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던 이번 스프링 시즌. 인벤팀에서는 스프링 시즌 종료를 맞아, 각 팀별로 스프링 시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첫번째로 만나볼 팀은 대규모 리빌딩 끝에 명가 재건에 성공한 SKT T1이다.
지난 2018 롤챔스 섬머 스플릿, SKT는 단일 팀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정규 리그 7위. 플레이오프 진출조차 실패한 순위였다. 비록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SKT가 어떤 팀인가? 롤챔스는 물론, 롤드컵 우승도 밥 먹듯이 해왔던 팀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지난 시즌 SKT의 플레이오프 좌절에 팬들도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성적이 추락하고 지금까지와 달라진 상황에서 평소보다 더 큰 변화가 필요해보였다. 그래서일까, SKT의 이번 이적은 그야말로 대격변이었다. '트할', '운타라', '블랭크', '블라썸', '피레안', '뱅', '울프' 기존의 7인의 선수들과 이별했으며, 주전급 선수 중에는 '페이커'만 남았다.
결별한 선수들 이상으로 들어온 선수들의 이름 값도 대단했다. SKT는 당시 LCK 최대급 대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칸' 김동하는 물론, 각각 존재감이 대단한 '테디-마타'를 바텀 듀오로 영입했다.
해외에 FA로 나온 선수 중 가장 관심을 받았던 '클리드'도 SKT와 함께했다. '지독하게 공격적인 정글러'로 평가 받는 '클리드'에 '하루'까지 영입하며 SKT는 공격적인 정글 풀을 구축했다.
국내외 검증된 선수들과 코치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리빌딩을 마친 SKT. SKT는 해설과 분석가들은 물론, 팬들 사이에서도 LCK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리빌딩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새로 붙은 별명도 '드림팀'이었다.
그러나 '드림팀' SKT의 시작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새롭게 구성된 팀들의 전력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었던 2018 LoL 케스파컵에서 SKT는 2라운드 8강전, 담원 게이밍에 2:1로 패배하며 5위에 머물렀다.
쟁쟁한 선수가 모이며 '드림팀'이라는 별명을 얻었던만큼, SKT의 담원전 패배는 팬들에게 더 아쉽게 느껴졌을 것이다. 경기 내용도 완벽한 편은 아니었다. 좋은 선수들이 모였지만, 아직 합을 맞춘 시간이 짧았던 만큼 팀워크에 대한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비록 시즌 초기 삐걱 거리는 모습을 보였다곤 하나, 롤챔스 정규 시즌 총평을 내리자면 '드림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정규 리그 성적도 15승 그리핀과 1승 차이인 14승으로 2위다.
SKT가 떨어졌던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새롭게 모인 선수들이 시간이 지나며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준 것이 컸다. 사실 선수를 영입하고 그들이 제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A팀에 B선수가 활약했던 모습이 C팀에서도 통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SKT의 새로운 주포 '테디'는 새로운 팀원들 사이에서도 '장군님'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캐리 역할을 수행했다. 이를 보조할 '마타'의 허를 찌르는 로밍과 시야 장악 능력까지 합쳐지며 SKT의 바텀 라인은 빠르게 캐리 라인으로 자리 잡았다.
'칸' 역시 탑 라인에서 '우르곳'부터 '피오라'까지 다양한 챔피언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중에서 그를 특별하게 만든 것은 역시 그의 시그니쳐 픽인 '제이스'일 것이다. LPL에서 프로로 데뷔해 LCK로 넘어온 '클리드'는 시즌 초반부터 소문대로의 공격성을 맘껏 뽐내면서 게임을 잘 풀어나갔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SKT의 주장을 맡은 '페이커'도 마찬가지다. 아쉬운 모습도 있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페이커는 팬들이 기억하던 탄탄한 플레이를 펼치며 SKT의 든든한 허리가 되었다.
LPL에서 데뷔하여 LCK 활동 경력이 없었던 '클리드'가 변수였다. 치열한 LPL 리그에서 활약한 만큼 실력은 분명해 보였지만, 리그에 따라 챔피언이나 메타가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에 가장 기대되면서 동시에 불안한 카드였다.
다행스럽게도 '클리드'의 LCK 데뷔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클리드'는 단순히 LCK에 적응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색깔을 어김없이 뽐냈다. 국내 대회에서는 다소 꺼려지는 '리 신'을 모스트 픽으로 사용, SKT의 정글을 단숨에 공격적으로 바꾸며 이번 시즌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다. 인상적인 활약을 다수 펼친 '클리드'는 팀 내 MVP 포인트 1위(1000점, 전체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 시즌 그리핀은 SKT가 넘어야만 할 벽이었다. 정규 시즌 두 번의 대전은 SKT가 두 번 모두 패배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니다. 시즌 초반 2:0으로 깔끔하게 패배했던 SKT는 다시 만난 2라운드에서 명경기를 만들어내며 2:1로 아쉽게 패배했다.
시간이 흐르며 SKT 선수들의 합이 맞아떨어지고 물이 오른 결과다. SKT는 패배하긴 했지만, 다시 만난 그리핀은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는 '어나더 레벨'은 아니었다.
각각 정규 리그 1, 2위를 차지한 그리핀과 SKT는 결승에서 맞붙었다. SKT에게는 우승과 동시에 정규 시즌 패배를 설욕할 기회이기도 했다.
결승전을 결정 지은 조합 싸움은 그리핀의 '탈리야-판테온'과 SKT의 '라이즈-이즈리얼-브라움' 구도였다. '탈리야-판테온'이 비교적 초반에 힘을 준 조합이라면, SKT는 '라이즈-이즈리얼'의 성장을 바탕으로 후반 한타에서 승리하는 구도를 그렸다.
최종 승자는 SKT였다. 그리핀은 1세트 인베이드 단계에서 킬을 올리며 SKT를 몰아 붙였지만, SKT는 노련하게 후반까지 버티는 데 성공했다. 어느 순간 한타 구도를 역전한 SKT는 1세트를 역전했다. 이후 2, 3세트 역시 비슷한 전개였다. 2세트에서는 '아칼리-아지르-루시안' 등 공격적인 카드로 승리를 챙긴 SKT가, 마지막 3세트에서는 1세트와 비슷한 밴픽 구도에서 우세를 점하며 3:0 승리를 차지했다.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으로 롤챔스 우승을 차지한 지금의 SKT에게 부족한 점은 없어 보인다. 물론, '크레이지-하루-레오-에포트' 등 서브 멤버들이 이번 스프링에서는 특별히 출전할만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향후 진행될 MSI나 서머 시즌을 통해 이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저걸 어떻게 이기지"하던 시절의 SKT로 거듭날 것이다.
지난 시즌 7위, PO 진출에도 실패한 SKT는 강적 그리핀을 꺾고 LCK 우승을 차지하며 명가 재건에 성공했다. 부활한 SKT가 전설의 첫 페이지를 썼지만, 이것이 올해 SKT의 결승점은 아니다. 과거 SKT가 보여준 전설, 그 전설을 이어가려면 SKT는 계속 달려나갈 것이다.
곧 치뤄질 MSI는 부활한 SKT 전설의 두 번째 페이지가 될 수 있을까? '드림팀' SKT이 보여줄 앞으로의 도전이 더욱더 기대된다.
Eti@inv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