 팀을 떠났고, 미래를 바라봐야 해요.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나요?

일단 SKT T1에 있었을 때와 다르게 변화해보고 싶어요. 솔직히 전 도전을 두려워하는 성격이었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팀을 나오며 '새로운 것을 해봐야겠다. 도전해서 이뤄낸 성과들로 스스로 뿌듯해져 봐야겠다' 하는 마음이 강했어요. 물론 두려움이 조금 있긴 있어요. 하지만 그 두려움보단 자신감이 더 크기 때문에, 잘 될 것 같아요.


Q. SKT T1에서 지내며, 못 해봐서 아쉬웠던 것이 있나요? 사소한 거라도 말이에요.

저는 형들과 같이 미국이나 라스 베가스로 여행을 가 보고 싶었는데, 못 가서 아쉬워요. 그리고 형들이 15년도에 하와이를 가보고나서 엄청 좋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같이 꼭 가보고 싶었어요. 팀을 나오고나니, 정말 나도 같이 하와이를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Q. 그 밖에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올해와 작년, (이)재완이 형이 '은퇴한다. 난 간다. 잘 있어라' 하고 다 속인 적이 있어요. 그걸 듣고 저는 '아, 형이 은퇴하는구나... 이제 정말 프로에서 떠나는구나. 슬프다. 하지만 우리는 갈 길이 있다. Bye' 하는 비장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이틀 뒤 '재계약'. 그 때 정말 뒷통수가 얼얼했어요. 그런 것도 유쾌한 기억이네요.

정이 많이 들었어요. 이 팀을 떠나는 게 믿겨지지 않아요. 그래도 나름 3-4년 몸담았던 선수예요. 제 자리를 보며 '이제 이 자리에 내가 없겠구나' 생각도 들었고. 복잡미묘한 감정이죠.


Q. 혹시 팀원들 중에서 나중에 누가 가장 보고 싶을 것 같나요?

음... 감독님께서 결혼도 하셔야 할 나이고, 엄청 많이 고생을 하세요. 피곤해 하시고 항상 일에 치이고... 나중에 행복한 얼굴로, 피곤하지 않은 모습으로 보게 되면 좋겠어요.

아무래도 (이)상혁 형이 보고싶을 것 같아요. 방도 같이 썼고, 게임도 같이 많이 하고요. 정말 존경을 받을만한 선수라고 생각해서, 과연 형이 어디까지 올라갈까 궁금해요. 공중파 예능도 출연하는 거 보며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프로로서 가치있고... 너무 멋있는 사람이에요.




Q. 나중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생각해 보셨나요?

한 번 사는 인생이니까, '프로 선수' 하면 저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선수가 되는 게 프로로서 가치있고 좋은 삶이라 생각해요. '프로? 블랭크!' 하는 인식을 갖게 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정말 나중에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돈을 많이 벌어서... 돈이 돈을 만드는. 그런 건물주가 되고 싶어요.(웃음)


Q. 이제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가 되었네요. 마지막으로 팀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이제 정든 팀을 떠나고 새로운 팀에 도전하게 되었는데, 다들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이제 떠나지만 SKT T1에 새로운 분들이 들어왔고, 내년에 우승할 것 같아요. 워낙 잘 하는 팀이고 더 나아갈 수 있는 팀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응원하고, 전 팀원들, 이번에 들어온 팀원들 모두 다 잘 됐으면 좋겠어요.

3년 간 저를 챙겨준 모든 팀원, 코치진 모두 감사드립니다. 새로 들어온 분들도 잘 해줄 거라 믿어요. SKT T1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주시고, 저도 사랑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Q. 힘들 때마다 응원을 많이 받았던 만큼, 팬분들께도 마무리 인사 부탁드립니다.

제가 힘들었을 때 도움을 많이 주시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감정을 나눠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 뿐이에요. 제가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으니까, 계속 나아갈 거니까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화이팅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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