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의 인기가 나날이 커지면서 e스포츠 업계에서 직업을 구하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e스포츠 분야에서 일을 찾다 보면, 어디서부터 그리고 무엇부터 준비해야 하는지 알 수 없어 막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업계의 성장에 따라 다양한 능력의 사람들을 원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은 편입니다.

인벤은 e스포츠 업계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려는 이들을 위해 e스포츠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직업을 설명해주는 기획 기사를 준비해봤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직업을 찾았고, 직업을 얻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일하면서 느낀 보람과 고충을 들어 봤습니다. e스포츠 업계에서 종사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엿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열두 번째 만나볼 사람은 스카우터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스카우터는 어떻게 일을 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스카우터가 바라보기에는 어떤 선수가 좋은 선수일까요? 리브 샌드박스 스카우팅과 육성군을 담당한 심영보 팀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스카우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들려줬습니다.

▲ 리브 샌드박스 스카우터 심영보 팀장

Q. 독자를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리브 샌드박스에서 스카우트, 그리고 선수 육성을 담당한 심영보 팀장입니다.


Q. 어떻게 스카우터가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로) 글을 쓸 때, 게임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아서 게임을 분석하는 글을 많이 썼습니다. 리브 샌드박스의 단장께서 저의 글을 읽고 스카우터 제의를 주셨고, 재미있을 것 같아 도전하게 됐습니다.


Q. 기자로서 게임에 대한 글을 쓸 때와 스카우터로서 게임을 볼 때 시각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기자는 현상을 관찰하고 서술하는 사람이잖아요. 기자로서는 논리적이고, 말만 맞으면 되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스카우터는 행동에 대한 결과를 실제로 받아야 하는 사람이에요. 단순히 말만 맞아서는 안 됩니다. 결과가 따라와야 합니다.


Q. 일에 대한 압박감은 기자보다 스카우터가 더 큰가요?

잘하고 싶으면 어떤 일이든 압박감은 심할 수밖에 없어요. 다만 기자는 글을 잘 쓰고 그걸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압박감을 느낀다면, 스카우터는 어떤 일을 실행하고 그 일에 대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데 압박감을 느낍니다.


Q. 스카우터는 어떤 일을 하나요?

크게 프로 선수를 스카우팅 하는 것과 아마추어 선수를 스카우팅 하는 걸로 나눠집니다. 프로 선수의 경우에는 대회와 솔로랭크를 많이 돌려봐야 하고요. 데이터를 많이 사용해서 직관이나 주관을 최대한 배제한 객관적인 자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마추어 스카우팅도 큰 틀에서는 비슷합니다. 다만, 아마추어 스카우팅은 이전까지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일이었습니다. 사람 한 명이 선수의 리플레이를 돌려보고, 가능성 있는 선수에게 연락하는 그런 일이요.

지금도 이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AI 모델을 사용해서 랭크 게임에서 보다 빠르게 특출난 선수를 찾아내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Q. 스카우터로서 어떻게 하면 좋은 선수를 선별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의 방법은 감독, 코치의 직관에 의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제는 그런 방식을 탈피해야합니다. 기존 스포츠에서도 그런 방식을 탈피한 팀들이 좋은 선수를 찾고 있고,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요.

한 가지 예를 들면 야구에는 소위 전문가라고 하는 감독, 코치, 그리고 저와 같은 스카우터들이 직관으로 평가한 선수들의 성적과 일반인들이 좋게 평가한 선수들의 성적이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그만큼 직관에 의한 평가는 아주 위험하고, 현재는 많이 지양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좋은 스카우터가 되려면, 그런 직관으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Q. 심영보 팀장이 생각하는 좋은 선수는 어떤 선수인가요?

냉정하게 말하면 그걸 찾는 과정입니다. 열심히 하는 거, 인성이 좋은 거 이런 부분은 너무 당연하지요. 그런 부분 외의 어떤 요소를 가진 선수가 게임을 잘하는지, 그리고 잘하게 될 건지, 그런 요소를 찾는 중입니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는 저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Q. 그럼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오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데이터 적으로 연구하기 위해서 다양한 서드 파티와 연구가들과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성과라고 한다면, 몇 가지 리그 오브 레전드의 핵심적인 현상을 발견하긴 했습니다. 그러나 단 1년 만에 많은 성과를 냈다고 한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스카우터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을까요?

제가 스카우팅해서 데려온 선수들이 성장하고, 좋은 성적을 보여줄 때 보람이 있습니다. 또, 주관을 탈피하기 위해서 데이터와 관련된 연구를 하는데요. 이런 연구를 통해 하나씩 발견하는 것들이 있을 때도 보람을 느꼈습니다.


Q. 팀에 직접 데려온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제가 스카우팅을 집중적으로 했던 선수는 1군에는 '클로저', '카엘' 선수가 있습니다. '클로저' 선수 이적 건은 저희가 정말 빠르게 움직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직접 결정을 하는 건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단장이기에 서로 함께 협업을 잘했다고 보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 리브 샌드박스 1군 '클로저'와 '카엘'

Q. 외부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감독, 코치진이 스카우터 혹은 전략분석관과의 이견으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가끔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해보셨나요?

의견 대립을 경험한 적은 딱히 없습니다. 저희 팀의 경우에는 감독, 코치진의 의견을 좀 더 수용하고 들어주는 편이었지만, 그래도 모두 함께 논의를 잘 거쳐서 의견을 수렴하고 결정해왔습니다.


Q. 스카우터로 활동하면서 힘들게 느낀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까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요. 직관이나 자기의 철학, 감각에 의해서 스카우팅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명확한 근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 힘들다고 느낍니다.

그래도 저희는 어느 정도 데이터를 통해 추세를 읽으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도 벌써 10년 정도의 데이터가 쌓였으니까요.

‘클로저’나 ‘카엘’을 팀에 데려올 때도 데이터를 근거로 스카우팅을 했습니다.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면서 ‘클로저’와 비슷한 사례의 선수들이 얼마나 성공했는지 따져봤고, 그 확률을 근거로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들의 연령 분배가 어떻게 되는지 살펴봤고, ‘클로저’ 선수가 다음 세대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카엘’ 선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챌린저스 리그에서 그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였던 과거의 선수 중에 LCK에 올라온 선수가 어느 정도의 퍼포먼스를 냈는지, 일정 점수대의 솔로랭크 성적을 가진 선수가 LCK에 올라왔을 때 어느 정도 성적을 냈는지, 과거 10년의 결과를 보면서 스카우팅을 했고 그 결과로 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카엘’ 선수라면 04년생이니 당장 올해 잘하지 않더라도 내년, 혹은 내후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에 베팅한 겁니다.


Q. 스카우터로서 좋은 선수가 되고 싶은 유망주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가요?

선수들이 연구를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유망주가 자기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게 게임을 하는 것과도 연결이 되거든요. 어떤 챔피언이 좋다는 것에 대해 근거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분석을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습관이 잘 안 되어 있기도 하고요.

잘하는 선수들, ‘케리아’, ‘페이커’, ‘쵸비’, ‘쇼메이커’ 등등의 선수들은 본인들이 하는 선택과 결정에 대해 명확한 이유와 근거를 설계하고 제시하면서 성장을 해나갔거든요. 그런 선수들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런 부분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육성군 선수들의 뇌파도 찍어보고, 지능과 인지기능 검사도 하면서 여러 가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연구를 하지 않고 사람의 직관으로 하는 건, 선수들의 입장에서도 운이에요. 어떤 스카우터는 퍼거슨처럼 선수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데려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건 시스템이 아니라 ‘로또’라고 생각합니다.


Q. 직업탐방 인터뷰를 보는 독자에게 스카우터라는 직업을 추천합니까?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직업입니다. 온종일 게임을 봐야 하고, 숫자를 보는 데 익숙해야 합니다. 자기가 아무리 게임을 좋아한다고 해도, 하루에 일곱 시간, 여덟 시간씩 이것만 생각하고 있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사실 그렇게 일하지 않으면 스카우터라는 존재 이유가 없으니까요.


Q. 스카우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스카우터는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논리적으로 글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스카우터는 감독, 코치진, 사무국을 상대로 말이나 글을 통해 어떤 선수가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그럴 수 없다면, 어떠한 권위도 없는 직업이 됩니다.

그리고 숫자를 보는 걸 싫어하면 안 됩니다. 통계학을 배우진 않았더라도, 숫자를 보는데 익숙해져야 합니다. 게임에 대한 이해도 당연히 있어야 하겠지요.


Q. 리그 오브 레전드의 데이터, 기록 등과 관련한 연구, 분석이 앞으로 더 깊어질 수 있을까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점점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거든요. 그런 똑똑한 사람들이 판단할 수 있는 건 숫자밖에 없어요. 직관에 의한 판단과 결정은 계속 신뢰할 수 없어요.

직관이 뛰어난 어떤 사람이 있을 수는 있지요. 그러나 그 사람이 회사에 남아있지 않다면 회사는 망하잖아요.


Q. 야구는 투수 대타자, 일대일 관련 데이터가 깊이 나오는데요. 축구나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팀 게임은 데이터를 산출하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미 축구도 데이터 위주의 분석으로 많이 넘어왔습니다. 리버풀이나 맨체스터 시티는 팀에 물리학자를 데려와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알파고 같은 모델을 도입해서 어떤 상황에서 골이 가장 많이 나오는지, 어떤 상황에서 골을 전개하기가 편한지 등을 연구하고 도입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들이 앞서 나가는 데는 단순한 이유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돈은 많은 팀들이 쓰고 있지만, 계속 잘 나가고 있는 건 이 두 팀이잖아요.

리그 오브 레전드가 이 정도의 레벨에 도달하기까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선수의 슬라이더 회전수가 느리니까 슬라이더를 노려라’라는 한 문장을 설득하는 데만 몇십년이 걸렸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게 너무 당연한 이야기가 됐습니다. 지금은 그거 말고도 더 많은 예시를 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많아질 거고요.


Q.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저희가 항상 좋은 사람을 많이 찾고 있습니다. 저희는 철저하게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습니다.

똑똑한 사람이라면 언제든 함께하고 싶습니다. 본인이 숫자를 좋아하거나, 게임을 분석하거나 연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면 저희는 언제든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이 인터뷰를 읽고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연락해주시길 바랍니다. 연락은 저희 메인 홈페이지에 있는 연락처를 통해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