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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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첨지는 오늘도 고정팟을 꾸리러 포화란을 갔다.

 

벌써 한달 째 소태도가 나오지 않아 혈색이 많이 안좋지만 그래도 왠지 오늘은 나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고정팟 멤버들도 왠일로 오늘따라 기운이 넘치고 긍정적으로 격려해주니 고작 대공탄 따위로 침통해있는 자신의 속좁은 마음이 부끄럽기까지 하다.

 

발라라를 잡는데 벌써 느낌이 좋다. 암첨지의 고정팟은 늘 한 명씩 실수를 해서 원클에 발라라를 넘어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다들 손에 불이 붙었는지 신컨을 보여주더니 2점프만에 발라라가 눕는 것 아닌가.

 

태장금을 잡을 때도 그랬다. 쫄을 맡은 기공사가 수리검에 죽지도 않았고

 

암첨지의 수리검이 나무토막을 치지도 않았다.

 

오늘따라 패턴이 더 잘 보인다.

 

"허허 암첨지 오늘은 잘하네? 평소엔 꼭 한 번씩 나무토막을 치더니만.... 자, 마침 지팡이가 나왔으니 자네가 먹고 분해해보게"

 

검느님께서 통크게 칭찬해주었다. 암첨지는 이렇게 황송한 일이 벌어져도 되는지 싶었다. 분해해보니....

 

..!

 

육각비취다.

 

그래, 자수정은 아니지만 이게 대체 얼마냐.

 

암첨지는 연신 고개를 숙였다.

 

오늘따라 운수가 좋다.

 

막소보에서도 그랬다.

 

평소엔 꼭 암탱 실수를 하나씩 해서 장판이 튀던게 오늘은 왠일인지 하나하나 다 보인다. 완벽한 유도로 장판을 다 빼줬다.

 

소태도다!

 

두근거리며 까보았다. 암첨지의 인벤은 이미 미식가만 네자루다. 두개는 195에 66, 두개는 204에 55다. 204에 65만 떠줘도 당장 공격력이 올라갈 게 뻔했다.

 

아!

 

204에 65!

 

기뻐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

 

파티원들도 하나같이 축하 일색이다.

 

"자네 204 미식가에 빛오금 쓰지 않았나? 이제 빛육금 쓰면 되겠구만 하하하!"

 

"아이구, 쇤네 같이 천한 놈에게 그런 돈이 어딨겠습니까? 그저 한 푼 한 푼 모아서 물약 값이나 대는 정도구만유"

 

암첨지는 겸손을 부려봤지만 사실 남몰래 제작으로 돈을 모으고 있었다. 대공탄 242 666이 나오면 꼭 빛육금을 박을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인벤창을 열고 돈이 얼마나 되는지 다시 세보았다. 220냥 열엿푼.

 

280만 되도 사볼만 할 것 같다. 어제보다 좀 줄은 것 같은데 왜이러지?

 

아! 영석을 많이 사뒀구나. 암첨지는 밭은 숨을 내쉬며 영석 갯수에 35푼을 곱해 보았다.

 

아! 260냥!

 

아까 나온 육각비취가 15냥 쯤 하니 275냥이다.

 

이대로라면 내일 쯤은 모든 돈을 다 털어서 빛육금을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렇게 새 미식가를 쟁여놓고 포화란을 갔다.

 

역시 오늘따라 모든 것이 잘 된다.

 

어차피 넘어올 일도 없지만 어쨌든 어글을 한 번도 안먹었고,

 

레버도 실수없이 당겼다.

 

원클이다!

 

딜이 부족해서 가끔 어글을 검사에게 뺐기던 기공님이 오늘은 왠일로 영혼의 딜을 넣으며 어글을 유지하는게 아닌가?

 

이 기공양반도 220폭격에 너무 오래 머물러 있어서 괴로워하는 양반이라 오늘 선전하는 걸 보니 암첨지의 가슴도 함께 벅차올랐다.

 

아!

 

아 주여!

 

기공이 늘 필요하다고 노래를 부르던 1번 보패와 기공패다!

 

암첨지는 마치 자기 일인냥 기뻤다.

 

기공님은 눈물을 흘리며 1번 보패 맥옵, 폭격은 242에 666, 내력회복이 나왔노라고 선언했다.

 

고정팟에 기쁨과 환희의 송가가 울려퍼졌다.

 

암첨지는 드라마 속 신데렐라 스토리를 보고 카타르시스를 뿜는 여편네마냥 기쁨에 몸둘바를 몰라한다.

 

아! 내게도 저런 날이 오겠지!

 

워낙 빨리 클리어한 덕분에 오늘은 시간도 남는다. 서둘러 두 번째 판을 돌기로 했다.

 

암첨지는 왠지 이번판에는 대공탄 구경을 할 것만 같아 기분이 설렌다.

 

그런데 갑자기 기느님이 된 기공사가 암첨지에게 무언가를 부탁하는 것 아닌가.

 

"이보게 암첨지, 자네도 알겠지만 난 이제 기공이 풀파밍이네. 알다시피 내가 린덕후라 솬사년도 잘 키워놨는데 이젠 그놈으로 왔으면 하네."

 

"아이구 그러셔야죠! 페도 아... 아.. 아니 그런데 저희가 검권암기인데 기공님이 솬사로 오면 누가 얼꽃을 넣고 딜을 넣는답디까?"

 

"그래서 내가 자네에게 좀 부탁을 하는걸세. 자네 부케 기공년 있지? 그년이 보아하니 공격력이 295더구먼. 자네 암살 공격력이 310인데 차라리 295 기공이 딜이 더 잘나오지 않겠나?"

 

"아니 나으리, 암살자가 빠지면 막소보 암탱은 누가 하고 발라라 연막은 누가 칠 것이며 출혈은 누가 넣고 레바는 누가 당긴답니까?"

 

"아니 무슨 걱정인가? 막소보는 냥탱, 연막과 출혈은 검사님이 계시고 레버야 자네 기공이 당기면 되잖는가? 자네 설마 기공으로 와서 어차피 기탱도 안할거면서 레바조차 안당길 생각은 아니었겠지?"

 

기공느님이 언짢은 기색을 보이자 암첨지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그래. 암레기 주제에 사실 버스타는 셈인데 무슨 불평이냐! 기공년 보패나 몇 개 얻어다 줘야지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렇게 검권소기로 바꿔서 간 첫 판에 발라라가 기공패를 줬다.

 

아! 또 육각청옥!

 

다들 칭찬과 격려 일색이다. 특히 솬사로 갈아타고온 기공님은 사실 그 기공패 자기가 먹을 운명인데 자네에게 양보한 셈이라며 호탕하게 웃으신다.

 

암첨지는 그저 신이 나서 헤벌쭉 입이 찢어졌다.

 

이거면 당장 빛육금을 살 수 있다. 그러면 암살년 공격력이 무려 9나 올라갈 터이다.

 

태장금 역시 단숨에 넘어가고 이제 막소보 차례가 됐다.

 

아니! 귀걸이가 나왔다!

 

검사, 권사는 이미 귀걸이를 다 맞추었고, 소환사가 귀걸이가 한 쪽이 없었다. 암첨지는 눈치가 보이지만 슬그머니 귀걸이에 입찰을 눌렀다.

 

"음...끄흠...음... 그래 자네 부케라도 어서 키워야지."

 

다행히 기공님(솬)이 양보해줘서 암첨지(기)가 귀걸이를 먹었다.

 

어머나 세상에. 해골귀걸이다. 졸업템이 나왔다.

 

뛸 듯이 기쁜 암첨지는 연신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제에미! 오늘은 운수가 좋구나.

 

막소보에서 포화란으로 넘어가는 구간, 하늘이 붉다. 어느덧 바다뱀기지도 석양이 내리는 구나. 어서 빨리 가서 포화란년을 한 번 더 잡고 끝내야겠다. 그리고 어서 그토록 원하던 빛육금을 사서 암살년에게 꽂아줄 생각이 그득하다.

 

미식가가 어디냐! 그토록 염원하던 204에 육각소켓이 아닌가? 그렇게 해서 공격력이 319만 되어도 사람구실은 할 것 같았다.

 

핏빛으로 물든 석양이 왠지 불길해 보였지만 뭐 괜찮다. 오늘은 운수가 억수로 좋으니까.

 

포화란도 왠일로 참 쉽게 잡혔다.

 

경험 미숙이라고 손사레치던 기공느님의 소환사는 무난히 호탱을 해냈고,

 

검권이 포화란년을 두드려 패는 동안 암첨지의 기공사도 레버를 잘 당겼다.

 

권느님의 실수를 얼꽃으로 만회해주고 칭찬 받아서 기분도 좋다.

 

아, 저 전리품 상자.

 

전리품 상자 앞에서 F에 손을 올린 채 암첨지는 불안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오늘 억수로 운이 좋더라니

 

설마...설마...

 

오...주여..

 

대공탄이다.

 

태어나서 처음 만져보는 대공탄이다.....

 

덜덜 떠는 암첨지를 보며 모두들 숙연하여 말없이 N을 눌렀다.

 

암첨지는 차갑게 식어 미동도 없는 대공탄을 거칠게 흔들며 울부짖었다.

 

"왜...! 왜 장착을 못하니 이 조팝도 못얻어먹을년아! 이렇게 빛육금 살 돈도 모아왔는데 왜!"

 

그렁그렁 눈물을 흘리며 봉인해제한 대공탄은

 

거짓말처럼 242 666 내력회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