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레드포스가 지난 3월 31일 진행된 플레이오프 1라운드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경기를 끝으로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서 퇴장했다. 당초 한화생명e스포츠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농심 레드포스는 기대 이상의 경기력으로 보는 이들에게 짜릿한 풀 세트 접전을 선물했다.

시즌 전 농심 레드포스에 대한 평가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경기의 중심이 되는 미드에 실전 경험이 전무한 쌩신인 '베이' 박준병을 단독 주전으로 앉혔고, 원거리딜러로는 기본기가 약점인 2년 차 신인 '덕담' 서대길이 자리하고 있었다. 베테랑 정글러 '피넛' 한왕호가 투입되긴 했지만, 메인 딜러가 약한 팀에게 거는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잭팟은 다른 곳에서 터졌다. 서브로 머물렀던 젠지 e스포츠를 떠나 농심 레드포스에 새롭게 합류한 '켈린' 김형규가 그 주인공이다. 시즌 시작 전부터 솔로 랭크 1위를 찍으며 존재감을 드러낸 '켈린'은 스프링 스플릿 내내 팀의 숨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사실 숨은 주역이라고 하기엔 POG 포인트가 600점으로 팀 내 1위긴 하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켈린'에 대한 평가는 매우 좋다. 한 관계자는 '켈린'이 솔로 랭크에서 절정의 폼을 보여주던 시절에 일부 서폿 유저들은 '켈린'을 피하기 위해 부계정으로 게임을 돌리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켈린'의 부계정을 만나 애를 먹은 적도 있다고. '덕담'이 이렇게까지 성장해 팀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었던 데에는 '켈린'의 공이 크다는 평가도 많다.

'켈린'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챔피언 이해도다. 스프링 스플릿 내내 렐, 알리스타, 레오나, 쓰레쉬 같은 메타에 맞는 챔피언을 굉장히 능숙하게 다루는 모습을 보였다. 높은 숙련도를 바탕으로 남다른 킬각을 만들어내거나, 한타를 열고 설계하는 능력도 매우 좋다. 이번 플레이오프 1라운드 4세트에서 한화생명e스포츠는 '켈린'을 견제하기 위해 서폿 5밴을 하기도 했다.

특히, '켈린'의 쓰레쉬는 일품이다. 스킬 적중률이 매우 높고, 스킬을 활용하는데 있어 군더더기가 없다. 농심 레드포스를 상대하는 팀이 가장 많이 금지한 챔피언도 쓰레쉬다. 그의 쓰레쉬를 인정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프링 스플릿 기준(플레이오프 포함), 47개 세트 중 무려 23번의 밴을 당했다. 승률도 4승 2패로, 팀 성적을 고려해보면 꽤 좋은 수치다.

'켈린'은 이제 겨우 LCK 3년 차, 21살의 어린 선수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까지 생각해보면 LCK에 굉장한 서폿 선수가 한 명 나왔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농심 레드포스의 숨은 주역, '켈린'의 멋진 퇴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