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직 웹프로그래머이고, 대안 사이트 프로젝트 나루인 팀을 이끌고 있는 흰딱아재입니다.

 

인벤이 무너져 가고 있는 가운데, 구명정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이 저희 말고도 꽤 계신 줄로 압니다. 그렇다고 또 많지는 않을 겁니다.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사태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 사태를 처리할 만한 유능한웹 프로그래머들은 적어도 몇 년 단위 프로젝트에 이미 참여 중이실 것이고, 어찌 좀 한가한 프로그래머를 영입한 팀이더라도 아마 둘 이상 영입에 성공한 팀은 또 몇 없을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큰 딜레마는 이겁니다.

 

인벤을 대체할 만한 플랫폼을 바닥부터 시작하려면, 아무리 적어도 2개월은 잡아야 합니다. 미니멈의 미니멈으로 잡아도요.

 

2개월 뒤? 그때쯤이면 인벤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회복할 거고, 인벤이 회복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오픈한 대피소들이 유저를 모두 흡수한 상태라 일어날 수가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일주일 만에 오픈하면요? 2개월 뒤, 3천 만 원 투자 받아서 오픈한 사이트들과는 어떻게 경쟁하죠?

 

그런데도 왜 우리는 어떻게든 모여 보자는 생각을 안 하고 있을까요?

 

경영권 때문이죠.

 

어제 새벽에야,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이거 내가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프로젝트 자체가 무너지겠구나. 현실을 좀 받아들인 거죠. 내가 경영권을 놓아야겠구나. 욕심을 버려야겠구나.

 

그런데 이상합니다. 경영권을 포기하고서 이 프로젝트를 어떻게든 완성해 보려고 생각했는데도, 그래도 현실성이 안 보이는 겁니다. 아니, 이제 뭔가 좀 보이는 거죠.

 

생각해보니, 지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모든 팀의 인력, 기술력, 자본을 다 합해도 한 줌이죠.

 

다 합하면 인벤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오늘 아침에, 지금 저희 팀에 계시는 인벤 전직 직원분께 이 말씀들 드렸더니, 고개를 젓더군요. 생각해보니 그래도 힘들 것 같다고.

 

각개전투할 땐 제일 모자란 게 프로그래머였겠지만, 그 팀 다 모아 놓으면 컨텐츠 담당, 경영지원, 영업사원은 없고 프로그래머만 남아도는 웃지 못할 상황 아닌가요?

 

모든 팀의 모든 자원을 다 끌어모아도 힘든 이 싸움에서 서로 진척도 견제하며 각개전투를 하고 있습니다. 인벤이라는 탐스러운 감 한 송이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손만 살짝 뻗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근데 나눠 먹긴 또 싫은 거예요.

 

그래요, 어찌 어찌 이 레드오션을 뚫고 만신창이가 되어 최후의 생존자가 되면요? 지금 이 유저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 뭔가 중요한 걸 놓친 게 아닐까요?

 

대충 뭐 5천 원짜리 수시로 터지는 호스팅 사다가, 그누보드 기본스킨으로 일단 오픈 때리고, 유저만 선점흡수해놓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그런 생각들 하고서 시작하시지 않았나요?

 

컨텐츠는 어쩌죠? 그냥 적당히 플랫폼 만들어 놓으면 유저들이 와서 채워 주겠지. 일단 유저 선점하면 장미저택님이 알아서 해주실거야.

 

바닥에 떨어진 감 주워먹는 느낌으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컨텐츠 담당자를 배치라도 하신 팀이 몇이나 되나요?

 

솔직히 말해서 가장 가능성 높아 보이는 팀은 펀딩으로 시작하겠다는 바르트님 팀 프로젝트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거 완성되면 이미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사이트들 사이에서 지출 감당 못 하고 곧 무너지고, 누군가는 빚에 허덕이겠죠.

 

다음 달에 유저들이 게임 하다가 정보 필요할 때, 검색을 그 우후죽순에서 하게 될지, 아니면 인벤을 이용할지 생각해 봅시다.

 

그런 당연한 것들이, 욕심을 버리고 나니까 보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저도 이미 투자한 금액과, 그리고 앞으로 투자해야 할 어마어마한 금액을 생각해보니 까마득합니다. 이건 뭔가 잘못됐습니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전쟁입니다.

 

저 역시 현직자라서 알 수 있습니다. 이 타임어택이 끝나기 전에 인벤을 대체할 만한 기술력, 인력, 자본력을 갖춘 팀은 단언컨대 없습니다.

 

있으시다고요? 그러면 알려 주세요. 저희 팀 깔끔하게 해체하겠습니다.

 

우리 모여서 얘기해봅시다.

 

오늘 밤 10,

https://open.kakao.com/o/gOUdAlO

 

에서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