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으면 밴픽 화면으로 넘어갈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성승헌 캐스터와 두 젊은 해설가의 이야기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눈치챌 때쯤, 성승헌 캐스터가 PC 세팅 문제로 경기가 잠시 지연된다고 밝혔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현장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성승헌 캐스터의 화려한 입담이 빛을 발했고 현장 관객들과 주거니 받거니 농담을 나눴다. 그러나 한 시간가량 경기가 지연되자, 경기장 분위기가 점점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9시 26분 경기가 재개되면서 관중들은 박수를 보냈지만, 더는 인내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관중들은 이후 벌어진 두 번의 퍼즈에 높은 불쾌감을 표시했다.

28일 강남 넥슨 아레나에서 열린 2016 코카콜라 제로 LoL 챔피언스 코리아 섬머 시즌 30일 차 진에어 그린윙스와 kt 롤스터의 1세트 경기는 '스코어' 고동빈의 사운드 관련 문제로 1시간가량 지연됐다. 이날 경기는 양 팀의 장기전이 함께 어우러져 익일 새벽 1시가 돼서야 경기가 종료되었고, 방송 인터뷰와 팬 미팅까지 참석한 팬의 경우 새벽 두 시가 돼서야 귀갓길에 나설 수 있었다.

경기가 지연된 이유는 매우 간단한 세팅 문제였다. kt 롤스터 '스코어' 고동빈의 헤드셋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스포TV게임즈는 처음에 헤드셋을 교체했고, 그럼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PC를 교체하면서 해결하려 했지만 계속 현상이 발견됐다. 결국, 헤드셋 세팅이라는 이 간단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평균 2만 5천여 명이 시청하는 방송이 한 시간 넘게 지연됐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헤드셋 세팅 문제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포TV게임즈는 이미 지난 경기를 통해 이런 문제를 확인했고, 문제 해결을 위해 PC를 교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해결하지 못해 한 시간 지연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진에어 그린윙스와 kt 롤스터의 경기는 장기전이긴 했으나, 오브젝트 위주의 치밀한 전략과 화끈한 한타 싸움이 어우러진 명승부였다. 특히, kt 롤스터는 2세트 라인 스왑 과정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상대가 대항할 수 없게 만드는 완벽한 전략을 구사하며 승리했다. 그러나 경기에 대한 반응은 kt 롤스터의 전략보다 오랜만에 찾아온 '1박 2일' 이야기뿐이었다. 간단한 경기 세팅 문제가 무엇이 중요한지 잊게 만들었다.

경기 외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실제 경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3세트, 양 팀의 선수들은 장기전 때문인지 눈에 띄는 실수가 보였다. 대치전 상황에서 의문의 죽임을 당하기도 했고, 어이없는 실수도 보였다. 한 선수에게 경기 지연으로 영향을 받았냐는 질문에 "경기 시작도 늦어졌고, 경기도 장기전이었기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양 측 모두에게 힘들었던 경기다"고 말했다. 명승부가 될 수 있었던 경기가 악몽으로 변한 순간이었다.

현장 상황을 완벽히 파악할 순 없지만, 장비와 관련된 문제는 사전에 철저히 준비만 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1라운드가 끝나가는 시점이고 이미 노하우가 쌓일 충분한 시간이 제공되었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정말 아쉽다. 그것도 다른 문제도 아닌 장비 세팅과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서.

스포TV게임즈의 분할 중계가 환영받을 수 있었던 것은 대중들이 방송 품질의 향상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5월 25일 섬머 리그가 시작된 이후 한달이 지난 지금, 분할 중계에 뛰어든 스포TV게임즈가 방송 품질 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확언할 수 있을까? 경쟁을 환영한 대중들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기를 바란다. 남은 라운드에서는 더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