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어두운밤..

두개의 해태가 조각되어있는 돌계단 위에서

한 아이가 울부짖고 있다..

 

"싫어! 싫어! 안갈꺼야!! 엉엉"

"얘가 또 왜이래? 빨리 이리 안와?"

"안갈꺼야 갈꺼면 엄마 혼자가!! 흐엉엉엉"

 

엄마에게 자신을 버리고 가라고 말할정도로

아이는 필사적이다.

 

그럴만도 했다.

큰이모네 집에는 저기 조각되어 있는 해태보다

더욱더 무서운 큰형이 있기 때문이다.

 

"너! 또 엄마한테 징징거렸지!! 왜그랬어!!"

 

그렇게 징징거리던 아이는

큰형의 앞에서 얼굴이 하얗게 질린채로

아무말도 못하고 서있다..

 

"왜 그랬냐니까!!"

 

그때는 왜 몰랐을까..

큰형의 얼굴에 장난끼가 한가득 담겨있었던것을..

 

아이는 너무 무서워서 결국..

바지를 입은채로 실례를 하고 만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릴때는 형 진짜 무서웠다니까요?"

"맞아! 어릴때는 오빠가 우릴 잡아먹는줄 알았다니까?"

 

살짝 흘기며 말하는 나와 3살터울인 사촌누나가

큰형에게 미워 죽겠다는 듯이 말하자, 큰형이 껄껄되면서 웃는다.

 

"ㅋㅋㅋㅋㅋ 애들 괴롭히는게 내 낙인데.

 애들 안괴롭히면 내가 죽을때가 온거야 ㅋㅋㅋㅋ"

 

큰형은 나의 어머니를 키우다싶이하신 큰이모의 첫째아들로써

나와는 무려 20살차이가 나지만, 어찌되었든 4촌지간인지라,

편하게 큰형이라고 부르고 있었다.

 

 

"야! 너 요즘도 게임하지? 게임 그거 해서 도움될꺼 하나도 없는데,

그런것 좀 그만하고 밖에 나가서 하는 취미생활같은것좀 하고 그래!

 

너 축구 좋아하잖아, 조기 축구같은거라도 들던가!"

 

다른 사람이 말하면

아.. 귀찮아.. 라는 티를 팍팍내며 제가 알아서 할께요.. 라는

늬앙스를 팍팍 내는 나도 차마 큰 형에게는 이렇게 말한다.

 

"네.."

 

..물론 게임을 그만할 맘은 쥐꼬리 만큼도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큰형은 대학교수..

지금 내가 존경하는 인물중 한분이시다..

 

사회적 지위와 명예, 돈.. 이런것을 모두 갖추었을뿐더러,

운동이 취미일 정도로 건강에도 자신이 있었던 분이셨다..

 

하지만 그런것보다도 큰형의 굳은 심성과 타인을 아끼는 마음은

자신뿐이 생각 안하는 이기적인 나 조차도

절로 고개를 숙일 정도였다.

 

어릴적부터 자신이 잘못한것이 없으면

설사 부모님께 혼나면서도 절대 잘못했다는 말을 안했다는 말이나..

 

대학시절 공사장에서 노가다에서 돈을 벌어

학비가 없는 급우에게 주었는데 그 급우가 교통사고로 죽어

몇날 몇일을 울었다는 큰형의 이야기를 듣고 자란 나는

 

큰형을 존경하지 않을래야 않을수가 없었다.

 

 

제작년 1월..

 

사촌누나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어디야?"

"회사. 왜?"

"큰형이 암이래."

"뭐? 그게 말이돼?"

"위암 4기래. 6개월 뿐이 못산데."

 

말도 안된다.

그렇게 건강했던 큰형이,

내가 존경하는 큰형이, 절대 그럴리가 없다.

 

큰형은 반듯이 이겨낼 것이다.

 

태산은 무너질수 있을지 모르지만

큰형은 절대 무너지지 않을것이다.

 

 

6개월이 지나고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다..

 

거 봐라.

 

큰형은 괜찬잖아.

형은 이겨낼줄 알았어.

 

라고 생각할때쯔음..

 

뭐? 암이 전이가 돼??

 

큰형은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갔다..

그렇게 건강하던 형이..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 와중에도 아프지 않은척 하는 큰형을 보며..

존경할수 밖에 없는 사람이구나.. 라는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오늘 전화가 왔다..

 

"오늘.. 큰형 운명했어.."

 

 

큰형.. 꼭 이겨낼꺼라 생각했는데..

진심으로 존경했었습니다..

 

앞으로 큰이모 말씀 잘 들을께요..

 

새옷입고 돌아보라고 하신말씀 제가 듣지 않았다고

큰이모가 삐지졌다고 하셨죠?

 

솔직히 28살 먹고 하기 좀 쪽팔렸었어요.. ㅋㅋ

 

하지만 이제 멀미나서 쓰러질때까지 돌아볼께요..

 

든든한 기둥이었던 큰형이 죽었다는게

아직도 안믿겨지네요..

 

형 어릴때 하던 구박조차 그리워지네요 ㅋㅋ

좋은곳으로 가시길 바랄께요.

 

형님, 진심으로 존경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