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퓨리온과 일리단의 형제 싸움처럼 삼성 형제팀의 내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무더운 날씨를 잊게 할 만큼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시즌도 어느덧 세 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이번 시즌 많은 이변이 속출한 가운데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팀이 있다. 바로 전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 블루와 매 시즌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삼성 화이트다. 1일 용산 e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리는 핫식스 롤챔스 섬머 2014시즌 4강 2일차 경기에서 삼성 내전이 펼쳐진다.


◈ 묵묵한 가장 '에이콘' 최천주 vs 전투민족 '루퍼' 장형석

최근 메타에서 탑솔러는 많은 고통을 받는 포지션이다. '막눈' 윤하운은 인터뷰에서 "요즘 탑솔러는 떠돌이에 가깝다. 이로 인해 유연한 상황 대처 능력이 실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연한 상황 대처라는 것은 상대의 압박에도 꿋꿋이 버티며 킬을 내주지 않는 단단함을 의미한다. 결국, 최근 메타에서 탑솔러의 덕목은 단단함과 안정감이다.


많은 탑솔러들이 이러한 덕목을 갖추곤 있지만, 특히 삼성 형제팀의 '에이콘' 최천주와 '루퍼' 장형석이 가장 안정감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두 선수의 이번 시즌 평균 경기당 데스는 각각 2.7과 1.4으로, 두 선수 모두 경기당 가장 많은 데스가 겨우 3이다. 아무리 요즘 탑 라인에 탱커보다는 유틸형 챔피언이 유행이라곤 해도 놀라운 수치다.


삼성 블루의 탑 라인을 책임지고 있는 '에이콘' 최천주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마치 가족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가장이 떠오른다. 그만큼 자신의 캐리보다는 팀워크를 중시한다. 최천주는 과거 레넥톤을 자주 활용하던 시절에도 상대 진영에 파고들기보다는 아군 딜러들을 보호하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다. 최근 경기에서는 룰루와 케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러한 플레이 성향에 힘을 보탰다.

삼성 화이트의 탑솔러인 '루퍼' 장형석은 이와 다른 플레이 성향을 드러낸다.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의 안정감은 최천주와 비슷하지만, 장형석은 싸우길 좋아하는 탑솔러다. 한타가 열리면 그동안 거둔 성장을 기반으로 솔선수범해 적진 한가운데로 파고든다. 그의 전투민족다운 성향은 챔피언 선택에서도 알 수 있다. 문도 박사와 쉬바나가 이번 시즌 장형석이 주로 선택한 챔피언들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 날카로운 공격성 '스피릿' 이다윤 vs 운영의 마술사 '댄디' 최인규

요즘 정글러 포지션이 가장 핫하다. 예전부터 정글러는 경기를 운영해나가는 지휘자와 같다고 했다. 최근 잦은 라인 스왑과 로밍을 기반으로 하는 메타에서 정글러의 중요성은 한층 강화됐다. 초반에 조금이라도 말리면 자신의 정글 지역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다. 이는 곧 경기 승패로 직결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글러들은 치열한 두뇌 싸움을 펼치곤 한다.


시야 장악이 큰 무기인 삼성 형제팀은 정글러인 '스피릿' 이다윤과 '댄디' 최인규가 온 맵을 누비며 와드를 설치한다. 이는 서포터의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상대 정글러의 위치를 드러내 아군의 안정적인 성장을 돕는다는 장점을 가지는 운영이다. 하지만 두 선수는 같은 시야 장악력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삼성 블루의 정글러로 활약 중인 '스피릿' 이다윤의 장점은 역시 날카로운 공격성이다. 이다윤은 상대 정글러의 동선이 파악되면 거침없이 반대쪽 라인에 갱킹을 시도하거나 상대 정글 몬스터를 뺏는 플레이를 선보인다. 이를 통해 상대 정글러의 동선을 제한함으로써 아군 라이너들의 부담을 줄여준다. 이다윤의 공격성은 삼성 블루의 공격성을 대변한다. 그만큼 이다윤이 팀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이에 반해 삼성 화이트의 '댄디' 최인규는 운영의 진수를 보여주기로 유명하다. 폭넓은 움직임으로 일찌감치 시야를 장악해놓고 이를 활용하는 운영은 이다윤과 비슷하다. 하지만 최인규는 최대한 몸을 숨기며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준다. 또한, 시야 장악을 통해 정확한 기회를 잡아 시도하는 갱킹의 성공률이 매우 높다. 그가 보여주는 숨막히는 운영은 '댄디의 장막'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다.


◈ 막강한 캐리력 '다데' 배어진 vs 팀워크형 미드 '폰' 허원석

어찌 보면 최근 메타 속에서 가장 선수들 간의 실력을 평가하기 좋은 라인은 미드일 것이다. 잦은 라인 스왑으로 인해 서로 부딪힐 일이 적은 다른 라인에 비해 미드는 그야말로 선수들 간의 라인전 실력을 비교할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라인이 됐다.


각 팀의 미드 라이너 중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선수는 다름 아닌 삼성 블루의 '다데' 배어진이다. 요즘 배어진의 경기력이 절정에 달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형제팀의 '폰' 허원석의 기세 또한 만만치 않다. 데뷔 이후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허원석의 경기력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 블루의 미드 라이너인 '다데' 배어진의 큰 장점은 역시 막강한 캐리력이다. 배어진의 주력 챔피언인 제드와 라이즈, 트위스티드 페이트와 야스오의 특징은 모두 혼자서도 경기 흐름을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어진이 본인의 캐리력을 활용해 경기를 역전해낸 경우는 많다. 이번 롤챔스 8강 진에어 스텔스와의 2세트에서 제드를 활용해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 챔피언을 암살해낸 장면들이 이를 대변한다.

삼성 화이트의 '폰' 허원석 역시 캐리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다. 하지만 허원석의 장점은 팀 차원에서 더욱 드러난다. 야스오 명가 삼성 갤럭시의 팀원답게 야스오로도 활약한 바 있지만, 이번 시즌 허원석은 오리아나와 직스 등 팀원들과 함께 있을 때 더욱 빛나는 챔피언을 주로 활용했다. 라인전에서의 안정감을 바탕으로 한타에서 본인의 괴력을 과시하는 스타일이다.


◈ 정확한 위치선정 '데프트' 김혁규 vs 과감한 움직임 '임프' 구승빈

원거리 딜러는 그동안 많은 고통을 받아왔다. 시즌 2 이후 점차 줄어든 역할로 인해 '타워 철거반'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포지션이었지만, 최근 들어 그 위상이 다시 오르고 있다. 후반 캐리형 원거리 딜러들이 사랑받게 되면서 경기 후반의 흐름은 과연 어느 팀의 원거리 딜러가 더 잘 성장했느냐에 따라 갈리게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삼성 갤럭시의 원거리 딜러인 '데프트' 김혁규와 '임프' 구승빈이 주목받고 있다. 오랫동안 솔로랭크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김혁규와 통통 튀는 플레이로 꾸준히 사랑받아온 구승빈은 최근 원거리 딜러 위주의 경기 흐름에서 가장 뛰어난 원거리 딜러로 통하고 있다.


삼성 블루의 '데프트' 김혁규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신기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김혁규는 한타가 벌어지는 와중에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 그 이유는 한타 시작 직전에 김혁규가 보여주는 완벽한 위치 선정에 있다. 사실 제자리에 서서 안정적으로 데미지를 퍼붓는 것은 모든 원거리 딜러의 이상향이다. 김혁규는 누구보다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어느새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김혁규의 플레이 스타일이다.

삼성 화이트의 원거리 딜러인 '임프' 구승빈은 이와 정반대되는 성향을 지녔다. 김혁규가 안정감 넘치는 원거리 딜러라면 구승빈은 통통 튀는 과감한 움직임으로 한타를 주도하는 원거리 딜러다. 과거 베인을 주로 다루던 시절에도 그랬고 최근 트위치로도 그렇다.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이는 암살과 이니시에이팅을 시도하는 듯하지만 구승빈의 과감함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


◈ 정석적인 서포터 '하트' 이관형 vs 심리전의 달인 '마타' 조세형

과거 봇 라인 부쉬 속에 가만히 숨어서 가끔 스킬이나 쓰던 서포터의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시야 장악과 원거리 딜러의 하드 캐리에 많은 것을 기대는 최근 경기 흐름 속에서 서포터의 초중반 움직임은 경기 승패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해졌다.


지난 스프링 시즌부터 삼성 갤럭시는 '서포터 명가'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다. MVP 시절부터 좋은 실력을 인정받아온 '마타' 조세형의 건재함과 더불어, 삼성 블루의 '하트' 이관형의 멋진 활약에 기반한 현상이었다. 활발한 로밍과 그로 인한 시야 장악 능력, 그리고 한타에서의 이니시에이팅과 아군 지키기 등 서포터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이 두 선수는 곧잘 해낸다.


삼성 블루의 서포터로 활약 중인 '하트' 이관형은 정석적인 서포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포터의 기본 역할은 역시 팀원의 성장을 돕고 본인이 희생하는 어머니와 같은 것이다. 물론 서포터가 경기를 캐리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되긴 하지만 이관형의 플레이는 서포터 캐리보다는 '베이비시팅'에 더 최적화되어 있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경기력이 이관형의 장점이다.

삼성 화이트의 '마타' 조세형은 많은 전문가와 선수들이 꼽는 최고의 서포터 중 한 명이다. 조세형의 장점은 역시 엄청난 시야 장악 능력에 있다. 사실 삼성 화이트의 장점인 탈수기 운영은 조세형의 손에 의해 움직인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상대에게 압박을 주는 심리전에 능하다는 평가다. 경기 초반부터 살짝 꼬아주는 움직임은 상대에게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삼성 블루와 삼성 화이트, 그들이 반드시 승리해야만 하는 이유

삼성 블루의 '하트' 이관형은 지난 16강 SKT T1 K와의 대결에서 승리한 뒤 "SKT T1 K의 업적을 하나하나 깨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삼성 블루는 이관형의 말대로 SKT T1 K의 업적 중 하나인 '2시즌 연속 우승'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형제팀인 삼성 화이트에게 경기 초반 흐름을 내주지 않는다면 역전을 잘 당하지 않기로 유명한 삼성 블루가 결승에 진출할 수 있다.

삼성 화이트는 그 어느 때보다 이번 4강에서 승리하고 싶을 것이다. 단순히 결승에 진출해 우승을 노리겠다는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스프링 시즌 자신들을 무릎 꿇렸던 형제팀에게 제대로 복수해야 한다. 또한, '마타' 조세형은 "롤드컵 진출 실패는 곧 은퇴"라고 밝힌 바 있다. 롤드컵 직행이 걸린 이번 경기는 어쩌면 삼성 화이트에게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