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아이템은 파워 밸런스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그저 그런 평가를 받던 챔피언이 신규 아이템의 등장이나 조정으로 상승 효과를 받는 경우도 있고, '불타는 향로'처럼 기존 아이템의 재발견이 메타를 바꾼 사례도 있습니다. 같은 조합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은 고유 효과가 겹치지 않기에 보통 트롤링으로 평가되곤 하지만, 과거 이즈리얼이 선택한 '투여눈' 빌드같은 특이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시도가 눈에 띕니다. '진'으로 '무한의 대검'을 2개 이상 구입하는 일명 '쌍인피 진'이 바로 그것입니다. '투여눈 이즈리얼'과의 차이점이라면 도중에 거쳐가는 아이템이 아니라 최종 아이템을 동일한 것으로 여러개 간다는 점인데, 의외로 실용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주목받고 있는 중입니다.

▲ 의외로 실용적이다? '쌍인피 진' 등장!


'쌍인피' 빌드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바이', '나르', '에코', '탐 켄치' 등은 물론, '진'을 만든 장본인인 'Jinxylord'의 트윗으로 시작 되었습니다. 그는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Try the double IE build."(쌍 인피 빌드를 해보세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트롤링이 아니다. 이건 강하다.'라는 말을 덧붙여 진지함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 진의 아버지왈: "쌍인피 해보세요" (라이엇 게임즈 개발자 트윗 캡쳐)


개발자의 발언 때문이었을까요? 실제로 쌍인피 빌드를 활용한 프로 게이머가 등장했습니다. 한국 유저들에게도 잘 알려진 C9의 '스니키' 선수가 약 6일 전 랭크 게임에서 해당 빌드를 사용했습니다. 개발자의 말마따라 정말로 실용적인 빌드였는지, 5승 3패로 생각보다 괜찮은 승률도 기록했습니다.

이외에도 '애로우', 'Targamas' 등 몇몇 선수들이 쌍인피 빌드를 시험해 보고 있습니다. 바로 얼마 전 킹존의 '데프트' 김혁규 선수가 '쌍인피 진'을 사용, 2승을 챙기면서 '쌍인피 빌드'가 한국에도 등장했습니다.

▲ 한국에서도 '데프트'가 '쌍인피 진'을 사용했다


'쌍인피' 빌드가 '진'에게 실용적일 수 있었던 이유는 '진'이라는 챔피언이 가진 특수성에 기인합니다. '진'은 일반적인 챔피언들과 달리 아이템으로 공속이 오르지 않습니다. 대신 공속을 일정 수치만큼 AD로 치환하게 됩니다. 또, 레벨에 따라 AD가 %로 증가하는 등 상당히 AD에 치우친 챔피언입니다.

때문에 '고속 연사포'나 '유령 무희'처럼 공속을 올려주는 아이템은 '진'에게는 다소 손해가 있는 아이템이 되는 셈입니다. 반대로 '무한의 대검'은 AD 수치가 가장 높은 아이템 중 하나인데다, 진에게도 중요한 치명타를 25% 올려주어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집니다.

실제로 비슷한 골드를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 '쌍인피'(6800 골드)와 '무한의 대검+고속 연사포+곡괭이'(6875 골드) 빌드 사이에 평균적인 대미지는 '쌍인피' 쪽이 더 높게 나왔습니다. 대신 '고속 연사포'를 섞은 경우엔 '충전' 상태일 때 더 강했고, 일시적인 사거리 증가가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 계속 때린다는 가정하에, 평균적인 대미지는 더 높았던 '쌍인피' 빌드


'쌍인피 진'의 빌드는 이름처럼 아이템을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메인인 '무한의 대검'을 두 개까지 올리고, 이후에는 진과 잘 어울리는 '고속 연사포'와 같은 아이템을 섞을 수 있습니다. 직접 랭크 게임에서 '쌍인피 진'을 플레이했던 '스니키'의 경우, '무한의 대검'을 세 개까지 구입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룬 선택에도 다소 차이를 보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진'은 '기민한 발놀림'을 자주 선택하는데, '스니키'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감전'을 선택했습니다. '데프트' 또한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최근 '쌍인피 진'을 플레이 할 때에는 '감전' 룬을 사용했습니다. 단, '스니키'는 과거에도 '감전'을 사용해왔던만큼, 룬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때 '구인수의 격노검'과 함께 폭격기처럼 날아다녔던 '진'은 버그 수정 이후 오랫동안 침체기에 빠져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쌍인피' 빌드가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요? '진'이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 '쌍인피'는 물론, '삼인피'까지 선보인 '스니키' (출처: leagueofgraphs.com)


▲ 최근 랭크에서 '쌍인피 진'을 사용한 '데프트'의 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