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L에서 최정상의 자리를 오랜 시간 지켜온 LCK가 지난 몇 년간 다른 리그에 우승컵을 내어준 지도 꽤 길었었죠. 그러나 드디어 지난해, 담원 게이밍(현 담원 기아)의 월드 챔피언십 우승으로 다시 LCK가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그리고 전략적 팀 전투(이하 TFT) 역시 최근 개최된 TFT 운명 챔피언십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최종 우승을 거두며 다시금 대한민국이 게임 강국이라는 것을 전 세계에 널리 알렸는데요.

이번 세계 대회에서 우승한 '팔차선' 정인제 선수는 지난 국가 대표 3인을 뽑는 최종 대회인 TFT 레전드 컵에서 1등을 차지하며 출전권을 따냈고, 대회 내내 안정적인 성적과 재치 있는 리액션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TFT 운명 챔피언십 우승 후 인터뷰에서 만난 '팔차선' 선수. 세계 대회 우승 소감과 본인을 1위로 이끈 행운, 케일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Q. 아직 '팔차선' 선수가 낯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TFT 글로벌 세계 1위 '팔차선' 정인제입니다. 반갑습니다.


Q. 우선 늦었지만 우승 축하드립니다! 1위 소감이 궁금하네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 믿어지지가 않고요. 1일 차, 2일 차 경기를 해보고 우승할 거 같다고는 생각했는데 그래도 정말 하게 되니까 신기했어요. 대회 전 개인 방송을 시작하게 되면서 폼이 좀 떨어졌는데 방송 끄고 연습하니까 다시 좀 괜찮더라고요. 특히 전날 솔로 랭크에서 상황 판단이나 느낌이 좋았어요.

대회 당일에는 오늘의 운세를 좀 봤는데요(웃음). 좋게 나오면 믿고 만약 조금이라도 안 좋게 나오면 다른 사이트꺼 보고 어떻게든 좋은 말을 찾아보고 갔었어요. 운세는 안 믿는 편인데 그냥 기분 좋으려고요.


Q. 생각보다 대회가 지루하지 않고 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당시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았고요.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번 시즌의 특징인 '선택받은 자'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해요. 사실 고 코스트 챔피언의 3성은 찍기가 힘들잖아요. 대회 패치 때는 행운의 등불이 그렇게 자주 나왔던 것도 아니었고요. 결국 '선택받은 자' 덕분에 두 판에 한 번씩은 4 코스트 3성이 나와서 보는 재미가 특히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이번 대회는 저번 대회와 달리 우리나라 저녁 시간에 진행되어서 보기 편하셨을 거 같아요. 게다가 공식 해설분들이 긴 시간 동안 재밌게 잘 진행해주셔서 반응이 더 좋았고요. 저도 대회 끝나고 다시 보기로 보는데 정말 재밌더라고요.


Q. 대회 전후로 개인 방송을 시작했는데, 인기는 체감이 되나요?

네.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이 봐주셔서 과분하지 않나 싶어요. 대회 끝나고 확실히 시청자분들도 확 늘어났고요. 최근에 유튜브도 시작했는데 다른 TFT 유튜버의 초반 성장 속도에 비해 빠른 편이에요. 요새 이사 준비도 있고 개인적인 일로 바쁘긴 한데 그래도 잊혀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꾸준히 방송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대회 전 해외 선수들과 스크림이 몇 차례 있었음에도 참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가 있을까요?

저에게도 제안이 왔었지만, 굳이 그 선수들에게 제 전략 노출을 하고 싶지 않았고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스크림 보다는 솔로 랭크 연습으로 폼을 가다듬는 게 낫다고 판단했거든요. 시즌 말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모든 덱은 이미 다 나왔어요. 스크림을 통한 메타 파악보다는 덱 상성에 대해 더 공부했어요. 근데 국내 랭커들 스크림에 한 번 참여한 이유는 방송적으로 도움이 될 거 같아서입니다(웃음).


Q. 대회 때도 연패 행운 전략을 서슴없이 선보였습니다. 2라운드 초반, 행운 기물을 찾기 위해 리롤을 하기도 했는데, 이런 전략이 굉장히 리스크가 크잖아요. 그럼에도 이런 플레이를 한 이유가 있다면요?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 한 거예요. 대회 전 우리 나라 10위 안에 드는 랭커들과 많이 얘기를 나눴어요. 2라운드 초반에 억지가 아닌 연패 행운 각이 정말 나왔을 때 행운 기물을 찾기 위해 리롤을 하면 90% 확률로 나오거든요. 뜨면 무조건 순방이에요. 근데 다른 사람은 안 떴을 때 10% 상황을 두려워해요.

저는 이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90%에 투자를 안 하고 다른 선택지로 가면 더 안 좋은 판단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했습니다. 만약에 못 찾으면 본인의 실수인 거고...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야죠(웃음). 빨리 죽으면 개인 휴식 시간이 있으니까 다음 판 준비하면서 멘탈 관리도 하고요.


Q. 대회 2일 차까지는 4 코스트 챔피언 3성을 뽑고도 계속 2등을 해 '콩차선' 이미지가 굳혀졌는데(웃음), 스스로 억울하진 않았나요.

오히려 좋았어요. 2등을 많이 하는게 개인 방송을 했을 때 더 재밌을 거 같아서요. 1일 차엔 3등 하고 2일 차엔 포인트 확보를 통해 2등을 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날엔 딱 멋있게 1등을 하자고 생각했죠. 마지막 날이면 최대한 1등을 하기 위한 플레이를 했을 텐데, 2일 차라 그래도 2등한 거에 만족했습니다.


Q. 함께 출전한 '띵 땡(ScSc)' 선수도 중요한 순간 상대 아칼리의 스킬을 덫발로 막는다든지 기억에 남을만한 명장면을 더러 보여줬는데요. 함께 대회를 하면서 어떤 얘기들을 나눴나요?

'띵 땡' 형이랑 재밌었어요. 3일 내내 같은 호텔에서 지내면서 매일 끝나고 중계를 함께 보기도 했고요. 게임 중간에 서로 응원도 많이 했어요. 결승 첫 번째 판에 나란히 1, 2등 했거든요. 서로 남은 선수들 보내면서 좋아하기도 하고 그랬죠.



Q.지난 TFT 레전드 컵에서도 7레벨에 케일 '선택받은 자'를 뽑아 우승했고, 이번 TFT 운명 챔피언십에서도 결국 마지막 경기를 케일로 장식했습니다.

레전드 컵 때처럼 또 케일 3성을 뽑고 싶었는데 한 마리 밖에 안 나오더라고요. 상대방 기물을 체크했는데도 유독 안 나왔어요. 그게 좀 아쉽지만 우승해서 상관없어요(웃음). 원래는 그냥 보통 챌린저들처럼 학살자, 처형자덱 모두 다룰 줄 아는 정도였고, 그다지 케일덱을 선호하진 않았는데 이제는 애착이 가더라고요.


Q. 솔직히 지난 TFT 레전드 컵 7레벨 케일 '선택받은 자(2% 확률)'는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고 느끼나요?

그렇죠. 레전드 컵 마지막 판은 운이 좋았어요. 행운덱을 노린 건 도박 수를 잘 던진 건데, 케일 '선택받은 자'가 뜬 건 정말 대박이었죠. 마지막 판 1등을 하지 않았어도 최종 순위 3등으로 국가대표로 선발되긴 했을 텐데, 그래도 1등으로 올라가게 되어서 기분 좋았어요.


Q. 게임단 소속이 되어 프로로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까요?

있습니다. 연락이 오면 뭐든지 좋을 것 같아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Q. 곧 TFT 시즌5가 출시되잖아요. 개인 방송에서 PBE도 플레이해봤던데, 어땠나요?

전설이랑 결투장을 정말 예쁘게 만들었더라고요. '괴생명체' 시너지가 특히 마음에 들어요. 왜냐면 말 그대로 다 '괴생명체'같이 생겨서요. 이펙트와 생김새가 직관적이잖아요. 시즌 4부터 아쉬웠던 점이 직관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거든요. 시너지 이름부터 외형까지 낯선 부분이 많았죠. 그 점이 보완된 후 출시되었으면 좋겠네요.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개인 방송 열심히 하면서 유튜브를 최대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그 외에 좀 다양한 게임도 해보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TFT 운명 챔피언십에서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 부탁드립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어요. 재밌게 봐주시고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응원해주신 덕분에 잘됐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앞으로 TFT를 플레이할 계획이 있으시거나 배우고 싶으신 분들이 있으시다면 저는 트위치에서 개인 방송을 하고 있고요. 유튜브도 하고 있으니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