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라이엇 게임즈가 2021년부터 LCK 프랜차이즈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아직 게임단과 게임사가 합의점을 찾는 단계로 구체적인 계획안이나 변경 사항이 나오진 않았죠. 이미 프랜차이즈가 진행된 해외 LoL 리그인 LEC-LCS 역시 정보가 공개되진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국내에 이미 프랜차이즈 제도를 경험해본 게임단이 있습니다. 바로 오버워치 리그에서 서울 다이너스티를 운영 중인 젠지입니다. 오버워치 리그는 출범 시즌부터 프랜차이즈 제도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데요. 이미 다양한 경험을 해본 만큼 프랜차이즈와 관련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답니다.

그렇다면 LoL 팀을 운영 중인 젠지는 LCK 프랜차이즈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요. 이와 관련해 젠지의 이종엽 마케팅 디렉터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오랜 e스포츠 팬이기도 한 이종엽 디렉터는 남다른 애정으로 프로씬과 프랜차이즈를 바라보고 있었죠. 나아가, 산업-사업의 관점에서 프랜차이즈화에 관한 젠지 측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합니다. 젠지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마케팅 총괄을 맡은 이종엽이라고 합니다. 컨텐츠 제작, 이벤트, 스폰서쉽 지원, 신규 사업 창출 등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LCK가 프랜차이즈에 가입하겠다고 선언하는 팀들이 나오고 있어요. 젠지 역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나요.

LCK는 그동안 전 세계에 뛰어난 선수들을 배출해왔고, 가장 많이 세계 대회에서 우승했던 리그죠. 그런 LCK가 프랜차이즈화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젠지가 가입을 안 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닐까요. 그렇지만 가입전까지 모든 면을 자세히 검토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해 가입 여부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미 젠지는 오버워치 리그의 프랜차이즈 팀 '서울 다이너스티'를 운영 중인데요. 프랜차이즈 제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e스포츠를 경험해본 게임단의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제도가 진정한 프로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e스포츠 리그가 프로씬으로 불리긴 했지만, 진정한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해 더 나아갈 길이 남아있죠. 아직 시작 단계이기에 프랜차이즈 제도가 잘 정착해 프로 스포츠가 되기 위한 방향을 잡아갔으면 합니다.


프랜차이즈 가입비가 만만치 않았는데, 오버워치 리그쪽에서 이를 보상할 만한 수익 구조를 제시했나요?

오버워치 리그에서 다양한 수익 구조와 수익 공유와 관련한 논의를 했어요. 하지만 e스포츠에 프랜차이즈 도입이 게임단들 모두 처음이다 보니 잘 모르는 상황이었죠. 그래서 시즌2-3를 걸쳐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오버워치 리그 쪽에서 제시해준 게 정답은 아니었지만, 상호합의 하에 계속 바뀌고 있죠. 내년에는 어떤 점을 바꿀지 역시 게임사와 게임단 간 꾸준히 소통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게 프랜차이즈의 장점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리그 측과 게임단이 어떻게 수익을 공유하고 있나요?

LoL LCK와 다를 수 있는데, 전 오버워치 리그 측과 해온 것을 말해볼게요. 리그에서 중계료와 굿즈 판매, 게임 내 팀 스킨 판매 수익을 관리합니다. 수익 배분 방식은 미국 프로 스포츠와 같아요. NBA를 예를들면 LA 레이커스가 인기가 엄청나서 굿즈도 많이 팔리잖아요. 반대로 인기가 없는 팀도 있죠. 하지만 조금 팔린다고 해서 조금 받는 게 아니라 적게 판 팀도 똑같이 받습니다. 리그 측에서 제작과 판매, 그리고 배분까지 담당하고 있어요.


▲ OWL 우승 경험한 잭 에티엔 게임단주(가장 우측)

리그 첫 해 C9-런던 게임단주 잭 에티엔이 "프랜차이즈 제도와 함께 리그가 성장하는 것 같다. 리그에서 기대했던 것 이상을 전달했다. 선수 관리나 컨텐츠 제작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강력히 추천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버워치 리그 측에서 선수 관리나 컨텐츠 제작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선수 관련 컨텐츠를 제작할 때, 유명 사진 작가나 아티스트를 보내 함께 작업합니다. 대형 스폰서가 진행하는 이벤트에 선수들이 참여하게 도와주기도 하죠. 이런 부분에서 리그에서 적극적으로 임한다고 보면 됩니다.

선수 관리는 세계마다 모두 다른 편이에요. 오버워치 리그를 비롯해 LCK-LEC-LPL-LCS까지 리그가 모두 성격이 달라요. 한국은 프랜차이즈가 도입이 늦게 됐지만, e스포츠가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이어져 왔잖아요. 기간 적으로는 길지만, 얼마 전 계약과 관련한 아쉬운 사건이 있던 것처럼 시스템적으로 낙후된 모습도 있죠. 이와 달리 미국 e스포츠는 역사가 짧지만, 선진 스포츠 문화가 정착이 잘 돼 있어요.

하지만 미국의 프랜차이즈 방식이 한국에 적용된다고 모두 잘 되는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한국은 한국만의 방식이 있으니까요. 한국 내에서 지역을 나눠 연고제는 실행하기 힘들잖아요. LCK에서도 지역연고제는 안 한다고 이미 발표하기도 했죠. 이렇듯 프랜차이즈가 지역마다 결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오버워치 프로씬 이야기를 해볼게요.

오버워치 e스포츠는 리그 이전까지 아마추어 판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때는 선수 영입을 할 때 이적료나 계약이 없고 심지어 임금체불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리그로 들어가면서 선수의 기본 연봉이 책정이 되고, 이적 자체도 조건이 철저하게 지킵니다. 미국 스포츠법에 따라 팀 간 상호협의가 이뤄지고 오버워치 리그 측에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거든요. 그렇기에 선수 이적을 가지고 게임단이 절대 장난을 칠 수 없죠. 서울 다이너스티의 이호철 팀장이 이적 과정이 너무 힘들다고 말할 정도로 이적 절차가 많죠. 반대로 이제 진짜 스포츠 같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선수 관리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은 계약 트레이드와 관련한 아픔을 이미 겪었기에 지금 많이 보완했겠지만, 그래도 프랜차이즈를 제도화하면 리그가 더 체계적으로 운영될 거라고 봅니다.


프랜차이즈 제도 하에 정상급 선수들의 트레이드 과정 역시 궁금합니다. 서울이 이번에 오버워치 리그 시즌1 런던의 우승 주역 멤버인 ‘비도신-프로핏-제스처’를 영입했잖아요.

일반 트레이드와 크게 다르진 않아요. 다만, 템퍼링이나 계약 관리 규정을 더 철저하게 지켜야죠. LoL도 그렇고 오버워치 팀도 모두 이적 시장에 나온 최고의 선수들이 왔잖아요. 저희도 우승하겠다는 일념으로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을 맞춰보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젠지-서울이 선수들이 오고 싶은 회사가 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복지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죠. 물리적인 복지는 좋은 게임단들이 많지만, 저희는 선수의 건강과 정신적인 면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비도신-프로핏-제스처’는 이호철 팀장이 우승을 위해 필요하다고 요청한 팀원들이에요. 커리어가 뛰어나기에 다른 팀에 갔으면 더 높은 연봉으로 활동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서울에서 경기하면서 우승까지 하겠다는 일념이 강했고, 그래서 더 팀 시너지가 잘 나오는 것 같아요. 가장 늦게 합류한 ‘비도신’ 최승태 선수는 영입 과정에서 잡음이 좀 있었어요. 안 좋은 소문이 있어서 저희도 CGO(Chief Growth Officer)인 아놀드 허의 면접까지 진행했어요. 면접을 아무리 많이 보더라도 사장님 면접까진 잘 안 보잖아요. 면접을 통해 ‘비도신’ 선수가 자신의 실수는 반성하고 오해를 풀어나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명예 회복만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서울에 합류하게 됐죠.


▲ 아쉽게 취소된 서울 지역연고제 행사

올해 서울에서 오버워치 리그 지역연고제 행사인 ‘홈스탠드’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됐습니다.

젠지는 지역연고제에 따라 서울 열릴 ‘홈스탠드’ 행사에 모든 것을 쏟았어요. 동대문 DDP에서 정말 크게 준비했죠. 서울시-서울 산업 진흥원-동대문 DDP 관계자가 매일 아침부터 모여서 방법을 찾아봐서 힘겹게 성사된 행사였거든요. 오버워치를 가장 잘하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 경기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었는데, 취소돼 정말 아쉬웠죠. 기대만큼 투자도 많이 했거든요. 서울 선수들도 정말 힘들어했어요. 놀랬던 건 서울 뿐만 아니라 다른 오버워치 팬들이 정말 경기장에 오고 싶어했다는 겁니다. 빠른 시간 내에 홈스탠드 표가 빠르게 매진되기도 했답니다. 내년이라도 기회가 된다면,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곳을 섭외해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오버워치 컨텐더스 KR에서 뛰는 젠지팀에서 1군 서울 다이너스티로 콜업한 선수와 코치가 있다고 들었어요. 확실히 2부 팀에서 키워낸 선수나 코치만의 장점이 있다면?

네 당연히 있죠. 이번에 ‘크리에이티브’ 김영완 선수와 ‘MMA’ 문성원 코치를 2군에서 서울 다이너스티로 콜업했는데요. 팀에서 외부 선수나 코치를 영입하면, 팀과 잘 맞을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죠. 특히, 신인 선수들을 판단하기는 더 힘듭니다. 요즘 LCK만 보더라도 새롭게 활약하면서 떠오르는 선수들이 있잖아요. 이전에 어떤 경력이 있는지 모를 선수들도 많죠. 그렇지만 그 신예 선수를 키워낸 팀은 알고 있죠. 이 신예의 장단점은 무엇이며, 전략적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내부 스크림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이 선수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코치진도 마찬가지예요. 문성원 코치 역시 2군에서 잘해왔고, 가능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1군으로 콜업할 수 있었죠. 이전에는 지인의 소개와 소문으로만 판단했다면, 이제는 팀 내부에서 인성-실력-가능성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젠지는 LoL 팀 아카데미를 운영 중입니다. 프랜차이즈에 가입한다면, 2군 팀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LCK 프랜차이즈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맞춰서 2군 팀을 운영하겠습니다. 아직은 준비 중인 단계예요. 아카데미도 온라인-오프라인 등등의 레벨이 많거든요. 요즘에는 다른 팀의 아카데미 팀과 오픈 스크림을 시작하기도 했고요. 힘을 많이 주고 있죠. 결국에 이 친구들이 커서 2군-1군 팀으로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요. 구체적인 2군 팀의 구성은 프랜차이즈에 가입하면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e스포츠 프랜차이즈 제도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편하게 해주세요.

저는 친구들과 함께 맥주 마시면서 스타크래프트의 이기석-국기봉-기욤 패트리 그리고 이지훈 현 젠지 단장님의 피파 선수 시절부터 경기를 봐왔거든요. e스포츠가 익숙한 사람입니다. 어쩌다 보니 e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됐는데, 지난 10년은 준비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스포츠 산업으로 e스포츠가 시작한다고 봅니다. 프랜차이즈 제도가 'e스포츠가 하나의 산업이 되는 것'을 촉진할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같은 프랜차이즈라도 지역마다 특색이 달라요. 그렇기에 앞으로 리그 운영진과 게임단과 긴밀한 소통이 더 필요할 것 같아요. 특히, e스포츠 역사가 오래된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잖아요. 수많은 최고의 선수들을 배출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사업면에서 종주국 자리에 있질 못한 것 같아요. 이번 LCK 프랜차이즈 제도 도입이 한국 e스포츠가 사업으로서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활동하는 리그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