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게임중에 하나로 World of Warcraft(이하 와우)를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2004년 오픈베타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와우는 PVR과 PVP의 양분된 영역에서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했다. 특히, 와우의 황금기라고 흔히들 일컫는 첫번째 확장팩, 불타는 성전에서는 처음 투기장 컨텐츠가 도입되면서 실력을 순위로 정하게 되었고 PVP에 관심이 많은 유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름들이 있었으니 우리는 이들을 "네임드"라 부른다.

PVP에 몸담았던 이들, 혹은 관심있게 바라본 유저들이라면 아이디만 말해도 다 알만한 그들. 두번째, 세번째 확장팩이 출시되면서 하나 둘 소식이 끊겼던 그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흔히들 하는 말처럼 컴퓨터를 끄고 효도하러 갔을까?


아니다.


그들은 League of Legends (이하 LOL) 를 즐기고 있었다.



▷ 초대법신 허밍과 신궁 츠키요미, 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대회전적에서는 오렌지마멀레이드(오마멀)나 미네기와 비교해서 다소 낮아보일 지 모르지만 PVP를 좋아했던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불타는 성전 초창기 세계랭크 1위에 기록됐던 법사 허밍을 기억할 것이다. 와우인벤 PVP 2차 대회에서 퍼펙트하게 결승까지 올라왔으나 미네기와의 법사VS법사 전에서 신기에 가까운 마법훔치기열전을 벌였던 이가 바로 허밍이다.

흔히 국내 와우의 5대 법사를 꼽는다면, 오마멀, 클라찌, 관아, 미네기에 이어서 허밍을 꼽는 데 주저할 이는 없을 것이다!




△ 와우인벤 PVP 대회 결승전. 법법전의 진수를 보여줬다.



황충 머스켓과 신궁 츠키요미는 각종 대회에서도 그 모습을 보여준 바 있는, 냥꾼 유저들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네임드유저. 이중에서 허밍과 함께 LOL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는 바로 츠키요미다. 블리즈컨 2009 아레나 토너먼트에서 보여준 츠키요미의 맹활약은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명경기 1위 : TSG vs SHIPIT 결승전 3세트 경기



마지막까지 승부의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경기.
힐러가 없는 그들에게 남은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뿐이었다.




정말 치열했던 경기였다. 결승전이었기에 더욱더 그렇게 느껴졌을터.
1:44초의 짧은 승부였지만 경기가 끝나는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Shipit팀은 TSG팀의 성기사를 집중 공격하기 시작한다.
TSG팀은 전사가 츠키요미를 죽음의 기사는 카미유를 노린다.

... 이하중략

2009 블리즈컨 아레나 토너먼트 명경기 Best 4 !!! 바로가기 [클릭]



▷ 허밍과 츠키요미, 인벤을 찾아오다.



기자가 허밍에 대한 소식을 들은 것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당시 허밍은 미네기와 한 팀을 이루어 LOL을 하고 있었고, 예전 와우를 하던 시절처럼 소소한 팁들을 주변 지인들에게 알려주곤 했었다. 철권팀의 LOL 도전기를 준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든 생각은 허밍처럼 와우네임드들중에서도 LOL에 도전한 이들이 많지 않을까였다. 확인결과 상당수의 와우네임드들이 LOL로 전향(?)한 상태였고, 정말 깜짝놀랄 만한 인물들도 있었다.


많은 이들 가운데 허밍과 츠키요미, 이 둘과 연락이 닿았고,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인벤을 방문해주었다.



△ 좌로부터 허밍 - Humming(염홍섭) 선수와 츠키요미 - Tiltlife(이재민) 선수



Q. 오랜만입니다. 와우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LOL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하게 되었는지요?

(허) 리치왕의 분노가 출시되고, 바로 투기장을 해봤는데 하루만에 검투사급 점수를 올리고나서(도법법조합) 더이상 할 의욕도 재미도 잃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LOL로 전향했으니, 대략 1년 8개월정도 전부터 시작한 듯 합니다. 1시즌 전의 프리시즌때부터 시작했으니까요. 한국에서는 그래도 초창기멤버라고 생각해요.

(츠) 전 좀 늦어요. 전부터 허밍이가 같이 하자고 꼬셨는데, 안한다고 하다가 1년전쯤부터 시작했어요. 그래도 최고레이팅은 제가 더 높습니다. ^^ (츠키요미의 최고레이팅은 2120점으로 허밍보다 90점 높다.)


Q. 와우와 LOL. MMORPG와 AOS라는 장르의 차이가 분명히 있을텐데, LOL이 갖고 있는 매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츠) 일단 게임자체가 조작하기 편하면서 재미가 있어요. LOL은 분명 카오스와 비교될 수 밖에 없지만, 카오스와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자면, 미니언이 그렇죠. 카오스의 미니언들은 말그대로 파밍을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에요. 그러나 LOL에서는 미니언은 전투를 도와주는 역할을 분명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전략의 일부가 되는거죠. 억제기(인히비터)의 존재, 슈퍼미니언들도 그렇고요.

(허) 그건 스킬들에 있어서도 그래요. 논타겟형의 스킬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맞추기 위한 컨트롤이 상당히 요구됩니다. 예를 들어 애쉬나 이즈리얼의 궁극기는 그런 논타겟형의 스킬들을 얼마나 잘 써야 하는 지를 플레이어에게 요구하고 있어요. 플레이어 혹은 NPC의 블럭개념도 LOL을 재미있게 만드는 소소한 요소라 생각됩니다. 투기장과 비교를 하자면, 시작과 동시에 전투로 바로 돌입이 되고 0.1초 단위의 판단과 컨트롤이 주가 되는 것이 와우라면 LOL은 이보다는 조금 긴 시간동안 전체적인 전황을 살피면서 운영적인 측면의 재미가 뛰어납니다. 조금 컨트롤이 떨어져도 상황판단만 제대로 된다면 승리할 수 있는 것도 LOL이 가진 매력이죠.



△ 와우와 LOL의 차이를 잘 설명해준 허밍(Humming) 선수. 요약에 능했다.



Q. LOL 얘기를 하니 바로 카오스와의 비교가 나오는데, 혹시 두분 다 카오스를 해보셨나요?

(허) 전 일반적인 수준의 카오스 유저입니다. 가볍게 즐기는 수준이었죠. 츠키요미가 카오스 프로게이머급이에요.

(츠) (손사래를 치며) 그정도는 아닙니다. 그냥 조금 했어요. 카오스 당시에는 Destruction, Z.Zidane 이라는 아이디로 활동했었습니다.



순간 귀를 의심했다. Destruction, Z.Zidane 이면 "지단악동"을 말하는 것인가? 카오스 유저들이 손꼽아 고수라고 말하는(물론 ccb 이전이지만) 그가 바로 와우의 츠키요미이고, 현재 LOL을 즐기며, 지금 기자의 눈앞에 있다니! 늦게 시작했지만 LOL 고수의 반열에 오른 것이 이해가 되면서 "게이머의 유전자"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조금한 정도가 저렇다면 제대로 하면 도대체 얼마나 잘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질문을 이어갔다.



Q. 두분 다 와우에서는 원거리 캐릭터였는데(마법사, 사냥꾼) LOL에서 선호하는 영웅과 역할은 무엇인가요?

(허) 딱히 주력캐릭이라고 할 만한 건 없습니다. 굳이 선호하는 영웅을 꼽는다면 베이가입니다. 허나 실제로는 고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전 라인을 주로 보는 편입니다. 위치는 크게 따지지 않고요.

(츠) 저 같은 경우는 미스포츈을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애쉬를 했었는데, 생각보다 데미지가 너무 안나와서 큰 재미를 못느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미스포츈을 해봤는데, 제가 딱 원하는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을 때는 탑솔로나 미드솔로를 하는 편이고 일반적으로는 다른 팀원들이 하고 싶은 걸 고르게 한 후에 남은 걸 제가 하는 스타일이에요.


Q. 현재 가장 밸런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영웅이 있다면 누구를 꼽으시나요?

(허) 단연 모르가나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카리나 탈론이 강력하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이 둘은 집중해서 죽음을 당하지만 않으면 그럭저럭 할만한 경우가 많습니다. 허나, 모르가나는 개개인의 팀플이 안맞을 경우 갖고 있는 스킬 하나하나가 너무 유용하고 또 강력합니다.

(츠)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특히 5명이 모두 모여서 팀을 결성해 연습한 게 아닌 경우에 모르가나는 정말 위협적이에요.



△ 잘 웃지만 사진기를 만나면 얼굴이 굳어버리는 츠키요미(Tiltlife) 선수.


Q. 와우저중에서 현재 같이 LOL을 플레이하는 동료들이 또 있나요?

아가페, 히렌, 클롬, 카게정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있겠지만 이정도 생각나네요. 미네기도 있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나라의 부름을 받고 있는 상태입니다.


Q. 이번주 특별방송에 참여하실텐데, 혹시 같이 하기로 한 플레이어들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요?

일단 다 아시는 분은 사제로 유명했던 넘버원입니다. LOL실력도 수준급이기 때문에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고민중입니다. 어떤 친구와 함께 하던 최선을 다하면 좋게 봐주실 것 같습니다.



넘버원은 과연 누구인가?



와우 PVP 역사상 오렌지마멀레이드(오마멀)라는 인물을 빼놓고 얘기할 수 있을까.

국내를 넘어서 해외에서까지 그 이름을 떨쳤던 오마멀은 분명 와우가 낳은 스타다. 각종 대회를 거머쥐던 그가 세계적으로 찬사를 받았던 경기는 바로 2009년 ESL World에서 주최한 Intel Extreme Masters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부문 결승전이었다. 당시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팀끼리의 결승전이 펼쳐졌는데, 상대는 강력한 우승후보인 SK게이밍코리아팀(효가,관아,덜덜이). 넘버원, 디커와 함께 HON이라는 팀명으로 참여한 오마멀은 마지막 결승전에서 절대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SK게이밍팀의 법사, 사제가 남고 HON팀에서는 오마멀만 남은 2:1이 상황이 된 것!

침착하게 상대편 법사의 보호막을 훔치고, 당시 결승전 맵이었던 로데론의 폐허 시작지점으로 도망친 오마멀은 심지어 마나까지 1000미만이었다. 마무리하기 위해 뒤따라온 상대편 법사의 캐스팅을 차단하고, 신비한 화살 4연타를 모두 히트시킨다. 또한 이를 회복시키려 한 사제를 절묘하게 양변이 시키면서 2:1의 상황에서 역전에 성공한다.





국내에서는 "오마멀, 그의 신의 한수" 라고까지 평가할 정도로 이 날 오마멀의 플레이는 환상적이었고 해외에서도 대회 전체를 통틀어서 토너먼트의 백미라고 평가했다.


오마멀 신의 한수 동영상 분석(아도켄) 바로가기 [클릭]


넘버원은 바로 이 오마멀과 함께 했던 사제. 국내 최고의 공격형 사제, 넘버원생명보험으로 불릴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보여줬던 그는 분명 조던과 피핀처럼 오마멀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영혼의 파트너였다.



△ 최고의 패러디라는 평가를 받았던 넘버원 닥힐보험. 1골을 준비하라.




△ 국내 와우 대회 당시의 넘버원, 오마멀, 히렌(등을 돌리고 있다.)





Q. LOL 프로게이머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꼭 스폰서쉽체제가 아니더라도 예전 와우때처럼 전력질주할 생각이신가요?

(츠) 진지하게 생각하진 않았는데, 게임자체가 재미있고 규모도 커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도 현재 공익근무를 하고 있는 상태라서 아직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요.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것 같습니다.

(허) 저도 지금은 재미있게 즐기는 수준인데, 세계적인 플레이어들의 수준은 정말 높기 때문에 만약 전력을 다하게 된다면 정식으로 팀을 결성해야 할 것 같아요. 현재 LOL은 중국과 대만이 초강세입니다. 북미 유저들이 상위권이라면 이들은 최상위권이에요. 그냥 잘하는 친구들끼리 모여서 팀을 결성한 경우가 북미스타일이라면 중국과 대만쪽은 한때 오마멀팀을 연상시킵니다. 정식으로 팀을 결성해서 모든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연습하는 식이죠. 만약 전력을 다하게 된다면 이렇게 준비할 것 같아요.



▷ 순수하게 게임을 즐겼던 많은 이들에게 네임드는 어떤 의미일까.



네임드. 그들은 동경의 대상이자, 자신의 꿈을 대신 실현해주는 온라인의 아바타이다. 그들의 플레이는 우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고, 그들의 승리와 패배에 우리들은 기뻐하고 아쉬워했다. 그런 그들이 비록 와우는 아닐지라도 새로운 영역에서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과거 그들과 같은 시간대에 같은 게임을 즐겼던 모든 이들이 반가워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와우에 이어서 LOL에서도 마법사, 사냥꾼 스타일의 캐릭터를 좋아하는 그들.


그들이 와우에 이어서 LOL의 네임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그들은 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역시 패배를 싫어하는 타고난 승부사라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LOL의 네임드가 탄생하는 순간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허밍, 츠키요미, 넘버원... 그들이 보여줄 새로운 꿈을 기대한다.



△ 멋진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이들을 인벤 특별방송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