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타지아 이성민 대표


"페이스북 게임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초창기에는 이런 물음표가 떠다닌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이것은 미련한 질문이 되었다. 수많은 페이스북 앱게임이 해외 시장에서 대전쟁을 벌였고, 그 과정에서 '대박 게임'이 속출하며 페이스북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주목받았다.

이 글로벌 전쟁에 겁없이 뛰어들어 승리를 거둔 국산 게임이 있다. 야구를 소재로 한 '베이스볼 히어로즈(Baseball Heroes)'가 그것. 3일 학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게임테크 컨퍼런스 2013, '베이스볼 히어로즈'의 개발 및 퍼블리싱을 담당한 신타지아 이성민 대표가 강연을 진행했다.

이번 강연은 현재 페이스북 시장에 대한 분석, '베이스볼 히어로즈'의 개발 히스토리, 라이브 서비스 경험담을 통한 글로벌 마케팅 노하우까지 크게 세 단락으로 진행되었다.



페이스북, 위기일까 기회일까?


국내에서 페이스북 기반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손에 꼽는다. 그중 하나가 바로 신타지아. 소셜 게임의 대표적 아이콘인 징가가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페이스북 게임의 위기를 거론하는 지금, 이성민 대표는 "징가의 하향세가 곧 페이스북 게임의 하향세는 아니다"라면서 현재 시장을 진단했다.

자료 분석 결과 페이스북 게임은 2012년에 비해서 유저, 활동성, 매출 모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모바일 게임과의 연동 역시 마찬가지다. 페이스북 게임의 한 달 이용자를 조사한 먼슬리 액티브 유저(monthly Active User)는 지난 해보다 23% 상승하면서 11억을 기록했다. 데일리 액티브 유저(Daily Active User)는 26% 증가한 6억. 모바일 페이스북도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가장 괄목할 만한 것은 38%의 매출 증가 수치였다. 매출과 결제 유저 숫자가 모든 대륙에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성민 대표는 "페이스북 게임 시장이 꺾일까 줄어들까 판단하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라면서 "페이스북과 모바일의 조합은 분명 파괴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 페이스북 게임의 이용자 수와 매출은 꾸준히 상승




"시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얼마나 완성하느냐가 중요하죠"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호기심으로 2009년 법인을 설립한 신타지아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게임 구조를 잡을 때도 다중 언어 지원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검증 받은 메카닉과 소재를 쓸 생각으로 과거에 있던 온라인, 모바일, 콘솔, 아케이드 등 모든 플랫폼에서 인기 있었던 게임을 전부 조사했다. 현재 시장의 흐름에서 근미래의 트랜드를 미리 파악했고, 시티 빌딩(City Building) 장르 게임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획을 하던 와중에 '이건 너무 쉬운데?'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고 한다. 소셜 시장에 자본이 몰리는 상황이었고, 고작 다섯 명 가량의 개발팀으로 싸워서 이길 자신은 없었던 것이다. '이기려면 뭘 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기획을 전부 버렸다. 사람들이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 그러면서도 검증받은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서 결정한 것이 바로 야구 게임이었다.

▲ 고민 끝에 탄생한 게임 '베이스볼 히어로즈'


야구는 사람들이 많이 즐기는 스포츠 중 시즌이 가장 길다. 목표 시장을 북미 중심으로 잡은 것도 선택 이유 중 하나였다. 예측한 내용은 6개월이 지나자 현실이 되었다. 시티 빌딩 게임은 엄청나게 쏟아졌다. 쟁쟁한 메이저 게임사들이 서로 경쟁하는 와중에 징가의 시티빌은 한 달만에 유저 1억 명을 달성했다. "우리가 시티 빌딩 게임을 만들었다면 이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 있었을까"라고 자문한 이성민 대표는 예측이 맞았다는 자신감이 가장 큰 자산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일반적으로 야구가 특정 몇 국가에서만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미국 주변국들인 중남미 지방과 동남아에도 야구 관심이 엄청나다. 유럽 역시 특정 국가는 야구를 즐기고, 세계가 가까워지면서 어떤 나라에도 야구 동호회와 시장이 존재한다. 이성민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 처음부터 다국어를 지원할 것을 추천했다.

기존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적시성(Time to Market)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보란듯이 깬 제작사가 바로 징가다. 80여명의 개발진이 1년 동안 시티빌을 제작했지만, 완성도를 위해 6개월을 연장해서 내놓았다. 게임에서 적시성보다는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 한 달 접속 1억을 돌파한 징가의 '시티빌'


강연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다른 회사에서 복제할 수 없는 완성도를 위해 필요한 '선택과 집중'이었다. ▲하나만 파자 ▲잘 만들자 ▲몹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자. 당연하지만 어려운 세 가지 요소가 해당된다.

소셜 요소와 게임성은 모두 중요하다. 한 쪽이라도 부족하면 성공할 수 없다. 개발 초기부터 게임 내 소셜 피처를 설계하고, 야구의 특성이 팀과 기록의 스포츠라는 점을 극대화했다. 과도한 경쟁보다는 협력에 중점을 뒀고, 자발적으로 친구를 초대하고 선물하고 협력하며 자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2011년 12월에 CBT를 시작했다. 어디선가 멕시코 유저들이 5천 명 가량 들어왔고, 1주만에 1만 2천명으로 늘었다. 이성민 대표는 이때 성공을 직감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 다음 게임은 뭘 만들죠?"라는 팀원의 질문에 "그거 고민할 시간 있으면 이 게임을 더 재밌게 만들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베타 종료 뒤 3개월 동안 운영한 팬페이지에서 1만여 명의 팬이 계속 존재했다. 유저들의 반응이 좋자 페이지를 관리하면서 개발 스토리를 공유하게 되었다. 2012년 4월 본격적인 서비스에 들어간 '베이스볼 히어로즈'는 결국 16개 언어로 136여개국에 서비스되고, 총 이용자 1천 6백만 명을 기록하는 게임이 되었다. 2012년 최고의 페이스북 게임 12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게임으로서는 유일한 성과다.

▲ '베이스볼 히어로즈'의 페이스북 팬페이지 현황




페이스북 마케팅, 광고 비용 없이 유저를 모으는 방법은?


이성민 대표는 "잘 키운 유저 하나 열 마케팅 안 부럽다"고 강조했다. '베이스볼 히어로즈'는 광고 등으로 들어온 유저 비율이 2% 미만이다. 대부분 바이럴 마케팅으로 들어온 유저였다. 마케팅의 근간에 된 것은 페이스북 팬페이지였다. 페이스북에 가면 페이스북을 따르자. 플랫폼을 이해하고 돈 들이지 않고 유저들을 모을 수 있다.

유저는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계속 나간다. 100명이 게임을 시작하면 로딩을 시작할 때 7%가 나가고, 로딩 끝나기 전에 또 7%가 나간다. 게임 홈 화면, 튜토리얼 단계에서도 이탈은 계속된다. 그것을 살피고 그 비중이 높을 때 조치를 취하면 분명 나아질 수 있다. 게임을 열심히 만들었는데도 그런 초기 이탈을 막지 못해 나가는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 페이스북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리퀘스트(Request) 기능


튜토리얼이 무거우면 안 되기 때문에, 10 정도를 기획했다면 실제 반영한 것은 3 정도에 불과했다. 로딩 시간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UI나 게임 목적은 직관적일 수록 좋다. 기획자가 오래 고민할수록 유저가 고민하는 시간은 줄어든다. 몇 명의 기획자가 몇십 시간을 고민해서 수많은 유저가 1분이라도 고민할 시간을 줄인다면 엄청난 이득이다"라고 이성민 대표는 말했다.

이어 제시한 것이 '1분, 3분, 5분, 10분, 15분, 20분 전략'이었다. 유저는 게임 시작 후 1분 안에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간별로 제작자가 원하는 길을 계속 따라오도록 안내해야 한다. 서비스를 1년 넘게 하다 보면 신경을 놓치기 쉽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한 번 들어온 손님은 가게 손님과 같다. 놓치지 않아야 한다. 게임을 시작한 첫 주에 대부분의 유저는 이탈한다. 그런데 1주차를 넘긴 유저는 재방문율이 꾸준히 유지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세션에 신경써야 하는 이유다.

팬페이지와 커뮤니티 관리도 중요하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좋아요'를 누른다는 것은 게임 소식을 정기적으로 구독하겠다는 의미다. 거기에 덧붙여 집요한 A/B 테스트와 꾸준한 모니터링, 페이스북에 존재하는 '노티피케이션(notification)' 등의 다양한 기능 활용으로 비용 대비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 첫 주에 가파르게 하락하고, 그 뒤로 안정되는 유저 이용기간 그래프


이성민 대표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우리는 여전히 '선택과 집중'을 한다. 우리 게임이 소셜 게임이고 캐주얼하지만 10년 20년 갈 수 있는 게임으로 만들 생각이다. 조만간 MLB 라이센스도 얻어 새로운 게임으로 진화할 계획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적시성보다는 완성도에 치중해 '베이스볼 히어로즈'의 모바일 버전을 제작하고 있고, 또한 퍼블리싱 사업도 시작하려 한다. 국내에 숨어 있는 개발사들을 지원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