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딥마인드 '오리올 빈얄스' 연구원(왼쪽), '크리스 시거티' 스타2 개발 총괄(오른쪽)

'블리즈컨 2016' 행사의 첫째 날인 11월 5일(한국 시각), 블리자드는 개막 행사를 통해 '구글 딥마인드'와의 협력으로 '스타크래프트2' 리그의 최강자와 딥마인드 AI의 대결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파고'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구글 딥마인드'는 블리자드와의 협력을 통해 이르면 내년, 스타크래프트2의 API를 모든 유저들이 접속할 수 있도록 하고 '딥마인드'가 이를 기반으로 학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딥마인드의 AI가 다양한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을 충분히 습득하면, 스타크래프트2 대회 우승자와의 대결도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승부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처럼, 수많은 유저들의 플레이 데이터로 무장할 AI와 인간의 2차전은 벌써부터 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불러모았다. 과연, 바둑과는 조건이 다른 전략 게임에서 AI와 인간의 승부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구글 딥마인드의 오리올 빈얄스 연구원과 스타크래프트2 크리스 시거티 개발 총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스타크래프트2 API를 활용해 딥마인드 인공지능의 연구를 한다는 것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한다. 또, 이것이 어떻게 프로게이머들에게 도움을 줄 거라 보는가?

오리올 빈얄스 : 오래전부터 딥마인드는 게임에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API를 통해서 우리가 보는 게임 화면을 딥마인드 에이전트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리가 전달 받는 그대로 어떻게 정보를 받을 수 있는지, 또 그 반응 등을 알고자 한다. 그리고 사람이 플레이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하고 복기하여 배우게 될 것이다. 인간과 딥마인드 에이전트가 동등한 조건을 갖추게 하려 한다.

크리스 시거티 : 인공지능 코칭 등에서 프로게이밍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고 여러 가지 변수를 알고 있고, AI가 매우 세밀하게 순간순간의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더 세부적인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더불어서, AI가 인간 수준의 플레이를 펼친다면 그 누구나 자신에게 맞는 최고의 상대와 플레이를 할 수 있다.


Q. 바둑은 시간을 두고 고민하고 수를 두는데, 스타크래프트2는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일이 벌어진다. 이런 부분은 어떻게 대처를 하게 될 것 같은가?

오리올 빈얄스 : 바둑과 스타크래프트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정보량에 있다. 바둑은 언제나 전체 판을 조망할 수 있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시야가 밝혀진 부분도 곧 가려지고, 그전에 주어진 정보만을 가지고 있게 된다. 그래서 상상력과 기억력을 활용하여 상대를 예측하고 거기에 맞춰나가는 식으로 플레이하게 되는데, 기계라고 해도 이것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기억한 정보에서 최선의 수를 고르도록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만약 맵에 일꾼만 보였다면 어딘가에 확장기지가 있을 것이라 하는 추론도 해야 하고, 그런 사고의 확장이 필요할 것이다.

크리스 시거티 : 우선은 AI가 많은 경기를 보면서 어떤 식으로 경기가 흘러가는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경험을 쌓고 학습을 하게 하여 제한된 시야를 극복하게 해야 한다.

▲ 딥마인드가 이미지 인터페이스로 전투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모습


Q. 바둑과는 달리 물리적인 컨트롤 능력, 제약도 중요한 요소인데, 이 부분에서는 어떻게 동등한 조건을 마련할 계획인가?

크리스 시거티 : 처음 개발 단계에서는 이 부분을 생각하는 건 좀 이르지만, 후에 정말 사람과 대결을 하게 된다면 꼭 고려해야 할 문제다. 일단은 한번에 유통되는 정보를 제한할 계획이다.

지금 스타크래프트2의 인공지능은 맵을 밝히지 않아도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안다. 은신을 풀었을 때, 지금의 게임 인공지능은 유닛이 거기 있다는걸 안다. 하지만 딥마인드는 인간이 보는 정도의 정보만 주어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하는 식으로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 인공지능은 클릭 없이 유닛을 제한 없이 조작하지만, 딥마인드는 인간이 하듯이 유닛을 드래그하고, 그룹 짓고, 이동을 명령하는 커맨드를 행해야 하고 이런 동작들로 게임을 플레이하도록 구조를 짤 것이다.

오리올 빈얄스 : 알파고 때도 가장 중요한 학습 부분 중 하나가 사람이 플레이하는 것을 보고 그걸 따라 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스타크래프트2를 플레이할 AI도 역시 그런 에이전트가 될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은 애초에 학습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인간의 한계를 넘는 반칙적인 행위는 할 수 없어서 어느 정도 안정성이 있다.


Q. 알파고로 얻었던 연구 결과는 어땠는가? 지금 스타크래프트2 에이전트로는 어떤 연구를 기대하며 실 생활에 어떤 도움을 줄지?

오리올 빈얄스 : 예를 들자면, 구글의 서버를 관리할 때 이 서버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상태를 계산해서 온도 등의 환경을 조절하게 되는데, 이를 AI가 맡으면서부터 엄청난 비용이 절약되었다. 기존 비용에서 약 40%가량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AI의 활용도는 기본적으로 무궁무진해서, 개발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더 많은 용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Q. 딥마인드 에이전트가 확실하게 프로 선수를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하는지, 또 붙여보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

오리올 빈얄스 : 지금 당장은 역시 사람이 이길 수 밖에 없다. 워낙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내가 직접 플레이해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발전시키고 더 많은 정보를 보기 위해서 연구를 하는 것이고, 만약 정말로 프로 게이머 수준으로 성장한다고 해도 누군가가 확실히 이긴다고 100% 장담을 할 수는 없다. 실제 프로 플레이어들이 해도 누가 이긴다고 보장을 못하듯 말이다.

크리스 시거티 : 개인적으로는 다크 선수와 붙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어제 보니까 엄청나더라. 어제 모습만 보면 절대 못이길 것 같다.


Q. 알파고와 동일한 GPU 병렬연산 방식을 활요할 것인지?

오리올 빈얄스 : 스타크래프트2와 바둑 모두 시간을 자원으로 쓴다. 실시간이거나, 시간 내에 결정을 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하지만 여러 가지 변수도 있고 조건이 많기 때문에 아직 무엇을 한다고 확정은 할 수 없고, 앞으로 가닥이 잡힌 다음에야 확정할 수 있을 것 같다.



Q. 수많은 게임들과 RTS 장르 중에서 하필 스타크래프트2를 고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오리올 빈얄스 : 특정 상황에 왔을 떄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 어떤 상황이 왔을 때 누가 유리하냐 판단하는 정보, 그런 조건을 분석해서, AI가 게임을 판단할 수 있는 눈을 가지도록 하려고 한다.

스타크래프트의 환경 자체가 익사이팅하기 때문이다. 물론 딥마인드는 다른 게임을 이용해서도 연구를 한다. 아타리의 게임, 미로풀이 등등. 하지만 그중에서도 스타크래프트2가 플레이어에게 주는 경험은 워낙 독특하고, 또 블리자드의 개발자들도 많은 도움을 주는 편이다. 열성적이고 친절한 사람들이다.

크리스 시거티 : 알파고의 바둑 대전이 진행되고 나서, 우리가 나서지 않았는데도 알파고와 스타크래프트2 이야기가 미디어에서 먼저 논의됐다. 그 이유는 스타크래프트2가 세계 최고의 전략게임으로 알려졌고, 한국에서 배출된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선수들이 이미 전세계에 퍼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오리올 빈얄스 : 나는 스타크래프트 브루드워의 골수 플레이어인데, 처음 딥마인드에 들어왔을 때 알파고 매치가 이미 진행하던 때였다. 바둑을 둘 줄 몰랐지만, 바둑이라는 게임 자체의 룰이 매우 인상 깊었고, 정보를 받아들이고 거기에 수를 두고 반응하는 게임인 만큼 스타크래프트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더불어서, 한국 밖의 외국에서 지켜보기에는 한국인들이 알파고 대국에 보이는 반응이 매우 열성적이어서 인상 깊었었다.



Q. 마지막으로 딥마인드의 스타크래프트2 대전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크리스 시거티 : 이 가능성에 대해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이런 기회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정말 신나는 일이다. 현재는 선수들과 리그의 재미, 그리고 더 나아가 게임 개발에서 줄 이점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기회라 본다. 이는 스타크래프트2가 높은 경쟁력을 가진 덕분이고, 거기에 한국 유저들이 일익을 담당했다고 생각하기에 감사를 드린다.

오리올 빈얄스 : 개인적으로 꿈을 이룬 느낌인 것이, 어렸을 때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엄청 좋아했고 플레이해왔는데, 그러다 게임을 공부하다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져서 많은 연구를 하고, 다시 이렇게 돌고 돌아 자라서 어렸을 때의 꿈꾸던 게임을 직접 동원하여 이런 멋진 일을 하게 되어서 너무나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많은 기대를 부탁한다.


블리즈컨2016 특별취재팀(=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오의덕(Vito), 김지연(KaEnn), 석준규(Lasso), 이명규(Sawual)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