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하스스톤 인벤 여러분!

법사덱에 대한 공략을 적다가, 좀 더 범위를 넓혀 전반적인 덱과 메타의 흐름, 그리고 커뮤니티의 발전을 위하여 사전적 전략 (proactive strategy planning) 에 대한 생각을 모두와 공유하기 위하여 잠시 글 하나 올려봅니다.

목차.
1. 블리즈컨 준우승 법사덱
2. 드로우 카드의 함정
3. 프로액티브 전략

*** 법사 유저분이 아니시면 2번으로 바로 넘어가서 읽으세요, 1번 섹션이 좀 김***

1. 블리즈컨 준우승 법사덱

먼저 가장 최근에 있었기도 하며 가장 권위 있고(?) 유명 고수들이 모였던 초청전에 대하여 말하고 싶습니다.
이 중에서도 Kripparrian 의 법사덱에 대하여 먼저 말하고 싶네요.

이 덱은 지금 인벤에서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관심을 못 받고 있습니다.
- 입상덱으로도 분류가 안 되었고
- 리플도 없다시피하며 (저랑 다른분 총 2명 ㅋㅋ)
- 추천도 없습니다... 제가 추천한거 1개 제외하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덱을 전 절대 그냥 흘리듯 넘어갈 수가 없더군요. 명실공히 가장 큰 하스스톤 대회에서 가장 높은 순위까지 올라간 법사덱이고, 마지막 게임에서 진짜 한턴, or 1피, or 1코스트 차이로 2위 입상덱이 된 비운의 덱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가 되면 정말 좋은 덱이 아닐까요? 그리고 하스스톤 방송을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한 Kripparian 의 덱인데 이게 대충 만들어졌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이 안 됩니다.

 <블리즈컨의 우승자를 결정짓는 그랜드파이널의 마지막 경기. 2:2 상황에서 전사vs법사의 싸움입니다. 이 영상을 보면 왜 크리패리언이 충분히 우승자라고 인정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크립의 핸드는 꽤 꼬인 반면에 알토시스의 드로우는 마치 30장을 까놓고 골라서 뽑는 느낌이 들정도로 탑덱인 상태였는데 이를 상대로도 이런 간발의 차이를 이끌어낸 걸 보면 이 덱의 유연함을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알토시스가 운으로 우승했다는건 아닙니다. 알토시스가 이 전 경기에서 사제를 플레이할때는 진짜 더럽게 손이 꼬여서 져서 5게임까지 간 거고 알토시스도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굉장히 깊게 생각하면서 플레이하는 본받을 플레이어입니다. 괜히 서양 최고의 e스포츠 해설자이자 분석가인게 아니예요>


하지만 이 덱은 요즘 일반 유저들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키카드 들이 없습니다.
- 드로우 카드가 없다 시피합니다 (비룡 1개)
- 양변이 없습니다
- 불기둥이 없습니다
- 얼방도 없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 사이에서 드로우카드를 충분하게 넣어 빠른 핸드로테를 돌려서 키카드의 확보를 빨리하는 안정적인 플레이가 대부분이죠. 그런 동시에 현재 비트다운 메타를 처리하기 위하여 법사는 불기둥을 올리거나, 상대 미니언을 쉬지않고 얼리고 얼방으로 버티다가 막판에 알렉+직타스펠로 적을 제압하는 알렉덱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알렉덱은 블리즈컨에 렉풀이 들고 나온 덱이기도 합니다만 4강에서 탈락했죠. 경기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비트다운을 상대로 잘 버티긴 하는데... 키카드가 안 나오면 말아먹습니다.

알렉덱 확실히 재밌습니다. 하지만 알렉덱의 문제점은 8턴은 되야 알렉이 나온 다는 것, 그 이후에 불작을 날리려면 9턴 10턴 까지 가야한다는 것. 그리고 이 전제조건도 이 세개의 특정한 카드가 10턴 안에 다 있어야한다는 것, 그리고 얼방이 확보되어 이 후반전을 버텨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8턴이 시작입니다.

크리패리안의 덱 이름이 뭔지 아십니까? "Kripparrian's Turn Eight Mage" 입니다. 
8턴 법사라는 겁니다. 이 덱의 특징은 어떤 핸드가 손에 잡히건 속공으로 적의 체력을 최대한 갉아먹고 8턴에 불작으로 게임을 끝내는 겁니다. 즉 8턴이 끝입니다. 알렉덱과는 컨셉이 반대에 속하죠. 게다가 유행하는 법사덱들 - 기본카드와 드로우카드를 안정적으로 넣은 주문덱과 요즘 비트다운 메타에 맞춘 비트다운/컨트롤 덱보다는 알렉카드처럼 직뎀카드에 의존하는, 드로우주문덱과 알렉덱의 밸런스를 맞춘 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드 리스트만 보면 다른 법사덱을 돌리신 분들이 봤을때 어떻게 플레이해야하는지 의아할수가 있습니다.


다양한 카드를 넣는대신 필요한 카드들을 2장씩 넣어 키카드의 드로우확률을 높여놨습니다. 그런 동시에 딱히 키카드라고 부를 만한 카드도 없습니다. 다 고만고만한 녀석들입니다.

그래서 검증을 하기 위하여 이번 주말 하루를 투자하였습니다.

긴말 안 하겠습니다. 일단 운영법을 익히기 위하여 연습하면서 노멀에서 15연승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연승이 놀라운게 아니였습니다. 드로우 없이 굉장히 튼튼한 덱이란 것이 놀라웠습니다. 초반에 스타팅 핸드가 8 6 5 이런식으로 나와도 평소에는 세장다 셔플해야하지만 그냥 한장 정도만 셔플하고 그냥 집고 해도 굉장히 안정적이였습니다. 초반 버티기도 쉽고 후반도 강력합니다. 비슷비슷한 코스트와 효과의 카드들이 많다보니 게임을 하면서 '아 뭐가 안 나와서 졌어' 라는 느낌을 받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노멀은 노멀일뿐, 랭크를 전혀 돌리지 않은 계정으로 이 카드의 포텐셜을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게, 다들 하스스톤을 처음 입문하고 아직 전체적인 카드에 대한 개념이 전반적으로 없던 한달전... 북미섭 리셋 직후 및 한국 클베 막 시작했을때와 비교하면 현재는 기본카드와 기본기만 가지고 마스터3까지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하수인이 황금인 사람들, 레전더리만 꺼내는 사람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비트다운 메타와 유로 도적, 그리고 슈팅법사들을 뚫고 마스터를 올렸습니다.

다음은 마스터3까지 가는 동안의 전적입니다.

언랭크부터 마스터3까지 48승 12패 .60게임, 승률 80%
( 법법전 5승 4패 제외하면 타클 상대로 43승 8패로 84.3%의 승률 )

10승째부터는 어떤 상대를 플레이했는지 기록했습니다.

개풀 냥꾼         골드1 - 피1 차이로 이김
메타 사제         골드2
격노 전사         골드3
무기돌진 전사   플래1
잡 도적                     - 최초로 8턴에 게임이 안 끝남
멀록 술사         플래2
위니 법사         플래3
**패 드루                   - 그래픽이 다 깨지는 바람에 첫패
트랩 냥꾼         다야1
질풍 술사
전설 흑마         다야2
비트다운 흑마
비트다운 드루
메타 사제         다야3
**패 자락서스 흑마      - 1턴 차이로 짐. 최초의 패였던 드루전을 이겼다치면 24연승하고 첫패
**패 비트다운 성기사   - 1데미지 차이로 짐
주문 법사 
비트다운 드루
주문 법사
비트다운 술사
메타 사제
전설둘둘 법사   마스터1
비트다운 술사              - 현재여기까지 30승 3패로 마스터까지 약 91%의 승률
**패 비트다운 술사       - 2임프소환사 2아르거스 술사였는데 9턴까지 냉돌과 눈보라가 안 나와서 짐
도발 사제
유로 도적
비트다운 술사    마스터2
**패 주문 법사 (최악의핸드vs최고의핸드)
**패 주문 법사 (신폭위니덱 상대로 9턴까지 노냉돌 노블쟈)
**패 주문 법사 (쪼렙러쉬덱 상대로 10턴까지 노냉돌 노블쟈)
메타 사제
무기돌진 전사
유로 도적
위니 드루
무기돌진 전사
**패 비트다운 성기사     - 상대가 7턴 8턴에 왕의 수호자를 탑덱하는 바람에 피를 12나 채워서 킬 타이밍을 놓침
비트다운 드루
무기돌진 전사
**패 비트다운 흑마
메타 사제
**패 주문 법사
개풀 냥꾼
주문 법사
**패 메타 술사               - 4연속 도발토템을 뽑으시는 덕에 초반 몰아치기가 꼬임
유로 도적
메타 사제
** 유로 도적
비트다운 흑마
비트다운 흑마
비트다운 성기사
비트다운 전사      마스터3 달성.

요즘 유행하는 덱들이 득시글함에도 불구하고 이 덱은 마스터3까지 승률 80%이상을 유지하였습니다.

특히나 지게된 경기들도, 나는 엄청나게 꼬이고 상대는 보고 고르는 수준의 탑덱 운이었던 경우에 간발의 차이로 졌기에 이 덱의 완성도는 제가 여태까지 본 법사덱, 아니 하스덱중에서 가장 높은 것중 하나였습니다. 양변과 불기둥을 날리는 전통적인 법사들을 상대로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는 이 덱이 법법전을 고려하지 않고 디자인 되었기에 그런 것 같아서 마나지룡을 1개나 2개빼어 요정용으로 대처하였더니 법법전도 강력해졌습니다. 사실 마나지룡보다 요정용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한게, 덱이 수액2 물정2을 넣어 밀리 클래스를 상대로 강력한 카드가 있기에 캐스터를 상대로도 강력한 카드가 있으면 좋기 때문입니다. 뭐 사실 손에 광역기가 한개라도 있었다면 법사에게 3연패하진 않았을 것 같지만요. 하여간...

이게 바로 드로우 카드가 없고, 핸드에 어떤게 집혀도 다 강력하게 플레이할 수 있는 진정한 고효율의 덱입니다. 20%의 드로우카드가 나머지 80%를 꺼내는 덱이 아니라, 100%의 카드가 바로 그 타이밍에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디자인 된 그런 덱이라고 볼 수 있죠.



2. 드로우 카드의 함정

드로우 카드는, 자체 스탯은 구리지만 핸드 순환을 빠르게 돌려 키카드의 획득 확률을 높혀주는 카드입니다. 즉 스타크래프트로 따지자면 멀티와 같은 존재입니다. 드로우 카드는 현재의 보드는 상대에게 양보하는 동시에 후반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스타일인데, 이 덱의 강점은 드로우카드가 키카드를 찾는게 아니라 모든 카드가 키카드입니다. 이는 투기장 가이드를 적어주시는 noker 님께서 가이드 3편에서 하신 말씀과도 겹칩니다. "키카드를 뽑는 것이아닌 자신이 뽑은 카드가 키카드가 되게 하라."

크리패리언의 법사덱과 더불어, 블리즈컨을 우승한 알토시스의 전사덱을 보겠습니다.


크리패리언의 덱과 굉장히 비슷하지 않습니까?

쓰려고 하는 카드들은 2장씩 넣어 핸드에 들어올 확률을 높이고, 격돌을 제외하면 드로우가 없습니다. 6코 혹은 그 이상되는 카드가 단 3장뿐입니다. 즉 덱의 90%가 5코 이하이고 딱히 콤보가 없기 때문에 손이 꼬이는 경우가 없다 싶습니다.

드로우 카드의 거품에 대한 글은 다음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백번 천번 공감하는 내용입니다.


아마 드로우카드를 가장 값지게 쓰는 클래스가 있다면 사제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업 특성상 풍부한 드로우로 컨트롤을 하는게 포인트라... 여튼.


3. 프로액티브 전략

카드 게임은 마치 가위바위보와만 같습니다. 카드들별로 정확한 용도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덱을 상대하는 저격덱과 일반적으로 쓰는 주력덱에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떤 덱을 만들어야할까요?

먼저 덱의 유행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재미를 보는 콤보덱들 (미라클 로그, 진격의 거인, 기타 등등) 이 있었음
2. 키카드의 중요성이 너무 높아 운빨을 줄이기 위하여 드로우 카드의 가치가 높아졌음
3. 드로우 카드의 스탯이 구리다보니 기본기가 탄탄한 카드로 초반부터 제압하는 덱이 대회를 우승함

저는 현재 하스스톤의 변천사를 이렇게 세가지로 나누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인벤에 있는 많은 공략들은 2번에 머물러 있는 상태고, 우리는 3번으로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물론 고수분들은 앞서가고 있겠죠. 하지만 아직도 드로우카드가 진리인 것 마냥 덱을 짜며 드로우가 없는 카드를 적응하지 못 하시는 분들을 보니 안타까움이 사라지지 않더라구요 ㅠㅠ 시대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서야합니다.

그렇다면 프로액티브적인 마인드란 무엇인가?

요즘 유행하는 메타 X, 혹은 덱 X가 있다고 칩시다. 여러분은 덱시뮬레이터나 직업게시판에서 공략을 읽습니다. 그리고 그 덱을 만들어 굴립니다. 승률이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공략에 나온 덱을 돌리는게 아니라 공략에 나온 덱을 카운터 치는 덱을 짜야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자면.

다들 초기에 사제가 사기라고 생각하셨을겁니다. 하지만 고수들 사이에서는 딱히 사제에 대한 OP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더군요. 


북녘골 이 녀ㄴ... 아니 이 카드는 존재감으로 모든 메타를 바꾼 카드입니다. 사실 이 카드가 OP인것 같진 않은데 이 카드를 카운터 치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2코에 3공격력을 가진 카드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고통으로도 날라가지 않는 요정용이 급격하게 뜬 것. 수액괴물 2개, 혹은 법사의 소환사처럼 2코에 꺼낼 수 있는 3공 카드가 필수가 되었는데 북녘골 사제의 위력이 얼마나 큰지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사제의 원샷을 피하기 위하여 공4 카드가 인기가 많아졌습니다. 검은무쇠드워프, 주문파괴자, 은빛십자군, 은빛 성기사, 서리바람 설인... 


이렇기 때문에 우리의 필수 카드 타즈딩고는 3공인 덕분에 사라지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많은 도발 카드가 사라졌지요. (실제로 공4 인 카드 39장중 도발이 있는 카드는 누더기 골렘과 태양길잡이 뿐입니다) 그렇기에 현재 도발이 없어서 공격력은 낮지만 바로 영웅을 손에서 꺼내자마자 공격할 수 있는 개풀이 인기가 많아진 상태죠. 블리자드가 너프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 정확한 너프안을 내놓지는 못 하고 있는걸보면 블리자드는 사실 유저들이 도발카드를 쓰길 원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풀은 옛날부터 강했던게 아니라 현재 메타를 공략할 수 있는 좋은 콤보덱이기 때문이죠. 혼자 생각하는건데 블쟈가 개풀을 너프하지 않고 다른 저렙 도발카드를 버프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공4 카드들이 대부분 피통이 3, 4이다보니 법사들은 이제 보드컨트롤을 포기하고 불기둥이랑 빙결류로 게임을 끝내려는 괴랄한 슈팅덱까지 등장했습니다.

이 예로 보면 아시다시피 좋은 덱의 흐름은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덱들을 공략하는 저격덱이 우위를 선점하게 됩니다. 즉, 블리자드가 딱히 패치를 하지 않아도 시간을 두고보면 유행과 그 시기의 'OP' 가 바뀐다는거죠. 대회를 우승하거나 상위권에 있는 유저들의 덱을보면 저희가 잘 알고 있는 덱과 전혀 틀리게 생긴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그 덱을 공략하고 그 덱이 공략당했기에 쓰지 않고 넘어가니까 저희에게 생소한거죠.



3줄 요약
- 블리즈컨 우승/준우승 덱을 보면 현재 주류의 유저들이 선호하는 모습과 매우 다른 걸 알 수 있다
- 드로우카드의 좋은 평판은 사실 거품인 것 같다
- 패치가 없어도 지금 인기 있는 덱이 다음주에는 사장이 될 수 있고, 아무도 관심을 안 주던 덱이 가장 승률이 좋을 수도 있다는 유연한 마인드를 다들 갖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