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기가 시작했을 땐 1:1로 노나가지고 나머지 경기들에서 1,2위를 하며 서로 8강 진출을 노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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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T1 S가 KT A를 2:0으로 완벽하게 셧아웃시키며 SKT의 시나리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K팀이 프라임 팀을 2:0으로
꺾으면서 확실히 1,2위로 형제팀이 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때 사건이 터져버린다. SKT가 영업 정지가 확정되고, 곧이어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오후시간대에 통신장애가 연달아 터지며
손해를 매꾸느라 SKT T1에 지급되어야 할 예산이 줄어버린 것. 자칫하다간 팀이 해체될 위기까지 가게 된다.




SKT에서는 팀의 순위를 조작하여 사설 토토로 수익을 내서 팀을 운영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절대 하기 싫어하는
김정균이 스폰서의 제안을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프론트와 김정균과의 전화통화를 우연찮게 듣게 된 마린은 김정균에게 자신이 모두 떠안고 가겠다며 S팀 얘들에겐 알리지 말라고 하고
고의패배를 하기 시작했다.




마린은 곧 복귀할 푸만두에게 이 사실을 말했다. 아직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피글렛이나 페이커같은 어린노무새끼들에게는 얘기해봤자 내부고발이
일어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마린은 어찌 보면 이것은 크나큰 행운이라 생각했다. 30대인 자신이 그 사실을 들었기에 망정이지 뱅이나 울팍이
들었다면 당장 세계정부같은 곳에 글을 올려 팀을 와해시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푸만두도 상황을 이해해주고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약속대로 푸만두는 팀원에게 KT A는 S팀에게도 패배하는 쉬운 상대이니 미래를 위해 조금 실험적이고 연습적인 픽을 하자고 주장했고 픽부터
모르가나 서포터라는 트롤픽을 고르더니 지속적인 쓰로잉으로 2:0의 패배를 이끌었다.




입금이 확인된 통장을 보고도 김정균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과연 이 길이 정말 맞는 길인가... 커뮤니티에선 3.29혁명이니 뭐니 하며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경기 조작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고민에 빠졌다. SKT T1 K팀을 8강에 진출시키려면 S팀이
프라임 팀에게 2:0의 패배를 당하고 순위 결정전에서 K팀을 올려야 하는데, 프라임 팀이 워낙 약체여서 고의 패배를 한다면 무조건 조작 논란이
일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경환아, 어쩔 수 없다. 너네가 올라가야돼 이건. KT A 하고 K얘들하고 한 경기에서 번 돈으로 어떻게든 SKT가 돈 주기로 한
기한까지는 버텨보자."




푸만두와 장경환을 자신의 방으로 오게 한 김정균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푸만두는 어제 리니지를 하다가 남은 경험치를 계산하느라
바쁜지 김정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장경환은 잔에 든 커피를 마치 소주처럼 원샷하더니 한숨을 내쉬곤 입을
열었다.




"코치님, 정말인가요?"


"뭐가?"


"코치님이 사비를 털어서 숙소비 매꾸고 있는거 압니다. 저희, 그만큼 양심없는 놈들 아닙니다."


"경환아..."




장경환은 고개를 들었다. 김정균의 얼굴에서 벽에 걸린 SKT T1 K팀의 우승사진으로 촛점이 옮겨가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합니다."




김정균은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마린형, 점화도 없는새끼한테 솔로킬은 좀 아니지 않아?"




"뭐? 이 군대도 안갔다온 새끼가 형한테 말하는 태도봐라?"




"형 상근이잖아."




"CHAOS!! CHAOS!!"




어쩔 수 없다.... 팀을 유지하기 위해, 이 어린 얘들의 꿈을 위해서는 얘들의 손에 더러운 것을 묻혀선 안된다. 이 좆같은 오물은 내가
다 뒤집어 쓰겠다.


분명 각오를 했을 터였다. 허나 그만큼 경환의 가슴에 무겁게 자리잡은 무언가가 계속 그의 몸을 붙잡고 있었다.














"경환아..."


"하... 죄송해요... 형한테도 피해가 갈건 예상은 했는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경환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정균에게 쓸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흑... 형이, 형이 능력이 없어서.. 형이 정말 개새끼다..."




글자가 너무 많이 새겨져 가득 무거워진 통장을 구겨질 듯 움켜쥔 김정균의 손이 SKT의 경기를 본 아 리의 소음순마냥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것을 눈치챈 경환은 정균의 떨리는 몸을 감싸안았다.




"코치님, 제가 왜 이런 욕까지 먹어가며 주작질을 했는지 아세요? K팀의 트리플 크라운을 보고 싶어서? S팀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균의 몸이 진정됨을 느낀 경환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저 게임이 좋기 때문입니다."




"알고 있었어."




김정균이 한 말인줄 알았지만, 경환은 문을 열고 들어 온 재환의 모습을 보고서야 자신의 착각을 인지했다. 재환의 뒤를 이어 뱅과 이지훈,
그리고 울프가 들어오자 경환과 정균은 황급히 서로의 몸을 밀쳐냈다.




"뭐.. 뭐야 갑자기?"


"형이 주작질하는거 알고 있었다고. 그런 일이 있으면 말을 하지 대체 왜 혼자 끙끙 앓고 있었던거야?"


"우리가 그럼 얼씨구나 내부고발할줄 알았어?"




"애들아..."




경환은 아이들의 갑작스런 등장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반응의 차이 때문에 그는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감정을 터뜨리고 말았다.




"예의없는 새끼들.. 형을 울려??"




눈물을 훔치는 마린을 놀리기라도 하듯 아직 군대도 갔다오지 않은 S의 팀원들이 모두 한국 유일의 30대 LOL 프로게이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제서야 마린의 마음 속, 그의 몸을 부여잡던 무언가가 떨어저 나간것을 그 자신도 느낄 수 있었다.




"자, 운영비는 충분히 모였다. 마스터즈 반드시 우승해서 롤드컵 진출하자!"


"SKT T1 S!"


"화이팅!!!"




자신 뿐 만 아니라, 이 숙소에 모두가 모인 것은 이 5명이 모두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