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7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었던 허크 배경 스토리가 전편에 이어 뒷편이 모두 공개되었다.


허크는 마비노기 영웅전의 주 무대가 되는 대륙 출신의 청년이지만, 먼 동양의 대륙에서 고아로 자란 특이한 성장배경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이다.


이번에 공개된 허크의 배경 스토리는 6월 27일 공개된 배경 스토리의 뒷 이야기로서, 허크가 대장간을 떠나 떠돌이 용병이 된 배경과 마비노기 영웅전의 주무대에 등장하게 된 사연이 시즌1의 엑스트라 에피소드 '아이단'과 비슷한 느낌으로, 삽화와 함께 풀어가는 형식이다.


허크는 지난 개발자 인터뷰를 통해 대검을 사용하는 20대의 다소 거칠지만, 한편으로는 따뜻함을 간직한 떠돌이 용병이라는 설정이라고 간략하게 설명한 바 있으며, 플레이 가능한 시점은 에피소드 3 안개 봉우리 지역이 업데이트된 다음인 7월 18일이다.




허크 배경 스토리 원문





Story #04


대장장이는 거동을 못 할 정도로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길길이 날뛰며 복수하겠다는 허크를 대장장이는 웃으며 만류했다. 간호해줄 사람 정도는 필요하지 않겠냐는 말에 허크는 참았다. 안 그래도 이게 다 자신의 탓이었다.


곧 겨울이 찾아왔다. 유례가 없는 혹한이었다. 조금 호전되나 싶었던 대장장이는 폐렴을 얻고 말았다. 걱정하는 허크에게 어느 날 대장장이는 저 먼바다 너머에 허크를 닮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 있다 들었다며, 자신이 죽거든 그곳으로 떠나라며 얘기를 꺼냈다. 하지만 마침 폐병에 좋은 차를 끓이고 있던 허크는 죽는단 소리는 재수 없으니까 하지 말라고 대꾸하며 그 말을 넘겼다.


겨울이 끝나갈 즈음, 허크는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쓸쓸한 장례식을 치렀다.


허크는 망연자실하게 폐허가 된 대장간 안에 앉아 있었다. 망가진 이후로 오래도록 쓰지 않아 대장간에는 먼지와 거미줄이 가득했다. 그저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때 대장간 안에서 유일하게 멀쩡히 남은 검이 눈에 띄었다. 대장장이가 취미로 만들었던, 사람보다 큰 대검이었다. 무엇에 홀린 듯이 허크는 대검을 들어 올렸다. 신기하게도 가뿐히 들어 올려졌다. 마치 허크에게 맞춘 것처럼. 이제 허크를 막아줄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남지 않았다.


허크는 그 길로 용병단이 머물고 있다는 숙소로 향했다. 자신을 저지하는 경비들을 허크는 단숨에 베어버렸다. 배가 베이고 내장이 쏟아지며 경비가 허물어지듯이 쓰러졌다. 뜨거운 피가 온몸으로 튀고, 곧 식었다. 난데없이 피투성이로 쳐들어온 남자를 용병들은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허크는 대검을 크게 한번 휘둘렀다. 서넛이 한 번에 무너져 내렸다. 곧 정신을 차린 무사들은 고함을 지르며 허크에게 달려들었다. 그들도 허크는 베어버렸다. 계속. 계속. 그렇게 아무도 달려들지 않을 때까지.


문득 눈을 떴다. 피가 말라붙은 눈꺼풀이 뻑뻑했다. 한순간 허크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고민했다. 발밑을 보았다. 피가 작은 시내를 이뤄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부서진 건물과 이곳저곳에 널려있는 시체들이 보였다. 하늘을 보았다.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란 하늘이 보였다.


문 앞에는 구경꾼들이 구름같이 모여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비틀비틀 걸어나가는 허크를 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 밀치며 허크가 걸어나가는 길을 비켜섰다. 도깨비, 괴물, 수군대는 소리가 귀를 아프게 찔러왔으나 안으로는 한마디도 들어오지 않았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낯이 익은 남자가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허크는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이려 했다.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가랑이 사이로 노란 물을 흥건하게 흘리며. 그제야 허크는 그가 누군지 기억해냈다. 예전에 대장간에서 행패를 부리던 남자였다. 아주 잠시, 대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남자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횡설수설 지껄였다. 귀가 아팠다. 그래서 허크는 남자의 멱살을 잡아 올려 멀리 던져버렸다. 버둥거리던 남자의 몸이 장난감처럼 노점상으로 날아가 처박혔다. 더는 시끄럽지 않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좋았다. 저절로 웃음이 나와 허크는 마음을 놓고 크게 웃었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던 소리가 잠시 커지더니 곧 조용해졌다. 공포에 질린 안색의 구경꾼들은 허크가 웃으며 하나하나 시선을 맞추자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진작 이랬어야 했다. 이 모든 건 어울리지 않게 평화롭게 살아가려 한 탓이다. 허크는 대검을 들어 올리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것이 몸에 맞춘 듯 편했다.





Story #05

내친김에 허크는 용병으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허크가 저지른 짓은 소문에 소문이 더해져 순식간에 어떤 색목인이 대검을 휘둘렀더니 돌풍이 몰아치며 용병단이 전멸했다더라- 하는 수준까지 퍼진 상태였다. 하여 용병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어떨 땐 용병대에 소속되어 있다가도 수가 틀리면 박차고 나와 방랑 무사를 자처했다. 그렇게 시간을 지낸 지 오 년쯤 지났을 때는 '대검의 허크'하면 이 주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그래도 가끔 손이 근질거릴 때면 주점에서 술을 퍼먹다가도 근처의 대장간으로 달려가 며칠을 처박혔다. 대장장이에 대한 기억은 많이 희미해졌으나 그가 알려준 기술은 몸이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새로운 장비를 담금질하며 올라오는 뜨거운 증기 사이로 아주 간혹, 대장장이의 모습이 환영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그 환영은 무언가를 속삭이곤 했으나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허크에겐 들려오지 않았다.


평원과의 경계에 있는 작은 마을의 주점에서 술을 마실 때였다. 오랜 원정에서 돌아와 이제 잠시 정착해서 쉴까 생각하던 참이었다. 유목 민족의 마을이 드문드문 있을 뿐인 광활한 평원은 어릴 적의 기억이 나게 하여 허크는 어딘지 모르게 풀어져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더러운 몰골의 거지가 옆에 앉아 술을 청했을 때도 별생각 없이 한잔을 사주었다. 말의 젖을 발표시켜 만든 술은 뿌옇고 시큼한 냄새가 났다. 거지는 술잔을 소중하게 감싸 쥐고 천천히 술을 마셨다. 어쩌다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다는 떨어도 자신의 이야기는 좀처럼 하지 않는 허크였으나 이상하게 이 노인에겐 말이 쉽게 나왔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허크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을 때였다. 거지가 반쯤 빠진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예전에 자신과 다니던 사람 중에 자네와 같은 이상한 외모를 가진 남자가 비슷한 이름의 아기를 데리고 다녔었노라고. '그 아기가 만약 무사히 컸으면 자네보단 좀 젊겠군.'
허크는 불현듯 굳었다. 남들은 허크를 언제나 원래의 나이보다 더 많게 보았다. 무의식적으로 허크는 남자의 모습을 살폈다. 혹시, 만에 하나, 기억이 나지 않을까 하고.
'그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전쟁 통에 아이를 잃어버리더니 자기가 온 곳으로 가겠다며 떠나더군. 무사히 돌아갔을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Story #06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주점을 떠난 허크는 입을 굳게 다물고 대장간에 틀어박혔다. 마음을 다스릴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곳의 증기 연기 속에서 허크는 또다시 대장장이의 환영을 보았다. 환영이 속삭였다.
'허크야, 저 멀리 바다를 건너면-'
대장장이와 거지의 말이 차례로 떠올랐다.


허크는 어느새 말을 타고 달려가고 있었다. 대륙은 넓고 광활하여 잠자는 시간 외에는 쉬지 않고 이동했는데도 바다까지 가는 데엔 달포가 훌쩍 넘는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도착했을 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바다에 허크는 기가 질렸다.


정신을 차린 허크는 근처의 주선소로 뛰어들어갔다. 다짜고짜 나와 닮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는 표를 달라고 외치는 허크를 힐끔 쳐다본 판매원은 별 망설임 없이 표를 내주었다. 정작 당황한 것은 허크였다. 나 같은 사람을 본 적이 있느냐고 도리어 묻는 허크에게 판매원은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허크는 천천히 눈을 깜박였다.


거기까지 가는 데는 배로도 몇 달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배 난간에 기대선 채로 허크는 앞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쳐다보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자신의 미래가, 끝도 없는 크기로 변해 허크를 덮쳐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