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역사 속에서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긴 신인 선수는 누구일까? 아마 대부분은 ‘페이커’ 이상혁의 이름을 머리속에 떠올릴 것 같다.

‘역대 최고’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그는 데뷔부터가 남들과 달랐다. 막 경기를 뛸 수 있게 된 16살 신인 선수가 봄에 열린 첫 데뷔전에는 리그 최강의 미드 라이너를 솔로킬 냈고, 같은 해 여름에는 리그 우승을, 가을에는 월드 챔피언십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소년만화 작가라도 직접 쓰려면 고민이 될 스토리다. 그런 이야기를 ‘페이커’는 실화로 써내렸다.

이제 10년이 넘어가는 리그 오브 레전드가 다시 10년의 역사를 더 써내려도 ‘페이커’와 같은 충격을 남길 신인 선수는 아마 다시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페이커’가 신인 선수로서 보여준 임팩트가 크기도 했지만, 선수 한 명이 게임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8년 전과 비교해 많이 줄어든 점도 고려해봐야 한다. 이제 봇 라인의 주도권은 미드 라인에 영향을 주고, 정글러의 바위게 소유권은 라이너의 합류가 결정하며 탑 라이너의 순간이동 스펠 유무는 봇 라인 교전 승패를 좌우한다.

모든 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지금의 협곡 안에서 신인 선수가 팀 승리를 위해 알아야 하고 해내야 할 것들은 더 많아졌다. 협곡은 이제 마력이 높은 엔진보다 이가 빠진 톱니바퀴가 더 눈에 띄도록 변했다. 이런 면을 생각해보면 지금 주전 자리를 잡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신인 선수들에게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리브 샌드박스의 ‘페이트’ 유수혁과 DRX의 ‘솔카’ 송수형은 칭찬이 아깝지 않은 신예 선수들이다. ‘페이트’는 어느새 LCK 2년 차 미드 라이너가 됐다. 라인전 기본기가 탄탄하고, 가끔씩 가진 잠재력을 폭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 농심과의 2세트 대결에서 조이로 팀의 답답함을 해결해주는 포킹 장면은 그와 비슷한 아이디를 가진 선수를 떠올리게 했었다.

‘솔카’ 송수형은 올해 처음으로 LCK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 신예답지 않게 플레이가 굉장히 똑똑하다. 지난 DRX와 농심의 대결에서는 상대 시야의 유무까지 고려한 움직임으로 한타 승리를 이끌어 화제가 됐다. 다른 신예 미드 라이너들이 LCK 1년 차에 어떤 고난을 겪었고, 겪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솔카’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활약은 놀라운 편이다.

미래가 기대되는 신예들, ‘페이트’와 ‘솔카’가 2021년 LCK 스프링에서 첫 공식 대결을 치른다. 2000년생 ‘페이트’는 이제 스무 살이 됐고, 2002년생 ‘솔카’는 올해로 열여덟이다. 미래의 페진아, 솔대관이 될지도 모르는 신예들의 첫 만남이다.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8일 차 DRX와 리브 샌드박스의 경기를 지켜보면, 훗날 이 경기를 기억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8일 차 일정

1경기 kt 롤스터 vs 한화생명e스포츠(오후 5시)
2경기 DRX vs 리브 샌드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