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시즌 만에 극과 극을 체험한 팀이 있다. 지난 2018 롤챔스 서머에선 준우승 징크스를 깨고 여름의 주인공으로 거듭났지만, 이번 2019 롤챔스 스프링에선 승격 강등전(이하 승강전)이라는 악몽을 겪은 팀, 바로 kt 롤스터다.


▲ 2019 롤챔스 스프링, 역대 최악의 시즌을 마친 kt 롤스터


2018년 여름, 롤챔스 섬머 대망의 결승전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주인공은 바로 kt 롤스터였다. 결승전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지난 시즌에도 돌풍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그리핀이 2:1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kt 롤스터가 역전을 거듭하며 우승했기 때문이다.

준우승이라는 징크스를 완벽하게 허물어내며, 디펜딩 챔피언으로 자리 잡게 된 kt 롤스터. 역대급 이적 시장이 예고된 만큼, 로스터 변경은 불가피해 보였지만 2019 롤챔스 스프링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엔 충분했다.


▲ 전 시즌 우승자인 만큼, kt 롤스터의 향방은 스토브리그부터 많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먼저, kt 롤스터는 '스맵' 송경호를 중심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후 '스코어' 고동빈도 재계약을 선택하며, 두 명의 베테랑을 바탕으로 로스터를 맞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대급 이적 시장에서 재빠르게 '대어'급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다른 팀들과 달리, kt 롤스터의 영입 소식은 느리고 더뎠다.

오랜 침묵을 깨고, 공석이었던 미드와 서포터 포지션에 '비디디' 곽보성과 '눈꽃' 노회종을 영입하며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였던 원거리 딜러의 공석은 2018 KeSPA컵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까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FA 신분의 원딜 선수들이 하나둘 제자리를 찾아간 만큼, 어떤 선수를 데려올지에 대한 기대감보다 불안감이 앞서기 시작했다.

이후 공석이었던 원딜 포지션에는 급하게 '강고' 변세훈을 영입했고, 서브 정글러로 '엄티' 엄성현을 영입했다. 또한, 연습생 출신인 '제니트' 전태권이 로스터에 올랐는데, 이렇게 완성된 로스터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많은 관심을 받았던 하체였지만, 냉정하게 말해 새로 영입한 '강고'와 '제니트'가 '데프트'의 빈자리를 대신하기엔 한참 부족했기 때문이다.


▲ 비디디, 눈꽃, 엄티, 강고, 제니트를 영입하며 새로운 로스터를 완성한 kt 롤스터


시작 전부터 다소 불안했던 하체 전력 탓이었을까. kt 롤스터의 시즌 초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진에어 그린윙스와 나란히 3연패를 기록했고, 순식간에 최하위를 기록하고 만다. 이어진 진에어와의 경기에서 2:0 승리로 첫 승 신고를 마치며 최하위를 면했지만, 여전히 '비디디' 중심의 캐리에 대한 의존도나, 콜 미스 등 불안한 경기력을 내비쳤다.

여러 가지 악수는 계속해서 맞물렸다. 선수 개인의 기량 하락과 미숙한 운영 등에 덜미를 잡히며, 1라운드를 2승 7패 득실 -7로 마무리했다. 처참한 성적표에 찍힌 순위는 '8위'. kt 롤스터에게 있어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게 된다.


▲ 분전하는 모습도 보여주는 kt 롤스터였지만, 난관을 극복하기엔 부족했다


이어진 2라운드에서도 크게 변한 건 없었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봐도 무방했다. kt 롤스터와 함께 연이어 패배를 기록하며, 큰 차이를 보이지 않던 젠지 이스포츠와 아프리카 프릭스가 승리를 쌓기 시작했고 kt 롤스터는 9위까지 추락하게 되었다.

잠시나마 호재로 작용했던 '스코어'의 활약은 오래가지 못했고, 젠지 이스포츠와의 경기에서 2:1 승리 이후에 다시 연이어 패배를 기록했다. 이어 젠지 이스포츠와 아프리카 프릭스가 나란히 5승 라인에 합류하며, kt 롤스터의 승강전 진출은 거의 확정된 듯 보였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의 기량은 올라오지 않았다. 오히려 1라운드에서 분전하던 '비디디'마저 폼이 무너져내린 모습을 보였다. 한 선수에 집중된 높은 캐리 의존도가 불러온 결과다. 결국, 한화 이스포츠, 담원 게이밍과의 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며 결국 승강전행을 확정하게 되었다. kt 롤스터는 한 시즌 내내 안고 있던 많은 문제들을 결국 해결하지 못했고, 승강전이란 벼랑 끝까지 내몰리게 됐다.


▲ 이처럼 아쉬운 장면은 시즌 내내 자주 등장했다


이번 시즌은 kt 롤스터에게 있어 역대 최악의 시즌이었다. 리빌딩부터 신예 선수 육성까지 모두 실패한 채 마감했고, 승강전까지 치르게 되었으니 말이다. 디펜딩 챔피언이 승강전이라는 벼랑까지 몰린 믿을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kt 롤스터의 부진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발단은 스토브 리그부터 만족할만한 로스터를 갖추지 못했다는 데부터 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부터 최상의 전력을 구성하지 못했고, 한 시즌이 마무리될 동안 팀으로서 성장하지 못했다.

이는 팀 성적으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kt 롤스터는 시즌 초반부터 크게 무너져 4승 14패라는 성적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탄탄했던 베테랑 선수들의 폼은 제자리를 찾지 못했고, 신예 선수들은 미숙함을 지우지 못했다. 또한, 시즌 내내 이런 상황이 이어졌지만, 악순환을 타개할 전략 구성을 찾아보기 어려웠고 선수들의 멘탈 케어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코칭스태프에게 비판의 화살이 돌아간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자존심을 지키는 것보다 당장의 승강전에서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된 kt 롤스터. 운명의 갈림길인 승강전에선 무패 행진으로 순식간에 LCK 잔류를 확정지었다. 확실한 체급 차이를 보여주며 생환에 성공했지만, 여전히 눈 앞에 놓인 숙제는 많다. 다음 시즌은 여름이다. 다시 한 번 돌아온 여름에 '여름의 kt 롤스터'라는 이명에 맞는 활약을 펼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